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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실천문학 시인선 48
이영춘 지음
실천문학사

2022년 11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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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9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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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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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월간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국 문단의 원로시인 이영춘 시인이 열여섯 번째 시집 『그 뼈가 아파 울었다』를 《실천문학사》에서 출간했다. 4부 나뉘어져 있는 이 시집에는 모두 62편의 삶의 성찰이 군데군데 묻어나는 웅숭깊은 시들로 풍성하다.
전기철 시인은 추천사에서‘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비극적 현실 인식을 안고 있으며, 그 비극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승화의 이미지를 끌어온다.’며 그‘절망을 극복하는 방식은 길’이며 ‘그 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강이’며 그 강은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이며 ‘자아가 가서 닿을 수 있는 이미지’이며 ‘또한 건너는 이미지’라고 풀이하고 있다.
시인은 춘천의 안개 자욱한 강둑을 구도자의 마음으로 지나간 세월과 다가올 세월을 생각하며 거닐면서 흐르는 강물이 들려주는 삶과 피안의 지혜 혹은 깨달음을 이 한 권의 시집에 비극적 아름다움으로 고고孤高하게 승화시키고 있다.
제1부
성 밖에서 11
운성으로 가는 서사 12
고생대를 복사하다 14
별똥별은 아프다 15
서사로 가는 문 17
잎 속의 입 18
반나절의 생 19
2021광장, 그리고 광야 20
침묵의 강, 침묵의 도시 22
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 24
운파동 사거리 26
도성 안에서, 도성 밖에서 27
바람과 외투 28
본성, 두루마리 휴지 29
프로이트, 현몽하다

제2부
거울의 뒤편 35
내 시를 곡하노라 36
쿠키 쿠키 38
삼각형 안에서 39
어느 우수주의자의 하루 40
내 안의 도피안사 1 42
내 안의 도피안사 2 44
거울에 도달하는 길은 45
과자 먹는 무덤 47
마지막 생일 48
바람의 길 49
시간에 기대어 51
거울을 지우다 52
바람의 날개 54
바다와 갈매기와 그리고 나 55
겨울 갈대.2 57

제3부
달에게 묻다 61
옥이의 모자 62
A/S해서 보내 주세요 63
옆집 발코니 64
매미 허물 같은 65
들새 66
가을, 물수레 바퀴 68
흙 속에서 69
초침 70
밤의 아라크네 71
영혼 결혼 72
구두수선 booth 74
길 없는 길 위에서 75
내 안의 아트만 2 77
지붕이 사라지다 78
책이 있던 찻집 79

제4부
눈 내리는 날 83
아파트 숲의 오후 84
동굴의 흔적 85
제주, 마야 87
빈자의 전언 88
맨살 90
선물 91
거돈 사지 92
아버지의 가방 93
가을 봉분 94
꽃과 알 95
돌무덤 96
낯선 길, 낯선 얼굴 97
달빛 속에서 98
겨울 안개 99
저자 산문
시인의 말

평소 서정적인 시를 위주로 써 오던 이영춘 시인의 시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에 주저앉아 애사哀詞를 읊고 있는 시가 눈에 띄는데, 그게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이다. 뼈만 남은 그들은 6.25, 5.18, 세월호 등의 희생자들로 읽힌다. 시인은 좌우 이념을 초월한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뼈가 아파서 내가 울었다
아픈 뼈 보이지 않아서 울었다
아픈 뼈 볼 수 없어서 울었다
두들겨 맞아 아픈 뼈,
곤봉 대검帶劍 총알 폭탄 맞아 아픈 뼈,
피투성이 상처로 아픈 뼈,
돌아올 수 없어서 아픈 뼈.
해골이 되어 울고 있을 뼈,
그들의 뼈와 살이 아파서 내가 울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나
어느 골목 어느 바다 어느 산야에서 울고 있나
뼈가 아픈 아들아, 뼈가 아픈 오빠들아!
뼈가 없어진 청춘들아!
뼈마저 죽어간 그대들아!

그대들 잠든 그곳엔 지금 가랑잎만 날리고
「그 뼈가 아파서 울었다」-전문

〈저자 산문함 함께〉

안개 속에서
안개 속을 걷는다 모래톱을 걷는다 발이 늪 속으로 빠진다. 늪은 내 시의 공간이다. 여기는 지금 초겨울 입새 오후 세 시, 안개가 짙다. 춘천은 안개 공장이 있다고 어느 시인은 말한다. 안개 공장, 다소는 우울하고 다소는 낭만적이다. 낭만 속에서 우울 속에서 내 시는 부화한다. 어둠과 슬픔의 싹이 트기도 한다. 장폴 싸르트르는 “문학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고 했던가! 50여 평생 그 물음의 길 위에서 나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그래서 아프다. 늘 마음이 아프고 뼈가 아프다. 그 아픔은 내 ‘슬픔의 정체성’이다. 종이학처럼 허공에서 떠도는 수인囚人,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행자行者, 이것이 내 시의 변곡점이다.

강 이미지
롤랑 바르트는 “언어는 살갗이다. 나는 그 사람을 언어로 문지른다.”라고 역설한다. 내 시도 강을 언어로 문질러 보려고 손짓해 본다. 환경이 부여한 공간적 수확이다. 사방으로 강물이 흐르는 ‘춘천’이란 공간이 그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이 강가를 걷는다. 그러나 이 도시가 낭만과 아름다움만 존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 수록된 「운파동 사거리」처럼
폐허 같은 골목이 있고, 가계 문을 닫은 골목도 많다. 지난 해 여름 장마에는 인공 수초 섬을 지키기 위하여 급물살에 뛰어들었던 분들의 목숨이 산산이 산화되었다. 한 구의 시신은 영영 찾지 못한 채, 시민 장葬을 치뤘다. 그 참상을 승화한 시가 「침묵의 강, 침묵의 도시」이다. 이렇게 나의 정서는 저 깊은 강물에서 늘 기쁨과 슬픔, 허무가 상징과 은유로 닿아 있다.

빈 그릇
붓다는 말한다. “이 모든 존재들은 슈냐(sunya:空)로 가득 차 있다. 슈냐 즉 공空은 곧 루빠(rupa)즉 색色이다. 나는 이 설법 같은 공空을 좋아한다. 2부에 수록된 시 「쿠키 쿠키」도 그런 의식의 산물이다. 공과 색, 삶과 죽음 의식의 등식이다. 나의 그런 의식은 색보다 공의 의식이 지배한다.

쿠키 쿠키는 분명 과자다
그런데 우리말 음상으로 키 큰 키 큰
남자 이름으로 들린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다
허공, 허공, 허공---
이 세상에 허공만큼 큰 것, 또 무엇이 있을까?”
-「쿠키 쿠키」 부분

물론 이 공은 색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공, 그 의식은 늘 나를 더 괴롭힌다. 내 존재가 없음에 대하여, 빈손에 대하여, 빈 영혼에 대하여, 빈 강물에 대하여, 빈산에 대하여, 내 열차는 늘 멈춰 선다. 또한 「바람과 외투」에서도 나는 이렇게 공의 의식을 노래한다.


고골리의 도둑맞은 외투 같은 우울을 안고 돌밭 길을 간다
차창을 두드리며 달려오는 빗소리,
죽은 외투의 그림자
박제된 맨살의 그림자가 창에 어린다
긴 강을 건너가는 바퀴의 울음소리
하늘 가득 산화된 외투가 펄럭인다
-「바람과 외투」부분


「바람과 외투」는 내 잃어버린 영혼에 대하여, 허무 의식에 대하여 공으로 흐르는 내 피의 근원으로 작용한 산물이다.

* 직관(intuition)
“시의 첫 줄은 신이 주신 것이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존중한다. 직관은 내 시의 감각이고 자산이다. 또한 “사물에서 생명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 그는 더 이상 시인이 아니다.”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입을 빌리려고 노력한다. 대부분 직관으로 오는 시는 ‘주지시’보다 ‘서정시’에서 잘 찾아온다. 졸시 「도피안사.1.2」도 그렇고 「매미 허물 같은」 등 대부분의 작품이 직관에 의해 쓰여 질 때가 많다.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가 시인이란 뜻이다. 나도 신적인 영감과 직관에 좀 더 깊숙이 도달하길 원한다. 그러나 그 신은 나로부터 도망갈 때가 많다.

내 피안의 길은 어디인가?
잠들 때마다
잠 깰 때마다
황량한 이 바다 어떻게 건너가야 하나? 어떻게 살아내야 하나?
천 길 구렁 같은 길 위에서 길을 잃곤 했는데
오늘 이곳에 이르러
도道의 한 끝이 보인다
무空의 첫 길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살덩이 한 줌으로
아무것도 아닌 흙 한 삽으로
육천 제곱의 생을 끌고
바람으로 흙으로 돌덩이로 이곳에 이른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 속에서
스님들이 다비식을 봉정하는 독경 소리,
아득히 산그늘로 저물어 가는데
까마귀 떼 같은 검은 연기 하늘에 닿는다
한 영혼의 눈眼을 쓸어내리는 저 소리,
아득히 산등성을 넘어 간다
-「내 안의 도피안사.1」-전문

* 노트
나는 주지주의(intellectualism)의 시도 좋아하지만 정서가 촉촉히 베인 서정시(lyric)도 좋아한다. 「잎 속의 입」, 「본성, 두루마리 휴지」, 「2021광장, 그리고 광야」,「반나절의 생」,「매미 허물 같은」,「성 밖에서」같은 시는 현 시대상을 풍자한 시로 전자에 속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 정치인들의 말, 말, ---, 광장에 구름처럼 몰려나와 구호를 외치는
무리들의 양극화 현상을 그린 작품들이다.
더구나 「성 밖에서」는 힘 있는 어떤 그룹에도 끼이지 못하고 항상 그늘에서 빗물처럼 젖어 떨고 있는 풀잎 같은 존재들을 그렸다. 이 존재는 결국 나의 ‘자화상’이 아닐까? 변명
한다.
“서정시인들의 형상들은 바로 그 자신이며 자신의 다양한 객관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비극의 탄생」)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수주의자의 하루」,「시
간에 기대어」, 「달에게 묻다」 등 대부분의 작품이 후자에 속한다고 자평한다.
후자는 주로 정서적 충동에서 출발한다. 아무튼 나는 두 갈래(주지시와 서정시)의 길에서 내 시의 온도는 몇 도나 될까를 수시로 체크하고 반성한다. 도달점은 에토스(ethos)가 강한 시를 쓰고 싶다. 오늘도 24시의 시간이 23시의 해처럼 넘어가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영춘

강원도 봉평에서 출생하여, 경희대 국문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에 『시시포스의 돌』,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 『따뜻한 편지』, 『오늘은 같은 길을 세 번 건넜다』 등이 있고, 시선집에 『들풀』, 『오줌발, 별꽃 무늬』, 번역시집에 『해, 저 붉은 얼굴』 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대한국향토문학상대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특별상, 난설헌시문학상, 천상병귀천문학대상, 김삿갓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또 하나의 강을 건너간다
달빛이 길을 놓는다
달빛 속에서 물고기들이 팔딱거린다
유서 쓰듯, 혈서 쓰듯, 그 한 마디를 쓰려고 애썼다
그러나 아득했다
시詩라는 신神 앞에서---
-2021. 11
안개 도시, 춘천에서 이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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