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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터

허블 청소년 1
이희영 지음
허블

2022년 12월 02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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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52MB)
ISBN 9791190090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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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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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아름답고, 꿈결 같고, 왠지 슬프다. 매력적이고 여운이 긴 작품이다.”
-장강명(소설가)

“《페인트》와 《나나》를 잇는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한다. 이희영 작가가 빚어낸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정여울(문학평론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장시켜 줄 허블 청소년 시리즈의 첫 책은 30만 명의 독자들이 사랑한 베스트셀러 『페인트』를 쓴 이희영 작가의 장편소설 『테스터』이다. ‘누가 이토록 연약한 소년을 숲속에 홀로 방치해 두었을까’ 하는 미스테리한 질문 하나로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 작품은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디스토피아 SF이다. 그와 동시에 이 소설은 세상과 유리된 채 불가항력에 이끌려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들을 위한 곡진한 진혼곡이기도 하다.
오래 전에 멸종된 오방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인류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함께 복원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죽었는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어린아이가 있다. 백색 소년 마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 평생 숲속 집에 갇혀 메이드 로봇과 함께 산 이 외로운 소년에게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온다. 바로 RB 바이러스의 또 다른 생존자인 하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소년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질문들을 파헤친 끝에 마오가 가닿은 반전은 두 소년의 위치를 송두리째 뒤흔든다. 두 소년이 드러내는 슬프고 충격적인 진실은 독자들이 작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도록 한다.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프롤로그 사라진 것들 ㆍ 007
1장 白 ㆍ 035
2장 林 ㆍ 059
3장 鳥 ㆍ 075
4장 星 ㆍ 098
5장 種 ㆍ 116
6장 色 ㆍ 136
7장 歌 ㆍ 172
8장 友 ㆍ 194
9장 火 ㆍ 201
10장 人 ㆍ 234
에필로그 남겨진 것들 ㆍ 247
작가의 말 ㆍ 264
작품 해설 ㆍ 268
추천의 글 ㆍ 271

동굴에 다녀왔던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노인이 됐다. 어떤 이는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또 다른 이는 온몸에 종기와 부스럼이 일어났다. 눈이 먼 이도 있었다. 그렇게 모두 서서히 죽어갔다. (8쪽)

한때는 기적처럼 이 모든 저주가 끝나리라, 끝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치료제만 개발된다면, 남들처럼 햇살 속을 걸을 수 있을 테니까. 한낮의 밝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짜 등교를 해보고 싶었다. 홀로그램이 아닌, 눈부시게 반짝이는 여름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해변을 걷고 싶었다. (41~42쪽)

어마어마한 확률로 당첨된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단지 테스터라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빈민가에서 당첨자가 나오는 건 당연했다. 복권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
떤 사람들인지 통계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이 간단한 인과관계를 무시하다니, 선생님답지 않은 단순한 추측에 마오가 피식 코웃음 쳤다. (112쪽)

“나 초대한다고 했잖아. 내일 저녁은 어때?”
“우선은 내가 올게.”
“언제?”
하라가 마오의 머리를 살뜰히 어루만졌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 동생을 달래는 형 같았다. 두 살 차이는 생각보다 더 컸고, 사람의 손길은 상상보다 더 부드러웠다. (167~168쪽)

“한국의 첫 화성 복권 당첨자가 발표됐다던데 혹시 봤어?”
“갑자기 그건 왜…”
“지난번에 내가 한 말은 기억해?”
선생님이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깊게 몸을 기댔다. 창밖으로 익숙한 밤이 찾아왔다. 낮보다 밝은 네온사인의 도시는 빛과 어둠의 경계가 뚜렷했다. 시간이 지나도 세상의 이치는 변하지 않
았다. 밝음은 그만큼의 그림자를 숨기고 있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딱 그만큼의 문제점이 드러나듯이. (180쪽)

보보의 소프트웨어에는 다양한 지식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킬 힘은 없었다. 화를 낼 수도 없고, 작은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로는 스스로조차 지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복권에 당첨됐다던 남자가 환영처럼 눈앞에 스쳐 갔다. 화성행 복권을 손에 쥔 채 환하게 웃던 주름진 그 얼굴이. (211쪽)

언제나 집을 벗어나길 원했다.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AI도 메이드봇도 아닌, 진짜 인간과 마음을 나누길 희망했다. 실없는 농담과 쓸데없는 잡담과 의미 없는 말장난들이 오가는, 그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213쪽)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화가 불러 올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그 편리함에 취해 사는 게 인간이었다. 인공장기와 인공피부를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인간과 똑같은 장기와 피부를 지닌 동물까지 태어나게 하고 있었다. 달을 식민지화하고, 머지않아 화성도 제2의 지구로 테라포밍할 것이다. 막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는 행성을 찾아낼 것이며 더 큰 우주를 정복할 것이다. 지금껏 인간의 역사가 그렇게 흘러왔다. (221쪽)

회장은 늘 위에서 군림했다.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쓸데없는 행정 절차를 거칠 일도 없는 세계. 회장의 명령이 곧 법이었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오직 치료제 개발에 몰두할 것, 그것이 회장이 정한 세계의 규칙이었다. 연구실은 누군가에게는 지옥이면서 동시에 다른 이에게는 천국이었다. (238~239쪽)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상이 더 좋아진다면,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게 인간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하에서 말이다. 동굴에 아이를 제물로 바쳤던 마을 사람들도 다들 그 가치를 믿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아이가 희생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강 회장이 보여주려 했던 건 지독히도 잔인한 현실이었다. 네가 있는 곳이 절대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 언제고 그 희생양이 너로 바뀔 수 있다는 경고였다. (253쪽)

언젠가 수업시간에 AI 선생님이 말했다. 기나긴 지구의 생을 생각하면, 인간의 등장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어쩌면 이 세계는 우주와 자연이 잠시 시험을 하는 중인 게 아닐까? 인간의 등장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말이다. 그 테스트의 결괏값은 이미 나왔다. (262~263쪽)

잠든 새를 깨우면서 모든 일이 시작됐다!
세 겹의 다층적 이야기와 겹겹이 쌓은 반전들

『테스터』는 세 겹의 이야기로 구성된 다층적인 소설이다. 하나는 고딕체로 처리된 신화 부분, 다른 하나는 하라가 태어나기 전인 강회장의 아들인 본부장과 며느리인 부사장이 멸종한 레인보우 버드의 DNA를 복원하여 그 속에 잠들어 있는 바이러스를 깨우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오가 초점 화자로 등장하는 본 서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층위의 이야기를 통해, 파괴적인 이기를 추구하는 동시에 이타적인 인간의 양면적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반전이 여럿 등장한다는 점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추리 게임을 풀어가는 것 같은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곧 이어지는데, 그 이유는 반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치밀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반전에 반전을 겹겹이 쌓은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것이다.

30여 일간 두 소년이 경험한 천국과 지옥
거꾸로 된 두 개의 세계 속 마오와 하라

『테스터』는 SF이면서 동시에 스릴러적 서사 구조와 반전의 묘미를 갖춘 출중한 소설이다. 그러면서도 유괴라는 무거운 소재부터 계급이 다른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빈부 격차와 생사의 갈림길 같은 거대 서사를 여유 있게 꿰어낸다. 소설은 마오가 지내는 숲속 집과 병원을 배경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해 진지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 때문인지 소설은 내내 밀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단조롭지 않다. 이희영 작가가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를 긴장감 있게 직조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테스터』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눈부신 빛에 가려진 어둠을 응시하며 어둠 그 자체가 되어보게 해주는 소설이다. 하라가 가진 세상과 마오가 속한 세상은 서로 닮은 듯 다르다. 마오와 하라가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두 사람 간의 대화로 간명하게 그려냄으로써, 이희영 작가는 생명, 윤리와 같은 대주제에 이어서 계급이라는 어려운 논의도 녹진하게 풀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 위치에 갇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불러올 수 있는 맹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인간은 왜 신이 정해놓은 자연의 규칙에 도전장을 던지나?”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대해 던지는 진진한 질문들

소설은 내내 ‘문명과 과학기술, 의학의 발전이 늘 모두를 위해 올바른가’ 하는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진다. 유전자 디자인, 화성 테라포밍, 인공장기, 인공피부, 멸종동물 복원, 기후 위기 등 과학기술의 맹점과 문명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세밀하게, 그러면서도 진실되게 눈앞에 그려 독자에게 보여준다.

책장을 덮은 뒤 이 소설 안에 얼마나 어려운 질문들이 담겨 있는지 헤아리다가 놀랐다. 과학은 과연 가치중립적인가.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희망을 품느니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절망하는 편이 나을까. 인류의 생존을 위해 내면의 인간을 죽여도 되나. 참혹한 사실을 강요하는 것과 배려를 위한 거짓말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 무엇보다, 내가 서 있지 않은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강명(소설가)

이 소설은 더 나아가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대한 인류의 책임을 묻는다. 멸종된 새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인간이 우주와 자연에 끼치는 해악과 그로 인한 자멸을 정조준하여 가리킨다. 특히 에이로 대표되는 바이러스 연구자들의 이야기는 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는 과학을 맹신하다가 미치광이가 되고 마는 이들을 그린 뒤렌마트의 희곡 「물리학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오가 지닌 테스터에 대한 태도가 하라와의 변증법적인 대화를 통해 굴절되고 깨어지는 과정을 읽다 보면 코로나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뤄졌을 많은 임상시험을 비롯하여 동물실험 등에 대해 일반적으로 취할 수 있는 미온적인 태도가 얼마나 비윤리적이며 위험한 생각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 허블 청소년 시리즈 소개
허블 청소년 시리즈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확장시켜줄 수 있는 작품들을 엄선하고자 한다. 이희영의 『테스터』를 시작으로 국내외의 다양한 청소년 문학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희영

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나나』, 『보통의 노을』, 『챌린지 블루』, 『썸머썸머 베케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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