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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정민 지음
김영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2년 07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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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11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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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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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성사를 깊이 탐구해온 정민 교수가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집대성한 초기 천주교회의 역사. 치밀한 연구와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천주교계와 학계에 답습되어온 오류를 바로잡았고, 새롭게 발굴·소개하는 문헌과 방대한 사료, 상세한 각주를 통해 서학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총망라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역작이다.

맥락과 행간을 살펴야 하는 초기 교회사의 실상을 밝혀내기 위해 정민 교수는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을 재조명해 다른 문헌과 정밀하게 교차 검증했다. 1천 개가 넘는 주석을 붙여 논거를 분명히 제시했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사학징의》, 《상재상서》 등 천주교 관련 주요 문헌의 번역과 주석 작업도 진행했다. 홍유한·황사영·김범우 후손가에 전해오는 족보, 호구단자, 간찰 문서 등 문중의 자료를 열람해 면밀히 검토했고, 《고려치명사략》,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외국 도서관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러한 집요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다산 정약용이 1795년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당시 신부를 탈출시킨 장본인이자 사학 세력을 근절하라는 밀명을 받고 초기 천주교회의 주역인 이존창을 검거한 당사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했다. 또한 배교를 공언한 정약용의 글씨가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이유, 조선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남긴 배교 선언문에 대한 정교한 해석,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온 《성교요지》, 《만천유고》의 정체 등, 이 책은 학문적 객관성과 엄정성을 토대로 서학의 총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천주교계와 학계를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각으로 역사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서언

1부 《칠극》과 초기 신앙공동체
1. 《칠극》 이야기
북경 유리창 거리의 문화충격 |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판토하의 《칠극》 | 봄비에 속옷 젖듯 서학에 젖어들다
2. 다산 정약용과 《칠극》
《칠극》을 평생 아껴 읽은 다산 | 《칠극》의 논의를 풀어쓴 〈취몽재기〉 | 메기와 미꾸라지
3. 홍유한 제문의 행간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 | 권철신이 쓴 홍유한 제문 속 《칠극》 논의 | 이기양 제문 속의 칠극론
4. 홍유한의 남인 인맥과 서학 공부
남인 인맥과 초기 천주교의 중심 | 홍유한의 서학 공부, 〈방성도〉와 서방 성인의 일 | 마테오 리치의 책 두 권에 몰입하다
5. 권철신의 남행 계획과 그들이 꿈꾼 공동체
제가 공을 저버렸습니다! | 이병휴와 성호학파 소장 그룹 | 좌절된 남행 계획 | 이존창과 권철신
6. 주어사 강학회의 공부 내용
두 번 갖지 못할 성대한 자리 | 잠심하여 지내면서 하느님을 찬양하라! | 《천주실의》, 《영언여작》, 《칠극》을 읽다 | 희미한 꿈의 자락
7. 권철신과 주어사의 젊은이들
주어사 강학회의 참석자들 | 권철신의 조카사위 김원성 | 권일신의 맏아들 권상학 | 이기양의 맏아들이자 권철신의 맏사위 이총억
8. 광암 이벽, 광야에서 외치는 목소리
강물 같은 언변과 고상한 품행 | 장인 권엄과 홍유한의 우정, 이덕무의 이벽 평 | 설화적 부풀리기 | 선학과 앵무새, 다산과 박제가의 만사

2부 성호학파의 분기와 성호의 진의
1. 성호의 진의
성호 선생도 서학을 했다던데요? | 신후담과의 토론과 진의의 소재처 | 성호 직계의 서학 존신
2. 안정복과 권철신ㆍ이기양의 엇갈림
다혈질의 정약전 | 안정복과 이병휴 | 회복 불능으로 틀어진 관계
3. 권철신의 결별 선언
거침없는 이벽의 기세 | 침묵으로 더 큰 죄에 빠지지 않으렵니다 | 이 같은 작태를 참을 수 없네
4. 이기양의 정면 도발
늙은이의 잠꼬대 | 함정에 빠뜨리는 도둑으로 몰다니 | 마음이 아파서 쓴다 | 독서한 사람도 이렇게 합니까?
5. 안정복의 투혼
설득될 수도, 납득시키기도 힘든 문제 |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 진격
6. 안정복의 〈천학고〉와 〈천학문답〉
참으로 안타깝다! | 천주학에 대한 34가지 질문과 응답 | 천주학에 대한 성호 이익의 입장
7. 두 과부의 전쟁
이겨도 지는 싸움 | 고래 싸움 속 새우등 | 뜨거운 감자
8. 보험 들기
서학에서 돈과 곡식이 나온다 | 초토신 상소 | 이승훈 형제의 책략 | 척사파의 해묵은 유감

3부 초기 교회의 기록과 집회
1. 그들은 왜 얼굴에 분을 발랐을까?
이벽의 설법 장면과 제건의 모양 | 분면청건의 이유 | 명동성당의 ‘명례방 집회’ 성화
2. 을사추조적발 사건의 막전막후
이상한 집회 현장 | 3월에 발생한 《정감록》 역모 사건의 여파 | 형조로 끌려간 그들은 어찌 되었나?
3. 적발 사건의 감춰진 뒷이야기
변명의 속사정 | 항의에 참여한 5~6인의 명단 |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와 《사학징의》 속 사건 기술
4. 최초의 반서학 통문과 효유문
통문은 어떤 내용을 담았나? | 달레의 오독과 문체의 과잉 | 형조의 효유문
5. 주머니마다 쏟아져나온 예수 성상
놀라운 자료, 강세정의 《송담유록》 | 주머니마다 예수상이 나왔다 | 편경은 요사스러운 거울 | 초기 교회의 신심
6. 교회, 신분의 벽을 허물다
명례방 집회와 관련한 새로운 기록 | 이기성의 놀랍고 해괴한 행동 | 이존창에 대한 새로운 사실
7. 조선 천주교회 최초의 8일 피정
권일신이 용문산 절에서 가진 최초의 피정 | 시끄러운 곳을 피해 고요히 수행하다 | 명례방 집회와 《성경광익》
8. 김범우의 유배지는 단장 아닌 단양이다
김범우의 입교와 정약용 집안 | 단양과 단장 | 손자 김동엽의 밀양 정착 이유

4부 초기 교회의 조직 구성과 신앙
1. 양말론과 빈 병론
우리는 한 형제다 | 이 버선을 신어보게! | 부모가 빈 병인가
2. 초기 천주교인의 제사관
권철신 집안의 희한한 상례 | 백지 답안지 제출 소동 | 이승훈의 공자묘 배알 거부
3. 집 나가는 아우들
제사를 지내느니 혈연을 끊겠다 | 개가 웃을 말 | 가출하는 동생과 통곡하는 형
4. 반주인 김석태
반촌은 고시촌이었다 | 김석태의 집 위치와 공부 내용 | 다산이 지은 김석태 제문
5. 이 무덤 위에 교회가 서리라
무덤에서 출토된 사발과 다산의 글씨 | 유골이 전하는 진실 | 고명한 사람의 무덤입니다! | 엄동에도 굳지 않은 신선한 피
6. 란동과 판쿠
로마 교황청에 남은 이승훈과 유항검의 편지 | 란동은 지금의 회현동 | 판쿠는 어디? | 미사와 고해성사
7. 남대문과 중구 일대의 약국 주인들
약값을 어찌 함부로 받겠습니까? | 초기 교회와 약국 | 연락 거점과 집회 장소 | 신유박해의 신호탄
8. 초기 교회의 성화와 성물
봉물짐에 숨겨온 성화와 성물 | 머리카락과 나뭇조각이 든 주머니 | 주머니 속 물건의 용도

5부 지방의 교회 조직
1. 여사울 신앙공동체의 출발점
여사울은 여우골이다 | 예산 호동리의 인문지리 | 홍유한 집안의 호적단자 | 홍유한과 홍낙민
2. 여사울은 예수골이었다
‘야소’라 쓰고 ‘녀슈’로 읽다 | 여사울의 예수공동체 | 여사울 공동체에 대한 다른 증언
3. 별라산의 별난 사람
홍지영의 별라산과 원백돌의 응정리 | 별라산의 신앙공동체 | 홍지영은 혜경궁 홍씨의 칠촌 서조카
4. 윤지헌과 고산 저구리 교회
참혹한 시신 | 이존창의 합류 시점 | 고산 교회가 배출한 인물들
5. 홍교만ㆍ홍인 부자와 포천 교회
홍교만 집안의 신앙 | 홍교만의 입교 시점 | 사위 정철상과 아들 홍인
6. 사학이 아니고 정학입니다
유가 경전으로 사학을 설명하다 | 삼경에 나오는 예수 강생의 이치 | 마테오 리치의 적응주의를 넘어서는 색은주의적 해석
7. 충주의 사도 이기연 형제와 충주 교회
충주의 최고 명문 가문 | 이기연ㆍ이최연 형제 | 형제의 뒷바라지
8. 충주 교회의 저력
이기연 집안의 신앙 | 충주 교회의 양반층 신자 그룹 | 교회의 허리를 떠받친 이부춘 부자와 여성 지도자 권아기련

6부 세례명 퍼즐 풀기와 여성 신자
1. 세례명 이야기
《사학징의》 속 정체 모를 세례명들 | 은폐의 전략 | ??을이와 이로수
2. 세례명 퍼즐 풀기
중국 음으로 읽어야 풀리는 퍼즐 | 우아하게 바뀐 성녀들의 이름과 성녀 전기 | 동일인명 이표기와 추정 오류의 예
3. 요사팟이란 세례명
싯다르타를 모델로 한 허구의 성인전 | 《성 요사팟 시말》 속 불경 이야기 | 《성년광익》 속 요사팟 전기
4. 간지대 정복혜와 성녀 칸디다
간지대, 간거다, 칸디다 | 중국 여인 서 칸디다 | 사학매파 간지대
5. 사학매파 삼인방
교회의 허리 | 겹치는 동선과 폐궁 전담 김연이 | 비녀 윤복점
6. 주인이 세 번 바뀐 여종 영애
미심쩍은 여종 | 세 주인의 실체 | 문서화된 신분증명
7. 동정녀 신드롬
나도 아가다 성녀처럼 | 동정녀 열풍의 진원 | 처녀들의 과부 행세
8. 폐궁의 여인들
고인 물 속에 전해진 복음 | 사학교주 이조이 | 왕가의 두 여인과 나인들

7부 주문모 신부와 강완숙
1. 밀고자 한영익과 다산 정약용
짧은 방심 | 귀신이 곡할 노릇 | 엉뚱한 데서 맞춰진 퍼즐 | 비참한 죽음의 진실
2. 죽여서 입을 막다
기록에서 사라진 세 사람의 죽음 | 무시된 법 절차와 공서파의 반격 | 공서파, 포문을 열다
3. 윤지헌과 주문모 신부
주문모 신부와의 상시 채널 | 상경 직후 발생한 한영익의 밀고 | 대박청래 청원과 5인의 대표 서명
4. 주문모 신부의 등대, 이보현과 황심
주문모 신부의 한양 탈출과 지방 잠행 | 신부가 연산 이보현의 집에 머문 이유 | 연산 신앙공동체와 이보현의 죽음
5. 주문모 신부의 동선과 24시
창백한 낯빛에 긴 구레나룻 | 숨어 지내야 했던 신부의 이동 경로 | 주문모 신부의 민망한 조선어 구사력
6. 여걸 강완숙의 카리스마
압도적 존재감 | 카리스마를 갖춘 여회장 | 토론으로 기세를 압도하다
7. 강완숙의 충훈부 후동 집 구조와 구성원
스무 명이 넘는 상주 인원 | 안채의 구조와 역할분담 | 아래채 사람들
8. 100년 전의 연극 대본 《고려치명주아각백전략》
1920년대 초 중국 강소성 천주교회의 연극 대본 | 10막으로 구성된 스케일 큰 무대 | 제상에 담긴 성물

8부 탄압 속의 지방 교회
1. 박지원과 이희영 형제
박지원과 박제가 | 연암 그룹과 이희영 형제 | 연암을 찾아온 김건순
2. 면천군수 박지원과 김필군
집 한 채 값을 주고 산 예수 성화 | 이제 신앙을 버립니다 | 김필군은 정말로 배교했을까?
3. 자책하는 인간, 최해두
벽동의 천주교 조직과 최해두 | 어찌 한심하고 가련치 않으랴! | 초기 교회의 교리 학습서 | 하느님의 종, 최영수 필립보
4. 1,400대의 곤장을 버틴 사내, 박취득
‘부헝이’와 ‘북실이’들 | 박일득과 박취득 형제 | 꿈에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 풀뿌리 교회의 횃불
5. 밀정 조화진
자세히 보아두라! | 저도 신자입니다 | 방백동의 천주교 신자 명부
6. 내겐 천국이 두 개입니다
내포의 천민 출신 지도자들 | 최두고금과 최구두쇠 | 두 개의 천국을 가진 황일광 시몬 | 어찌 배반하리이까!
7. 윤지헌 일가의 신앙생활
숙부 윤징도 정사박해 순교자 | 숙부인가 양부인가? | 10년 사이 세 명의 순교자를 내다
8. 알 수 없는 이존창
초기 교회사의 특별하고 특이한 존재 | 가장 슬프고 창피스러운 배교 | 조건부 체포와 군교 노릇

9부 서울의 교회 조직과 명도회
1. 잇닿은 담장
초기 교회의 공간 운영법 | 담장 사이의 비밀 통로 | 주문모 신부의 은신술 | 중간 거점의 존재
2. 정광수의 성물 공방
벽동 본당의 천주교인들 | 김치가게 여주인 최조이 | 성물 제조 공방
3. 예수상 전문 화가 이희영
각수 송재기 | 뛰어난 그림 솜씨로 예수상을 모사하다 | 이희영의 개 그림 | 새로 찾은 〈선미도〉와 정철조의 서학 공부
4. 이합규와 서소문 신앙공동체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준 걸출한 교주 | 서소문의 사창동과 현방 | 사창동 인근의 신앙공동체
5. 명도회의 성격과 설립 시점
중간 세포 차단책과 플랜B | 1800년 4월, 명도회 설립 | 충훈부 후동으로 이사한 강완숙 | 정약종의 갑작스러운 상경
6. 명도회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
명도회규와 설립 목적 | 명도회 입회 절차와 보명의 의미 | 주보성인의 전기
7. 명도회 육회의 조직 구성
혈당과 집회 형태 | 육회에 대한 오해 | 명도회의 육회장
8. 명도회는 조선 교회 그 자체였다
풀뿌리 교회의 든든한 토대 | 명도회와 《주교요지》 | 이경언이 명도회원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 여성이 주축이 된 명도회 활동

10부 차세대 리더 황사영과 김건순
1. 보석처럼 빛났던 소년 황사영
무덤 속 백자합에서 나온 비단천 584 | 대체 그동안 무엇을 한 게냐? 586 | 《송담유록》과 《눌암기략》의 진술
2. 황사영의 애오개 교회
손이 귀한 명문가의 유복자 | 황사영의 아현동 본당 | 《사학징의》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 | 거점 조직의 관리와 확산
3. 황사영의 도피를 도운 사람들
한꺼번에 터진 제방 | 잠행과 피신 | 극적인 탈출
4. 배론의 토굴
배론 가는 길 | 교우촌에 마련한 토굴 | 낙담과 절망
5. 황사영은 역적인가?
1센티미터에 세 글자씩 13,384자 | 가백서와 가짜 논란 | 〈토역반교문〉 속 세 가지 흉계
6. 제주도와 추자도의 모자
뿔뿔이 흩어진 가족 | 추자도의 황경한과 그의 후손 | 창원 황씨 족보와 황사영 후손 계보의 난맥상
7. 불멸과 개벽을 꿈꾼 사람들
신선을 꿈꾸다 서학과 만나다 | 깨지기 쉬운 그릇 | 재림 예수 신앙의 조선 버전, 《정감록》
8. 김건순의 개종과 여주 교회
천당 가는 법을 얻었소 | 남곽선생 주문모와 해상진인 김건순 | 김건순의 세례식 | 여주 교회의 부활절 부흥회

11부 기록과 기억
1.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
《한국천주교회사》 초기 기술의 근거가 된 책 | 간략하지만 훌륭하다 | 은폐와 검열
2. 감추고 지운 다산의 기록
다산의 자기 검열과 왜곡된 진실 | 이윤하 마태오와 자녀들의 신앙 | 족보에서 지워진 이름들
3. 그늘 속의 사람, 정약현
“배 건너요!” | 그사이의 고초는 붓으로 적기 어렵다 | 마재 정씨 천주교 인맥의 꼭짓점
4. 기억의 착종과 기록의 사각지대
《사학징의》에서 누락된 〈신미년백서〉 속 순교자 | 조동섬의 아들 조상덕 토마스 | 동정녀 이석혜는 이 아가다? | 이명불과 이명호 | 장재유는 장덕유?
5. 서양 배에 오른 현계흠
현계흠의 사형 이유 | 현계흠과 김범우 집안의 혼맥과 주변 인물 | 영국 배 프린스 윌리엄 헨리 호에 오르다
6. 거룩한 해에 오는 1천 척의 배
산도 이롭지 않고 물도 이롭지 않다 | 쌓인 시체 산과 같고, 흐르는 피가 시내를 이루리 | 《정감록》 신앙, 천주교와 접속하다
7. 교리 교육과 십계 공부
십계는 교리 교육의 출발점 | 조목별로 가르친 십계 교육 | 십계 공부의 세부 내용 | 그 밖의 기본 교리서들
8. 주기도문은 어떻게 바쳤을까?
초기 교회의 기도생활 | 〈천주경〉과 〈성모경〉 독송법 | 한글 기도문의 출현

12부 묻힌 기억과 오염된 자료
1. 《송담유록》과 《눌암기략》
신서파와 공서파의 중간 기록 | 책의 내용과 저자 | 이승훈 형제에 대한 두 사람의 평가
2. 《고려주증》과 《고려치명사략》
조선 천주교인 전기집 《고려주증》 | 인명 표기의 착종과 신부들의 전기집 | 《고려치명사략》과 심칙관 신부
3. ‘월락재천, 수상지진’론
달은 져도 하늘에 있지만 | 물이 그치면 연못은 마른다 | 〈사세시〉의 사료 가치
4. 이승훈의 〈벽이문〉과 〈유혹문〉
〈벽이문〉과 천당지옥설 | 위천주의 실체 | 또 하나의 배교 선언 〈유혹문〉
5. 이승훈의 〈벽이시〉, 무지개다리는 끊기고
저문 골짝의 무지개다리 | 서토를 그리는 마음 | 끊겨버린 홍교의 소식 | 과연 그런가?
6. 《니벽젼》과 이벽의 〈사세시〉
종말론적 사유가 담긴 《니벽젼》 | 최치원의 구절을 베낀 이벽의 〈사세시〉 | 근거 없는 《이덕조친필첩》
7. 명백한 가짜 책 《만천유고》
만천 이승훈과 《만천유고》 | 어이없는 《만천시고》 | 무극관인의 발문
8. 《성교요지》와 《상자쌍천》
서양 인명 및 지명 표기에서 잡힌 발목 | 윌리엄 마틴 목사의 《상자쌍천》과 《성교요지》 | 오독과 무지


참고문헌
찾아보기

다산뿐 아니다. 성호 이익도 그렇고, 천주교를 믿지 않았던 연암 박지원이나 이용휴, 노긍, 홍길주 등의 글에도 《칠극》의 체취가 느껴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이용휴의 〈환아잠(還我箴)〉과 박지원의 유명한 ‘눈 뜬 장님’의 비유, 그리고 박지원이 〈답모(答某)〉에서 영변 약산(藥山)에 올라가 사람을 개미와 이의 비유에 얹어 설명한 대목 같은 것도 모두 《칠극》에서 가져온 비유다. 《칠극》은 이렇듯 18~19세기 조선에서 천주교 신앙 여부를 떠나 생각 이상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던 책이다. _42쪽, 1부 《칠극》과 초기 신앙공동체

약국 또는 약방은 당시 서학을 전파하는 주요 거점이었다. 약계(藥契)라는 명칭으로도 불렀다. (…) 이처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천주교인인 약국 주인이 병으로 약국을 찾은 사람에게 좋은 약재를 대단히 싼값에 공급해서 신뢰를 쌓고, 그 바탕 위에서 포교 활동을 시작하는 정황을 잘 보여준다.
초기 교회에서 상시적인 집회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도회지의 특성상 사람들의 왕래가 많다고는 해도, 한집에 수십 명이 계속해서 들락거릴 경우 대번에 이웃의 눈에 띄게 마련이었다. 천주교도 검거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모임의 운영은 특히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집회 공간은 평소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서 출입이 특별히 남의 시선을 끌지 않을 곳이라야 했다. 한편으로는, 자칫 밀정이 침투할 경우 조직 전체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으므로,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 약국은 이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_258~259쪽, 4부 초기 교회의 조직 구성과 신앙

강완숙은 초기 교회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1801년 신유박해의 공초 기록인 《사학징의》에 그녀의 이름은 128회나 등장한다.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총회장 최창현과 명도회장 정약종보다 훨씬 비중이 높았다. (…) 주문모 신부는 강완숙의 안방 안쪽에 딸린 협실에서 기거했다. 신부가 있는 곳이 교회의 중심이었기에 그녀의 집 또한 자연스레 교회의 심장부가 되었다. 그녀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신부를 만나지 못했고, 신부의 동선과 행선지도 그녀가 결정하고 관리했다. (…) 그녀는 신부의 비서실장이자 보호자였다. 그녀의 둘레에는 수행비서 역할을 맡은 아들 홍필주와 신심으로 똘똘 뭉친 동정녀 및 과부들의 조직이 겹겹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_433~434쪽, 7부 주문모 신부와 강완숙

옛 기록을 보다가 거기 적힌 이름 앞에 울컥할 때가 있다. 앞서 본, 1791년 12월 11일에 충청도관찰사 박종악이 정조에게 올린 비밀 보고서 《수기》의 별지를 볼 때도 그랬다. 당시 그가 충청도 관내 각 지역에서 검거한 천주교인들의 명단과 그들에게서 압수한 서책과 성물 등의 물품 목록을 적은 것인데, (…) 뒤쪽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름으로 보아 대부분 노비 신분이었을 것이다. 성씨는 떼고 그저 막봉이, 선돌이, 봉돌이, 엇재, 오직이, 답금이, 백돈이 등으로 불렸을 눈물겨운 이름들이다. 김부허응은 아마도 눈이 부엉이처럼 동그랗대서 ‘부헝이’로 불린 것을 음을 취해 이렇게 적어놓은 것일 테고, 김북실은 태어났을 때 북실북실 통통해서 얻은 이름이었을 것이다. 이 명단을 통해 당시 면천군의 교세가 상당했고, 그것도 대부분 신분 낮은 백성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_480~481쪽, 8부 탄압 속의 지방 교회

명도회는 일개 신심단체가 아니었다. 주문모 신부에 의한 명도회 도입은 당시 조선 교회가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한 것과 다름없었다. 기존의 전교 방식과 신자 교육 및 신앙 활동 전반에 걸친 혁신이 명도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명도회는 조선 교회 그 자체였다.
명도회의 출범 직후 정조의 급작스러운 서거는 결과적으로 예상치 않게 명도회의 대성공을 도와준 셈이 되었다. 이것은 불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박해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이때 뿌려진 명도회의 사랑방공동체 모임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주문모 신부의 순교 이후 영세와 성사를 줄 신부도 부재한 캄캄한 암흑의 상황에서도 명도회는 초기 교회 이래로 이어져내려온 ‘평신도에 의한 풀뿌리 교회’의 전통을 굳건하게 이어갔다. _576쪽, 9부 서울의 교회 조직과 명도회

다산이 회갑 당시에 쓴 6편의 묘지명은 꼼꼼한 자기 검열을 거친 글이었다. 천주교와 관련된 결정적인 사실은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삭제했다. 예를 들어 오석충은 딸이 둘이었는데, 다산은 그가 외동딸만 두었다고 썼다. 둘째 사위가 천주교 신자로 신앙을 증거하다가 죽은 순교자였기 때문이었다. (…) 다산은 또 자신의 책에서 초기 교회사에서 자신이 수행했던 역할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가성직제도 아래 10인의 신부 명단이나 명례방 집회 적발 당시 관련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쏙 빼버렸다. (…) 대학자 다산이 직접 쓴 글이니 묘지명의 내용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천주교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산은 철저하게 삭제했고, 검열했다. 있던 사실을 없는 일로 만들고,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왜곡하거나 지워버렸다. 이것을 위선적인 태도로만 매도할 수는 없다. 당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그에게 강요했던,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_653~654쪽, 11부 기록과 기억

《만천유고》에 수록된 《성교요지》는 절대로 이벽의 저작일 수 없다. 사실 이 점은 대부분의 교회사가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시복시성 자료집에서조차 《성교요지》 관련 사실을 뺀 것이 그 분명한 증거다. 이 책은 1863년 윌리엄 마틴 목사가 쓴 《인자신법 상자쌍천》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 (…) 《성교요지》가 마틴 목사의 책으로 밝혀지자, 최근 교계 일각에서 다시 해괴한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다. 《당시초선》 본 《성교요지》에 손을 다쳐 왼손으로 필사했다고 나와 있는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중국 강남에 들어갈 때 이벽의 책을 베껴 가져갔고, 이것이 유통되다 마틴 목사에게 채집되어 《상자쌍천》이 되었다는 기상천외한 논리다. 기존의 잘못을 더 큰 거짓으로 덮으려는 궁여지책이다. 모르고 한 잘못이니 인정하면 그뿐인데, 엄연한 마틴의 책 《상자쌍천》을 이벽의 《성교요지》로 지키기 위해 진짜 저자인 마틴 목사마저 이벽의 저술 《성교요지》를 슬쩍 훔쳐 자신의 저작으로 둔갑시킨 도둑으로 내몰려 한다. 마틴의 원서 앞에 실린 책의 편찬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는 천주교계를 위해서도 이벽과 김대건 신부를 위해서도 결코 득 될 일이 아니고, 절대로 해서도 안 될 일이다. _776~777쪽, 12부 묻힌 기억과 오염된 자료

서학의 태동기부터 신유박해까지
호교(護敎)와 순교를 넘어 한국 초기 교회사를 새로 쓴 역작
서학은 어떻게 조선의 지축을 뒤흔들었나

“서학은 조선 사회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과소평가되어온 느낌이다. 지축을 흔든 지진이 지나고 남은 흔적만으로 상황을 본 것은 아닐까?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지워져서 별일 없었던 것처럼 보인 것은 아닐까? 진앙의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는 다급했던 현장의 비명과 탄식이 묻어 있다. 행간을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 기록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진실의 지점을 열어 보여준다.” _서언에서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 분야를 깊이 탐구해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1770년대 중반 서학의 태동기부터 1801년 신유박해까지 초기 천주교회의 역사를 집대성한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를 펴냈다. 치밀한 연구와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천주교계와 학계에 답습되어온 오류를 바로잡았고, 새롭게 발굴·소개하는 문헌과 방대한 사료, 상세한 각주를 통해 서학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검증하고 밝혔다.
다산 정약용을 다각도로 공부해온 정민 교수는 다산의 청년기와 천주교 신앙 문제를 다룬 《파란》을 집필하며 조선 사회에 서학이 끼친 영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조선에 서학 열풍을 일으킨 천주교 수양서 《칠극》을 번역했고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파란》과 《칠극》에서 시작된 정민 교수의 이러한 지적 여정은 18세기 조선을 관통한 초기 교회사 연구로 이어졌다. 정민 교수는 서학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과 신앙에 관한 기록에 살펴야 할 행간이 많음을 주목했고, 마침내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가 탄생했다.
서학의 수용과 배척이 불러일으킨 남인 내부의 첨예한 갈등, 이벽·정약종·황사영·강완숙 등 교회의 핵심 리더, 명도회를 비롯한 중앙과 지방의 신앙공동체, 명례방 집회와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민중의 신앙생활과 퍼즐 같은 세례명 표기까지. 이 책은 탄압과 순교의 역사 뒤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주요 인물과 조직, 사건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서학 연구를 넘어 18세기 조선의 정치·사회·문화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책이다.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에서 복원한 서학의 가려진 진실
역사의 사각지대에 숨겨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생생하게 되살려내다

초기 서학 관련 자료는 기록의 문면에 드러난 사실만으로 진실에 다가서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서학을 수용한 당사자는 탄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남긴 기록에서 서학 관련 내용을 검열·삭제했고, 관련자는 가문의 명운을 걸고 당사자의 이름을 족보에서 파내는 등 실상을 은폐했다. 기록자는 거짓 정보를 섞고 피기록자는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굴절시켰다. 게다가 그간의 서학 연구는 신앙 행위의 증거를 찾아 순교자의 시복시성을 추진하기 위해, 또는 서학의 흔적을 배제해 연구 대상의 순정성을 지키기 위해 편파적인 태도로 이루어진 듯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처럼 맥락과 행간을 살펴야 하는 초기 교회사의 실상을 밝혀내기 위해 정민 교수는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을 재조명해 다른 문헌과 정밀하게 교차 검증했다. 1천 개가 넘는 주석을 붙여 논거를 분명히 제시했고,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사학징의》, 《상재상서》 등 천주교 관련 주요 문헌의 번역과 주석 작업도 진행했다. 홍유한·황사영·김범우 후손가에 전해오는 족보, 호구단자, 간찰 문서 등 문중의 자료를 열람해 면밀히 검토했고, 《고려치명사략》,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외국 도서관을 수소문해 찾아냈다.
이러한 집요하고 끈질긴 연구 끝에 다산 정약용이 1795년 주문모 신부 실포 사건 당시 신부를 탈출시킨 장본인이자 사학 세력을 근절하라는 밀명을 받고 초기 천주교회의 주역인 이존창을 검거한 당사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했다. 또한 배교를 공언한 정약용의 글씨가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이유, 조선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이 남긴 배교 선언문에 대한 정교한 해석,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온 《성교요지》, 《만천유고》의 정체 등, 이 책은 학문적 객관성과 엄정성을 토대로 서학의 총체적 진실에 다가서고자, 천주교계와 학계를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각으로 역사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수용, 전파, 박해, 순교라는 단선적인 도식으로는 서학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을 면밀히 읽을 수 없다. 조선을 관통한 서학, 서학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은폐되고 검열된 자료의 행간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한 기념비적 저작이다.

천주교계와 학계를 통합하는 중간자적 시각으로
바로잡고 밝혀낸 논란과 쟁점들

?서학이 불러온 남인 내부의 첨예한 갈등
서학의 수용과 배척이 남인 내부의 전쟁으로 확산된 것은 큰 비극이었다. 남인 성호학파의 원로 안정복은 서학을 신봉하는 후학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천학고〉, 〈천학문답〉을 지어 서학의 핵심 교리를 논박했다. 하지만 성호학파의 중진인 권철신, 이기양 등은 서학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남인 내부의 학문적 견해, 종교적 신념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기만 했고, 서학을 존신하는 신서파와 서학을 배격하는 공서파의 갈등은 고조되었다. 여기에 정치적 노선의 문제까지 겹쳤다. 임금 정조는 80년 만에 남인 출신으로 재상에 오른 채제공을 중심으로 노론이 장악한 정국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그러나 남인은 채제공의 친위 세력인 채당과 반(反)채제공 전선인 홍당으로 또다시 분화되었다. 채당에는 유독 신서파가 많았고 공서파는 끊임없이 서학 문제를 공격했다. 홍당은 노론과 손을 잡았다. 이러한 남인 내부의 분열로 인해 정조의 정국 구상도 어그러지고 말았다. 서학과의 접촉은 조선 내부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위정척사의 명분 아래 세도정치에 날개만 달아준 셈이 되었다.

?배교를 공언한 정약용의 글씨가 순교자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이유
조선 교회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의 신주를 태워 없애고 제사를 거부하면서 일어난 진산 사건으로 1791년 사형당했다. 천주교를 믿던 정약용은 진산 사건 이후 조상 제사를 거부하는 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교를 공언했다. 그런데 2021년 공개된 윤지충과 권상연의 무덤에서 정약용의 글씨가 적힌 지석 사발이 출토되었다. 지석 사발에는 무덤이 발견되었을 때 망자가 뒤바뀌지 않도록 인적 사항이 기록되어 있었다. 천주교를 거부한 정약용이 어떻게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을 위해 지석 사발을 쓸 수 있었을까? 정약용은 1787년 성균관 시험에서 제사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자 백지를 제출한 적이 있다. 그때 정약용은 천주교에서는 제사를 지내는 것은 물론 제사에 대해 글을 쓰는 것조차 금지하기 때문에 백지를 낸다고 말했다. 그러니 1791년에 새삼 조상 제사를 이유로 배교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지충·권상연의 무덤에서 출토된 지석 사발을 통해 정약용이 배교를 공언한 뒤에도 신앙생활을 놓지 않았고 드러나지 않게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온 《만천유고》의 정체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은 교회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생존을 위해 수차례 배교했고 때로는 동지를 고발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여 시복시성을 기다리는 순교자로 옹호되기도 한다. 그의 유일한 문집으로 알려진 《만천유고》는 초기 천주교회의 주요 자료로서 70여 년간 성전(聖典)으로 대접받아왔다. 그러나 정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만천유고》에는 이승훈의 글이 한 편도 없다. 그 예로 《만천유고》의 2부에 해당하는 《만천시고》에는 이승훈이 세상을 뜨고 15년 후에 태어난 양헌수의 한시와 거의 동일한 한시가 실려 있다. 인물의 이름만 바꾼 한시를 베껴서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정민 교수는 《만천유고》가 남의 글을 거칠게 모아 20세기 초반에 짜깁기된 가짜 책임을 분명하게 입증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승훈의 시복시성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만천유고》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 김범우의 유배지에 관한 논란을 종결짓다
이벽, 정약용 형제와 교분을 맺으며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김범우는 1785년 천주교 집회가 적발된 명례방 사건으로 귀양을 가서 이듬해 유배지인 충북 단양에서 죽었다. 그런데 경남 밀양 단장면에서 김범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알려지면서, 그의 유배지가 단양이 아닌 밀양 단장이라는 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김범우 당시에 단장은 존재하지 않는 지명이었다. 1757년에 편찬된 《여지도서》는 물론 1834년 김정호가 정리한 《청구도》에도 밀양부 지도에 단장이란 지명은 없다. 만에 하나 김범우가 단장으로 귀양을 갔다 해도 유배지를 단장이라 할 수 없고 밀양이라고 썼어야 한다. 귀양지를 면 단위로 지칭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문중 기록에 따르면 김범우의 후손이 단장면에 정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김범우가 죽고 84년 뒤인 1870년이었다. 정민 교수는 이제라도 김범우의 무덤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정민 교수는 김범우와 단장은 애초에 아무 인연이 없으며 김범우의 유배지는 충북 단양임을 명백히 밝혀냈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민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우리 시대 대표 고전학자.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연암 박지원의 산문을 살핀 《비슷한 것은 가짜다》 《오늘 아침, 나는 책을 읽었다》 《고전문장론과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을 다각도로 공부한 《다산과 강진 용혈》 《다산 증언첩》 《다산의 제자 교육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등이 있다. 18세기 지성사를 파고들어 《고전, 발견의 기쁨》 《상두지》 《나는 나다》 《열여덟 살 이덕무》 《잊혀진 실학자 이덕리와 동다기》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미쳐야 미친다》 등을 썼고, 청언소품집으로 《점검》 《습정》 《석복》 《조심》 《일침》 등이 있다. 이 밖에 조선 후기 차 문화사를 총정리한 《한국의 다서》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산문집 《체수유병집-글밭의 이삭줍기》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 어린이를 위한 한시 입문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다산 정약용의 청년기와 천주교 신앙 문제를 다룬 《파란》을 집필했고, 조선에 서학 열풍을 일으킨 천주교 수양서 《칠극》을 번역해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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