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열어 보았다
2022년 11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4월 07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ePUB (18.58MB)
- ISBN 978893923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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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모래 무덤 11
썰물 12
매화꽃 13
풍장 14
올무 16
오동나무 18
부실공사 19
놓지 마 20
우화 등천 21
당신을 열어 보았다 22
일몰 23
물푸레나무 코뚜레 24
철거민 25
수구초심 26
동안거 27
제2부
억새꽃 31
목발 32
소나기 33
목련꽃 차 34
지렁이가 우는 밤 35
아버지 36
금가락지 37
꼬리 38
누수 39
다문화 가족 40
상아 41
넝쿨, 탯줄 42
오작동 43
결투 44
울음 동냥 45
제3부
배경 49
꽃잎 마스크 50
십자가 51
눈 내린 후 52
층간 소음 53
알 54
길 55
소꿉놀이 터 56
세 사는 동안 57
이 산 저 산 꽃 피었다 58
세 근 59
꽃이 피는 중이었다 60
일출, 호미곶 상생의 손 61
집 62
낮달 63
제4부
붓꽃 67
이주민 마을 68
싸리꽃 69
주먹 실타래 70
운지법 71
공갈 젖꼭지 72
점 빼고 온 날 73
검은콩, 흰콩 74
봄 75
별 망태기 76
말 77
누군가 다녀갔다 78
앉은 자리 79
까치밥 80
장승 81
해설 이은봉 85
시인의 말 107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진영대 시인의 시집 『당신을 열어 보았다』는 1부에 실려있는 시 「당신을 열어 보았다」의 제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당신은 시인의 어머니이며, 열어보았다는 것은 이장을 하기 위해 봉분을 열고 관(이미 녹아 없어졌지만)을 열어 보았음을 말한다.
특별히 추릴만한 뼛조각 하나 남은 게 없었다 고이 누웠던 자리,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뼛조각 몇 개 주섬주섬 짝을 맞춰 뒷간이라도 다니러 가신 듯, 신발 끄는 소리가 금방 들릴 것 같았다
거뭇거뭇한 흙을 정성껏 긁어모아 문종이를 펴고 한 줌씩 올려놓았다 생전의 모습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르게 펼
쳐 놓고 봐도 어머니를 닮지 않았다
어딘가 마실이라도 가셨다가 황급히 돌아와 다시, 고이 누우실 것 같았다
-「당신을 열어 보았다」
2부의 「금가락지」도 같은 시인데, 시인은 어머니를 열어보고선 ‘살아 소원이었던 이사를 죽어서 하신 어머니’라고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슬픔보다는 소원을 들어드리는 효도하는 아들로 읽혀진다. 무덤 속의 금가락지까지 푸른 녹을 면장갑으로 쓱쓱 닦아내 툭툭 털고 가져간다. 어머니의 보물을 훔쳐가는 불효자가 아니라 어머니가 내어주는 선물로 보이는 이유다.
막냇동생은 열 살에 죽었다
아버지가 업고 가서 강기슭에 묻어 놓고
고운 모래를
무덤 위에 골고루 얹어 주었다
민물조개들이
제 몸을 끌고 지나온 자국,
강물 속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모래를 한 삽 떠서
시퍼런 강물에 흘려보내면
죽은 조개껍질이 빈 배처럼 떠내려갔다
아버지와 함께
삽을 끌고 집으로 가는 길
도마뱀이 꼬리를 끌고 다닌
흔적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모래무덤」 전문
이 시는 열 살에 죽은 막냇동생의 장례식의 장면이다. 어머니의 이장하는 시와는 완전히 다른 시의 형상화다. 마치 밀레의 ‘저녁 종’이란 그림을 보듯 한 폭의 그림이 눈앞에 선연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슬프다는 낱말 하나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관도 없이 아버지가 업고 가서 강기슭에 만든 모래 무덤, 민물조개들이 제 몸을 끌고 지나간 자국, 죽은 조개껍질이 떠내려가는 시퍼런 강물, 아버지와 함께 삽을 끌고 가는 어스름 귀갓길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이미지화되는 이 시가 그 얼마나 쓸쓸하고 슬퍼 보이는가?
진영대 시인이 기족사의 애환만 노래한 것이 아니다. 짓밟힌 민중의 고통을 읊은 「철거민」 같은 시는 짧은 시이지만 단연 압권이다. 삽날에 찍혀 모가지가 날아간 먹구렁이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거대한 폭력 앞에 짓밟혀갔던 용산 철거민들의 영상을 떠오르게 하지 않는가?
삽질 소리
계속 들린다
돌을 찍고 부러진 삽날
어딘가에 박힌다
나무 밑에 숨어 살던 먹구렁이
삽날에 찍혀
모가지, 내 모가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제 몸뚱어리를
제 꼬리로 칭칭 감는다
-「철거민」 전문
작가정보
작가의 말
손바닥에 무엇인가 기어갔다 스멀스멀, 모르는 애벌레인 듯 내 손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다 아차 싶었다 이 세상 말 아직 배우지 못한 아홉 달 손녀, 제가 왔던 세상의 말로 꼬물꼬물 뭔가를 쓰고 있었다 나는 ‘사랑해’라고 손녀의 손바닥에 써서 쥐여 주었다 이 세상 말 다 배우면 펴보라고 두 손으로 감싸 주었다
2022년 봄꽃을 기다리며, 진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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