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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마리 루티 지음 | 이현경 옮김
을유문화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2년 11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9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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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2422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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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지 않는 업무, 엉키어만 가는 관계, 상처를 주는 연인. 우리는 고통만 없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리 루티는 고통이야말로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과거에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이 타인과 원활하게 관계 맺는 능력의 토대를 만들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저자는 현재에만 충실하라며 성공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의 지침을 비판한다. 대신 한나 아렌트, 자크 라캉, 프리드리히 니체 등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풀어 자신만의 방법을 건넨다.
머리말
감사의 말

1부 진정한 나로 사는 삶
1장 기질의 부름
2장 변화의 과정
3장 욕망의 특수성

2부 나를 책임진다는 것
4장 행동의 청사진
5장 관계의 신비한 힘
6장 책임의 윤리학

3부 나를 잃어버릴 용기
7장 열정의 방향 전환
8장 불안의 긍정적인 측면
9장 에로스적 삶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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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인간 삶의 원동력, 즉 모터라면, 완전히 똑같은 모터란 있을 수 없다. 어떤 모터는 다른 것보다 느리며, 어떤 모터는 열이 오르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고, 또 어떤 모터는 단 몇 초 만에 최고 속도로 나갈 준비를 마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욕망이 어디서 만족을 찾는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내게 흥미로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36쪽

이러한 맥락에서, 세상의 어떤 측면은 우리가 기질을 드러낼 수 있게 돕고, 어떤 측면은 방해한다는 것을 명심하는 게 좋겠다. 어떤 이들은 우리의 가장 훌륭한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반면, 어떤 이들은 우리의 가장 비루한 모습을 건드려 도발한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의 어떤 측면은 기질에 생기를 불어넣지만, 또 다른 측면은 때때로 기질을 죽이고 심지어 우리를 무감각한 상태에 이르게 한다. 다시 말해, 세상과 접촉하며 기질을 조각해 나가는 것이 위험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세상의 관습에 휩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73쪽

슬픔은 때로 우리의 세계 속 시간을 늦추고, 몸과 마음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꼭 필요한 애도의 과정이며 종종 매우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무시했던 우리 존재의 또 다른 모습에 주목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우리 안의 시끄럽고 고집 센 목소리가 주도권을 잡기 때문에 과묵한 목소리는 존재를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 슬픔은 그런 가녀린 목소리가 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슬픔은 흔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잠재워 우리가 더 높은 자기 인식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해서 슬픔의 밀실에 머무르면 깊은 자기 이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없다. 슬픔을 조금씩 놓아주기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새롭게 얻은 지혜를 활용할 수 없다. - 88~89쪽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모습을 억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과 비로소 멀어질 수 있다.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가족적·사회적 유산에 아주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과거의 유산에 영원히 매여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것이다. 또한 고달픈 개인적 역사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결코 과거의 포로가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할 수 있다. 과거를 되돌릴 순 없겠지만, 그들도 과거가 현재에 끼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 138쪽

다소 역설적이게도, 삶이란 본래 덧없다는 사실을 항상 인식하며 살아가면, 우리에게 주어진 이 인식이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 선물 덕에 괴로움으로 한탄하는 것을 멈추고, 덧없음을 삶의 소중함에 덧대어져 있는 안감으로 여길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영원히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하루하루를 열정적인 마음으로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럼에도 누군가는 살다 보면 일반적으로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 금방이라도 끝날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을 일으키기에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에 적절치 않다. 어떤 면에서는 삶 자체보다 죽음에 대한 전망이 우리를 더욱 충만하게 살게끔 한다. 결과적으로 삶의 덧없음은 삶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고 드높인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의 덧없음을 사랑한다는 의미다. - 256쪽

“루티의 손에서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은 절망이 아니라 매력과 가능성의 원천이 된다.”
- 린 허퍼, 에머리대 교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를 묻는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지, 쉬는 날에 누구를 만날지, 수많은 책 중 무엇을 집을지. 그렇게 질문하며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이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마지막으로 물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인간으로서 끝내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은 삶에 관한 것일 테다.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서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금의 삶이 가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자연스레 묻게 된다. 서점에 관련 서적이 넘쳐 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삶의 가치가 올라갔냐고 묻는다면, 긍정하기 어렵다.

한나 아렌트, 자크 라캉,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이론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다

이 책의 저자 마리 루티는 자기 계발 전문가들은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질 때, 단순화된 수준의 지침을 내세울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한나 아렌트, 자크 라캉, 프리드리히 니체 등 철학자들의 이론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 쓰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자크 라캉의 사상을 빌려 가치 있는 삶에 관해 깊이 있는 관점을 전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글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머리말에 밝혔듯, 그녀는 이 책에서 ‘까다로운 이론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시도했다. 굳이 그런 시도를 택한 이유는 학계의 개념을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단순한 개념이 난해한 글쓰기에 가려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평소에 싫었다고도 한다. 그 덕분에 이 책은 복잡한 개념과 간단명료함이 함께 담긴 오묘한 글이 되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루티가 어떤 것의 반대되는 양쪽 면을 모두 언급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상화하면 그의 다양한 모습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상화에 주의하라고 조언하고는, 곧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이상화하지 않으면 그는 그저 진부한 존재로 전락할 뿐이라며, 사랑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이상화를 제안한다. 이쯤 되면 독자는 혼란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결국 루티는 우리가 이상화의 양면을 충분히 인식해, 문제점은 거르고 이점은 취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언뜻 보면 충돌하는 내용을 함께 언급하는 이유는 그래서다. 비단 이상화뿐만 아니라 세상의 많은 것이 양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느 면도 빼놓지 않는다. 이 책의 글쓰기는 그 자체로 사물의 진실을 담으려는 노력이다.

고통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고통 ‘덕분에’

그렇다면 독특한 글쓰기로 전하려는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앞서 말한 사랑부터 기질, 불안, 창조성, 무아지경 등 중요한 내용이 여럿 있지만, 저자와도 연관이 큰 ‘고통’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루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며 삶이 구원받는 느낌을 경험한 이후,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며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 학계 밖에서 끊임없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고통을 각별히 다룬다. 머리말에서 가치 있는 삶을 방해하는 우리 문화의 세 가지 통념을 반박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데, 그중 하나가 고통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대개 고통을 나쁘게만 여기고 어떻게든 피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비판하며, 고통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흔들리는 삶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이사만 60번 다니고, 비닐하우스에서 지낸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는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감사하다. 환경 탓 안 한다. ‘환경 덕분에’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코미디의 자양분이 됐다.” 고통은 물론 괴롭다. 하지만 루티와 김신영 그리고 스스로 강해진 많은 이가 증명하듯, 고통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나는 나답게 잘 살고 있는 걸까?’
불안한 현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이외에도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방법들이 책에 가득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파편적인 방법들이 아니다. 흩어져 있는 방법들을 하나로 꿰어 내는 루티의 독보적인 관점이야말로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이는 철학, 심리학, 문학, 사회학 등을 모두 섭렵한 독특한 이력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각각의 방법들은 서로가 서로를 참조하고 보충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의 근사한 그림이 된다. 그 그림에는 루티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리 루티

Mari Ruti
프랑스 파리7대학교에서 뛰어난 정신분석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지도하에 석사 과정DEA을 수료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학과 비교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모두 섭렵하고, 정신분석 이론, 후기 구조주의, 젠더 및 섹슈얼리티 연구 등 다양한 학제를 아우르는 전방위 지식인이다. 2022년 현재 토론토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리 루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며 삶이 구원받는 느낌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는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며, 학계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독자들과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기 위해 페미니즘의 실천적 이론인 ‘자기 이론autotheory’을 적극 활용 중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회·정치적인 맥락과 연결시키는 ‘자기 이론’은, 고통을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는 개인에게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재구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녀는 사람들이 ‘진짜 삶’을 살기 바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저서로는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하버드 사랑학 수업』, 『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가 있고, 그 외 『사랑의 소환The Summons of Love』, 『페미니스트 영화와 귀여운 여인Feminist Film and Pretty Woman』 등이 있다.

번역 이현경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현재 국내외 여러 번역 회사에서 산업 번역 및 영상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셀피: 자존감, 나르시시즘, 완벽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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