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마음
2022년 11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8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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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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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의 글을 모은 이 책에서 그는 “최근의 문화적 이슈에 있으나 마나 한 코멘트를 제공”하고 SNS 팔로워 숫자에 연연하며 “특정 대상이나 특정 입장을 피함”으로써 굴종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비판적 논의를 위한 관점을 구성”해내고자 했다. “무난한 마지막 문단” 그리고 “보편적 관점”이라는 핑계로 “원론적으로만 옳은” 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사회의 공론장 속에서 실천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벼려온 노력의 결과를 담았다.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더 나은 방향을 제안하는 일은 때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뾰족함과 삐딱함은 다를뿐더러, 실명 비판과 제언이 전투태세 돌입과 비방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뾰족한 마음”은 불의한 세상에 무기력하게 타협하지 않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며, 곳곳에서 분투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이어 닿기 위한 연대의 목소리다. 저자가 대단한 사람이라 뾰족한 게 아니다. 그는 대단하지 않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을 위해 뾰족해지려는 것이다. 이는 저자에게 세상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발화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웹툰에서 OTT, 영화, TV 예능, 비디오게임, SNS 그리고 정치 이슈까지 넘나드는 35개의 대중문화 비평 글은, 때로는 강력한 비판과 도전으로 때로는 적극적인 발굴과 찬사를 통해 섣부른 낙관과 건방진 냉소를 넘어선 삶의 전망과 논의의 지평을 열어내고자 시도한다.
1장. K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박태준의 ‘인싸’ 월드는 무엇을 배제하는가 - ?외모지상주의??싸움독학??인생존망? │ 윤리적 전망을 남기지 못한 길고 긴 알리바이의 기록 - ?인간수업? │ 선의 포기를 종용하는 나홍진의 세계관 - ?랑종? │ ?D.P.?가 군필 남성들의 자기연민을 위한 땔감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논의들 │ 중년 남성에 대한 연민만 일관적인 마구잡이 서바이벌 게임 - ?오징어게임? │ ?지옥?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츠의 지옥도가 욕망하는 것 │ 노홍철의 넷플릭스 타령이 드러내는 글로벌 콘텐츠의 진실 - ?먹보와 털보? │ ‘지금’ 그리고 ‘우리’에 대해 무책임한 세계 - ?지금 우리 학교는?
2장. 차별에 찬성하는 세계
하연수, 타협 없이만 누릴 수 있는 자유 │ 차별주의자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줄 때 벌어지는 일 │ 허지웅과 주호민의 데칼코마니 같은 PC주의 비판 │ 김대중을 모델로 하면서 전라도 사투리를 배제한다고? │ 을지OB베어가 사라져도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힙’할 수 있을까 │ 네이버웹툰에 대한 여성혐오자들의 악플 테러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벌어졌는가 │ 이준석과 ?더 지니어스?, 공정한 경쟁이라는 허구의 세계 │ 기안84와 달팽이 인간 그리고 ‘이대남’이라는 정체성 │ 신남성연대 같은 차별주의자들은 어떻게 댓글을 게시판으로 활용하나
3장. TV는 정색을 싣고
비와 유재석의 촌스러움 속에서 더 빛난 이효리의 하드캐리 │ 남발하는 ♡는 사랑을 가장한 어뷰징 │ ‘가짜사나이’들의 자발적 착취가 만들어내는 자기 극복의 가짜 쾌감 │ 사생활 리얼리티쇼와 하이에나의 언어들 │ 드라마 속 흥신소 클리셰는 사라져야 한다 │ 윤석열의 안하무인 그리고 ‘온 더 블럭’ 없는 유재석의 딜레마 │ 임종린의 세계와 포켓몬빵의 세계라는 대혼돈의 멀티버스 │ 세상엔 오은영 박사님도 해결 못할 문제가 있다
4장. 작지만 의미 있는 전진
진심은 어떻게 진실을 속이는가 - ?스토브리그? │ 김신영이라는 천재가 소환한 새로운 예능 캐릭터 - 둘째 이모 김다비 │ 비극적 아이러니를 담아낸 위대한 속편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라는 항변의 무가치함 - ?성경의 역사?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 - ?카이로스? │ 배우 반민정의 싸움을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 │ 가상을 통해 대면할 수 있는 진실들에 대하여 - 《이세린 가이드》 │ 생존 너머 인간의 삶 - ?위아더좀비? │ 우리가 구체적인 가해자들에 대해 말해야 하는 이유 - ?프레이밍 브리트니? │ ‘참교육 썰’이 대세인 시대에 더 소중한 사과와 용서의 가능성 - ?집이 없어?
오해해선 안 된다. 이것은 디스토피아에 대한 재현이 아니다. 디스토피아를 향한 무기력의 학습이다. 지금, 우리에 대한 상상력을 갉아먹는. _14쪽
잔인함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구성된 가상의 세계 안에 마치 인간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라도 있는 양 으스대거나 추켜세우는 것에 나는 호들갑보다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그리고 현재 K콘텐츠 혹은 K드라마 열풍에 대한 담론 상당수가 그러하다. _81쪽
능력주의자들처럼 누군가의 세상에 대한 기여도를 줄 세워 평가할 수 있는 올인원 스탯의 허구적 가능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협업의 기회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지만 쉽게 집계되지 않는 그 수많은 능력들에 대해 존중하고 겸손해지는 것이 훨씬 이치에 맞을 것이다. _84쪽
페미니즘 혐오와 여성혐오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상이 충분히 평등했다는 전제 아래 페미니스트들이 던진 돌이 불필요한 파장을 일으켰다는 서사에 동의해야 한다. 즉 이미 김치녀, 김여사, 된장녀, 맘충 같은 차별적 어휘가 기본값이었던 세상에서 대항 언어로 한남이 등장한 걸 마치 평화롭던 세상에 남혐 단어가 뚝 떨어진 것처럼 거짓말을 해야 한다. 대체 이런 허접한 논리에 언제까지 반박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_159쪽
권력이란 분류할 수 있는 힘이며,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순환적으로 증명된다. 그래서 다시, 무엇을 보고 웃을 것인가, 웃어도 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은 다분히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질문이다. 웃자고 한 말의 무게란 결코 가볍지 않다. _162쪽
우리는 이 가학적 풍경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아닌, 이 가학적 풍경이 정당화되는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이것은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자신이 겪는 고통의 크기만으로 진심을 증명받을 수 있는 이 진정성 가득한 지옥에서 우리가 과연 살아갈 수 있는지,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지의 문제다. 진정성 있는 지옥이, 지옥이 아닌 건 아니므로. _226쪽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다는 것이, 코로나 이전의 세계가 우리가 회귀해야 할 어떤 ‘정상’ 세계라는 것을 뜻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회귀할 좋은 과거가 아닌 새로운 미래에 대한 전망과 가능성이다. _228쪽
어디 남들 하는 대로 안 하면서 잘되나 보자, 라고 백안시하는 수많은 의혹의 눈길 앞에서 그럼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을 때, 조금만 잘못해도 그럴 줄 알았다고 신나서 떠들 이들의 냉소 앞에서 그래도 한 발을 더 디뎌야 할 때, 모두의 의심 속에서 결국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피어오를 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목소리만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헌신할 버팀목이 되어 준다. 보수화된 통념의 힘 앞에서 그럼에도 함께해주는 이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헌신이며, 오로지 그런 헌신만이 도래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준다. 세상의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모든 노력은 그러한 헌신과 연대로만 가능하다. _312쪽
대중문화라는 역동적인 현장
누군가는 대중문화를 ‘그저 웃자고’ 소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중의 삶의 행동과 생활양식 그리고 정서와 태도에 깊숙하게 스며든 문화의 총체인 ‘대중문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비평의 대상이자 공론장의 핵심 화두 중 하나이다. 또한 통념에 의한 권력의 지배와 그에 대한 도전과 저항이 매일 벌어지는 역동적인 현장이다. 2020~2022년의 치열했던 대중문화의 현실을 저자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하여 정리했다.
1장 〈K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서는 8개의 글을 통해 ‘세계적으로 일류’라고 칭송받기까지 하는 이른바 ‘K컨텐츠’들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가장 중요하게는 〈오징어게임〉 등의 OTT물에서 반복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과연 어떤 유해로운 요소들을 숨기고 있을는지, 그리고 그러한 요소들의 누적이 우리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다뤘다. 웹툰계의 황소개구리(?) 박태준 유니버스의 ‘인싸 월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는 어떻게 지역을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폈다.
2장과 3장에서는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여전히 폭주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을 다뤘다. 2장 〈차별에 찬성하는 세계〉에서는 9개의 글을 통해 악플 테러, PC주의, ‘사투리’, ‘이대남’, 을지OB베어 등의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주로 다뤘다면, 3장 〈TV는 정색을 싣고〉에서는 8개의 글로 〈가짜사나이 시즌 2〉, 사생활 리얼리티쇼, 대통령 출연 예능 등의 방송 프로그램들을 주로 다뤘다. 윤석열, 이준석, 허지웅, 기안84 등 명사들에 대한 실명 비판을 피하지 않았다.
통념에 저항하며 선의를 향해 손 내밀기
4장 〈작지만 의미 있는 전진〉에는 대중문화의 현장에서 작가가 반드시 더 알리고 내세우고 싶은 작품, 인물, 사건들에 대한 발굴과 헌사들을 모았다. 전작들과 다소 구분되는 지점으로, 이전 글들에서 부분적으로 표현되었던 ‘좋은 본보기’들을 이번에는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통념에 저항하고 싸운 이들의 선의와 헌신에 손 내밀어 연대하고자 했다.
‘부캐’ 신드롬으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천재성의 산물 ‘둘째 이모 김다비’, 최근의 대세(?)인 ‘(약자에 대한) 참교육 썰’을 내용부터 형식까지 모두 전복한 웹툰 〈집이 없어〉, 언론과 지식인 등의 반여성적 공모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당당하게 맞선 배우 반민정의 이야기 등 10개의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더 알리고,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부분을 조명하고자 했다.
35개의 글을 통해 저자는 “보수화된 통념의 힘 앞에서 그럼에도 함께해주는 이들의 존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이 결국 “도래할 더 나은 미래”의 출발점이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에 기여하기 위해서 또는 기여하는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쓰였다. 이것이 뾰족한 마음으로 세상에 끊임없이 지치지 않고 비판적으로 말을 거는 이 책의 존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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