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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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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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그는 일견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을 응시하며,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치부와 상처를 고집스레 파고든다. 건조하고 차가운 카버의 시선이 훑고 간 일상의 풍경은, 그때서야 참모습을 드러내며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압박해온다.
레이먼드 카버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정직하고 무심한 태도로 삶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를 더없이 간결하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러면서 삶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단번에 관통해 보여준다. 레이먼드 카버가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리며 소설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취 때문일 것이며, 때로 마주하기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그의 소설을 우리가 쉽사리 외면하지 못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오랜 시간 고심하며 새로 다듬은 번역과 작품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설은, 카버 문학의 정수를 오롯이 음미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셰프의 집
보존
칸막이 객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기차
열
굴레
대성당
해설 | 맹인에게서 '뭔가'를 보는 법을 배우기
레이먼드 카버 연보
<b>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만나는 카버 문학의 정수!
“의심의 여지 없이 레이먼드 카버는 나의 가장 소중한 문학적 스승이었으며,
가장 위대한 문학적 동반자였다.” _무라카미 하루키</b>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레이먼드 카버. 1960년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한 이후 198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소설집, 시집, 에세이 등 십여 권의 책을 펴냈다.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전 세계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좋아하는 작가로 주저 없이 ‘레이먼드 카버’를 꼽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다. 오랜 시간 고심하며 새로 다듬은 번역과 작품에 대한 깊고 풍부한 해설은, 카버 문학의 정수를 오롯이 음미할 기회를 마련케 해줄 것이다.
<b>더 충만하고 강하고 희망적인, 카버가 가장 사랑한 단편 </b>
카버는 제재소 목공, 병원 수위, 교과서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열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스물한 살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부부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실직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알코올중독까지 겹치면서 그는 매우 힘겨운 삶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벌이’를 위해 전쟁처럼 삶을 치러내야 했던 카버에게 글쓰기는 삶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카버의 작품에는 그가 살아내야 했던 신산한 삶의 풍경이 여기저기 그 흔적을 드러낸다.
“아무도 저에게 작가가 되라고 요구한 적은 없어요. 그러나 살아남고, 공과금을 내고, 식구들을 먹이고, 동시에 자신을 작가로 생각하고 글쓰기를 배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쓰레기 같은 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글을 쓰려고 애쓰면서 제가 빨리 끝낼 수 있는 걸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 당장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단편이나 시를 썼지요.”
_ 레이먼드 카버, 『작가란 무엇인가』 중에서
삶의 한 단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추어주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일상을 포착한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생의 말기에 쓰인 『대성당』은 그런 황량한 풍경 속에서도 이전 작품들보다는 한층 충만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카버는 한 인터뷰에서 “『대성당』에 실린 단편들은 더 충만하고 강하고 발전적이며 희망적”이라고 언급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게는 그 어떤 기획도 없습니다. 다만 제 삶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것이죠. 술을 완전히 끊었거든요. 아마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더 희망적인 모양입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가란 변해야만 한다고, 자연스레 성장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심은 소용없어요.”
<b>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리얼리즘의 대가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b>
『대성당』 역시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서로 단절된 채 소통하지 못하거나(「깃털들」 「비타민」 「대성당」 「신경써서」),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전전긍긍하거나(「비타민」), 직장을 잃거나 알코올에 취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보존」 「굴레」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등장인물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 그들의 삶은 어딘지 어긋나 있는데다 삶의 방향 감각마저 상실한 상태다.
카버는 간결한 문체와 일상적인 대화로 이들의 삶을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그는 일견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풍경을 응시하며,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치부와 상처를 고집스레 파고든다. 건조하고 차가운 카버의 시선이 훑고 간 일상의 풍경은, 그때서야 참모습을 드러내며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압박해온다. 관계가 악화되어 헤어졌던 부부는 새로 얻은 집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인다(「셰프의 집」). 사랑했던 아내는 직장 동료와 바람이 나 아이들까지 버리고 집을 나가고, 주인공은 배신의 상처와 육아 문제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다(「열」). 이들에게 행복은 찰나의 신기루일 뿐이며, 희망을 품는 그 순간 삶은 또다시 이들을 기만하고 조롱한다. 그러나 카버는 이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새로운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희망이 삶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음도.
이러한 희망의 모습은 표제작인 「대성당」과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가장 극명하게 제시된다. 이 두 단편은 카버가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사랑했던 작품으로, 특히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은 카버가 이전에 발표했던 「목욕」(이 단편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수록되어 있다)을 다시 고쳐 쓴 것으로 유명하다. 두 작품 모두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된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소통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단절이 가장 극에 달한 순간, 놀랍게도 카버는 진정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대성당」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예술에 대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은유라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화자의 손에 맹인의 손이 닿는, 그 실제적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건 완전히 상상에서 나온 겁니다. 그런 의도는 내게 없었어요. 뭐랄까, 아주 기이한 발견 같은 게 있었던 거죠. 같은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도 일어났습니다. 한 부부가 빵집 주인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애당초 이 소설을 영혼의 차원까지 끌어올릴 생각은 없었는데,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납니다. 그 부부는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죠. 그게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일종의 영성체 의식인 셈이죠. 두 이야기는 긍정적으로 끝나기 때문에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이 두 단편이 살아남는다면 제가 정말 행복할 겁니다.” _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카버는 동정이나 연민이 아닌 정직하고 무심한 태도로 삶을 응시한다. 그리고 이를 더없이 간결하고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러면서 삶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단번에 관통해 보여준다. 레이먼드 카버가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불리며 소설가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그의 문학적 성취 때문일 것이며, 때로 마주하기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그의 소설을 우리가 쉽사리 외면하지 못하는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b>『대성당』에 쏟아진 찬사</b>
이 열두 편의 단편에는 인생의 위험, 흥분, 신비, 가능성이 빼곡하게 담겼다. 카버는 정직한 태도로 삶에 깊이 공감하는 뛰어난 작가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바라보는 그대로 이 세계를 표현하고 드러내고자 한다. 그 시선은 하도 명징해서 닫힌 마음을 단숨에 깨뜨린다. _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
그 풍경 속에 자신의 성격을 담은 에드워드 호퍼처럼 카버는 시간의 흐름이 우리 삶을 배신하는, 푸른 그늘이 드리워진 그 얼어붙은 세계를 묘사한다. _ 보그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어를 너무 정확하게 구사한 까닭에 소설 속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면 전율할 수밖에 없다. _ 시카고 트리뷴
카버는 리얼리스트 이상이다. 그의 단편에는 어떤 신화를 다 깨뜨리고 난 뒤의 껍질 같은, 기기묘묘함이 담겨 있다. _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대성당』에 수록된 단편들은 놀랄 만큼 뛰어나다. 작가의 역량과 깊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_ 보스턴 글로브
작가정보
저자 레이먼드 카버 Raymond Carver는 1938년 5월 25일 오리건 주 클래츠케이니에서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재소, 약국, 병원 등에서 일하며 틈틈이 문예창작 수업을 받다가 1959년 치코 주립대학에서 문학적 스승인 존 가드너를 만나게 된다. 이듬해 문예지에 첫 단편소설 「분노의 계절」이 실린다. 1963년 훔볼트 대학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고, 아이오와 주로 이사하여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에 참여한다. 1967년 그의 작가로서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편집자 고든 리시를 만난다. 첫 시집 『겨울 불면』을 출간하고 이후 UC 버클리, 아이오와 작가 워크숍 등에서 강의를 하지만, 알코올중독, 아내와의 별거, 파산을 겪으며 불행한 삶이 이어진다. 1976년 첫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출간하고, 이듬해 이 작품이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다. 이후 구겐하임 기금, 아트 펠로십 소설 부문 국립기금,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밀드레드 앤 해럴드 스트로스 리빙 어워드’를 수상하며 의욕적인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1983년 그의 대표작이라 평가받는 『대성당』을 출간했으며,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다.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회원이었으며, 1988년 암으로 사망한다.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하고 싶다면』, 에세이, 단편, 시를 모은 작품집 『불』, 시집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 『울트라마린』 『폭포로 가는 새 길』 등을 펴냈다.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의 체호프’라 불리며 1980년대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번역 김연수
역자 김연수는 소설가. 작품으로 『?빠이, 이상』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계의 끝 여자 친구』『7번 국도』 『원더보이』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등이 있으며, 작가세계문학상,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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