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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융

'파우스트'의 분석심리학적 이해
이부영 지음
한길사

2022년 11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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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0.91MB)
ISBN 978893567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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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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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 분석심리학의 대가 이부영이 괴테의 『파우스트』를 융의 분석심리학적 견지에서 해석한 결과물이다. 이 작업은 인류의 집단무의식을 발견하고 인간의 자기실현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인 최초 융학파분석가로서 한국융연구원을 설립한 이부영은 그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한국의 분석심리학 발전에 기여했다. 융의 분석심리학을 단순히 따르기보다 한국의 샤머니즘을 독자적으로 연구함으로써 동과 서를 아우르는 분석심리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후의 고전 『파우스트』는 방대하고 풍부한 상징과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위대한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원초적 행동유형과 심상이 담겨 있다. 저자 이부영은 『파우스트』를 현대인의 마음에 살아 있는 심혼의 상들, 인간 무의식의 원초적·집단적 표상, 융의 원형적 상징들과의 관계 파악 등 분석심리학적 방식으로 꼼꼼하게 분석했다.

저자 이부영은 극의 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극 중 인물들과 공감하고 간접 체험함으로써 괴테의 의식과 무의식의 창조적 콤플렉스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그 속에서 사랑의 환희와 비극적 종말, 죽음과 구원의 드라마 속에 던져진 물음, 대극 간의 갈등과 그 해소에 대한 인류의 오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들어가는 말

제1부 괴테의 『파우스트』와 C.G. 융의 관계
괴테 『파우스트』의 형성 과정
문학작품을 보는 C.G. 융의 입장
C.G. 융과 괴테 『파우스트』의 관계-회상록과 편지를 중심으로

제2부 서극과 논평
헌사
무대에서 서연
천상의 서곡

제3부 심리학적 논평: 비극 제1부

성문 앞에서
서재 1
서재 2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
마녀의 부엌
거리
저녁
숲과 동굴
마르테의 정원, 마르가레테와 파우스트
발푸르기스 밤의 축제
흐린 날, 벌판
감옥

제4부 심리학적 논평: 비극 제2부
제1막
쾌적한 지대
황제의 궁정, 옥좌가 있는 궁실
곁방이 딸린 넓은 홀
유원지
어두운 복도
밝게 불 밝힌 방들
기사의 방
제2막
천장이 높고 둥근 좁은 고딕식 방
실험실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페네이오스강 상류
페네이오스강 하류
페네이오스강 상류
에게해의 바위만
제3막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왕의 궁전 앞
그늘진 숲속
제4막
고산지대
앞산 위에서
제5막
주위가 훤히 트인 고장
궁전
한밤중
궁전의 넓은 앞마당
매장
심산유곡

나가는 말
분석심리학 용어해설
참고문헌
찾아보기

심리학적 견지에서 보면 『파우스트』야말로 문학작품의 두 극단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융은 말한다. 앞부분은 창작의 심리적 양식, 뒤의 것은 환상적(幻像的, visionare) 양식이라 이름할 수 있다고 했다. 심리학적 양식은 소재의 내용이 인간의식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움직인다. 즉, 인생 경험, 충격적이거나 열정적인 인간 체험, 일반적 의식에 알려진 것이거나 최소한 공감 가능한 것들이다. 이 소재는 시인의 마음에 수용되어 일상적인 것에서 체험의 높이로 들어 올려지고 그 자체로는 평범하거나 막연하게 불편한 것, 그래서 부끄러워 간과한 것을 독자의 밝은 의식으로 설득력 있게 옮겨서 독자를 고도의 명징성과 더 넓은 인간성으로 인도하게 한다. -22쪽

인간은 살아 있는 한 그림자를 가진다. 왜냐하면 의식은 항상 일방적으로 활동하므로 이에 어긋나는 측면은 무의식에 억압되고 그림자를 형성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그림자로 말미암아 생기는 긴장과 갈등은 위의 말대로 인간을 ‘자극하고 일깨우는’, 그래서 그림자를 의식화하도록 촉구하는 무의식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위 시구는 융의 이러한 그림자론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처럼 들린다. 주님은 계속해서 모두를 축원한다. -64쪽

메피스토의 말을 심리학적 언어로 번역한다면 인간(자아)은 자신이 지각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의식된 자신을 전부라고 생각한다. 의식의 빛이 무의식의 어둠에서 나온 것을 잊은 채 의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오만에 빠져 있다. 최초에 무의식이 있었고 무의식에서 의식이 태어났다. 의식의 원천, 무의식은 의식보다 넓고 깊다. 아무리 자아의식이 무의식을 의식화한다고 해도 무의식적인 것은 남는다. “무의식은 무의식적이다.” 또한 의식은 무의식을 억압 또는 억제해 의식에서 떼어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전체를 구성하는 불가결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구체적 객체의 아름다움과 성질을 발견하고 또한 면밀히 밝혀내지만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의식이 계속 무의식을 누르고 우위에 서려고 한다면) 언젠가는 무의식 세력의 지배하에 들어가서 소멸될 위험이 있다. -115쪽

어떤 엄청나게 큰 힘에 의해 자아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경우 혹은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 우리는 여기서 우울의 임상을 발견한다. 파우스트도 그것을 느낀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 있는 신’은 최소한 내면 깊이에서는 활발히 움직인다.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는 최소한 거친 꿈을 꾼다. 물론 의식이 절망한 상태에 있는 많은 우울증환자도 무의식은 활발히 움직인다. 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최소한 자기 마음 상태를 확실히 인지하고 또한 묘사할 수 있다. 파우스트의 푸념을 듣다보면 그는 아직 철저하게 절망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그의 기다란 넋두리와 푸념을 보면서 대학시절에 읽었던 헤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고독하다, 고독하다 하는 동안
너는 아직 고독하지 않다.”
절대 고독은 말이 없다. 그런데 파우스트는 말할 수도 있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주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독배를 마시고 죽으려 했다. 욕심 탓이다. 자기 욕구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밖을 향해 움직일 수 없어 자기 존재가 짐이 되고 인생이 역겨워졌다고 한다. 메피스토가 ‘하지만 죽음은 그리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더군요’ 하자 이번에는 갑자기 영웅적인 죽음을 찬양해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122쪽

사랑의 문제에는 항상 아니마가 개입한다. 아니마란 남성 속의 여성성, 개인적 무의식의 콤플렉스이면서 동시에 원형층에 뿌리박고 있는 여성상으로 황홀하거나 추악한 모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는 아니무스라는 것이 있다. 여성 속의 남성성. 똑같이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이면서 동시에 개인적 무의식의 콤플렉스로 현실의 남성에게 투사되어 황홀한 영웅, 지혜로운 현자 혹은 악마로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마르가레테에게 분명 그 자신의 아니마 원형상을 투사했다. 마르가레테도 자신의 아니무스상을 파우스트에게 투사하는데, 파우스트가 마르가레테에게서 어리고 청순한 소녀의 상을 보았다면 마르가레테는 파우스트에게서 성숙하고 지혜로운 노현자상을 본 것 같다. 투사가 거두어지면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생각에 잠긴다. 의혹이 시작된 것이다. 아니마, 아니무스가 무의식의 그림자와 혼합되면, 다시 말해 그림자의 의식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는 사랑은 곧잘 권력 다툼으로 변한다. 파우스트와 마르가레테의 관계에서는 아직 그것을 볼 수 없다. 문제는 파우스트의 ‘훈장 티 나는’ 비현실적ㆍ철학적 ‘통찰’이다. 매사에 깊은 분석과 통찰을 즐기며 서재에만 틀어박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는 얼마나 답답할까? 메피스토펠레스는 바로 파우스트의 그 점을 보충해주는 자다. 그레트헨이 울고 있다는 사실, 빨리 가보라는 권고로 그의 고매한 몽상을 깨뜨리고 현실에 눈을 돌리도록 한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현실주의적 그림자다. 그는 다만 ‘때론 자신을 속이는 즐거움을 허락하겠다’고 파우스트에게 말하면서 파우스트가 그것을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며 이미 싫증을 내고 있다고 진단한다. -164~165쪽

공포와 희망은 모두 일방적이다. 공포가 일방적이고 절망적인 피해의식에 치우쳐 있듯이 희망 또한 너무 밝고 낙관적이어서 조금도 그늘진 세계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 이 양자는 제3의 것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영원히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적이라는 말을 이해해본다. 원형적 대극성, 대극의 원형이 의식에 접촉하면 개체는 심한 갈등에 시달린다. ‘공포와 희망을 사슬에 묶어 군중에게서 떼어놓는다는 것’은 의식이 원형상으로 오염될 위험을 예방하는 조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분석심리학적 견지에서 볼 때 대극갈등은 대극 통합에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갈등 소지를 억제하고 ‘그대들은 구원되었다’고 선포하는 것이 어쩐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240쪽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레트헨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한낱 거품 같은 이미지로 느끼게 만드는 헬레나의 아름다움은 또한 무엇인가? 앞으로 차차 알게 되겠지만 융이나 괴테에게 그리스신화의 헬레나는 아직 최고 여성상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레트헨이 대변하는 본능적 측면의 여성상보다 높은 낭만적 여성상이다. 성모 마리아와 소피아로 대변되는 좀더 차원 높은 여성상에 미치지 못한다. 후자에게는 아마도 광기(Wahnsinn) 대신 다른 감정반응이 제공되었을 것이다. 메피스토가 경고한 것도 애착이 결부된 광기였을 테고 파우스트는 그래서 아니마와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한다. 그러나 아니마로서 헬레나상의 특징은 그것이 남성에게 확고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 지속적 안정감,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게 하고 활기를 북돋우는 자라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304쪽

자기원형이 의식세계 가까이로 활성화되어 접근한다는 것은 결코 편안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임상적으로는 급성 정신병 발발 시초의 경우와 비슷하다. 원형은 핵폭탄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원형이 그러하듯 자기원형 또한 어둡고 밝은 양면을 가지고 있다. 여러 차례 반복되어 언급해왔듯이 핵이 좋게도 나쁘게도 쓸 수 있는 것처럼 원형의 작용 또한 자아의식의 그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달의 변화가 아낙사고라스의 경솔한 자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달 자체의 의도 표현’, 즉 자기원형 자체의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368쪽

심리학적으로 대극융합은 정신적 발전의 기본 과정이다. 우리의 정신계는 수많은 대극으로 이루어졌고 그 사이에서 긴장과 갈등, 화해와 융합을 거듭한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대극 역시 예외가 아닐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성숙 단계에 속한다. 성공적인 대극융합은 제3의 차원으로 변환한다. 그것은 정신계 안에서 부와 모 어느 쪽도 아닌 그 특유의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한다. ‘아기의 탄생’은 상징적으로 인격의 신생을 의미한다. 미래 인격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됨을 의미한다. 그 개체는 앞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겪어내야 한다. -438쪽

기독교의 의식세계에서 배척되고 무시된 이른바 ‘마귀’가 천지창조에서 한몫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파우스트는 여전히 사물을 객관적ㆍ학문적으로 관찰하고자 한다. 그러나 ‘악마’에게 중요한 것은 학문적 연구가 아니다. 사실에 입각한 확신이다.
파우스트
악마가 자연을 어떻게 관찰하는지,
그걸 알아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겠지.
메피스토
그건 내 알 바 아니오. 자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
중요한 점은-악마도 그때 한몫했다는 사실이죠!
우리는 큰일을 해낼 무리란 말이오.
소동, 폭력, 발광, 뭐든지! -478쪽

근심은 파우스트에게 입김을 내뿜고 파우스트는 눈이 먼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밖으로만 향하는 파우스트의 시선을 내면의 마음으로 돌리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눈이 먼 파우스트도 ‘밤이 점점 깊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마음속엔 밝은 빛이 빛난다’고 하는 점에서 장님이 되는 것의 긍정적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가 본 것은 무의식의 여러 원형적 형상이 아니라 의식에서 기획했던 사업의 추진을 독려하는 것들이었다. -504쪽

슈타이거에

노자와 괴테를 사랑한 융

인간의 정신은 ‘대극’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과 미움,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남성과 여성, 내향과 외향, 정신과 물질, 빛과 어둠 등 수많은 대극은 인간의 삶에서 자주 긴장과 갈등을 초래한다. 융은 대극이 원만하게 융합되고, 의식과 무의식이 균형을 이루어 개인의 독특한 잠재력을 실현한 상태를 ‘개성화’(individuation), 즉 ‘자기실현’이라고 정의했다. 자기실현은 곧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융은 의식의 차원과 관련된 ‘자아’(Ego)와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은 전체정신인 ‘자기’(Selbst, Self)를 구분했다. 동양사상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융은 ‘자기’의 상징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동양의 유례로서 노자의 ‘도’(道)를 제시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2012년 노자의 『도덕경』을 분석심리학적으로 해석한 『노자와 융』을 출간했다.
이후 저자는 서양고전을 분석심리학의 대상으로 삼고 싶다는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대상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다. 『파우스트』는 융이 자신의 저서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고 인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파우스트』에 관해서는 내가 보기에 아무리 명상해도 부족하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2부에서 퍼 올리지 못한 비밀이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내게 가장 중요한 모든 것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들어 있습니다.”_융

융은 『파우스트』의 제1부는 개인적인 심리학으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작품인 데 반해 제2부는 일반 심리학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숱한 원형적 상징으로 채워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파우스트』에는 신화·민담·설화·종교에서 다루어지는 무수한 집단무의식과 치유의 상징들이 여러 시구로 표현되어 있다. 저자 이부영은 독자들이 『파우스트』를 읽으며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사물과 배경, 등장인물 등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분석하며 그 해석은 동서양의 관점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왜 『파우스트』인가: 집단무의식의 발견

융은 인간 정신생활의 근본은 무의식이라고 보았다. 무의식에는 개인적 무의식과 집단적 무의식이 있다. 개인적 무의식을 중시한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집단적 무의식에 중점을 둔다. 집단적 무의식은 태어날 때 이미 갖추어진, 인간행동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조건들이 담긴 무의식의 층이다. 의식의 뿌리이자 토대로 많은 신화적 상징을 산출하여 의식의 창조적 변화에 이바지한다.

융은 예술작품을 개인적 억압의 소산처럼 분석하고 그로써 예술작품의 본질을 설명했다고 주장하는 프로이트의 방식을 배격했다. 융은 “예술가는 개인적 충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조류에 따른다. 이 조류의 원천은 직접적으로 의식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대인이 지닌 정신의 원천인 집단적 무의식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시대정신에 가장 부족한 형상을 드러내기 위해 무의식에 침잠하고 그것을 들어 올려 의식 가까이 갖다놓으면 그것은 형상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따라서 예술은 “국가와 시대의 삶에서 하나의 정신적인 자가조절 과정”인 것이며, 개인에게는 자기실현의 과정인 것인다.

왜 『파우스트』인가: 연금술을 통한 대극합일

융과 괴테의 관계는 특별하다. 융의 고백에 따르면 그의 조부는 괴테의 사생아였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시절 개신교 목사의 아들로서 선한 신(神)에 대한 회의와 신의 본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융에게 괴테는 악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도반(道伴)이었다. 기독교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마귀의 위력을 하찮은 것으로 경시하던 1890년대, 청년 융은 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직감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 해답을 신학서나 철학서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무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며 자기 안의 또 다른 인격의 목소리를 듣게 된 융에게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대극합일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후 융은 상징적 이해를 통해 『파우스트』를 관통하는 기본사상이 연금술과 헤르메스철학임을 발견했다. 또한 『파우스트』 안에서 인간정신의 대극성과 그 합일과정에 대한 모색을 찾았다.

융은 연금술 문헌에 나오는 수많은 상징적 표현과 정신병 환자의 꿈속에 나타나는 상징적 이미지 간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연금술을 집단무의식의 표현으로 여겼다. 또한 연금술사들이 궁극의 목표물이라 여긴 최고의 물질 메르쿠리우스(Mercurius)는 인간정신의 변화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전체정신’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자기’라는 말로 표현했다. 메르쿠리우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연금술의 과정은 분석심리학에서 대극합일을 통한 자기실현의 과정과 같다고 보았다.

융은 괴테가 연금술을 접했고, 대표적 연금술서인 『화학적 결혼: 크리스티아니 로젠크로이츠』는 『파우스트』를 집필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았다. 저자 역시 이에 동의하고 『파우스트』 안의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았다.

메피스토는 단순히 악마에 불과한가

『파우스트』는 괴테가 26세에 초고를 발표하고 82세에 완성한 작품으로 반세기가 넘는 그의 삶과 정신, 시대경험이 결집된 작품이다. 점성술사 파우스트가 마귀에게 영혼을 팔아 초능력을 발휘하다가 타락해서 지옥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괴테 이전에도 여러 사람이 소설화했다. 그러나 괴테는 이 진부한 소재를 취하여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했다. 지식의 한계에서 절망에 빠졌다가도 끊임없이 일어나 삶에 도전하며, 실수와 상처투성이인 지옥행을 겪으면서도 다시 영원한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고, 지상 세계의 번영을 위해 행동하는 인물로 파우스트를 재탄생시켰다.

그동안 메피스토는 악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융은 오히려 파우스트를 허풍쟁이, 사기꾼 등으로 폄하하며 상대적으로 메피스토를 높이 평가했다. 메피스토를 기독교의 마귀와는 다른 좀더 깊은 뜻을 전하는 존재로 본 것이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또 다른 인격이자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인 ‘그림자’이지만 한편으로 파우스트를 자연의 신비로 안내하는 자로서 절망에 빠진 그를 자살 직전에 구해 지금까지의 삶을 넘어 깊은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물론, 어머니들과 ‘신성’(神性)의 신비로 이끈다는 점에서 연금술의 메르쿠리우스에 가까운 존재라고 보았다. 그것은 그림자를 ‘의식화’함으로써 그림자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창조적 기능으로 변화하는 개성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주님: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보려무나. 하지만 언젠가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라고._64쪽.

파우스트는 많은 죄를 지었지만 신은 그의 노력과 방황을 함께 감싸 안았다. 융은 이런 『파우스트』의 결말을 매우 안타깝게 여겼다. 파우스트가 승천함으로써 또 다른 자아인 메피스토와 합일을 이루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이부영은 “삶은 자기실현의 과정이다. 노력하는 인간은 방황하기 마련이고, 방황은 뜻이 있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파우스트적 충동과 욕망, 눈에 보이는 성취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을 인식하고자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안에 있는 무의식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메피스토와의 만남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부영

서울대 의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수련을 시작했다. 그 뒤 스위스 취리히에 가서 1966년 융연구소를 수료, 융학파 분석가 자격을 취득하고 국제분석심리학회 정회원이 되었다. 독일과 스위스 등 각지 정신병원에서 수련 및 근무했으며, 귀국 후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신경정신과장 등을 지냈다. 그 밖에 미국 하와이 동서센터 ‘문화와 정신건강연구계획’ 초빙연구원,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정신의학과 종교 강좌’ 석좌교수를 지냈다. 1997년 서울대 정년퇴임 후 같은 대학 명예교수로 추대되었으며, 분석심리학 전문수련기관인 한국융연구원을 설립 운영 중이다. 대한의학회에서 주는 분쉬의학상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분석심리학 탐구 3부작’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와 자기실현』을 비롯해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노자와 융: 『도덕경』의 분석심리학적 해석』이 있다. 그 외에 『분석심리학: C.G. Jung의 인간심성론』 『한국민담의 심층분석: 분석심리학적 접근』 『분석심리학 이야기』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융 기본 저작집』(C.G. 융, 전 9권, 감수 및 공역), 『현대의 신화』(C.G. 융), 『인간과 상징』(C.G. 융, 공역), 『C.G. Jung의 회상, 꿈 그리고 사상』(아니엘리 야훼), 『C.G. 융 우리시대, 그의 신화』(M.L. 폰 프란츠), 『민담의 심리학적 해석』(M.L. 폰 프란츠, 공역) 등이 있다.

작가의 말

“분석심리학적 이해란 결국 작품 속에서 인간심리와 ‘관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위대한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보편적·원초적 행동유형인 융의 원형이 묘사되어 있다. 분석심리학은 괴테 작품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표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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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테와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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