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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트레이 귀공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5
휴머니스트

2022년 1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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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88MB)
ISBN 9791160809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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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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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장편소설로 국내 초역이다. 스코틀랜드와 인도, 뉴욕을 오가는 형제 복수극으로, 방종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형과 선하지만 따분한 동생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특히 형 ‘밸런트레이 귀공자’를 두고 스티븐슨은 “인간에게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경 속 카인과 아벨, 야곱과 에서를 연상시키는 형제간의 갈등은 가장 작은 단위에서의 원형적 인간관계를 나타낸다. 굵직한 사건들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를 놓치지 않는, 페이지터너로서의 스티븐슨의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문 _009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방랑 시절에 일어난 사건 요약 _017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방랑-버크 훈작사의 회고록에서 _062
헨리 씨가 겪은 박해 _112
1757년 2월 27일 밤에 일어난 사건의 전모 _167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두 번째 부재 시에 일어난 사건 요약 _201
버크 훈작사의 인도에서의 모험-그의 회고록에서 발췌함 _232
집안의 숙적 _238
매켈러 씨와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여행 _273
뉴욕에서 일어난 사건 _303
황무지에서의 여행 _333

부록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기원 _392

해설 | 겨울 이야기-원한과 복수의 미학 _398

“우리를 구해줄 자는 성인밖에 없을 걸세.” 내가 말했다. “내 생각은 전혀 달라.” 밸런트레이가 말했다. “스스로 나 자신을 구할 생각이거든.”(72쪽)

귀공자의 행동은 헨리 씨에 대한 어떤 특별한 반감 때문에 야기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 것 때문에? 아니면 고양이들이 드러내기도 하고 신학자들이 악마들의 속성이라고 말하는, 그저 잔인함을 즐기는 성격 때문에? 아니면 그가 사랑이라고 불렀을 것 때문에? 대체로 내 생각은 처음 세 가지 중에서 망설이지만, 어쩌면 그의 행위의 바탕에는 네 가지 요인이 모두 있을지 모른다.(141~142쪽)

아무리 촘촘하게 잘 짜인 사기극이라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라서 그것을 잡아당기면 모든 것이 풀어지고 만다.(162~163쪽)

“그래, 하지만 자네가 내 입장이라면 자네는 그를 용서하겠나?” 듀리스디어 경이 물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용서는 우리 모두에게 엄격하게 주어진 의무입니다.” 내가 말했다.
“허허!” 그가 말했다. “그건 다 하는 말이고! 자네 자신은 그 남자를 용서했나?”
“글쎄, 아니요!” 내가 말했다. “신께서 저를 용서해주시길! 저는 용서하지 못했습니다.”(224~225쪽)

그는 복수하려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심지어 남작에게도 그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지. 실은 그것이 복수의 첫째 원칙이라네. 겉으로 드러난 증오는 무력하거든.(286~287쪽)

“듀리스디어 경, 이런 악한 감정에 빠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내가 말했다. “이것이 영혼에 더 위험한지, 이성에 더 위험한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둘 다 망가뜨리는 길로 가고 계십니다.”
“자네는 이해할 수 없을 걸세.” 그가 말했다. “자네는 나처럼 산더미 같은 원한에 가슴이 짓눌린 적이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더라도.” 내가 덧붙였다. “틀림없이 그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가실 겁니다.”
“그 반대라네. 나는 형의 기를 꺾고 있거든.”(314~315쪽)

“아! 세상의 무슨 일이든 두 가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네. 부풀리는 단어가 있고, 축소하는 단어가 있지. 자네는 단어를 가지고는 나와 싸울 수 없어!”(300쪽)

그의 얼굴에 혈색이 돌게 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증오였다.(313쪽)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신만이, 아니면 악마만이 알 것이다.(315쪽)

오랜 슬픔과 최근의 과음으로 신경이 약해진 사람에게 그 눈물을 막을 방법은 다 쏟아내는 것밖에 없다. 눈물은 계속 흘렀고, 그 남자는 방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4분의 3은 벌거벗은 채 계속 앉아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냉정하다고 비난하다가 감상적으로 나약하다고 비난하기도 했고, 간섭하려고 침대에서 반쯤 일어나다가 무관심의 교훈을 새기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별안간 “예전의 그 사람에서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라는 구절이 마음속에 튀어 올랐고 예전의 지혜로움과 충실함, 참을성이 떠오르자 열정에 가까운 연민에 압도되었다. 내 주인님만 아니라 인간의 아들들에 대한 연민이었다.(341쪽)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세계,
악마가 던진 동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스코틀랜드의 명망 높은 듀리스디어 가문에 상반되는 성격의 두 형제가 있다. 형인 ‘제임스 듀리(밸런트레이 귀공자)’는 방종하고 소동을 일으키지만, 자신만만한 태도 덕에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조금 더 진지해지면 장래에 큰일을 해낼 거”라는 기대를 받는다. 한편 동생 ‘헨리 듀리’는 묵묵하고 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지만 이웃들은 그에게 좀처럼 관심이 없으며, 집에서 역시 장자인 형에게 밀려 뒷전이다. 그래도 좀처럼 불만을 내비치는 법이 없다. 이러한 성향은 중대한 선택 앞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자코바이트 봉기가 일어나자 듀리스디어 가문은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가문의 명예를 지키고자 중도 노선을 취하기로 한다. 모두가 장자인 제임스가 집에 남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제임스는 자신이 출정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정치적인 이념을 따른다거나 동생의 위험을 대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활동적인 기질을 억누르지 못해서다. 결국 동전 던지기로 운명을 결정하기로 한 두 사람. 동전은 형 제임스의 출정을 가리키고, 헨리는 가문에 닥칠 비극을 예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할 거야.”(25쪽)

자코바이트 봉기가 실패로 돌아가고, 망명자 신세가 된 제임스 듀리는 해적선에 붙잡히고 인디언을 피해 배회하는 등 여러 고비를 넘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고통받는 것은 동생 때문이라고 여기고 복수를 결심한다. 증오와 복수의 대상이 정당한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출구 없는 고통에 실체를 부여하는 것만큼 쓰라림을 잠재우는 손쉬운 방법은 없을 테다. 스티븐슨은 밸런트레이 귀공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간의 불합리한 감정이 어떻게 발전하고 주변 사람과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지 보여준다. 한편 동생 헨리는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형의 그림자에 가려져 무시당하면서도 묵묵히 집안을 꾸려가지만, 집으로 돌아온 형이 자신을 능욕하고 아내까지 건드리자 오랫동안 눌러온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악마를 닮아간다’라는 말처럼, 그는 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변해간다. 안하무인에 오만하지만 매력적이고 사람을 잘 다루는 형, 착실하고 참을성 많지만 끝내 악의에 잠식당한 동생. 두 형제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절대 악과 절대 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양면을 지닌 하나의 동전이다.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선택하는 것인가.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다.

육신을 찌르는 칼끝과
마음을 에는 겨울바람

스티븐슨의 작품이 발표된 19세기 후반은 영국의 제국주의적 확장은 극에 달한 때였다.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무대로 탐험과 정복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했고, 이는 다양한 모험담을 낳았다. 제임스 듀리, 즉 밸런트레이 귀공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면 《밸런트레이 귀공자》는 복수극인 동시에 모험담이다. 그는 해적선에 잡혀가 고초를 겪지만 기지를 발휘해 해적들을 제압하며, 땅속에 묻힌 보물을 찾아 황무지를 헤맨다. 정복욕과 복수심은 시작점은 다를지언정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 이러한 지배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팽배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소설에 붙은 부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겨울 이야기’. 거칠고 본능에 충실한 욕망이 불러오는 것은 살을 에는 바람이 몰아치는, 황량한 겨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정보

Robert Louis Stevenson | 185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폐병을 앓았지만 바다와 모험과 글쓰기를 좋아했다. 토목 기사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에든버러 공과대학에 입학했으나 곧 법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변호사가 된 후에도 건강이 계속 악화되자 요양 삼아 유럽 각지로 여행을 떠났다. 이때 수많은 소설, 수필, 기행문을 썼고, 프랑스에서 만난 연상의 미국인 패니 오즈번과 사랑에 빠져 1880년 결혼했다. 한 소년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그린 《보물섬》(1883)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고,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1886)를 발표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자코바이트 봉기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모험담이자 형제간의 복수를 그린 《밸런트레이 귀공자》 (1889)로 다시 한번 큰 화제에 올랐다. 스티븐슨은 주인공 ‘밸런트레 이 귀공자’를 두고 “인간에게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유괴》(1886), 《검은 화살》(1888), 여행기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1879), 《평원을 가로질러》(1892) 등이 있다. 1894년 남태평양의 사모아섬에서 뇌출혈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1896년 미완성 장편소설 《허미 스턴의 위어》가 출간되었다.

서울대 영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이다. 옮긴 책으로는 《자기만의 방》, 《지킬 박사와 하이드》, 《설득》, 《엠마》, 《등대로》,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올랜도》, 《노스트로모》, 《반지의 제왕》(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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