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2022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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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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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달팽이 식당》의 주인공 링고와 저마다의 내밀한 상처를 지닌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시련을 딛고 삶을 긍정하며 계속 살아나가는 법에 대해 들려준다. 식당 이름에는 인생이 일순간 무너져 내리는 듯한 절망을 경험하고서도 ‘달팽이처럼 내 삶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지고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주인공의 다부진 결심과 의지가 담겨 있다. 과거의 아픔 혹은 외로움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사람, 일상에 지친 마음을 잠시라도 행복한 기운으로 감싸 줄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달팽이 식당의 상냥한 치유 마법이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는 새로운 단편 《초코문》도 함께 실렸다.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특별한 커플의 이야기가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달팽이 식당
초코문
옮긴이의 말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 p.25
모계 가족의 기질은 반드시 대를 걸러 유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엄마는 너무도 정숙한 외할머니에게 반발해 그것과는 정반대로 파란만장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고,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을 거라고 반발해, 또 그것과는 정반대인 평범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셀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얗게 칠한 부분을 딸은 열심히 검게 덧칠하고, 그 딸인 손녀는 다시 하얗게 칠하려고 노력한다.
- p.73
그 작은 공간을 책가방처럼 등에 메고,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나와 식당은 일심동체.
일단 껍데기 속에 들어가 버리면 그곳은 내게 ‘안주(安住)의 땅’이다.
- p.75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
- p.79
얼마 동안이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을까.
잠시 후 달그락, 하고 식기와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서 커튼 너머로 식당을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손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사과겨된장절임을 천천히 입에 넣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식전주가 아주 약간 줄었다.
나는 굴과 옥돔 카르파초를 올릴 접시를 얼른 꺼냈다.
- p.106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 엄마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외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에너지와 거의 동등할 만큼 깊고 무거웠다. 그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었다.
사람은 항상 맑은 마음으로만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의 마음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흙탕물이다.
- p.173
어쨌든 중요한 건 무심해지는 것. 제일 싫어하는 네오콘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그 사실을 되도록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싫어하는 감정은 반드시 맛에 반영되니까, 마음도 머리도 비우기로 했다.
“초조해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으로 부엌에 서야 해.”
할머니가 곧잘 해 주시던 말씀이다.
- p.205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단두대처럼 내 목에 차가운 칼날을 들이댄다. 행복에 대한 기대의 실을 무자비하게 뚝 끊어 놓는다.
- p.210
세상에는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안다.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 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
- p.216
그날 일을 더 떠올리면 내가 망가져 버릴 것 같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하도록 하자.
정말로 소중한 것은 내 가슴속에 넣어 놓고 열쇠로 꼭꼭 잠가 두자. 아무에게도 도둑맞지 않도록. 공기에 닿아 색이 바래지 않도록. 비바람을 맞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 p.252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과민해진 내게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요리를 만들어도 맛이 나지 않았다. 문어가 자기 발을 먹고 배를 채우는 것처럼, 고양이가 자기 성기를 핥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 p.266
먹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리를 만들자.
- p.272
★ 전 세계 9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밀리언셀러
★ ‘일본 힐링 소설의 원조’ 오가와 이토의 눈부신 데뷔작
“이 소설을 번역하는 동안 참 행복했다.
그 행복이 고스란히 독자 여러분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
- 권남희(번역가)
소설은 주인공 ‘링고’가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와 텅 빈 집과 맞닥뜨리면서부터 시작된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같이 살던 연인이 전 재산과 가재도구까지 몽땅 싸 들고 사라져 버렸다.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인지 갑자기 목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다. 별안간 실어증 환자, 빈털터리 외톨이가 돼 버린 링고는 할 수 없이 십 년 전 스스로 달아나듯 떠나 온 고향에 돌아간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생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할 수가 없었다(p173)”고 표현할 만큼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딸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돼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상처뿐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곳으로. 무슨 일을 해서 이 난국을 타개할까 고민하던 링고는 일생일대의 각오를 하고 엄마의 집 창고를 빌려 작은 식당을 열기로 한다. 요리라면 잘할 수 있다. 그것만큼은 자신 있다.
나는 지금부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이곳,
달팽이 식당의 주방에서.
‘내 가게’를 갖는 것은 링고의 오랜 꿈. 가재도구도, 조리 기구도, 돈도, 갖고 있던 것은 모두 잃어버렸지만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다. 솜씨 좋은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귀중한 레시피들과 다양한 음식점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링고의 몸에, 피와 살과 손톱 사이에 나이테처럼 남아 있다. 조용한 산골 마을의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한 링고는 달팽이 식당과 함께 삶을 재건할 의지를 불태운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남자 친구의 배신으로 그동안 노력해 쌓은 모든 걸 잃어버린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컸지만, 링고는 그 일을 계기로 인생이 크게 한 걸음 전진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부지런히 식당 오픈을 준비하며 새로운 희망을 그려나간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의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때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길가에 뒤집어진 공벌레를 구해 주는 것이 행복했다. 닭이 갓 낳은 계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의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그물버섯을 겨된장에 넣어 먹는 것도.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p80).”
이름은 ‘달팽이 식당’. 정해진 메뉴는 없고 손님은 하루 한 팀만 받기로 한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해서 손님의 성격과 사연에 딱 맞는 요리를 내놓는 것이 원칙이다. 먹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온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덕분일까.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수십 년째 상복 차림으로 슬픔에 잠겨 지내는 할머니,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구하려는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가출한 아르헨티나인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 씨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품고 찾아온 손님들은 마법을 부린 듯 신비한 힘을 발휘하는 링고의 요리를 먹고 새로 태어난 듯 벅찬 마음으로 달팽이 식당의 문을 나선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누군가는 영원할 것 같던 고독에서 벗어나고, 누군가는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던 사람과 재회하고, 누군가는 두 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을 이룬다. ‘살아 있음’의 행복을 맛있는 음식으로 깨닫게 해 주는 곳, 이런 식당이 과연 존재한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p.245)”라며 링고가 정성을 쏟아 만들어 내는 음식들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며 독자를 기분 좋은 상상 속으로 이끈다.
아무도 모르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가와 이토가 보내는 따스한 힐링 메시지
《달팽이 식당》은 오가와 이토를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게 한 대표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뒤 십 년 가까이 습작에 매진했다고 한다. 여기저기 공모전에 응모해 봐도 그럴듯한 성과가 없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만둘 각오로 혼을 담아 쓴 소설이 바로 《달팽이 식당》이었다. 《달팽이 식당》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독자들의 끝없는 요청으로 이뤄진 12년 만의 국내 재출간을 기념하며 쓴 서문에서 오가와 이토는 한국 독자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이렇게 표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있었고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됐습니다. 제게는 정말로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제 원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달팽이 식당》이 한국에서 재출간돼 새로운 독자들을 만난다니 기쁩니다(p.5).” 《달팽이 식당》은 오가와 이토 표 위로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놓쳐선 안 될 필독서다. 작가 자신이 계속된 시련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지듯 따스하고 다정한 문장들에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진다.
작가정보
小川 ?
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1973년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다. 상처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어떤 상황에서도 인생을 긍정하게 만드는 따뜻한 힐링 소설로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 팬을 가지고 있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베트남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누적 100만 부 이상 발행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고 2011년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반카렐라, 2013년 프랑스의 외제니 브라지에 등 유력 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오가와 이토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기도 했다. 그 외 저서로는 《라이온의 간식》,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따뜻함을 드세요》, 《트리 하우스》, 《초초난난》, 《바나나 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양식당 오가와》, 《인생은 불확실한 일뿐이어서》 등이 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는 《번역에 살고 죽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카모메 식당》, 《시드니!》, 《애도하는 사람》, 《빵가게 재습격》, 《반딧불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종이달》, 《배를 엮다》, 《누구》, 《후와 후와》, 《따뜻함을 드세요》, 《트리 하우스》, 《바나나 빛 행복》,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양식당 오가와》, 《라이온의 간식》, 《숙명》, 《무라카미 T》 외에 30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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