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 시티
2022년 12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1월 15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1.46MB)
- ISBN 9791197722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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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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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비치 파라다이스
작가의 말
P. 7 “사랑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격정적인 사랑, 질투, 독점욕, 미움, 원망 같은 감정이 먼저 나타나고 진실한 사랑은 가장 나중에 드러나.” 「망고」에서
P. 11 “진실한 사랑은 죽은 후에야 알 수 있는 거야.” 「망고」에서
P. 33 “잡혀가고 싶어?”
“제가요? 잘못한 게 없는데 왜요?”
“죄짓고 잡혀가는 것보다 죄 없이 잡혀가는 게 더 무서운 세상이라는 걸 왜 몰라.” 「그녀의 이름은」에서
P. 43~44 경고하는데 다신 꼬마라고 부르지 마.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진아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녀의 외모는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자꾸만 자신이 오십 대라고 우겼다. 어느 날부터 전혀 늙지 않고 있다고 우겨대는 통에 나는 그만 기가 질려버렸었다.
‘늙지 않는다니 불행이 아니라 행운인데요.’
내가 놀리듯 한 말에 진아는 정색했다.
‘망각이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당신은 몰라요. 오래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죠. 그날의 고통이 어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사라지지 않아요. 삼십 년 동안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어요. 늙지 않는다는 건 그런 거예요.’ 「그녀의 이름은」에서
P. 44 ‘해변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시간대가 우리 주변을 흐르고 있어요. 오 분 전 지나간 시간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요? 천만에요. 그 시간대는 지금도 흐르고 있죠. 시간은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그냥 소멸하는 법이 없어요. 심지어는 당신이 살지 않았던 시간마저 존재하죠.’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그걸 증명할 수 있어요?’
‘증명하긴 힘들죠. 하지만 공간의 열린 틈을 통해 시간을 자유로이 건너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확실해요. 저도 그렇거든요.’ 「그녀의 이름은」에서
P. 76 “나도 박우진이야. 그가 죽으면 나도 죽어. 넌 이 건물을 꼭 나가야 해. 김 군을 찾아서 인공호흡기를 떼줘. 그렇지 않으면 이 건물은 무너지고 말 거야. 건물이 무너지면 세상도 끝이야. 과거와 현재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과거를 돌려놔야 현재가 바로 잡히는 거라고. 내 말 알겠지. 여기서 당장 나가.” 「그녀의 이름은」에서
P. 80 여자가 언제부터 광장을 배회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무고한 죽음이 계속되면서 광장은 억울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로 늘 붐볐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골목 어귀마다 사람들이 모여 웅성댔다. 사람들이 모였던 자리에 정체 모를 흰 결정체가 쌓였다. 그것은 눈보다 설탕에 가까워 보였지만 사람들은 눈물 알갱이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비치 파라다이스」에서
P. 104 승윤은 아무리 사소한 제보 전화라도 성심성의껏 경청했다.
‘우리한텐 일이지만 저 사람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야. 내 얘기에 귀 기울여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사람들은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아.’ 「비치 파라다이스」에서
P. 113 얼굴은 새카매서 보이지 않고 푸르스름한 불빛을 내는 눈만 또렷했다. 기괴한 모양의 눈이 여러 개 더 나타났다. 처진 눈, 동그란 눈, 찢어진 눈. 모양과 크기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조롱하는 눈, 감시하는 눈, 원망하는 눈, 슬퍼하는 눈, 분노하는 눈.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수많은 눈이 소영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적의를 드러내며 소영을 지켜보는 눈이 섬뜩했다. 소영은 눈앞의 형상이 환영이라는 걸 알았다. 손을 들어 초파리를 쫓듯이 흔들었다. 환영이 조각조각 흩어졌다. 겨우 정신이 들었다. 소영은 낯선 거리에 서 있었다. 「비치 파라다이스」에서
P. 125~126 “아가씨는 연어가 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지 알아요?”
노파는 점자책에서 손을 떼더니 소영을 올려다보았다. 주름과 검버섯이 보기 흉하게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백 살 노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늙었다.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만은 선하게 빛났다.
“산란 때문 아니에요?”
“상상력을 한번 발휘해봐요. 연어는 상류에 도착하면 죽어요. 죽을 걸 알고 가는 길인 거지.”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결국 소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서 아니겠어요? 알래스카에서의 삶이 생각만큼 만족스러웠던 게 아니었던 거지. 다시 하면 잘할 거 같거든. 그래서 강을 거슬러 오르는 거 아니겠어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비치 파라다이스」에서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김유정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경희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그는 앞서 ‘하우스 마루타’를 소재로 수박 한 조각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담은 장편소설 『수박 맛 좋아』, 일러스트와 함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출간했던 『꽃들의 대화』, ‘아파트’를 통해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고 국가권력에 맞서 집을 지키려는 소시민들의 투쟁과 연대를 그린 장편소설 『복도식 아파트』를 출간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삶과 죽음, 사랑과 시간을 담아낸 『옐로우시티』로 돌아왔다.
작가는 학창 시절 가까운 이의 죽음을 두 번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첫 번째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시던 할머니였고 두 번째는 고등학생 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 비교적 평온하게 가셨던 할머니와 달리 친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떠난 거였다. 할머니는 인자한 모습으로 꿈속에 찾아왔지만, 보고 싶어서 꿈에 나와 달라는 기도에도 친구는 꿈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때 작가는 처음으로 ‘옐로우시티’를 떠올렸다. 옐로우시티. 이승도 저승도 아닌 제3의 세계,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혼들이 모여 산다는 곳을 말이다.
시간이 흘러 옐로우시티를 소재로 세 편의 이야기를 썼다. 서로 다른 이야기는 조화를 이루며 이렇게 한 권의 책 『옐로우시티』로 탄생했다. “외롭고 곁에 아무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싶다.”고 했던 작가 서경희. 그의 바람대로 독특하고도 다정한 이 소설집은 떠난 이들을 애도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간을 돌아보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현재를 더욱 소중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망고〉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던 ‘망고’는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고, 새벽에야 겨우 의식을 찾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옐로우시티’이다. 생전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영혼들이 모여 산다는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까? 사랑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격정적인 사랑, 질투, 독점욕, 미움, 원망 같은 감정이 먼저 나타나고 진실한 사랑은 가장 나중에 드러나는 거라는데… 옐로우시티에 가게 되면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그녀의 이름은〉
건물 안에서 우산을 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모습이 점점 어려지는 꼬마도 있다. 신기하고 괴상한 박우진 변호사 사무실의 주인 박우진은 사람을 찾고 있다. ‘서 양’이라 불리는 그녀를 찾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늙지 않는 비법을 알아내는 거고, 둘째는 김 군을 찾으려는 것이다. 김 군은 서 양의 첫사랑인데 그만이 엉킨 시간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서 양과 김 군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하여 기이한 도시에 들어가는 길을 발견하고, 시간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서 양과 김 군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비치 파라다이스〉
광장을 배회하는 한 여자는 “옐로우시티!”라고 목구멍에 걸린 복숭아씨를 뱉어내듯 외친다. 여자가 광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옐로우시티로 들어가는 입구가 광장 어딘가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상한 그녀를 취재하고 있는 방송작가 소영에게는 사고로 의식을 잃고 병실에 누워 있는 애인 승윤이 있다. 기자였던 승윤이 취재하고 있던 것은 무엇일까? 여자를 따라가던 소영은 한 건물을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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