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2022년 11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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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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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는 작가정신 창립 35주년을 맞아 기획되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소설가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관통하는지, 그들의 ‘작가정신’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소설을 쓸 때의 생각과 마음부터 창작 과정 및 작가적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든 것’을 담았다.
23인 작가들의 소설 생각은 그들이 쓰는 소설만큼이나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 자유롭고 다채롭다. 소설을 쓰는 데 필수적인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임현), 소설을 위한 낙서와 시적 단상들(정용준), 지금과는 다른 이해의 건너편으로 이동하기 위한 소설 작법(천희란), 소설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인정’과 ‘단념’(최진영), 여성으로서의 공포와 사회적 약자로서의 불안을 형상화한 소설의 주제(하성란), 무언가에 미쳐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는 소설이 잘 써지는 자리(한은형) 등 한국 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이루고 있는 작가들의 진솔하면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하나 눈여겨볼 만한 점은 글과 함께 어우러진 사진이다. 해당 글의 작가들이 대부분 손수 찍어 제공한 사진들은 책상과 책장, 집필 도구 등이 담긴 작업실 풍경부터 소설을 쓰기 전이나 쓰는 중에 자주 찾는 곳, 글쓰기에 영감을 준 사물과 작가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어떤 공간에서 글을 쓰고 읽으며, 어떤 길을 걷고 생각하는지 독자와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우리는 왜 소설을 읽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가. 또한 소설은 작가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어떤 마진, 즉 ‘이익’을 남기는 걸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꿈을 꿀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꿈’과 ‘이익’은 언뜻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유한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나, 다른 삶,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한다는 것만큼 가치로운 이윤이 또 있을까. 최진영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소설을 통해 꿈꿀 수 있다, 계속하여 꿈꿀 수 있다”. 우리와 함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소설가들이 우리 곁에 있는 한.
그다음 일 * 김엄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 김이설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 박민정
쓰고 읽고 말하고 읽고 쓰고 * 박솔뫼
늙었으면서 늙은 것을 모르고 * 백민석
사십 편 이상의 장편소설과 수많은 단편소설, 시, 희곡 * 손보미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오한기
공백의 소설 쓰기 * 임현
떠나온 자로서 * 전성태
쉽게 배운 글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 정소현
소설을 위한 낙서 * 정용준
포기의 글쓰기 * 정지돈
‘작가의 말’과 신발 * 조경란
미지는 창조되어야 한다 * 천희란
어느 소설가의 하루, 혹은 아포리즘을 위하여 * 최수철
농담 * 최정나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 * 최진영
2014년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 * 하성란
산책들 * 한유주
그런 자리가 있다 * 한은형
불면증 환자의 침묵과 이름이 명명된 자동차의 세계 * 한정현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 끝나지 않은 사랑 * 함정임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아직 지치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반가움에 덥석 손을 먼저 내민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겠는 것이다.
_35~36쪽(김이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언제나 나란 사람의 부족한 면이 작품으로 이어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제는 부족함 없이 강하고 세련된 사람이 되겠다는 욕심은 아예 버렸다. 못생긴 작품이어도 쓰자, 그것이 못내 순진한 열정밖에 되지 못할지언정. 어느 날은 하루에 30매씩도 썼다. 밥을 굶거나 잠을 못 자면서 썼던 소설들이 출판사에서 거절당하고, 다시 퇴고할 용기도 나지 않아 서랍에 밀어두고 모른 척했던 과거의 날들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오랜 옛날 일도 아니었다.
_46쪽(박민정,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세상은 이미, 내가 리모컨 세 개를 갖고 첫 단편집을 쓰던 그 세상이 아니다. 내 리모컨 개수가 여덟 개로 늘어난 것처럼 세상도 문학도 그렇게 됐다. 늙는 게 뭐 어때서? 거꾸로, 세상이 자꾸 젊어지는 걸 바라보는 것을 사는 낙으로 삼으면 된다. 내가 늙는 만큼 세상은 역으로 젊어지고 새로워진다. 이십 대 때나 지금이나 내가 왜 소설을 쓰는지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없는 것은 같지만, 그래서 늙어감에 대해 썼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변했다.
_68쪽(백민석, 「늙었으면서 늙은 것을 모르고」)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이어서 오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자격이 유지된다.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거나, 만기가 있어서 재계약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직업이 아닌 탓에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어서 따로 퇴근도 없는데, 그러니까 세간의 오해와 달리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단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직장 생활에 비유하자면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와 같은 것이다.
_96~97쪽(임현, 「공백의 소설 쓰기」)
그때의 나는 글쓰기를 몹시 싫어했다. 백일장 전날이면 배가 아팠고, 원고지 한 장을 채우기가 힘들어 몸부림치곤 했다. 소재에 대해 두세 줄 쓰고 나면 더는 쓸 말이 없었고 생각도 없었다. 그때는 핵심만
쓰면 되지, 많은 분량이 왜 필요하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실은 모든 것을 글로 배웠지, 직접 몸으로 배운 게 없었기에 디테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그래서 쓸 말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자유로운 글쓰기보다 요약 정리를, 서술형보다 단답형을, 상상화보다 사생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즐거워했다.
_119쪽(정소현, 「쉽게 배운 글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불가능한 문장은 없다. 아니, 그렇게 말해서는 곤란하지. 그러면 누군가 불가능한 문장은 있다, 고 할 테니까. 나는 싸울 힘이 없다. 하지만 중얼거릴 수는 있지. 내가 그렇다는데 내가 내게 해명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말해서는 곤란해. 불가능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지만 가능한 문장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보자. 문장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 그것은 오래된 말놀이 아닐까. 더는 웃는 자들이 없는. 오래된 농담 같은. 하지만 존중할 수밖에 없는 늙은 자들의 유머 같은.
_128쪽(정용준, 「소설을 위한 낙서」)
나는 소설을 쓰는 내내 소설에 담길 이야기나 의미만큼이나 형식을 탐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적절한 형식이 없다면 이야기는 구구절절 늘어놓는 한 사람의 속사정과 다를 바 없었다. 의도적으로 전통적인 서사의 규칙을 깨뜨리거나 산문적인 서술을 거부하기도 하는 것처럼 때로는 나름의 파격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내가 가진 이야기에 필요한 형식을 모색하고, 그 형식적 시도들의 필연성을 스스로 설득하기 위한 내적 논리를 세워나가는 일은 한 편의 소설을 끝까지 써내는 일 이상의 의미였다.
_160쪽(천희란, 「미지는 창조되어야 한다」)
입구는 없다. 문은 없다. 문지기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다. 길도 없다. 위아래도 좌우도 없다. 내 머릿속에서 그 세계는 법칙도 규칙도 논리도 없이 유동하고 뒤섞이며 엉망진창으로 열려 있다. 무서울 정도로 자유롭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대답하겠지. 일단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질 겁니다.
_191~192쪽(최진영,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
나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여성으로서의 공포, 사회적 약자로서의 불안에 대해 생각했다. 불운과 불행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그러니까 나는 깊은 밤 길을 건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는 고라니의 공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 공포를 잊고 그 공포를 건너기 위해 마술과도 같은 환상을 만들어내야 했다. 아니, 환상으로 그 시간을 견뎌냈다.
_205쪽(하성란, 「2014년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
저 사람은 뭘 읽고 있을까? 해가 넘어갔고, 어둡고, 쌀쌀하다. 지금만큼은 어둠 속 독서자가 읽는 페이지에 담길 만한 무언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돌연한 다정함이나 숙련된 다정함과 관련된 무언가라면 좋을 것이다. 그런 거라면 일단은 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쓰고 싶으니까. 그런데 저 사람은 정말 뭘 읽고 있을까?
_217쪽(한유주, 「산책들」)
그래, 그렇게 그 소설이 B에게 왔으므로.
그리고 그 소설은 B에게 다른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B는 저 소설을 읽기 전까지 자신의 슬픔에 대해 막연함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B가 자꾸 어느 순간에 오면 스스로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서. 어떤 슬픔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게 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너무 빨리 알게 된 것에 대해서. 잊지 않기위한 침묵. B는 이미 그것을 오랜 시간 삶 속에서 유지하고 있었다.
_233쪽(한정현, 「불면증 환자의 침묵과 이름이 명명된 자동차의 세계」)
현대의 소설가는 생활인이다. 일반인과 같이 육아와 직장 생활을 수행하면서, 창작을 병행해야 한다. 소설은 쉽게 시작될 수 있을지언정, 끝까지 쉽게 이어질 수 없는 장르이다. 시작과 함께 기 싸움이 시작되고, 끝없이 두 갈래, 세 갈래로 갈라지는 탐색전이 치열하다. 한순간 다른 데 눈을 돌리면 맥은 끊어지고 의미는 희미해진다.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 속에 소설 쓰기를 이어가려면, 초인적인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바로 틈새 시간을 모으고 모아서 소설 쓰기에 응집시키는 것이다.
_254쪽(함정임,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 끝나지 않은 사랑」)
매일 여섯 시간의 작업 루틴,
사주팔자와 번아웃,
암살자처럼 글쓰기,
소설이 잘 써지는 자리……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든 것’!
김이설 작가는 매일 여섯 시간의 작업 루틴을 만들기까지 1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고백한다. 성실과 근면으로 임해온 지난 시간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500여 개의 작업 일지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 과정에서 남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만이 아니다. 피드를 본 동료나 후배 작가들의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가 함께했다. ‘오래 같이 쓰기 위하여’ 김이설 작가는 오늘도 작업 일지 쓰는 걸 멈출 수가 없다.(김이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손보미 작가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펑크를 낸 경험을 풀어놓는다. 작가가 되기 전 본 사주에서 ‘결혼해서 돈이나 쓰고 살 팔자’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주와 달리 작가가 되었고 그 뒤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3000자짜리 원고의 마감을 앞두고 난생처음 펑크를 내게 된다. 작가는 번아웃이 왔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하면서, 삐걱대고 불안할지언정 글을 쓰고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음에 감사해한다.(손보미, 「사십 편 이상의 장편소설과 수많은 단편소설, 시, 희곡」)
집 안에서 아이를 돌보며 글쓰기를 병행하는 오한기 작가는 암살자 같은 태도로 글을 써야 했다고 말한다. 암살자가 타깃에 접근하듯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해둬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이의 “최종 컨펌이 떨어진” 빡빡한 육아 일정 속에서도 그는 소설 쓰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생활인이자 작가로서 소설 쓰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일의 지난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글에서 작가는 소설 쓰기를 통해 얻는 순수 이익, 즉 ‘소설의 마진’에 관해 논한다.(오한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오늘을 고민하고, 살아가는 소설가들이
다시 ‘작가의 말’을 쓰는 시간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이 사랑하는 작가는 누굴까. 박솔뫼 작가는 로베르토 볼라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관해 말한다. 그들 중 한 명이 바로 박솔뫼 작가 자신인데, 소설에도 종종 등장하는 볼라뇨는 그에게‘용기와 대범함’이라는 값의 최대치를 설정해주곤 하는 존재다.(박솔뫼, 「쓰고 읽고 말하고 읽고 쓰고」) “무엇을 하든 나의 감정과 의지는 책이 있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조경란 작가는 ‘작가의 말’을 쓰는 시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전해주고(조경란, 「‘작가의 말’과 신발」), 정지돈 작가는 “궁상맞고 지질하고 위악적이고 냉소적이며 불행한” 트윗 이미지를 가져와 글 쓰는 마음이 무엇인지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다.(정지돈, 「포기의 글쓰기」) 소설가들의 시작점도 뭉클한 감동을 준다. 전성태 작가는 “운명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작가의 길을 선택하던 열아홉 살 저편의 일을 회고하며 그동안 잊고 지내온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와 같은 젊은 초상을 떠올리고,(전성태, 「떠나온 자로서」) 정소현 작가는 “제가 아는 게 다인 줄” 착각한 소통 불능의 여학생이었던 자신을 끌어안으며 작가의 길로 이끈, 1994년 여름의 기록적인 폭염에 대해 쓰고 있다.(정소현, 「쉽게 배운 글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문학을 좋아할 것.
무엇이 와도 그 마음을 훼손당하지 말 것.”
‘소설이 있는 쪽’으로 삶을 선택한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
최진영 작가는 소설가가 된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으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꼽는다. 처음에 그 답은 간단했다. “좋아하니까, 쓰고 싶으니까.” 그러나 이후로도 그 질문을 받았고, 현재는 조금 다른 답에 도달했다. 소설은 “나를 변화시키고, 삶의 방향으로 끌어당기며, 다른 삶을 꿈”꾸게 한다는 것.(최진영, 「입구도 문도 자물쇠도 비밀번호도 없는 시작」) 김사과 작가도 ‘꿈’에 대해 말한다. 작가와 독자를 잇는 강력한 끈이 “현실 도피적 환상”이라고 믿는 그는,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무미건조한 글자”들을 이어 붙이며 “짧고도 강렬한,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을 꿀 사람들의 꿈을 상상해본다. 최수철 작가가 “우리에겐 우리의 모든 꿈을 기억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를 대신해 꿈을 꾸고, 기억해내고, 그것을 하나의 공고한 세계로 이어 붙여 한 편의 이야기로 짓는 소설가들이 있기에, 우리는 또 한번 꿈꿀 수 있고 계속하여 또 다른 꿈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여기, 지리멸렬한 일상을 보듬고 다듬어 우리의 꿈을 위무해주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소설처럼 때론 온기 어린 시선으로, 때론 냉철하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때론 웅숭깊은 사유로 삶 너머까지를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가. 23인의 소설가들이 저마다의 진실된 마음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간 ‘작가의 말’이 우리들 가슴속에도 깊이 가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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