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 김정숙 옮김

왓북 2022년 12월 0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책은 문학이라는 이름을 빌린 사상서에 가깝다. 이 책 속에는 철학, 인문, 과학, 역사, 심리, 정치, 문학 등의 온갖 장르가 망라되어 있다. 조지 오웰이 이 책에서 대중의 심리를 노골적으로 상기시킨 부분은 소름 끼치도록 전율이 인다. 조지 오웰이 존재했던 시대와 현재는 평행 이론 속에 갇혔다. 《1984》의 신어에서 시작된 듯한 현대의 줄임말이 인간의 생각을 제한하는 그것마저 닮았다. 그가 살았던 세상이 그대로 지금의 현실과 겹쳐졌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그의 지식과 통찰력은 유효하다.
역사는 고증의 산물이므로 누군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죽고 나면 남는 것은 기록뿐이다. 따라서 역사를 거짓으로 날조하여 민중을 기만하는 오세아니아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느꼈을 절망과 분노는 너무나 당연하게 와닿는다. 조지 오웰은 이 작품에서 맹목성에 매몰된 집단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일깨운다. 그곳은 오직 흑과 백만 존재하는 무채색의 세상이다. 집단을 이끄는 하나의 힘이 모든 이성을 집어삼키는 끔찍한 곳이다. 집단으로 형성된 잘못된 가치는 사실인 양 호도되고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진실은 묻히고 거짓은 날뛴다. 그러나 누구도 거짓을 방패 삼아 영원히 숨을 수 없다. 소수의 지도자가 이 세상을 이끈다는 생각은 틀렸다. 대중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지도자가 무슨 소용 있나? 망망대해에 홀로 배를 끌고 헤매는 선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영악한 지도자는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집단의 힘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을 다진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런 집단 뒤에 숨은 권력자라는 사실을 조지오웰은 이 책을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진짜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당연하게 주어진 자신의 권리를 절대 포기하지 말라.’ 《1984》에서 조지 오웰이 오늘날의 민중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싶어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지 오웰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혹은 대중이 공감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반대 세력을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더라도 그 후유증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며 또다시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것은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휘어잡은 세력이 바뀌는 것일 뿐이다. ‘2+2=5’가 아니라 ‘2+2=4’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방법’과 ‘목적’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오웰이 이 책에 담고 싶은 진정한 의미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목차

1부
2부
3부
부록-신어의 원리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 당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 본질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과거는 결코 바뀐 적이 없다. 현재 진실한 것은 무엇이든 끝까지 내내 진실하다.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의 기억 저편에 계속 묻어두기만 하면 된다. 그것을 ‘현실 제어력’이라고 부르는데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 매년 단어가 점점 짧아질수록 생각의 범위도 조금씩 줄어들 걸세. 물론 지금도 어떤 이유나 변명으로도 사상 범죄를 합리화할 수는 없지. 자기 수양이 부족하고 현실적인 통제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거든. 그러나 결국에는 그런 문제조차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네. 혁명은 언어가 완벽해질 때 완성되는 거야. 신어가 바로 ‘영사’고 ‘영사’가 곧 신어인 거지.”

- 그런데 끔찍하게도 그들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을 죽이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2 더하기 2는 4라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하겠는가? 혹은 중력이 작용한다는 사실, 역사는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정한단 말인가? 과거와 바깥세상이 모두 의식 안에서만 존재한다면, 그리고 의식 자체가 지배당할 수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나?

- 유리 표면은 오목하게 구부러진 하늘 같았고 그 안에 조그마한 세상을 완벽하게 둘러싸고 있는 듯했다. 윈스턴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윈스턴은 마호가니 침대, 접이식 탁자, 시계, 철 판화, 종이 누르개 자체와 함께 그 안에 있었다. 종이 누르개는 윈스턴이 있는 방이었다. 산호는 줄리아와 자신의 삶이었고 그것은 수정의 중심부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 사람들은 아주 지독하게 현실을 훼손할 수 있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릴 만큼 충분히 대중적인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해력이 부족한 탓에 사람들은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그냥 삼킨다. 그리고 그들이 삼킨 것은 그들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옥수수 한 알이 소화되지 않은 채 새의 몸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찌꺼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 평등한 세상에서는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머지않아 그런 세상이 올 것이고 힘만 앞세우던 세상은 올바른 의식이 가능한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은 영원하다.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 씩씩한 인물을 볼 때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결국, 그들은 깨어날 것이다. 비록 천 년이 걸릴지라도 그날이 오면 그들은 새처럼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살아남아 당이 공유하지도 못하고 말살할 수도 없는 끈질긴 생명력을 대대로 이어나갈 것이다.

- 자네는 두 번 다시 평범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거라고. 내적으로는 완전히 죽은 사람처럼 사는 거지. 다시는 사랑할 수도, 우정을 나눌 수도, 삶의 기쁨을 느낄 수도, 웃을 수도, 호기심을 가질 수도, 용기를 낼 수도, 진실을 추구할 수도 없어. 속이 텅 빈 껍데기로 사는 거야. 우리가 자네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가 완전히 비운 후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그곳을 꽉 채울 거니까.”

- 우리는 누구도 양도할 의도를 가지고 권력을 찬탈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야.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재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 정권을 확립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 거라고. 박해의 목적은 박해를 위한 거고 고문의 목적은 고문 자체를 위한 것이듯 권력의 목적은 권력 바로 그 자체야.

- 권력에 도취한 사람은 항상 존재하고 계속 늘어나면서 점점 더 교묘해질 걸세. 매 순간 언제나 승리에 대한 흥분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허약한 적을 짓밟고 싶은 충동이 늘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을 거야. 미래를 상상하고 싶으면 부츠에 끊임없이 짓밟히는 인간의 얼굴을 그려보게.”

- 가령, ‘2 더하기 2는 5이다’라는 문구에서 제기되는 산술적 문제는 그가 지닌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 그런 훈련을 위해서는 심리적인 순발력이 필요한 듯했다. 한순간 아주 세심하게 온전한 판단을 내리다가도 이어서 곧바로 매우 미숙한 논리적 오류를 의식하지 못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아는 만큼 어리석은 척해야 했지만, 지식을 얻는 것만큼이나 우둔해지는 것도 힘들었다.

- 그들은 윈스턴의 머리를 교화하기도 전에 산산조각 내고 말 것이다. 이단적인 생각은 그들의 손길이 영원히 닿지 않는 곳에서 처벌받지도 않고 회개하지 않아도 된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완벽함에 구멍을 뚫는 셈이다. 그들을 증오하며 죽는 것, 그것은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지금 쥐들은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았다. 그중 한 마리가 위아래로 펄쩍거렸다. 하수구 물때가 낀 또 다른 늙은 쥐는 철망에 분홍빛 발바닥을 대고 버티고 서서 격렬하게 코를 킁킁거렸다. 윈스턴은 쥐들의 주둥이에 난 수염과 누런 이빨을 보았다. 또다시 끔찍한 공포가 윈스턴을 엄습했다. 윈스턴은 앞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을 방어할 수도 없었으며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백은 언제나 체크메이트를 부른다.’ 윈스턴은 아리송하고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늘, 예외 없이 결말은 그렇게 끝난다. 역사 이래 어떤 체스 경기에서도 흑이 백을 이긴 적은 없다. 그것은 언제나 변함없이 선이 악을 이긴다는 의미가 아닌가? 거대한 얼굴이 침착하고 권위 의식에 가득 찬 모습으로 윈스턴을 마주 쳐다보았다. 백은 언제나 승리한다.

출판사 서평

-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 BBC 선정 꼭 읽어야 할 책
- 20세기 3대 SF 디스토피아 소설
- 20세기 출판된 책 중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명작

작가정보

저자(글) 조지 오웰

George Orwell(1903년~1950년)
1903년 6월 25일 인도에서 출생하였으며 이름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이다. 인도에서 태어난 지 채 1년도 안 돼 영국으로 건너갔다. 1911년 영국 남부의 예비학교인 세인트 시프리언스(Saint Cyprian's)에 입학하여 5년간 다녔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1917년에 학비를 면제받고 이튼칼리지에 입학하였다. 1917년 이튼칼리지를 졸업하고 인도 제국 경찰에 지원하여 1922년 10월 발령지인 미얀마로 떠났다. 그러나 1927년 영국으로 돌아와 1928년 1월 경찰직을 사직하였고 이때부터 그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였다.
첫 작품으로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파리와 런던의 바닥 생활 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1933)을 발표하면서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다. 이어서 식민지 백인 관리의 잔혹함을 묘사한 소설 《버마의 나날 Burmese Days》(1934)로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의 가난한 삶을 그린《위건 부두로 가는 길 The Road to Wigan Pier》(1936)을 발표하였고 그해 12월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원해서 입대하였다. 스페인 내부의 격심한 당파 싸움에 휘말리면서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을 받은 후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건너갔으며 이때 그가 느꼈던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을 《카탈로니아 찬가 Homage to Catalonia》(1938)로 출간하였다. 결핵으로 건강이 나빠지자 한동안 글쓰기를 중단하고 모로코에서 요양했으며 1940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 민방위대 부사관으로 근무했다. 1941년 영국 BBC에 입사하여 2년 동안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였고 트리뷴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전쟁특파원으로 근무를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왔으며 1945년 8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배경으로 한 정치 우화 소설 《동물농장 Animal Farm》을 출간하였다. 1946년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주라(Jura) 섬에 머물며 집필에만 전념하였고 그의 최대 걸작인 《1984 Nineteen Eighty Four》(1949)를 완성하였다. 1949년 9월 지병인 결핵이 점점 악화하여 런던의 한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1950년 1월 47세에 사망하였다.

번역 김정숙

경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5년 동안 기획, 편집, 출판 일을 하였다. 결혼 후 대전으로 이사하여 충남대학교 랭귀지 센터에서 2년 동안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를 배우면서 번역 일을 해보려는 마음을 먹었다. 경기도로 터전을 옮긴 이후로 바른 번역 아카데미 전 과정을 수료하고 번역작가로 데뷔하였다. 역서로는 전자책으로 《필경사 바틀비 Bartleby the Scrivener, 허먼 멜빌(왓북)》, 《동물농장 Animal Farm, 조지 오웰(왓북)》이 있다.

감수 박한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