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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 황유원 옮김
휴머니스트

2022년 11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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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45MB)
ISBN 979116080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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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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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소설로 문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에밀리 브론테의 불멸의 걸작.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빗나간 사랑과 광기 어린 복수는, 그러나 그 비극의 이면으로 찾아올 무한한 평화의 순간을 귀중하게 감추고 있다. 행간을 박차고 나와 날카로운 음색으로 귓속을 긁어대는 인물들의 아우성을 인내심 있게 듣다보면, 1801년 ‘워더링 하이츠’의 문을 여는 에밀리 브론테와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출간 당시 비도덕적이고 야만적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았던 작품은 반세기가 지나 서머싯 몸, 버지니아 울프 등의 극찬을 받으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작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처음으로 에밀리의 언니이자 《제인 에어》의 작가이며 1850년판 《폭풍의 언덕》의 편집자이기도 한 샬럿 브론테의 ‘서문’을 실었다.
제1권 _007
제2권 _265

부록
1850년판 편집자 서문 _570

해설 | 폭풍의 문장이 지나간 자리 _578

“거울 앞으로 와봐. 네가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 보여줄 테니. 미간의 저 주름 두 줄, 아치 모양으로 치솟지 못하고 도중에 꺼져버린 저 짙은 눈썹, 너무 깊이 파묻혀서 당당하게 창문을 열지 못하고 악마의 첩자처럼 그 아래 숨어 반짝이는 검은 악령 한 쌍이 보이니? 저 뚱한 주름살을 말끔히 펴고, 눈꺼풀을 거침없이 들어 올리고, 그 악령들을 자신감 있고 순수한 천사들로 바꾸려고 한번 노력해봐. 아무것도 수상쩍어하거나 의심하지 말고, 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면 그냥 친구로 보려는 눈을 가져봐. 자기가 발길질당해도 싸다고 여기면서도 그 고통 때문에 발길질한 사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증오하는 악랄한 똥개 같은 표정은 짓지 마.”(99~100쪽)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쁨은 내가 죽거나, 아니면 저이가 죽는 걸 보는 거야!”(259쪽)

“악마한테 홀리기라도 한 거야?” 히스클리프가 사납게 말을 이었어요. “죽어가면서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하다니? 네가 한 모든 말이 내 기억에 새겨져서 네가 나를 떠나고 난 뒤에 나를 영원히 갉아먹을 거라고는 생각 못 하는 거야? 내가 널 죽였다는 너의 말은 거짓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캐서린, 내가 나를 잊으면 잊었지, 너는 잊지 못할 거라는 거 너도 알잖아! 네가 고이 잠들어 있는 동안 내가 지옥의 고통 속에 몸부림칠 거라는 사실만으로는 너의 지옥 같은 이기심이 채워지지 않는 거야?”(273~274쪽)

“이제는 참는 것도 지쳤어요.” 내가 대답했어. “그 보복이 나에게 되돌아오지만 않는다면, 나도 기꺼이 보복하고 싶어요. 하지만 배반과 폭력은 양날의 창이에요. 그것에 의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적보다 더 큰 상처를 입게 되는 법이죠.”(301쪽)

“하지만 내가 히스클리프에게 직접 안겨주는 고통이 아니라면 대체 그 어떤 고통이 나를 만족시킬 수 있겠어? 만일 내가 그자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고, 그게 내가 한 짓이라는 걸 그자가 알게 할 수만 있다면, 그자가 받는 고통이 좀 줄어들어도 괜찮아. 아아, 나는 그자에게 빚진 게 너무 많아. 내가 그자를 용서할 수 있을 조건은 딱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고, 쓰라린 고통은 쓰라린 고통으로 되돌려주고, 그자를 나 같은 꼴로 끌어내렸을 때뿐이라고. 먼저 상처를 준 사람은 그자니까, 먼저 용서를 비는 것도 그자가 되게 해줘야 해.”(308쪽)

그자와 나 사이는 긴 의자의 등받이와 언쇼 씨의 몸으로 가로막혀 있었어. 그래서 그자는 나를 잡으려고 하는 대신 식탁에서 식사용 나이프를 잡아채서 내 머리를 향해 던졌어. 나이프가 귀 아래에 꽂히는 바람에 나는 하던 말을 마저 끝내지 못했지. 하지만 나이프를 뽑고 문 쪽으로 뛰어가며 또 다른 욕을 퍼부어주었어. 내 욕이 그가 던진 나이프보다 살짝 더 깊이 박히길 바라면서 말이야.(311~312쪽)

“히스클리프 씨,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어도 우리는 당신의 그 잔인함이 그보다 더 큰 비참함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함으로써 복수할 수 있어요! 당신은 정말 비참한 사람이에요, 안 그런가요? 악마처럼 외롭고 시샘이 많지 않나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이 죽어도 아무도 당신을 위해 울어주지 않을 거예요!”(485~486쪽)

《폭풍의 언덕》은 그 강력한 비극적 요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극으로 부를 수밖에 없지만, 종국에는 무한한 평화가 찾아온다는 점에서 비극이라고만 부를 수도 없는 작품이다. 인생에서든 문학에서든 진짜 정적을 맛보려면 반드시 소란을 통과해야 하고, 진짜 평화에 이르려면 어쩔 수 없이 모진 싸움을 치러야만 한다는 것을 《폭풍의 언덕》은 알려준다.(‘해설’ 중에서)

거칠고 메마른 어제를 전하는
사려 깊고 섬세한 오늘의 목소리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벗어나 요크셔 지방을 찾은 ‘록우드’가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집 안의 기묘한 분위기와 집안사람들에 호기심을 느낀 록우드는 가정부 ‘넬리’를 통해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워더링 하이츠의 옛 주인 ‘언쇼’는 길거리에서 고아인 ‘히스클리프’를 데려와 자신의 아들딸인 ‘힌들리’, ‘캐서린’과 함께 키운다. 언쇼는 히스클리프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지만 이내 세상을 떠나고, 집의 새로운 주인이 된 친아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못살게 군다. 히스클리프는 곁을 내주는 캐서린에게 의지하지만, 그녀마저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하자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시간이 흘러 다시 워더링 하이츠를 찾은 히스클리프. 그는 가장 먼저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힌 힌들리를 빈털터리로 만들어 워더링 하이츠를 차지한다. 그다음 캐서린과 결혼한 ‘에드거 린턴’의 여동생 ‘이저벨라 린턴’과 결혼하고 그녀를 학대한다. 히스클리프의 무자비한 복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드거 린턴과 캐서린의 딸 ‘캐시’와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켜 모든 재산과 후손을 제 손에 넣고자 하는 데까지 이른다. 캐서린의 죽음 이후에도 히스클리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잔인한 복수를 계속해나가지만, 복수를 목전에 두고 의지를 상실하고 만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자신과 캐서린의 어릴 적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복수의 의지가 꺾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스클리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목숨을 잃고, 마을에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유령이 함께 떠돈다는 이야기가 돈다.

“같은 바람을 맞으며 모든 나무가 휘고 있는데, 한 나무만 비뚤어지지 않고 자라날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320쪽)

소설의 제목이자 히스클리프가 사는 집의 이름인 ‘워더링 하이츠’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언덕’이라는 의미다. 이름에 걸맞게 워더링 하이츠에는 내내 거센 바람이 불고, 그 영향으로 집 주변의 나무들은 구부러져 자란다. 이러한 특성은 자연뿐만 아니라 거기 사는 인물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포함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은 그야말로 ‘폭풍 같은’ 성격을 자랑하고, 끊임없이 서로 부딪치며 소음을 일으킨다. 이 소음은 워더링 하이츠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에밀리 브론테는이 폭풍의 끝에 증오와 복수심을 무력화하는 사랑을 준비해두었다. “인생에서든 문학에서든 진짜 정적을 맛보려면 반드시 소란을 통과해야 하고, 진짜 평화에 이르려면 어쩔 수 없이 모진 싸움을 치러야만 한다”라는 황유원 번역가의 말처럼, 워더링 하이츠를 뒤흔든 폭풍은 비로소 ‘진짜’를 알아보게 한다.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에도 여전히 남아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뿜는 히스와도 같은, 삶의 귀중한 가치들을 말이다.

사랑으로 불붙인 복수에서
복수심을 잠재우는 사랑으로

《폭풍의 언덕》은 수차례 영화화되고, 연극, 드라마, 오페라 등으로 재생산되며 그 거칠지만 섬세한 이야기의 생명력을 증명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복수’보다는 ‘비극적인 사랑’에 방점을 찍어 소개되었다. 히스클리프는 잔인하지만 불쌍하고 거칠지만 첫사랑밖에 모르는 남자로, 그의 행동은 폭력적이지만 그마저도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포장되곤 했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은 ‘질투와 복수’라는 테마로 《폭풍의 언덕》을 소개한다. 증오와 원망, 분노가 가득한 이 작품에 사랑이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그것은 복수의 출발이 아닌 끝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번역가이자 사물의 이면을 즐겨 들여다볼 줄 아는 시인이기도 한 황유원은 이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바로 “잡초와 히스로 뒤덮인 고지대의 황야”라고 말한다.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이자 성도 ‘히스(heath)’와 ‘절벽(cliff)’이 합쳐진 형태로, 실은 이 황야를 달리 부르는 명칭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독창적이고 세심한 접근 덕분에 틈만 나면 황야로 뛰쳐나가는 등장인물들에게도 쉬이 고개가 주억거려진다(나아가 《리어왕》, 《모비 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이라는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하는 해설도 흥미롭다). 마찬가지로 국내에 온전히 처음 소개되는 언니 샬럿의 ‘1850년판 편집자 서문’도 에밀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황야의 메마르고 고립된 풍광이 어떻게 《폭풍의 언덕》의 괴이하고 독자적인 인물들을 탄생시켰는지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는 이 《폭풍의 언덕》은, 가장 섬세하고 낯선 방식으로 1801년 워더링 하이츠의 문을 연다.

작가정보

Emily Bront? | 1818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일랜드 출신의 성공회 사제였고, 어머니는 에밀리가 세 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에밀리는 언니 샬럿 브론테, 동생 앤 브론테와 함께 황야의 사제관에서 성장하며 습작을 시작했다. 훗날 《폭풍의 언덕》 ‘1850년판 편집자 서문’에서 언니인 샬럿이 밝힌 것처럼 황야의 메마르고 고립된 풍광은 에밀리가 《폭풍의 언덕》의 괴이하고 독창적인 인물을 탄생시키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세 자매는 1846년 각자의 필명으로 공동 시집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출간했고, 1847년에는 샬럿이 《제인 에어》를, 에밀리가 《폭풍의 언덕》을, 앤이 《애그니스 그레이》를 차례로 출간했다. 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제인 에어》와 달리 《폭풍의 언덕》은 비도덕적이고 야만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비판받았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나 서머싯 몸, 버지니아 울프 등의 극찬을 받으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적인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소설을 출간하고 불과 1년 후 급속도로 건강이 나빠진 에밀리는 1848년 요크셔주 하워스에서 서른 해의 짧은 생을 마감했고, 《폭풍의 언덕》은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 되었다.

서강대 종교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했고, 동국대 대학원 인도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시인이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2015년 김수영 문학상, 2022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모비 딕》, 《오 헨리 단편선》,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바닷가에서》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초자연적 3D 프린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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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폭풍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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