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클럽 친구들에게

가볍고 흥겹게 성인 여성 ADHD 이야기

소은성 지음

아미가 2022년 11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성인 ADHD인의 사생활
말 잘 듣는 K장녀, 학교에서는 우등생, 기자와 글쓰기 강사로 사회생활도 그럭저럭. 어느 날 저자는 성인 ADHD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바보멍충이둔탱이인 줄 알고 살았던 게 아이고, 억울해라!’ 평생 자신이 지니고 살았던 이 장애에 대해 차근차근 공부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공부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작업은 평범하지 않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동병상련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을 찾아 A클럽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매일 A클럽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저자는 기자와 글쓰기 코치로 배우고 가르쳐온 모든 글쓰기 규칙을 부수며 ‘동네잔치에서 막걸리의 흥취에 어깨춤을 추는 사람처럼 썼다’고 고백한다. 가뿐하고 흥겹게 춤추는 문장 속에서 독자들은 성인 여성 ADHD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혼란스럽지만 화려하고, 정신없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미처 끌어안지 못했던 스스로의 이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나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잊을 수 없는, 거센 포옹의 경험을 선사하는 책.

목차

소은성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태어났다. 남프랑스 중세도시에 살면서, 여성의 자기서사 쓰기를 돕는 <소글워크숍>를 운영한다. 지은 책으로는 <어색하지 않게 사랑을 말하는 방법>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등이 있다.

블로그:blog.naver.com/purplewater
인스타그램: @sogeul.kr
트위터: @sogeul_ws @ok_nina
브런치: @eunseongwrite

책 속으로

“은성 씨는 파이터잖아요.”
몇 주 전 나에게, 내 어린 시절의 내 가족과 나의 트라우마 이야기를 길게(3시간) 들은 후 그가 나를 이렇게 부른다.
너는 파이터라고. 비극에서 살아남은 파이터.
“파이터는 너무 피로해. 나는 이제 파이트하고 싶지 않아.”
대답했다. 그래도 그 말을 하고 나자 속이 풀려 잠이 들 수 있었네.



정.신.질.환.자.
왜 갑자기 이렇게 스스로를 불러보고 싶을까.
무감각해지기 위해서다. 이 정체성에 대해. 평생 도망쳐 온, '정상성 클럽'에 들어가려고 연기연출 전공을 내 삶에 적용했던 시간에게 사과하기 위해서.(라고 쓰지만....아시죠. 우리 클럽 사람들은 재밌는 것 좋아하니까요. 재밌어! 무엇이 되는 것은! 그게 무엇이라도!)

왜 나는 죽지 않았을까, 되짚어보다가 ‘나는 죽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도 까맣게 잊어버렸을 수 있겠다’며 웃었다. 한번은 비장한 마음으로 한강에 갔다가 강변을 걷는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을 보고 사람들이 웃는구나, 하다가 그냥 왔던 기억이 전생처럼 기억남.

은의 곁에 고양이가 은과 같은 포즈로 잔다. 한쪽 다리를 킥하듯 올리고 자는 둘이 쌍둥이 같다. “혹시 내가 불안해서 안 쉬는 것 같아?” 물으니 그는 말한다. “난 네가 100퍼센트 쉬는 것을 본 적이 없어. 한번도.” 그래서 그는 은이 소파에서 영화를 보다 잘 때, 텐트에서 책을 읽다가 잘 때, 나무 아래에서 와인을 마시다 잘 때, 그 모습을 찍는다.

친한 친구1은 ‘성인 ADHD’란 진단명에 대한 오해 때문에 “아이고 너 여러 가지 하며 사느라 머리 쉴 날 없어서 걸렸구나. 언제 낫는대? 고생이다. 어째.”와 같은 다정한 염려를 보냈다. 어제 걸린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날은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 오해를 다 없애는 일을 하겠드아” 그러나 다음다음날엔 ‘흐헝. 웃기다. 성인병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구나’ 싶어서 재밌기만 했다. 아마 그들을 내가 깊이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인생을 재미있게 만든다.

어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실수를 또 하나 했다. 나는 파트너(=신토불이맨)에게 이때다 싶어 외쳤다. “따데아아슈라서 그래!”
따 데 아 아슈. TDAH. 즉 불어로 A클럽을 이른다. 파트너는 배를 잡고 웃으며 대꾸했다.
“위급할 때 써먹지 마. 그거!”
나는 곰곰이 돌아보았다. 내가 괜찮은 척 하는 건가. 신토불이맨이 그냥 웃어주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좋았을 뿐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소은성

소은성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태어났다. 남프랑스 중세도시에 살면서, 여성의 자기서사 쓰기를 돕는 <소글워크숍>를 운영한다. 지은 책으로는 <어색하지 않게 사랑을 말하는 방법>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등이 있다.

블로그:blog.naver.com/purple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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