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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

큐큐퀴어단편선 5
큐큐(QQ)

2022년 12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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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0.17MB)
ISBN 979119191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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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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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퀴어단편선은 1년에 한 권 국내 작가들과 함께 엮어내는 퀴어문학 시리즈이다. 2018년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2019년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2020년 〈언니밖에 없네〉, 2021년 〈팔꿈치를 주세요〉를 출간했다. 2022년 출간되는 〈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는 ‘큐큐퀴어단편선’의 다섯 번째 책으로 이유리, 아밀, 송경아, 이주란, 김유진, 이주혜, 성해나 작가가 참여했다.

팬데믹 이후 세상은 기후위기에 의한 전 지구적 재난과 우리의 일상과 생존을 위협하는 학살과 혐오의 사건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에 실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열심히 살았지만 경력도 모은 돈도 없는 중년 레즈비언 커플의 생활 투쟁기 '보험과 야쿠르트', 유일한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미나가 런던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헤녀들의 지독한 우정(?)을 그린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퀴어 퍼레이드에 BDSM 깃발을 들고 온 같은 반 정인이를 알게 되면서 숨겨두었던 정체성을 깨닫는 '다가가지 못하는'.

긴 시간 소식이 없는 은영을 기다리는 나와 나를 지탱해주는 친구들과의 일상이 담긴 '여름 밤', 안개로 봉쇄된 도시에 갇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수리와 정원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수리와 안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랑을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겪는 '소금의 맛', 1970년대 명동으로 모여들었던 바지 씨와 치마 씨, 그들이 머물던 ’로즈다방’에서 만난 정희와 영휘의 이야기 '늦여름 매미 만선'이 수록되었다.
보험과 야쿠르트 ㆍ 이유리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ㆍ 아밀
다가가지 못하는 ㆍ 송경아
여름밤 ㆍ 이주란
수리와 안개 ㆍ 김유진
소금의 맛 ㆍ 이주혜
늦여름 매미 晩蟬 ㆍ 성해나

“나의 애인, 혜원은 오늘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되었다.”_이유리, 〈보험과 야쿠르트〉
보험 아줌마인 ‘나’와 야쿠르트 아줌마인 ‘혜원’은 여름에는 한강 풀장에 가고, 가을에는 도시락을 싸서 관악산에 오르고, 겨울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골목을 걷고, 봄에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으며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중년 레즈비언 커플이다. 시트콤처럼 슬프고도 웃긴 이들의 사랑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야쿠르트 아줌마와 보험 아줌마 커플.
둘 다 마흔이 넘은 이 마당에 아줌마라는 단어에 발끈하고 싶지는 않으나, 우선 직함 앞에 우리가 파는 물건의 이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붙은 이 모양새가 멋지지 않다. 대개 이런 일을 당하는 직종은 정해져 있다. 종사하는 이는 많지만 그중 대부분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닌 직업,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으로는 절대 언급되지 않는 그런 직업. 예를 들어 의사는 절대 ‘병원 아줌마’로, 우주 비행사는 절대 ‘우주 아줌마’로 불리지 않는다.

“가끔 기영은 자신에게 미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_아밀,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미나’는 ‘기영’에게 유일한 레즈비언 친구이자, 유일한 뱀파이어 친구다. 헤테로인 ‘기영’은 가끔 자신에게 ‘미나’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둘은 20년 동안이나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미나’의 집에 놀러온 ‘기영’에게 ‘미나’는 런던으로 이주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한다. 둘의 우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
“네가 정말 친구야?”
미나가 낮게 속삭였다. 기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니면 내가 왜 여기 내 발로 오겠냐?”
미나가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래? 정말로? 네가 자꾸 여기 오는 이유가 그걸까?”
“무슨…….”
“너는 이상한 데서 둔감해. 그리고 지독하게 이기적이지.”
미나의 입에서 나온 날 선 비난에 기영은 흠칫했다. 미나가 기영의 턱을 젖히더니 목덜미에 입을 가져갔다. 다른 쪽 팔은 기영의 허리를 감았다. 그다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길인데도 기영은 꼼짝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봐. 너야말로 나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너의 섭이 될게, 너는 내 돔이 되어줘.”_송경아,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두 엄마와 함께 참석한 퀴어 퍼레이드에서 삼태극과 비슷한 강렬한 빨간색 깃발을 본다. 곧 그것이 BDSM 깃발이라는 것과, 깃발을 든 소녀가 같은 반의 15번 임정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임정인’과 같이 과외 수업을 받게 되면서 자신이 정인이와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한다. ‘나’와 ‘정인'이는 둘만의 세계를 완성할 수 있을까?
-
“어떤 아이는 쉬는 시간에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BDSM은 아무나 할 수 있으니까 성 정체성이 아니래. 난 ‘아무나’에 대해서는 몰라. 나에 대해서만 알아. 그리고 나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냥 여자를 사랑할 수는 없어. 내 사람이 무릎을 꿇고, 내 앞에 항복하고, 내게 힘을 넘겨주고 내가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이상의 강한 자극을 내게서 바랐으면 좋겠어. 난 내게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람을 찾을 테야. 너희들 눈에 아무리 내가 이상해 보여도, 이건 양보할 수 없는 거야. 이게 성 정체성이 아니라면 난 성 정체성이 뭔지 몰라.”
바로 그 순간, 나는 목마르게 정인이의 ‘단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_이주란, 〈여름밤〉
이른 열대야가 계속되던 어느 여름밤, ‘은영 씨’가 조용히 사라진다. ‘나’는 놀라지 않는다. 조만간 좀 떠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은영 씨’가 봄부터 말했기 때문이다. ‘나’가 은영을 기다리며 퀴어 친구들과의 우정 어린 일상을 보내는 사이 해가 바뀐다. 친구 석구 씨 어머니의 백 세 잔치를 다녀오던 길에, ‘나’는 집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다. ‘은영 씨’일까?
-
혼자서 창밖을 바라보며 소시지와 파를 썰었다. 칼질을 하는 실력이 는 후에는 또 너무 빨리 썰지 말라며 손 조심을 하라는 얘길 들었다. 은영 씨, 어쩌라는 거예요. 말하면 은영 씨는 제가 왜 이러는 걸까요, 하면서 멋쩍은 표정을 짓곤 했다. 역시 깜찍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고 귀엽고 깜찍한 것엔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중략) 나는 은영 씨와 둘이 원룸에서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방 한 칸에 빨래를 말리는 날에는 텔레비전을 못 봤다. 가려질 수밖에, 없었고 아주 작은 테이블 두 개를 반대로 두고 각자 일을 하곤 했고 식사 시간이 되면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두고 테이블을 붙여 같은 음식을 먹었다.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하면서 설거지를 하고 물을 두 잔 마셨다. 짜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요. 우리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오래 기다려왔으므로 앞으로는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은영 씨가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전보다 자주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되었지만 기다리는 연락은 없었다.

“정원은 구경만 해. 이 정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_김유진, 〈수리와 안개〉
‘수리’는 ‘나’의 옛 남자 친구의 딸로, 여름방학을 맞아 놀러 왔다가 안개 때문에 도시가 봉쇄되는 바람에 그대로 함께 살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배급 받는 식량과 생필품을 아껴 쓰며 지내던 어느 날, 아파트 정원에 비닐하우스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리’와 ‘나’는 이 재난 속에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
봉쇄가 시작된 이후, 어쩌면 아파트가 세워진 이후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정원에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같았다. 수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흥분한 듯 보였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이는 수리의 목소리 끝이 가늘게 떨렸다. (중략) 멀찍이 있던 한 남자가 도시는 정치적인 이유로 봉쇄된 것일 뿐 안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니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봉쇄는 언젠가는 풀리게 되어 있다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고 했다. 그럼 강을 뒤덮고 있는 저것은 무엇이지? 매일 조금씩 진군하며 우리를 위협하는 저것이 낯선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알던 바로 그 안개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이 김에 고사한 나무도 모두 베어버려야 한다는 사람들과 알 수 없는 이유로 눈물을 닦는 노인들, 이 모든 소란과 무관하게 벤치에 앉아 볕을 쬐며 환담을 나누는 입주민들, 그런 사람들 주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보던 수리가 조용히 삽을 들고 가장 가까운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수리를 뒤쫓아 가 목장갑을 건네주었다. 정원은 구경만 해. 이 정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말장난을 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보이는 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 이렇게 자랐지? 수리가 메마른 땅에 삽을 박아 넣으며 대답했다. 아직 더 클 수 있어.

“신들의 언덕에서 만나요.”_이주혜, 〈소금의 맛〉
어느 날 ‘나’는 아주 오랜만에 ‘너’의 메일 한 통을 받는다. 세 번쯤 읽었을 때 비로소 그 메일이 영화 〈캐롤〉의 원작 소설 《소금의 값》의 도입부를 번역한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날부터 ‘나’는 1년 넘게 ‘너’와 메일을 주고받는다. 서로 다른 언어로 이어지는 번역문에서 테레즈는 사랑에 빠지고 캐롤은 고통받는다. 마침내 번역이 모두 끝난다. 둘은 처음 그랬듯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하코다테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우리는 연인이었다. 너의 도시에서도 나의 도시에서도 할 수 없었던 일이 그 도시에서는 가능했다. (중략) 걸핏하면 서로의 뺨을 어루만졌다. 로프웨이를 타고 하코다테산에 올라가 야경을 보았다. 불꽃놀이가 펼쳐졌던 날에는 저 멀리 검은 물 위로 주황색 불꽃이 밤의 태양처럼 쏘아 올려질 때마다 입을 맞추었다. 그런 우리를 이상한 시선으로 흘끔거린 사람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직 상대방만 보느라 다른 시선은 알아볼 수 없었다. 신들의 언덕 아래에서 우리는 인간끼리 맘껏 사랑했다.

“우리에겐 다른 결말이 펼쳐질 거야.”_성해나, 〈늦여름 매미 晩蟬〉
‘정미’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명동의 레즈비언 업소였던 로즈다방에서 ‘영휘’를 처음 만난다. ‘정미’가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영휘’가 건설 노동일을 하며 전국을 도는 근 10년이나 둘은 만나지 못한다. 그러던 1990년의 어느 날, 로즈다방으로 ‘영휘’가 다시 찾아온다. 몇 십여 년을 외면해온 둘의 사랑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을까?
-
풀밭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소녀가 정미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은 채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밀어를 속삭이는 두 소녀가. 다른 결말을 기다리는 두 소녀가. 달콤한 침이 입 안 가득 고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예요.
의뭉이나 냉소가 섞이지 않은 맑은 얼굴로 그녀는 정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정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중략)
또래 남자에게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긴장감이나 열띤 흥분, 기분 좋은 고양감이 영휘와 함께 있을 때는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머니의 눈총 때문에 원활히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짧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동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기뻤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지현

소설집 《로드킬》,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레즈비언들에게 잔혹하게 구는 ‘헤녀’들의 지독한 ‘우정’에 대한 경험담을 많이 들었어요. 끝끝내 연인이 되어주지 않은 헤녀 친구에 대한 원망과 좌절감도요.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가 그 레즈비언들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설욕이 되어줄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저자(글) 송경아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책》, 《엘리베이터》, 《테러리스트》, 《백귀야행》, 장편소설 《누나가 사랑했든 내가 사랑했든》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SSC를 지키는 BDSM을 포함해) 어떤 성적 지향과 수행도 다른 성적 지향과 수행보다 더/덜 환대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과 합의에 바탕한 모든 사랑에 축복이 있기를.”

저자(글) 이주란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장편소설 《수면 아래》, 《어느 날의 나》가 있다.

작가의 말
“가까이 있지 않으면 옅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전한 마음이다.”

저자(글) 김유진

소설집 《늑대의 문장》, 《여름》, 《보이지 않는 정원》, 장편소설 《숨은 밤》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의 처음 제목은 ‘도시와 안개’였다. 그러다 소설을 쓰면서 ‘도시’를 작중인물인 ‘수리’로 바꾸게 되었다. 쓰는 동안 도시보다 수리가 더 소중해졌기 때문이었다.”

저자(글) 이주혜

소설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장편소설 《자두》 등이 있다.

작가의 말
“어쩌면 이 소설은 내 기도의 실패일지도 모른다. 다만, 소설 속 두 사람은 실패로 범람하는 마른강을 무사히 건넜으면 좋겠다. 꼿꼿하게. 묵묵하게. 한 방향으로. 가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저자(글) 성해나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뒤늦게 깨달은 사랑에 대해 그려내고 싶었다. 용기가 없어서, 주춤대고 머뭇대다 후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지, 깨닫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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