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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캐서린 레이븐 지음 | 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2022년 12월 14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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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6.95MB)
ISBN 979116405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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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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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로부터 “소로가 『어린 왕자』를 읽었다면 『여우와 나』를 썼을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책. 한 무명의 생물학자가 쓴 이 회고록은 PEN 에드워드 윌슨상과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 외 다수의 출판상을 휩쓸었고 유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과학적 성취와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황무지의 작은 생태 틈바구니 하나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관찰력과 문학적 비유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기적 같은 마주침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자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며 강렬한 데뷔작이 되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저자의 바람은 “실온에서는 증발하여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수은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레인저(국립공원 관리인)가 되어 글레이셔, 레이니어산, 노스캐스케이즈, 보이어저스, 옐로스톤을 떠돌았다.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할수록 자연은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황무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가기 시작했을 때, 저자가 마주한 것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매일 같은 시간 오두막을 방문하는 여우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주기 시작한다. 이들을 길들이려는 저자의 모든 시도는 그녀의 유머처럼 조금씩 엇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깊고 넓은 협곡의 틈새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거침없고 다정한 야생 그 자체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생텍스의 보아뱀
작은갈색박쥐
밭쥐숲
검은 개 두 마리
비의 여우
춤추는 파리
춤추는 여우
팬서크리크의 새끼 사슴
리버캐빈스에서의 마지막 날
파충류 고장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프랑켄슈타인 씨
끝없는 재밋거리
초원종다리
점박이 여우
말코손바닥사슴과 오소리
코끼리
고래와 북극곰
까치
점박이올빼미
연잎성게
회갈색과 황갈색의 들판

감사의 말

우리 사이에 놓인 것은 2미터와 가냘픈 물망초 한 포기뿐이었다. 그가 맨들맨들한 자기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가디리는 동안 나는 등받이 없는 부드러운 의자에서 몸을 흔들다 균형을 잃고 버둥댔다. 그러고는 매끄러운 표지의 페이퍼백을 펼치며 말했다. “앙투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란다.” (17쪽)

20세기 오지 레인저가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은이 되는 것이었다. 실온에서는 증발하여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금속 말이다. 숲으로 사라지면 불안을 유발하는 질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나요? 왜 혼자 살죠? 돌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49쪽)

자신들의 생태 틈새가 겹치는 것을 알아차린 땅 파헤치기 까치와 개미 빨아들이기 붉은깃좁은부리딱따구리가 손잡는 광경을 보자 존 뮤어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어떤 것 하나만을 골라내려 할 때, 그것이 우주의 다른 모든 것들과 얽혀 있음을 깨닫게된다.” (…) 나는 어떨까? 나는 누구와 밀접하게 얽혀 있을까? 아무와도. (63쪽)

땅을 돌보는 것은, 특히 혹독한 환경에서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일이다. 작은 설치류를 단지 홧김에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힘들다. 내가 밭쥐숲을 밀어버릴 엄두를 쉬이 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복수보다 더 고귀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89쪽)

나는 문을 닫고 한참 동안 거기 서서 블라인드를 몇 번 올렸다 내렸다 한 뒤에 완전히 걷은 채로 고정했다. 밖을 내다보며 상황을 따져보았다. 결론은 명확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하고 몇 시간 뒤, 흠뻑 젖은 채 오들오들 떨며 문턱 너머 바로 저기에 앉아 있던 것은 여우였다. (117쪽)

‘여우사냥foxhunting’이 한 단어인 것은 박새titmouse가 생쥐mouse가 아니듯 여우사냥도 사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엽사들은 여우의 고기나 가죽을 취하지 않는다. 유해조수를 박멸하는 수단이라기엔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도 않다. (…) 여우를 죽이는 이유로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겠다. (134, 135쪽)

나는 개들에게 겁을 줄 수 있었다. 개들은 결국 상자 속 동물이었으니까. 여우에게 겁을 줄 수는 없었다. 치킨 게임은 우리 관계에서 권력을 평등하게 했다. 나는 권력을 약간 잃었고 그는 약간 얻었다. 나는 권력을 약간 잃으면서 공감 능력을 약간 얻었다. 우리의 권력과 책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여우도 알아차렸을 듯하다. (263쪽)

그런데 왜 우리 여우는 절룩거리는 생쥐를 덮치지 않았을까? 나는 매우 중요한 주의 사항 하나를 잊고 있었다. 여우는 생쥐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사냥한다는 사실 말이다. 짐승을 사냥하는 것은 기술이지만 공격하는 것은 못된 짓에 불과하다. (266쪽)

학부생 때 유기체생물학자 센트죄르지 얼베르트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는 생명을 점점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탐구 방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 자신도 같은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는 에세이에 이렇게 썼다. “점점 작은 척도로 내려가는 여정에는 역설이 있었다. 내가 생명의 비밀을 찾다가 도달한 원자와 전자에는 생명이 전혀 없었다. 중간 어딘가에서 생명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것이다.” (299, 300쪽)

대학 교수와 박사 과정생으로 가득한 강당에 들어가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보라. 한 집단은 음식, 담배, 다이어트 약, 알코올, 마리화나, 섹스, 마약, 항우울제, 항정신병제에 중독되었고, 다른 집단은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얼굴을 꼬집거나 팔에 칼자국을 낸다. 317쪽)

그의 수월한 삶에 샘이 났다. 내 말은 그의 삶이 더 수월했다는 게 아니라 그가 더 수월하게 살아갔다는 뜻이다. 그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는 온갖 종류의 친구를 사귀었다. 가장 눈에 띄는 친구는 까치 테니스공이었다. 찢긴꼬리, 새끼들, 암여우, 나이 든 수여우와도 시간을 보냈다. 그에게는 취미도 있었다. (333쪽)

절정 단계의 숲은 자신의 물리적 환경과 완벽에 가깝게 소통한다. 이렇게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동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절정 단계는 편안하며 가장 안정적인 단계다. 그 무엇의 전주곡도 아닌, 모든 것의 정점. (356쪽)

대체로 사람들은 『모비딕』을 미친 선장에 대한 소설로 여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소설은 자연과 야생동물을 사랑하고 아메리카들소의 멸종을 애달파하는 외톨이의 일기다. (…) 나와 마찬가지로 이슈메일은 세상을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로 나누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계 구성원이 야생동물과 가축의 두 범주 중 하나에 속하며 어떤 인간은 야생동물에, 어떤 인간은 가축에 속한다고 믿는다. (357쪽)

볼테르는 이렇게 썼다. “자연이 인간에게 개를 준 이유는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함인 듯하다. 모든 동물 가운데 개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충실하고 가장 훌륭한 친구다.” 나는 여우를 만났을 때 우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만은 안다. 볼테르는 유명인치고는 눈이 낮았다. 방어와 충성심이라고? 최고의 친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주는 존재다. (398쪽)

내가 여우를 소유했다면, 그를 등록하거나 목걸이를 걸거나 이름표를 달거나 목줄을 달았다면 소방관들은 그를 구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소유했다면 어떻게 그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겠는가? (418쪽)

왜 종류가 다른 새들이 한데 모이는 거지? 내가 이 질문에 결코 대답하지 않은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질문이 틀렸다. 많은 야생동물은 어울릴 상대를 고를 때 우리보다 덜 까탈스럽다. 옳은 질문은 이것이다. 왜 사람은 짐승과 어울리지 않지? (431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평균적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사회에서는 ‘평균’으로 간주되는 것을 바탕으로 ‘정상적’ 행동의 기준을 정한다. 게다가 나머지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서 나쁠 것은 없다. (…) 하지만 정상적 행동을 자연적 행동과 혼동하지는 말라. ‘자연적’이기 위해 정규분포곡선의 꼭대기 바로 아래에 머물러야 한다면 우리는, 우리 모두는 어디서나 회갈색이고 황갈색일 것이다. (432쪽)

여우가 그랬던 것처럼. 땅에서의 삶은 더 적절한 인생 행로에 발을 디디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기착지가 아니다. 야생의 땅과 고요한 공간은 나의 도피처가 아니다. 나의 근거지다. (…) 나와 반대로 사는 사람들, 어느 곳이 집이고 어느 날이 휴일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니 그걸로 유난 떨진 말기로 하자. 우리는 오며 가며 서로 마주칠 것이다.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호의적일 거라 믿는다. (436, 437쪽)

★ PEN 에드워드 윌슨 과학저술상 수상
★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반스앤노블 올해의 책, 영화화 확정!

어린 시절 저자는 “나는 너를 원한 적이 없다”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들으며 자랐다. 부모가 자신을 원하지 않으면 세상 누구도 자신을 원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열여섯 살에 대학에 들어가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고,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으로 학자금 대출을 받고 돈을 챙겨 떠났을 때는 사라지는 일에 더 능숙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레인저(국립공원 관리인)가 되어 글레이셔, 레이니어산, 노스캐스케이즈, 보이어저스, 옐로스톤을 떠돌았다. 동물에 관한 글이 쓰고 싶어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배불뚝이 교수와 머리를 쥐어뜯는 대학원생들이 득시글한 곳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오지를 찾아 들어갔다. 세상에서 사라지려고 할수록 자연은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러던 어느 날, 몬태나의 로키 산맥 자락에 황폐한 땅을 발견한다. 연간 강수량이 250밀리미터에 불과하고 고지대의 세찬 바람과 가을부터 봄까지 거의 매일 내리는 서리를 견뎌야 하는 곳, 가장 가까운 도시에 가려면 1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그 황무지에 저자는 홀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살기로 한다.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로부터 “소로가 『어린 왕자』를 읽었다면 『여우와 나』를 썼을 것”이라는 극찬을 받은 책, 한 무명의 생물학자가 쓴 이 회고록은 PEN 에드워드 윌슨상과 노틸러스 북어워드 금메달 외 다수의 출판상을 휩쓸었고 유수 언론사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과학적 성취와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황무지의 작은 생태 틈바구니 하나도 놓치지 않는 치밀한 관찰력과 문학적 비유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존재의 기적 같은 마주침에 대한 시적인 묘사는 자연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히며 강렬한 데뷔작이 되었다. 세상에서 사라지기 위해 황무지를 찾은 저자가 마주한 것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수월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이들을 길들이려는 저자의 모든 시도는 그녀의 유머처럼 조금씩 엇나가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을 가르는 깊고 넓은 협곡의 틈새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거침없고 다정한 야생 그 자체를 경이로운 마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 오두막을 찾는 여우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기적 같은 시간들

저자는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낀다면 오로지 땅에 매이고 싶다는 마음에 황무지를 매입했으나 땅은 그런 저자의 애정에 보답하지 않았다. 자신을 자연이라는 영지를 거느린 봉건 대지주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맞닥뜨린 것은 “환영받고 싶으면 스스로 노력하라며 텃세를 부리는 짐승들”이었다. 외래종 잡초로 뒤덮인 들에서 밭쥐에게 배신당하고, 먹이를 주는 까치에게는 괴롭힘을 당했으며, 무리를 지어 다니는 말코손바닥사슴과 하늘의 포식자 매들은 인간에게 무관심했다. 극악무도한 돼지엉겅퀴 새싹을 뽑느라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았고, 작고 귀엽고 다감한 참새류는 봄날이면 마치 춘계 침공처럼 시차를 두고 오두막을 찾아와 저자의 예민한 청각 신경을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작고 지저분한 여우가 물에 흠뻑 젖은 채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매일 오후 4시 15분이면 여우는 어김없이 완만한 둔덕을 넘어 초지를 가로질러 파란지붕에 도착했다. 저자는 침낭을 말아서 만든 캠핑 의자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 최대한 여우 가까이에 앉아 그에게 『어린 왕자』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우에게 생텍쥐페리에게 양을 그려달라고 한 어린왕자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에 대해, 어린왕자가 키우는 장미에 대해, 평생 문명과 거리를 두고 대신 바오밥나무, 장미, 여우 등과 이야기하며 살았던 생텍쥐페리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처음’이 언제였는지를 기억하려면 일부러 되짚어봐야 할 만큼 자연스럽게, 여우는 저자의 유일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었고, 둘은 황홀한 밤산책을 함께하는 사이가 된다. 거센 바람과 극심한 가뭄, 극단적인 일교차에 시달리는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 여우와 저자는 그렇게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간다. 동시에 저자는 ‘여우와 나’의 관계를 세상에 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물학자가 되기 위해 폐건물에서 자고 대학교 바닥을 걸레질한 대가로 그녀는 “과학적 방법이야말로 앎의 토대이며 야생 여우에겐 인격이 없다”고 배웠다. 인간의 특질을 자연에 투영하는 것, ‘인격화’는 과학자로서 그녀가 건널 수 없는 최후의 협곡이었다. 국립공원 현장 학습에서 만난 수강생들에게 여우의 존재를 들켰을 때, 그들에게 여우는 ‘애완동물’이거나 ‘과학적 실험의 대상’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했다. 이 곤혹스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어쩌면 ‘생물학 박사 학위’에 걸맞은 직업과 건강보험을 위해 저자는 여우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의해 휘둘리는” 삶은 황무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연의 모든 것은 그녀의 의도를 벗어나거나 그녀의 인위적 개입에 무관심했다. 배신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저자는 더 이상 “실온에서는 증발하여 보이지 않고, 냄새도 나지 않고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수은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조금만 끈기 있게 노력하면 “사회적 수용이라는 문이 불쑥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선사하는 “아는 세계”를 떠나 “결코 어우러지지 못할 지도 모르는”, “모든 생명체에게 끈이나 목줄을 매는” 세계로 나아가야 했다. 황무지는 단지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한 중간 기착지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여우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말과 객관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행동과 직관으로 살아남는 세계
둘 사이를 오가는 생물학자의 치밀하고도 시적인 사유
그리고 그가 마침내 찾은 삶의 정점에 관하여

『여우와 나』는 ‘여우’와 ‘나’ 사이에 있는, “2미터와 가냘픈 물망초 한 포기”만큼의 작은 틈새 안에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세계의 심연을 담아낸다. 말하자면, 하나는 말과 객관의 지배를 받는 세계, 다른 하나는 행동과 직관으로 살아남는 세계이다. 성대 없이 태어난 여우는 ‘꽈’ 하는 소리밖에 낼 줄 몰랐고, 저자는 입술과 잇몸 사이가 조금만 벌어져도 피가 나는 주름띠를 갖고 있었다. 둘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그녀는 그의 예민함과 경계심을 살폈고, 그는 그녀의 무의미한 움직임과 관심을 알아챘다. 둘은 함께 치킨게임을 했고, 달걀 숨기기 놀이를 했다. 저자는 벨랴예프의 여우 실험을 떠올리며 자신이 온순한 여우를 길들였다고 생각하지만, 여우를 닮아가는 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우가 저자의 무릎에 코를 들이밀고, 그의 호박색 눈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을 때, 저자는 과학의 철칙을 뛰어넘어 그의 눈 안에 깃든 다정함을 읽는다. 그리고 나무 위에 올라앉은 파랑새, 검은지빠귀, 풍금조의 숫자를 헤아리는 대신, 그들의 “짹짹거리는 파란색 불꽃이 노간주나무에 배어들어 가스레인지 불꽃처럼 흔들리는 모양을” 본다.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원했던 소녀가 우연히 야생 여우를 만나 다른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해 나아가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덧 황폐한 땅에서도 끊임없이 꿈틀대는 자연의 존중할 만한 생명력, 인간이 직립 보행을 시작하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 날음식을 먹다가 가공식품을 먹을 때까지, 서식처를 바꾸지 않고 천 세대가 넘는 시간을 살아가는 그 길고도 반복되는 속도와 순환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은 잔인하다” 따위의 문명의 격언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생명이 하나로 얽혀 있는 자연의 철학에, 그 압도적인 장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들을 훼손하는 밭쥐들을 홧김에 죽이지 않았고, 자연보전구역에서 들개에게 습격당한 새끼 사슴을 (인간이 만든) 동물 정책을 어기면서까지 돌본다. 한 세계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세계를 버려야 한다는 불안, 무엇이 ‘자연적인 것’이고, 무엇이 ‘정상’인가라는 질문이 그늘을 드리우는 가운데, 저자는 점차 스스로 억누르고 있던 본능과 직관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어린 왕자』와 『모비딕』,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에 녹아 있는 정신의 세례를 받으며, ‘여우사냥’과 ‘옴진드기 감염’과 같은 인간의 유구한 학대의 역사에 침을 뱉으며, 그리고 “동물에게 자연적 삶을 강요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인간의 기만을 폭로하면서, 우리는 기착지나 도피처가 아닌 자신의 근거지를 찾아나서는 저자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만한 언덕을 가로지르며 달빛 아래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두 짐승 중 하나가 된다.

작가정보

Catherine Raven
캐서린 레이븐은 1959년생으로 미국의 몬태나 대학교에서 동물학 및 식물학을 공부했고, 몬태나 주립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레이셔, 레이니어산, 노스캐스케이즈, 보이어저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레인저로 활동했으며 〈아메리칸사이언티스트〉, 〈저널오브아메리칸멘사〉, 〈몬태나매거진〉에 자연사 에세이를 기고했다. 레인저로 일하며 야생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 그녀에겐 후진도 안 되는 낡은 자동차 한 대, 그리고 기본적인 캠핑 장비가 전부였다. 이 책은 로키 산맥 자락의 인적 없는 땅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던 그녀가 야생 여우의 정기적인 방문을 받으며 시작된다. 오두막 근처 여우 계곡에 가면 그녀가 진창에서 회전초를 뽑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인지과학협동과정을 수료했다. 컴퓨터 회사에서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환경 단체에서 일했다. ‘내가 깨끗해질수록 세상이 더러워진다’라고 생각한다. 박산호 번역가와 함께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썼으며, 『서왕모의 강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에 우니부스 플루람』 『유레카』 『약속의 땅』 『시간과 물에 대하여』 『향모를 땋으며』 『소를 생각한다』 『위대한 호수』 『나무의 노래』 『다윈의 물고기』 『말레이 제도』 『새의 감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홈페이지 socoop.net에서 작업한 책들에 대한 정보와 정오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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