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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범준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22년 11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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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7.73MB)
ISBN 9788901266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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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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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물리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김범준의 신작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가 인간의 삶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과학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책이다.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등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 김범준이 가장 각별하게 여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처음’, ‘흐름’, ‘허공’, ‘사과’, ‘무게’, ‘떨림’, ‘틈새’ 등 우리의 일상과 과학이 어떻게 중첩되는지를 포착한 42편의 글로 구성된다. 허공과 다름없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원자로 이뤄진 우주를 이성의 힘으로 깨달은 인간의 경이로움과 만나고, 인간관계의 소통을 지구와 사과 사이 중력의 상호작용에 빗대어 말의 경중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질량에 관한 고민에 이르는 식이다. 커튼 틈새로 햇빛이 드리우면 평소에는 그곳에 있는지도 몰랐던 먼지들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낸다. 빛의 난반사로 인한 일상의 황홀한 단면이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평범한 얼굴들을 떠올린다. 말 그대로 과학이 지식을 넘어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렌즈를 빌려, 우리가 살면서 무심코 간과하지만 이 세계를 움직이는 작은 존재와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여느 과학 분야 도서들이 과학 지식의 전달이나 과학으로 생각하는 법에 치중한 것과 달리,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이 그 자체로 우리에게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과학을 지식의 영역을 넘어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녹여낸 이 책은 “세상사에 한숨을 쉬며 주저앉고 싶을 때 힘을 내게 해줄 것”(곽재식 추천사)이다.
들어가며 티끌같이 사소해도 천금같이 소중합니다

1부 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온 별의 먼지: 인간이라는 존재로 산다는 것
[처음] 시간의 화살 위에 점을 찍는 일
[흐름] 강물은 에너지로 흐르고 세월은 엔트로피로 흐른다
[허공] 원자에서부터 우주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루는
[소멸]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는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과학자의 노트∥인간이란 무엇인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빈칸]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진공의 바다
*과학자의 노트∥저자가 한 명이라도 주어는 ‘우리’: 과학자들의 재미있는 논문 이야기
[성공] 가장 높은 고지에 이르는 최적화문제
[경험] 알파고는 이기는 법을 인간에게 배우지 않았다
*과학자의 노트∥우리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 배움의 뇌과학
[예측] 뉴턴이 말했다, 내일도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2부 적어도 지구 위에 고립계는 없다: 관계의 물리학
[열림] 생명, 그리고 인간관계의 필요조건
[거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량
[인연] 천문학적 규모의 우연에 이름을 붙이는 일
[사과] 중력이라는 이름의 상호작용
*과학자의 노트∥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동행의 작용-반작용법칙
[온도] 아내의 언 손을 녹이는 것
[뾰족] 큼과 작음의 비율
[무게] 존재의 무게를 좌우하는 중력장
[꼰대] 지금 이곳의 좌표
*과학자의 노트∥좋은 리더란 어떤 것일까: 계층구조의 효율성에 관한 리더십 연구

3부 모든 변화는 상전이처럼 온다: 보이지 않는 힘들의 세계
[자석] 스핀이 한곳을 바라볼 때의 위력
[떨림] 변화의 순간을 알리는 격렬한 신호
*과학자의 노트∥빨간 약, 그리고 내 마음속 가시: 영화 〈매트릭스〉
[공명] 나와 너의 진동수가 같아지는 순간
[증가] 우주를 쌀알로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
[꼼짝] 운동에너지가 0이 되면 생기는 일
[평형] 힘과 힘이 벌이는 팽팽한 대결
[비움] 지속을 위한 버림
*과학자의 노트∥가을 하늘이 주는 오싹한 경이로움
[순환] 지속가능한 것들의 조건
[마찰] 뜨거워지는 세상, 폭주하는 미래
*과학자의 노트∥세상을 구할 영웅도, 세상을 망칠 악당도 없다: 행위자가설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4부 과학이 지식이 아닌 태도가 될 때: 이성의 눈으로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법
[역설] 겸허의 학문
[주체] 눈을 감아도 그곳에 달이 정말 있을까
*과학자의 노트∥‘덕업일치’를 이룬 물리학자입니다만!
[잣대] 1킬로그램을 정의하는 법
[기준] 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
[법칙]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은 없다
[상식] 나의 지식을 모두의 상식으로 만드는 과정
[이해] 공통의 나무 그늘을 찾는 일
*과학자의 노트∥뇌 안의 연결 배선을 바꾸는 방법: 말과 글
[풍경] 봉우리 높이만큼의 에너지
[확률] 세상은 양자택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계] 문턱이 사라지면 발가락을 찧지 않는다

5부 더 나은 삶을 향한 아름다운 안간힘: 공존에 관하여
[무한] 거리가 아닌 방향으로 측정되는 물리량
[틈새] 있지만 잊었던 작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대칭] 물리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
[옥석] 다이아몬드와 흑연 사이
[평화] 연결의 구조를 바꿔 세상을 바꾸다
[자연] 우리가 없어도 목련은 핀다
[투명] 아득히 깊은 곳까지 빛이 다다르려면
*과학자의 노트∥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길: ESG경영에 관하여

물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간혹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물리학의 질량을 생각하다가 마음의 무거움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 이 책에는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서로 결이 다른 두 얘기를 함께 적을 때는 다름보다는 비슷함에 주목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것을 둘로 딱 나눠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과학만 이야기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학도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광막한 우주 속 사소해서 어쩌면 더 소중한 우리 존재를 생각하고, 커튼 틈새로 들어온 햇빛에 반짝이는 작은 티끌을 정겹게 바라보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의 지금 모습과 고마운 햇빛을 보면서, 물리학의 여린 중력과 약한 핵력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작고 여린 것들의 함께 모여 우리 사는 세상이 됩니다.
-8~9쪽, 「들어가며_티끌같이 사소해도 천금같이 소중합니다」

지구는 크기뿐 아니라 위치도 보잘것없다. 태양은 우리은하 변방에 놓인 평범한 항성이고, 지구는 그 주위를 도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행성일 뿐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와 그 안의 한없이 작은 지구를 떠올리면서 인류의 보잘것없음에 실망하는 이가 많다. 한편으로는 인간도 결국은 크기가 없는 기본입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허무함에 젖을 수도 있다.
우주의 막막함과 그 안에 놓인 인간 존재의 사소함을 대할 때면 나는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귀를 떠올린다. 허공으로 가득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 깨달은, 우리가 아는 유일한 존재가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애틋한 마음을 담아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인간은 보잘것없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라고.
-36~37쪽, 「허공_원자에서 우주까지, 거의 모든 것을 이루는」

현대 양자물리학에서 ‘무’ 혹은 ‘정말로 비어 있음’을 뜻하는 진공(vacuum)도 과거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의 빈칸처럼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물리학은 진공이 역설적으로 진공이 아님을 발견했다. 현대물리학의 진공은 넓고 깊은 바다와 비슷하다. 큰 바다를 가득 채운 바닷물을 직접 보지는 못하고, 물장구를 쳐서 수면 위로 튀어 오른 물방울, 그리고 그 물장구가 남긴 바닷물 속의 공기방울만 볼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수면 위로 올라온 물방울을 입자, 바닷물 안의 공기방울을 반(反)입자로 생각하면 된다. 진공이 이런 바다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입자 하나와 반입자 하나가 짝을 이루어 동시에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바로 진공요동이다.
-59~60쪽, 「빈칸_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진공의 바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존재가 나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은 나의 존재가 당신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과 같은 크기일 수도 있겠다. 같은 중력이 작용해도 지구는 꿈쩍 않고 사과만 민감하게 반응해 움직인다. 당신이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 한마디는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의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은 아닐까.
-124쪽, 「사과_중력이라는 이름의 상호작용」

무게는 질량뿐 아니라 물체가 놓인 곳에서의 중력장의 크기가 결정한다. 내가 어제와 다름없는 동일한 사람이어도 어제보다 마음이 가볍거나 무거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존재하는 사회적 상황의 장이 바뀌어서다. 어떤 이는 사회적 장의 변화로 엄청난 존재의 무게를 갑자기 갖게 된다. 무거운 별이 주변의 중력장을 변화시키듯, 부여받은 무거운 책무로 무거워진 사회적 존재는 다시 방향을 돌려서 이 사회의 장을 바꿀 수 있다.
-149쪽, 「무게_존재의 무게를 좌우하는 중력장」

꼰대란 무엇인지도 물리학의 상관함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판단 기준이 형성된 시간과 공간상의 위치를 원점 (0,0)으로 정의하자. 시공간 위치가 원점으로부터 (t,x)로 떨어진 지금 이곳의 상황을 (0,0)에서 형성된 기준으로 판단하려 하는 것이 꼰대다. 원점과 (t,x)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상관관계가 줄어든다. 엉뚱하게 판단하면서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중증 꼰대가 된다.
-155쪽, 「꼰대_지금 이곳의 좌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누구나 아는 윤동주의 「서시」의 문장이다. 시인은 이처럼 외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가슴으로 삶을 앓는다. 통계물리학에서도 민감도를 이야기한다. 민감도(susceptibility, 감수율)는 외부의 작은 자극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를 잰다. 막대자석의 경우라면 외부에서 작은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자성의 변화량을 자기장의 세기로 나누면 그 값이 민감도다. 약간의 자기장으로도 자성이 크게 변하면 민감도가 크다. 이렇게 정의하고 「서시」의 문장으로 시인의 민감도를 측정하면 그 값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시인의 가슴속 큰 괴로움을 잎새에 이는 약한 바람의 세기로 나누었으니, 그 값이 아주 클 수밖에.
-175~176쪽, 「떨림_변화의 순간을 알리는 격렬한 신호」

사랑에 빠진 둘은 서로를 매력적(attractive)이라고 느낀다. 둘 사이에는 서로 더 가까워지려는 끄는 힘(인력, attractive force)이 작용하는 셈이다. 매력(魅力)이 인력(引力)으로 작용하는 끌림의 근원은 전자기력이라면 모를까, 너무나도 약한 중력일 리는 없다. 두 원자핵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니, 전자기력이라면 모를까 강한 핵력이나 약한 핵력일 리도 없다. (……)
당신의 멋진 모습은 전자기력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인 빛알(광자)의 형태로 둘 사이 공간을 훌쩍 넘어 내 눈 망막에 닿는다. 망막의 시세포에 닿은 빛은 전기적인 신경신호를 만들어 내 뒤통수 쪽 시각중추에 도달하고, 다시 뇌의 곳곳으로 전달되어 여러 신경세포의 전기적인 발화패턴의 모습으로 우리의 감정과 인식을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을 과학이 속속들이 알아낸 것은 아니지만, 첫눈에 반했다면 전자기력에 감사할 일이다.
-234~235쪽, 「마찰_뜨거워지는 세상, 폭주하는 미래」

갈릴레이의 상대성원리는 “등속으로 움직이는 두 관찰자가 본 운동법칙은 같다”라는 것이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 원리에 더해서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찰자라면, 빛의 속도는 누가 보아도 같다”를 보탠 이야기다. 물리학의 상대성이론은 ‘다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에 대한 이야기다. 같은 법칙이 적용되지만, 기준이 달라지면 각자가 보는 현상이 다르게 보일 뿐이다.
-276~277쪽, 「기준_기준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같음」

칼 세이건의 책과 같은 제목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서 본 이상적인 장면을 기억한다. 작은 틈으로 들어온 햇빛을 프리즘으로 굴절시켜 분해해 커다란 방의 어두운 바닥에 넓게 펼친 장면이다. 길게 바닥에 펼쳐진 빛의 스펙트럼에서 방바닥 중간의 일부에서만 무지개 색깔이 보인다. 이렇게 좁은 가시광선 영역을 벗어난 곳에도 도달한 전자기파가 분명히 있는데도 우리는 전혀 보지 못한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빛이 우리가 보는 빛보다 훨씬 더 많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331~332쪽, 「틈새_있지만 잊었던 작은 것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티끌처럼 작고 사소한 존재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창백한 푸른 점’에 살아가는 지구인을 향해 건네는
물리학자 김범준의 가장 과학적이고 다정한 위안

인간이 만든 것 중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5년 전인 1977년, 미국에서 발사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다. 1990년, 지구에서 약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명왕성 궤도에 이르렀을 때 보이저 1호는 인류 역사상 길이 남을 사진 하나를 지구에 전송했다. 제목은 ‘창백한 푸른 점’,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광활한 우주 속 점 하나에 불과한 지구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은 너무도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토록 작은 지구 위에서 지구보다 훨씬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생의 덧없음과 허무함에 젖어들기도 한다.
여기, 그런 이들을 향해 “그래서 우리 모두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라고 다정하게 다독이는 책이 있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자’로 불리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서온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이 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이다. 허공과 다름없는 원자들이 모여 인간이 되고, 인간이 사는 지구 바깥의 우주도 허공과 다름없다. 인간은 허공으로 가득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이성의 힘으로 스스로 깨우친, 우리가 아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의 몸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원자 하나 바뀐다고 해서 ‘나’라는 생생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 규모의 우연으로 만난 원자들의 유일한 짜임이 ‘나’라는 의식을 만들어낸다. “우리 모두는 티끌처럼 사소하지만 태산 같은 무거움을 지닌 특별한 존재들”이라는 저자 김범준의 말이 더욱 애틋하고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는 이유다.

“가슴이 답답하고 인생이 지칠 때, 과학책을 읽으며 힘을 낸다는 게 과연 어울리는 일인가 싶을 수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곽재식(SF소설가,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저자)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지구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황정아(우주물리학자, 『우주미션 이야기』 저자)

#처음, #사과, #무게, #틈새…
과학과 삶을 잇는 42개의 단어로 바라본
나라는 존재, 당신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의 세계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물리학자가 인간의 삶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과학적인 순간을 발견하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본문은, ‘처음’, ‘흐름’, ‘허공’, ‘사과’, ‘무게’, ‘떨림’, ‘틈새’처럼 우리의 일상과 과학이 중첩되는 중간지대에 닻을 내린 42개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허공과 다름없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보다가 원자로 이뤄진 우주를 이성의 힘으로 깨달은 인간의 경이로움과 만나고, 인간관계의 소통을 지구와 사과 사이 중력의 상호작용에 빗대어 말의 경중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질량에 관한 고민에 이르는 식이다. 커튼 틈새로 드리운 햇빛에 작은 티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원리를 살피면서 일상의 소중함과 세상 구석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어쩌면 당신과 나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존재가 나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은 나의 존재가 당신에게 미치는 연결의 힘과 같은 크기일 수도 있겠다. 같은 중력이 작용해도 지구는 꿈쩍 않고 사과만 민감하게 반응해 움직인다. 당신이 나에게 스치듯이 말한 한마디는 짜릿한 기쁨이 될 수도, 가슴에 꽂히는 비수가 될 수도, 혹은 쇠귀에 들리는 경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말이라도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정도가 다른 이유는, 결국 당신의 말의 경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질량에 달린 것은 아닐까. -본문 중에서(124쪽)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오직 물리학만이 건넬 수 있는 자연과 삶에 대한 통찰

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학은 미세한 기본입자와 에너지, 힘의 상호작용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과 역학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물리학의 렌즈로 바라보는 순간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모든 물질을 이루는 원자, 태양이 멀리 동떨어진 지구를 공전하게 만드는 중력장, 입자와 반입자의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진공 등이 그렇다. 책상 위의 볼펜이 미동 없이 가만히 놓여 있는 이유는 중력과 수직항력의 힘이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날 꽁꽁 언 아내의 손은 실내에 있던 남편이 몇 분만 꼭 잡아주면 금방 녹는데, 따뜻한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열에너지가 전달되어 부부의 손이 열평형상태를 이루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가장 중요한 자연의 이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으며, 이 세계의 많은 부분이 그 존재들로 인해 유지되고 돌아간다.”
이 책의 저자인 김범준은 세상사의 이치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평범한 일상이 물방울처럼 모여 짧고도 긴 삶의 강을 이룬다. 돌멩이가 떨어지는 위치와 시간은 돌멩이를 던진 처음조건이 좌우하는 것처럼, 어떤 목표에 도달하거나 성공의 산봉우리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처음위치와 처음속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면, 이를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의 안간힘에 감사할 일이다. 안전한 출퇴근길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님,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힘쓰는 청소 노동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모두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는 살면서 무심코 간과하기 쉽지만 이 세계를 움직이는 작은 존재와 중요한 이치를 일깨운다. 물리학이 과학의 영역을 넘어 삶의 영역에까지 스며들 수 있음을 증명해낸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나은 인생을 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에 관한 깊은 통찰을 건넨다.

“과학자의 날카로운 시선과 시인의 부드러운 감수성을 중첩시켜 세상과 삶과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건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가을 하늘이 새로운 경이감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민형(수학자, 『수학이 필요한 순간』 저자)

작가정보

저자(글) 김범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스웨덴 우메오대학교와 아주대학교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반역학, 전산물리학, 열 및 통계물리학 등 물리학 전공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현실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연구를 한다. 과학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핵심 교양 중 하나라고 믿으며 과학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한국물리학회 용봉상을 수상했고, 2015년 저서 『세상물정의 물리학』으로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대표와 한국물리학회 통계물리분과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물리학회 대중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상자』, 『과학은 논쟁이다』(공저), 『단 하나의 이론』(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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