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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돕는 여자들

이혜미 지음
부키

2022년 12월 27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2월 13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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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66MB)
ISBN 9788960519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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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손수현 배우, 이다혜 기자, 홍승은 작가
〈비혼세〉 〈시스터후드〉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 팟캐스터 추천

뮤지션, 스타트업 대표, 작가, 운동선수, 정치인, 학자 등 각 분야에서 앞장서서 자기 영역을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더 넓은 길을 열어 준 ‘여돕여(여자를 돕는 여자)’ 10인을 인터뷰했다. 아이돌 그룹 멤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는 새로운 이름의 뮤지션으로 거듭난 핫펠트, IT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희소한 20대 여성 CEO로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낸 뉴닉 김소연, 남성 중심 능력주의가 팽배한 이공계에서 여성 네트워크를 만드는 하미나와 임소연, 초등학생 시절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민사 소송 승소 판례를 남긴 테니스 코치 김은희, 지역에 페미니즘 판을 깔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해방하고자 하는 서한나, 중년 남성 엘리트 기득권층으로 가득한 정치판에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류호정, 난민과 인신매매 여성을 돕는 인권 변호사 전수연, 20년 넘게 학교와 현장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해 온 나임윤경, 여성과 아시아인의 커리어ㆍ리더십 개발을 돕는 한승희.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길 거부하고 전에 없던 길을 가려는 여성에게 “네가 뭔데” “여자가 무슨” 같은 핀잔과 비난이 따라붙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존재하고’ ‘버티고’ ‘발언함’으로써 자신을 확장하고 다른 여성을 돕는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머뭇거리는 누군가에게 이 책에 담긴 목소리들이 단단하고 구체적인 응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프롤로그

나는 꽃이 아니라 새예요
_뮤지션 핫펠트

여러분도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
_콘텐츠 플랫폼 ‘뉴닉’ 대표 김소연

자신을 믿고 가세요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_논픽션 작가 하미나, 과학기술학자 임소연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세요
_테니스 코치 김은희

제게 사랑은 너무 명확해요, 라면이 맛있는 것처럼
_대전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 그룹 ‘보슈’ 대표 서한나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싸울 필요는 없어요
_국회의원 류호정

난민의 인권을 넓히는 일이 다른 여성을 돕는 길이라 믿어요
_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전수연

누구도 내 영혼에 손톱만큼의 균열도 낼 수 없어요
_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희생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세요
_글로벌리더십컨설팅 대표 한승희

뮤지션 핫펠트
살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여자는 꽃이다”였어요. 특히 여자 연예인은 잠깐 피고 지는 꽃이라나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꽃 같지가 않은 거예요. 오히려 나는 새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32~33쪽)

‘뉴닉’ 대표 김소연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연세가 지긋한 남성 멘토를 배정받았어요. 멘토링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 통화를 하는데 시간이 자꾸 엇갈리자 “우리는 왜 이렇게 데이트 약속 잡기가 쉽지 않지?”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멘토님, 저는 데이트가 아니라 멘토링을 받으러 온 겁니다”라고 말해야 했어요. (…) 우리 사회는 지금도 젊은 여성을 회사의 대표나 창업자로 대우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50~51쪽)

논픽션 작가 하미나
누군가가 자기를 인정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인정과 마찬가지로 사과도 기다리지 말고요. 그저 스스로를 믿고 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주변에 비슷한 여자들과 연결되었으면 좋겠어요.(85~86쪽)

과학기술학자 임소연
저는 수업에서 하미나와 백가을이라는 친구들을 보면서 ‘진짜 저렇게 살아도 돼?’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이들은 그때도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연구를 했거든요. 저는 남자 교수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이었고요. 이 친구들이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모습이 정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제겐 학생이라기보다는 멘토 같은 느낌이에요.(84~85쪽)
테니스 코치 김은희
“그걸 꼭 네가 해야 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하면 다음에 누군가는 이 과정을 안 거쳐도 되거나,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잖아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해야, 그것을 발판 삼아 누군가가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95쪽)

‘보슈’ 공동대표 서한나
제가 여자로서 살면서 느낀 것을 그냥 솔직하게 얘기했고, 앞으로 보고 싶은 미래를 그대로 글로 쓰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그런 글과 말을 보고 다른 여자들이 자기 안에 있던 불씨를 느낀 것 같아요. 그 불길이 조금씩 커지는 걸 보면서 저도 같이 힘을 내고 있습니다.(138쪽)

국회의원 류호정
제가 타투업법을 위한 퍼포먼스를 했을 때 굉장히 화제였잖아요. 그런데 사실 기자회견 장소에는 기자가 한 분도안 오셨어요. 그 모든 건 저 자신을 유명하게 하고자 했던 게 아니라, 정의당에 찾아온 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로 행한 퍼포먼스였거든요. 저는 그래서 ‘쇼한다’는 말을 들어도 좋습니다.(156쪽)

인권 변호사 전수연
코넬리우스 플랜팅가라는 미국의 신학자는 ‘환대’를 “타인에게 우리 안에 머물 공간을 마련해 주고, 그 공간에서 그 사람이 꽃 피우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어요. 꽃 피우게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잠재되어 있던 정체성이 드러나고 발현되면서, 더 안전하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가도록 공간을 마련하는 거라고 봐요. 우리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잖아요.(189쪽)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지금 와서 이렇게 보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를 차별했던 사람들이나 차별적인 사회구조 때문에 한때 쫄긴 했지만 쪼그라들진 않았거든요. 그 사실을 많은 여성이 경험으로 알아요. 지금 당장은 겁이 나고 두려울 수 있지만, 이 다음에 우리 각자가 후배 여성들에게 “야,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꼭 믿어요. 그 믿음으로 여러분에게 “악플 달고 위협하고 혐오하는 걔들 아무것도 아니야, 쫄지 마”라는 말씀을 드려요.(223~224쪽)

글로벌리더십컨설팅 대표 한승희
한승희에게 물었다. 그 오랜 시간 어떻게 필드에서 스스로 깨달으며 성취해 나갔느냐고.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저도 못했어요. 제가 못했기에 깨달은 것들을 후배 여성들에게 알려 주려는 겁니다.”
못내 아쉬워 후배 여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이 아마 많은 여성들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256쪽)

“쫄지 마, 아무것도 아니야”

2012년 서울의 한 대학교 강당, 매주 남성들이 오르던 채플 연단에 여성 교수가 등장했다. 존재만으로도 이례적이었을 그가 캠퍼스 내에서 ‘오빠’라는 호칭이 갖는 이성애 기반 권력관계를 꼬집은 것은 당시로서 매우 논쟁적이었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원장을 지내며 ‘잠재적 가해자’라는 용어로 또 한번, 더 크게 논란의 중심에 선 그는 바로 나임윤경이다. 2012년에는 학생들의 SNS와 익명 게시판에 비난 글이 들끓었고, 2021년에는 양평원에 항의 전화 폭탄이 쏟아졌다. 이런 집중포화를 받을 때 어떻게 버티느냐는 질문에 나임 교수는 “페미니스트의 기본 전략이 백래시 아니에요?”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수십 년간 불평등과 백래시에 잔뼈가 굵은 큰언니답게, 그는 지금의 20, 30대 여성들을 향해 “쫄지 마,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경쾌한 응원을 보낸다.

그 말에 누구보다 먼저 가슴이 뜨거워진 이는 과거 나임 교수의 채플 연설을 들었던 학생 중 한 명이자, 지금은 ‘허스펙티브(Herspective)’ 뉴스레터를 보내는 이혜미 기자다. “여기자는 뽑아 놓으면 퇴사해” “남자가 일 시키기 편하지” 같은 소리를 습관적으로 들으며, 그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크게 성취하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증명하고자 분투했다.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가쁜 숨이 턱 밑까지 찬 채로, 혼자 성취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직시한 순간, 비로소 ‘존재하고’ ‘버티고’ ‘발언함’으로써 기울어지고 경직된 세상에 균열을 내는 여성 동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홀로 자기 증명을 위해 애쓰던 그가 ‘나’가 아닌 ‘우리’를 말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뮤지션, 스타트업 대표, 작가, 운동선수, 정치인, 학자…
“네가 뭔데” “여자가 무슨” 같은 말을 뚫고
새로운 길을 내는 ‘여돕여’들

책 제목인 《여자를 돕는 여자들》은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균열을 내고 영토를 넓힘으로써 궁극적으로 다른 여성들에게 더 넓은 길을 열어 준 개척자 여성들을 조명하고자 붙인 이름이다. 저자 이혜미가 만난 열 명의 여성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고유한 성취를 이루었다. 조직을 이끌거나, 마이크를 잡거나, 말과 글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위 말하는 성공과 출세를 손에 넣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누군가로부터 받은 다양한 형태의 도움이 지금의 그들을 있게 했음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기억하는 마음이 다시 누군가를 돕게 만든다.

50만 구독자를 거느린 콘텐츠 플랫폼 ‘뉴닉’의 대표 김소연은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에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아시아인 리더다. 화려한 이력을 갖춘 그가 정작 자신의 성공 비결로 꼽은 것은 운과 타인의 도움이다. 그는 ‘여자라서’ 받는 제약과 차별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집단에 속했기에 창업의 꿈을 키울 수 있었고, 그 집단을 벗어나 진짜 세상을 만났을 때 비로소 자신이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투자 유치를 위해 일 분 일 초가 아까운 때에 ‘여성 창업자’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하고, 창업 지원 사업에서 연결해 준 남성 멘토와 멘토링 일정을 잡으며 “왜 이렇게 데이트 약속 잡기가 쉽지 않지?”라는 농담을 들어야 하는 상황은 그저 가벼운 예시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앞서 나간 여성 창업자 선배들에 대한 리스펙과 그들이 내밀어 준 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길 거부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여성에게는 소위 ‘나대는 여자’라는 꼬리표와 함께 “네가 뭔데” 같은 핀잔이 따라붙는다. “여자가 무슨 사업을 해?” “여자가 무슨 정치를 알아?” “여자가 무슨 주짓수를 해?” 무수히 변주되어 온 이런 말들 앞에서 앞길이 창창한 여자들이 얼마나 자주 망설이며 자신의 자격과 능력을 의심했던가. 그런 이들에게 핫펠트는 “남이 헛소리하는 것에” 신경 쓰지 말자고,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건 내 손해”일 뿐이라고 말하고, 류호정은 당신 잘못이 아니니 “자기 검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이들의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소연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을 보낸다. 과거의 김소연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을 응원을 말이다.


“자신을 믿고 가세요. 함께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김소연처럼 ‘안전한 집단’에 속하지 않은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미나와 임소연은 남성 구성원 중심의 능력주의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이공계에서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는 법을 보여 준다. 두 사람은 여학생이 수학을 잘하면 ‘별종’ 취급하며, 공대나 자연대 말고 교대나 사범대를 추천하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래서 임소연은 한때 수학ㆍ과학을 못하는 척 백치 전략을 쓰는가 하면, 남자 교수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다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자신보다 학문적 성취가 뛰어나지 않은 남성 연구자들이 착착 교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며, 이제껏 ‘내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여자라서’ 겪는 문제임을 직시하게 됐다.
하미나는 ‘여성 우울증’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진들과 의견이 달라 수차례 좌절을 겪었다. 스스로도 자기 능력을 의심하고, 졸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때 논문을 계속 쓰도록 그를 일으켜 세운 사람이 임소연이다. 한편 임소연은 자기가 하고 싶고 옳다고 믿는 것을 하며 사는 모습을 보여 준 하미나를 ‘나를 도운 여자’로 꼽았다. 무엇보다 ‘여자와 여자가 함께한다는 건 이런 거구나’를 하미나와 친구 백가을로부터 배웠다. 남성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랩실’을 떠올리면, 사제지간으로 만난 임소연과 하미나가 ‘과학기술여성연구그룹’이라는 이름 아래 맺은 수평적 연결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우리’라는 감각과 ‘연결’의 힘을 믿는
이들이 건네는 단단하고 구체적인 응원

이공계만큼이나 개인의 기량과 능력이 우선시되는 곳이 체육계 아닐까? 그것도 아주 어려서부터. 김은희는 초등학생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테니스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을 사건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우연히 시합장에서 가해자를 마주친 날부터였다. 나를 해한 범죄자가 아직도 내 제자, 내 후배와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모두가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말렸다. 그런데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론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내가 안 하면 결국 나중에 누군가가 해야 한다는, 바꿔 말하면 지금 내가 해야 그걸 발판 삼아 누군가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김은희가 그 긴 싸움을 감당한 덕에, 성범죄 피해 손해배상청구권 시효의 시작을 범행 시점이 아닌 ‘성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실화’ 시점으로 보는 기념비적인 판례가 남게 되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과 유사한 피해를 겪은 후배 선수 등을 제도적 지원과 연결해 주거나 소송 절차를 밟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앞서 걸음으로써 그 존재만으로 뒤따르는 이들을 돕는가 하면, 김은희처럼 직접적으로 다른 여성을 돕는 일에 나서기도 한다. 전수연은 난민과 인신매매 여성의 인권을 지키는 변호사다. 약자도 존엄한 인격을 누리며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믿는 그에게 직업 선택에 후회 안 하는지 물었더니 단호하게 “안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삼성전자, 코카콜라 등 글로벌 대기업에 몸 담으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여성들이 정작 조직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숱하게 목격한 한승희는 여성과 아시아인을 돕는 커리어·리더십 코치로 활약한다. “여자는 네트워크에 약하다”라는 편견을 깨고, 서로 도와서 잘되는 여자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 책에는 ‘우리’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자신을 위해, 나아가 다른 이들을 위해 판을 넓히는 여성들은 “동료를 많이 만드세요. 내가 아닌 다른 여성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세요”라고 입을 모은다. 나임윤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탑을 쌓지 말고 너도 앉고 나도 앉는 대청마루를 깔자”고 한다.

열 명의 여성들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고, 그들이 겪어 온 삶의 스펙트럼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겹치고 연결되어 마치 한 사람의 말인 것처럼 들리는 문장들이 있다. 각자 위치는 다르지만 비슷한 종류의 고민을 겪어 온 동료들과 선배들의 목소리가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을 도운 여자는 누구인가요?”

저자는 인터뷰를 끝맺을 때마다 인터뷰이들에게 “당신을 도운 여자는 누구인가요?”라고 물었다. 핫펠트, 김소연, 나임윤경 등이 자신의 어머니를 ‘나를 도운 여자’로 꼽은 반면, 전수연 변호사는 가족 안에서 자기 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는 또래의 동료 변호사 두 명과 힘든 일은 나누고, 화나는 일은 같이 분노하며 힘을 얻는다고 답했다. 김은희는 재판의 전 과정을 함께해 준 스포츠법학자 주종미 교수를 비롯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만난 모든 여성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자가 던진 질문의 의도는 분명하다. ‘여자를 돕는 여자들’로 소개한 열 명 역시 다른 여성의 도움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를 도울 한 명의 롤모델이 아니라 그동안 서로를 도와 왔던 우리의 공을 직시하는 일”(곽민지 추천사)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여성들의 관계는 흔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근거 없는 낙인으로 쉽게 폄하되곤 하지만, 우리 모두는 필경 생애 한번쯤은 다른 여자에게 빚지고 빚 주며 지금에 이르렀다. 나를 도운 그 여자는 엄마일 수도, 친자매일 수도, 체육 수행평가를 함께했던 키다리 친구일 수도, 지하철에서 조용히 불법 촬영 피해 사실을 알려 준 대학생 언니일 수도, 혹은 지금 사무실 옆자리의 과장님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독자들에게도 어떤 여성의 얼굴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 프롤로그

작가정보

저자(글) 이혜미

198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일보에서 여성·젠더·페미니즘을 다루는 뉴스레터 ‘허스펙티브’를 보내고 있다.
쓰는 것이 항상 겁나고, 내가 쓴 글이 늘 부끄러운 기자. 그럼에도 세상에 선택받지 못한 많은 말들을 길어 내기 위해 꾸준히 쓰고 있다. 국내 여성 기자에게 수여되는 상 중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올해의 여기자상’과 ‘최은희여기자상’을 2020년 동시 수상했다. 이후 더 많은 여성이 활약하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치지 않고 쓰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여성들과 따뜻하게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이 책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나’가 아닌 ‘우리’를 말하는 용기 있고 멋진 여성들이 내어 준 이야기로,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 단단하게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다른 저서로 《착취도시 서울》과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공저로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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