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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행

심경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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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8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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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6.58MB)
ISBN 978893745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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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산의 아름다움은
산에 올라야만 보인다!
동네 뒷산에서 한라산, 금강산까지
옛사람과 함께 만나는 산의 진면목
1부 중부의 산

1 산에 이름을 붙이는 일 - 이이(李珥),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
2 인제와 양양을 걸터탄 웅장한 산 - 정범조(丁範祖), 「유설악기(遊雪嶽記)」
3 십이계곡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까닭 - 홍태유(洪泰猷), 「유설악기(遊雪岳記)」
4 산등성이 곳곳에 있는 매잡이의 집 - 김수증(金壽增), 「유화악기(遊華嶽記)」
5 스스로를 신선에 비기는 유람 - 김효원(金孝元), 「두타산일기(頭陀山日記)」
6 다섯 가지 큰 기운을 지닌 산 - 김창흡(金昌翕), 「오대산기(五臺山記)」
7 깊은 산속 암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 안석경(安錫儆), 「유치악대승암기(遊雉岳大乘菴記)」
8 겨울 바람 휘몰아치는 설산 - 이인상(李麟祥), 「유태백산기(遊太白山記)」
9 어려서 큰아버지에게 들은 그 산 - 김창흡(金昌翕), 「평강산수기(平康山水記)」
10 조정에서 쫓겨난 은둔객의 사연 - 허균(許筠), 「유원주법천사기(遊原州法泉寺記)」
11 감각적인 문체로 담아낸 산의 위용 - 이덕무(李德懋), 「기유북한(記遊北漢)」
12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는 자리 - 김상헌(金尙憲), 「유서산기(遊西山記)」
13 83세와 74세가 함께 오른 산 - 허목(許穆), 「백운산(白雲山)」
14 기록과 함께 탐구한 산사 이야기 - 허목(許穆), 「소요산기(逍遙山記)」
15 정약용이 과거 급제 후 찾은 고향의 산 - 정약용(丁若鏞), 「유수종사기(遊水鍾寺記)」
16 일흔 넘어 수집한 산촌 이야기 - 허목(許穆), 「감악산(紺嶽山)」
17 관악산에서 길 잃은 정조의 신하 - 채제공(蔡濟恭), 「유관악산기(遊冠岳山記)」
18 한강 이북 큰 산에서의 사냥 - 성대중(成大中), 「운악유렵기(雲岳遊獵記)」
19 나라 밖에 이름 알리고 싶던 마음 - 김윤식(金允植), 「윤필암원망기(潤筆庵遠望記)」
20 처지 따라 달라지는 풍광의 의미 - 이규보(李奎報), 「계양망해지(桂陽望海志)」
21 마니산 대자연에서 얻은 깨달음 - 홍석모(洪錫謨), 「마니산기행(摩尼山紀行)」
22 문장대 봉우리에 쌓인 바위 무더기 - 이동항(李東沆), 「유속리산기(遊俗離山記)」
23 조선 도읍이 될 뻔했던 길지 - 송상기(宋相琦), 「유계룡산기(遊鷄龍山記)」
24 달 밝은 산속 술자리 - 이산해(李山海), 「월야방운주사기(月夜訪雲住寺記)」
25 폭설 내려 어두운 산속 골짜기 - 이경전(李慶全), 「대설방천방사기(大雪訪千方寺記)」
26 무료함을 달래는 산승의 재주 - 이철환(李?煥), 『상산삼매(象山三昧)』

2부 남부의 산

1 좁은 굴 속으로 기어오른 정상 - 김창협(金昌協), 「등월출산구정봉기(登月出山九井峰記)」
2 흙으로 덮힌 산의 뾰족 봉우리 - 고경명(高敬命), 「유서석록(遊瑞石錄)」
3 조정을 벗어나 머문 변산 - 심광세(沈光世), 「유변산록(遊邊山錄)」
4 불교 성지 가득한 전경 - 허목(許穆), 「천관산기(天冠山記)」
5 산중 동굴에 두고 온 귀양객의 자취 - 이주(李?), 「금골산록(金骨山錄)」
6 함부로 대하지 못할 단정한 산 - 주세붕(周世鵬), 「유청량산록(遊淸?山錄)」
7 흐드러진 철쭉 숲을 내려오던 산 - 이황(李滉),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
8 영달의 욕망을 끊고 마주한 산 - 정시한(丁時翰), 『산중일기(山中日記)』
9 산놀이 속 해학 - 정구(鄭逑), 「유가야산록(遊伽倻山錄)」
10 길재의 충절을 낳은 영남의 산 - 김하천(金廈?), 「유금오산록(遊金烏山錄)」
11 지리산 다음으로 꼽히는 남방 명산 - 임훈(林薰),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峯記)」
12 산에서 주운 아름다운 돌 - 허훈(許薰), 「유수정사기(遊水淨寺記)」
13 기암에 겹쳐 보이는 인간 세상 - 장현광(張顯光), 「주왕산록(周王山錄)」
14 신라 불교의 맥이 이어진 곳 - 성대중(成大中), 「유내연산기(遊內延山記)」

3부 북부의 산

1 이름 없는 봉우리들의 산 - 임형수(林亨秀),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
2 산과 일체된 선비의 객담 - 조호익(曺好益), 「유묘향산록(遊妙香山錄)」
3 원근법으로 묘사한 만폭동 풍광 - 박제가(朴齊家), 「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
4 산어귀 절에서 눈으로 본 사리 - 이광려(李匡呂), 「뇌옹사리찬(瀨翁舍利贊)」
5 재야의 문장가가 묘사한 개성 분지 - 조찬한(趙纘韓), 「유천마성거양산기(遊天摩聖居兩山記)」
6 고려 오백 년의 기운이 모인 산 - 이정귀(李廷龜), 「유송악기(遊松嶽記)」

4부 민족의 성산

1 청나라가 경계를 가른 그 자리 - 홍세태(洪世泰), 「백두산기(白頭山記)」
2 목욕재계하고 오르는 신성한 산 - 서명응(徐命膺), 「유백두산기(遊白頭山記)」
3 백두산 깊은 산중에 서린 전설 - 신광하(申光河), 「유백두산기(遊白頭山記)」
4 무등산과 짝지어 언급된 제주의 산 - 임제(林悌), 『남명소승(南溟小乘)』
5 사유의 틀을 바꾸는 천하의 정상 - 이형상(李衡祥), 「지지(地誌)」
6 마음을 굳게 먹고 마침내 오른 백록담 - 최익현(崔益鉉), 「유한라산기(遊漢拏山記)」
7 백두산에서 흘러나온 두류산 - 김종직(金宗直), 「유두류록(遊頭流錄)」
8 일생에 열일곱 번 오르며 마음을 다스린 산 - 조식(曺植), 「유두류록(遊頭流錄)」
9 지리산에서 논한 세상의 이치 - 양대박(梁大樸), 「두류산기행록(頭流山紀行錄)」
10 천하에 이름난 우리 산 - 이곡(李穀), 「동유기(東遊記)」
11 승려들이 미끄럼 타던 박연 폭포 - 남효온(南孝溫), 「유금강산기(遊金剛山記)」
12 외금강 절에 남은 신비로운 기록 - 이원(李?), 「유금강록(遊金剛錄)」
13 이황과 이이가 글로 즐긴 비로봉 풍광 - 홍인우(洪仁祐), 「관동록(關東錄)」
14 새로운 문학을 일으킨 허균의 유람 - 허균(許筠), 「동정부(東征賦)」
15 금강산에서의 기이한 체험 - 유몽인(柳夢寅), 「풍악기우기(楓嶽奇遇記)」
16 규방을 뛰쳐나온 소녀가 향한 곳 - 김금원(金錦園),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5부 유산의 방식

1 자유로운 정신으로 의미를 얻는 곳 - 이시선(李時善), 「유산걸언(遊山乞言)」
2 나의 슬픔을 위로하는 동무 - 김만중(金萬重), 「첨화령기(瞻華嶺記)」
3 가지 못해 아득한 상상으로 즐기는 곳 - 강세황(姜世晃), 「산향기(山響記)」

부록
- 선비의 산행 준비물
- 선비의 산행 기록법
원문
참고 문헌
색인

해가 지고 달이 나오자 산꼭대기의 나무가 높이는 고작 서너 자에 불과하고 일만 마디가 기생 덩쿨 때문에 우그러져, 울퉁불퉁 기괴하고 너울너울하며, 아래옷을 아끌고 소매를 찢는다. 그 억세기가 쇠와 같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몸을 구부리고 가도록 만든다. 뿌리를 꼭꼭 싸맨 흰 눈은 사람을 무릎까지 빠지게 만들고, 바람이 불면 휘날린다. 북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하늘을 어둡게 만들고 땅을 찢어서 우르릉 우렛소리를 내고 바다를 동탕질 하듯 한다. 거대한 나무는 울부짖어 분노하고 작은 나무는 구슬피 운다. 승려들의 정수리가 다시 일어나면 흰 눈이 그 등을 짓누른다. 견여를 운반하는 어려움은 마치 급한 여울을 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 이인상(李麟祥), 「유태백산기(遊太白山記)」 중에서(87쪽)

아아, 아침저녁 기거하는 곳에서 늘 접하던 것을 태어난 지 45년이 되어서야 처음 한 번 올라 보았다. 둥근 하늘과 너른 땅은 잠시 머무는 여관 같고 희화가 모는 해와 망서가 모는 달은 비탈길에 구르는 탄환처럼 흐르거늘, 혹은 우주에 형체를 부쳐 둥실둥실 바람 속의 물방울처럼 떠다니면서 혹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혹은 흩어졌다 모였다 하되, 이 모든 것을 스스로 말미암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 남은 생애가 몇 년인지 알 수 없거늘, 어머니와 형을 모시고 조카를 데리고 다시 이 산을 유람하여 먼 곳 바라보는 시선을 부치며 하루의 즐거움을 영원하도록 하는 것을 어찌 다시 기약할 수 있으랴?
─ 김상헌(金尙憲), 「유서산기(遊西山記)」 중에서(134쪽)

폭포 위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하자 바위 형세가 펀펀하게 넓어졌으나 어지러운 물줄기가 이리저리 흘러 갈라져 발을 붙이기 어렵다. 아래에 있는 여러 사람이 내가 떨어질까봐 걱정하며 말렸으나 내가 말을 듣지 않자 그저 바라볼 뿐 더위잡고 올라오지는 못한다. 한걸음 더 올라가 머리를 돌려 보니 내게 손짓하는 손과 나를 부르는 입들을 역력히 셀 수 있을 듯하다. 다섯 걸음 더 가서 머리를 돌려 보니 그들의 눈과 눈썹이 나를 향해 올려다보고 있다. 열 걸음 뒤에 머리를 돌려 바라 보니 갓 쓴 머리가 마치 상투만 하고, 옷이 푹 젖어 있는 모습만 식별할 수 있을 뿐이다. 백 걸음쯤 더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동구의 사람들이 폭포 밑에 앉아 있는 듯 보이는데, 폭포 밑의 그들은 이미 나를 보지 않고 있다.
─ 박제가(朴齊家), 「묘향산소기(妙香山小記)」 중에서(435쪽)

계곡 하나에 바위 하나가 이어지는데, 길게 갈라져 있고 옆으로 열려 있으면서 희고 매끄럽기가 은과 같다. 폭포는 격하게 쏟아져 혹 구덩이처럼 깊은 못을 이루고 물 흐름은 얕게 깔려서 혹 연마되어 긴 도랑을 이루니 마치 사람이 손을 뻗은 것 같다. 중들의 고사에, 풀을 꺾어다 그 위에 앉아서 물 흐름을 따라 곧장 아래로 내려가고는 하는데 그 빠르기가 달리는 말과 같다고 한다. 익숙한 자는 교묘하게 구르면서 내려가고,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자는 똑바로 내려가다가 뒤집어져서는 머리와 발이 옆으로 빙글 돌아 못 밑으로 풍덩 빠지고 만다. 정에게 한번 해 보라고 했더니 익숙지 않은 탓에 머리가 거꾸로 박히고 몸은 옆으로 비꼈으므로, 나는 이가 시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하지만 몸이 다치지 않고 살이 상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 놀이를 싫증 내지 않는다.
─ 홍인우(洪仁祐), 「관동록(關東錄)」 중에서(583~584쪽)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옛사람은 산을 오르며 마음을 충만하게 했다. 특히 조선 시대 선인들은 산놀이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시와 산문으로 적어 유산록(遊山錄)으로 남겼다. 당대 사람들에게 산을 즐기는 특별한 매개체였던 유산록은 오늘날 명문장과 옛이야기가 가득한 고전으로 남아 등산의 흥취를 더한다. 산의 참모습을 즐기는 방법을 생생하게 환기하는 책 『산문기행』이다.

“산에 오르는 행위는 자신의 삶을 전환하려는 의지의 행위다. 어떤 이는 산에 오르면서 세간의 불평을 떨어 버리고 맑은 흥취를 느낀다. 누군가는 약동하는 자연 속에서 생명의 힘을 느끼고 환희하고 경탄한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창조적 능력, 강인한 의지, 충만한 정신력을 되찾는 일이다.” ─ 책을 엮으며

산에 오르고, 글을 쓴다
등산을 완성하는 단 하나의 방법
한문학의 권위자 심경호 교수가 엄선한
조선 시대 유산기(遊山記)의 정수

국토의 3분의 2가 산인 한국은 산에 접근하기 쉬운 만큼 등산을 취미로 꼽는 사람이 많다. 등산 애호가들은 전국 명산을 섭렵하며 여가를 즐기고, 코로나 대유행 중 새로 등산에 입문한 초심자들도 ‘나만의 등산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널리 공유한다. 등산을 향한 열정이 식을 줄 모르는 지금 같은 때, 옛사람의 산행기는 등산의 즐거움과 감동을 더욱 북돋아 준다.
『산문기행』은 지금까지 전하는 조선 시대 산행기 560여 편 중에서 자연의 진면목을 대하며 정신적 자유를 되찾고자 한 사유 방식이 담긴 65편을 엄선했다. 도성의 선비가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오른 동네 뒷산에서부터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북녘의 명산까지, 우리 산 48곳에 대해 선인 56명이 남긴 기록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란 『논어』의 유명한 문장이다. 콸콸 흐르는 물을 생각하며 우주의 지(智)를 체득하고 우뚝 선 산의 모습을 본받아 묵묵히 인(仁)의 덕을 확충한다는 뜻이다. 옛사람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넉넉한 체력에 더해 정신의 결단이 필요하며, 정신의 자유 속에서 진정한 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산을 오르며 내면을 채우는 일은 글을 쓸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산을 가까이 두고 아낀 선비들의 사유 세계를 총망라한 이 책은 등산의 격을 높이는 유일무이한 안내서가 되어 준다.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 낸
전국 팔도 48개 산의 풍경
옛글과 함께 산행을 떠나는
오늘날 독자를 위한 지도 수록

“그 기이함을 사랑해 머뭇거리면서 차마 떠나기 어려웠으나 너무 맑아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설악산 십이폭동을 방문한 조선 중기의 홍태유의 문장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포말이 줄줄 떨어지고 공중에 날려 안개와 노을을 이루는’ 폭포의 기이함을 포착한 대목이다. 조선 말기 의병장으로 널리 알려진 최익현의 문장은 먼 옛날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을 생생히 전한다. “맑고 환하며 깨끗하고 결백해 먼지 기운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은연히 신선의 종자가 거처하는 듯하다.”
이렇듯 조선 선비들은 저마다의 필치로 등산 경험을 묘사했다. “절벽에 바짝 붙어서 손으로 늙은 나무뿌리를 바꿔 잡으며 조금씩 조금씩 발을 옮길 뿐, 현기증이 날까 봐 두려워서 옆으로 눈길을 줄 수조차 없었다.” 좁고 험한 길을 보호장구도 없이 따라 걷는 아슬한 장면은 지금의 산악인도 금세 공감할 수 있는 순간들이다. 한편 명산의 기록은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한라산 정상에서 제주의 풍물과 고적을 세세히 기록한 제주 목사 이형상의 글은 지역의 독특한 산세를 과거의 눈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점에서, 백두산 정상을 둘러보고 정계비를 세운 청나라 관료의 행적을 전언으로 정리한 중인 계급의 문인 홍세태의 글은 조선과 청나라의 경계 문제가 시작된 역사적 현장을 전한다는 점에서 귀중하다.
등람의 여정에서 삶의 이치를 구하는 장면은 『산문기행』의 백미다. 지리산을 사랑해 일생에 열일곱 번 오른 북인의 대표 문인 조식은 말했다. “위로 올라가는 것도 이 사람이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바로 이 사람이다. 다만 한 번 발을 들어 내딛는 사이에 달려 있을 따름이다.” 높은 산과 너른 시내를 유람하며 세속의 혼탁함을 벗어나려 하면서도 산을 오르내리는 한 발짝 한 발짝과 매 순간 선과 악 사이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겹쳐본 것이다. 이황은 그 격정적인 표현에 “섬뜩”함을 느낀다고 평했다. 등반과 삶의 모습을 연결하는 산행기에는 인물의 사람됨이 고스란히 배어 나온다.
한문학의 권위자 심경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토 산하에 관한 옛 시문 연구와 유산기 논평을 종합해 엄선한 글을 섬세하게 번역하고, 현재의 의미에 비추어 해설한다. 한반도 전역에서 작성된 유산기를 중부의 산, 남부의 산, 북부의 산, 민족의 성산 등 4부로 나누고, 5부에 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 산문 세 편을 별도로 수록했다. 본문 디자인은 서가에서나 등산길에서나 함께할 수 있도록 간소한 장정을 택했다. 앞서 출간된 기행 연작의 첫 권 『내면기행』이 자찬묘비(自撰墓碑)·묘지(墓誌) 58편으로 옛사람의 내면세계를 탐구했다면, 산문으로 작성된 유기(遊記)와 유록(遊錄)을 탐사하는 『산문기행』에는 심경호 교수가 30여 년간 고찰해 온 우리 선인의 산수자연에 대한 상념의 문제가 농축되어 있다.
아직 산 타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과 함께 누워 산을 가까이할 마음을 길러 보자. 부록 ‘선비의 산행 준비물’ ‘선비의 산행 기록법’은 산에 가지 않고도 산에 오르는 감흥이 궁금한 독자를 위한 보충 자료다. 한편 이번 주말도 산에 가길 기다리는 독자라면 유산기가 쓰인 명산 48곳의 위치를 표시한 『산문기행』 전용 산 지도를 지참해 몸소 떠날 수도 있다. 나의 산행 체험과 조선 선비의 기록을 비교하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유산기를 남기는 일, 그 또한 산이 주는 즐거움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심경호

1955년 충북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일본 교토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강원대학교 국문과 조교수를 거쳐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와 동 대학 한자한문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다.
저서로 『강화 학파의 문학과 사상』, 『조선 시대 한문학과 시경론』, 『국문학 연구와 문헌학』, 『한학 입문』, 『한국 한문 기초학사』, 『다산과 춘천』, 『다산의 국토 사랑과 경영론』, 『여행과 동아시아 고전문학』, 『김시습 평전』, 『안평』, 『한국 한시의 이해』, 『한시기행』, 『한시의 세계』, 『한시의 서정과 시인의 마음』, 『한시의 성좌』, 『김삿갓 한시』, 『한국 산문의 내면 풍경』, 『한문 산문 미학』, 『간찰』, 『내면기행』, 『나는 어떤 사람인가』, 『국왕의 선물』, 『참요』, 『옛 그림과 시문』, 『한국의 석비문과 비지문』, 『호, 주인옹의 이름』 등 30여 종을 지었다.
역서로는 『주역 철학사』, 『불교와 유교』, 『동성문파술론』, 『일본 한문학사』(공역), 『금오신화』, 『한자학』, 『역주 원중랑집』(공역), 『한자 백 가지 이야기』,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일본서기의 비밀』, 『증보역주 지천선생집』(공역), 『서포만필』, 『삼봉집』, 『기계문헌』,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논어』, 『당육선공주의』(공역), 『동아시아 한문학 연구의 방법과 실천』, 『도성행락』, 『여유당전서』(시) 등 3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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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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