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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리기의 예술

101세 편집자의 삶에서 배우는, 읽고 쓰는 사람의 기쁨과 지혜
다이애나 애실 지음 | 이은선 옮김
아를

2022년 11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7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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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6.13MB)
ISBN 9791197317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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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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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에 태어나 50여 년간 편집자로 일하고 2019년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의 에세이. ‘반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편집자로서 느낀 기쁨과 애환, 수많은 작품과 작가들에게서 발견한 지혜와 열정을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필치로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 책이다. 영국과 미국의 언론은 “작가와 편집자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0세기 문학과 그 창조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모든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책”, “탁월한 지성의 횃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100년이 넘는 생애의 대부분을 읽고 쓰는 일에 바친 저자의 경험과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혜와 위안을 전해준다.
1부
출판인이 아니라 편집자
출판사에서 일할 만한 인재?
난생처음 만난 ‘출판업계 종사자’
기꺼이 선택한 길의 출발점에서
어떤 책을 출간해도 우습지 않던 시절
출판사를 빼앗길 때에도 지켜낸 원고
출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여행하는 직업
이런 직원 저런 동료, 이런 사랑 저런 우정
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준 의미
좋은 시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부
작가와 편집자의 삶
잃은 것과 얻은 것 모두가 우정 _모디카이 리슐러, 브라이언 무어
따돌리지 못한 재능을 증오한 이방인 _진 리스
광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천재 작가 _앨프리드 체스터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글쓰기 _V. S. 나이폴
“당신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줘요.” _몰리 킨

후기_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

내가 손을 대지 않은 문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손을 대지 않은 단락은 분명 없었다) 고치고 타자기로 다시 쳐서 한 장(章)씩 보내면 저자는 언짢아하면서도 항상 승인을 내렸다. 나는 이 일이 좋았다. 이상한 모양의 꾸러미에서 꾸깃꾸깃한 갈색 포장지를 한 겹 한 겹 벗겨내 그 안에 담긴 예쁜 선물을 꺼내는 듯한 심정이었다(능력 있는 작가의 글을 아주 조금 손보는 것보다 훨씬 보람 있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학구적이고 세부 묘사가 탁월하며 문장 또한 빼어난 수작이라는 서평이 실렸다. 저자는 그 즉시 기사를 오려 짤막한 쪽지와 함께 나에게 보냈다. ‘정말 자상하기도 하지.’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모양이구나!’ 하지만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서평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 문장은 나무랄 데가 없었어요. 나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말입니다.” 나는 한참을 웃다 멈추고 인정했다. 편집자는 고맙다는 인사를 바라면 안 되는 것이었다(가끔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그건 보너스로 받아들여야 한다). 편집자는 산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식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거든 직접 낳아야 한다. _〈어떤 책을 출간해도 우습지 않던 시절〉, 59쪽

나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원고에 지나치게 손을 대지 않았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은 내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허락이 없으면 어떤 부분도 고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편집자의 절대 원칙이었다. 그러니까 이 두 가지가 내가 세운 편집의 기본 원칙이었는데,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손댈 필요 없는 원고를 입수하는 것이었다(브라이언 무어, V. S. 나이폴, 진 리스가 이런 경우였고, 미국에서 출간된 책도 이미 편집을 거쳤기 때문에 골치 아픈 단계를 건너뛸 수 있었다). 만약 원고에 손을 대더라도 출간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읽혀야 하는데, 이것은 작가와 긴밀한 공조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편집이라는 절차를 놓고 작가들이 보이는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내용에서건 문장에서건 편집자가 실수를 지적했을 때 고마워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일부는 대안으로 제시된 모든 단어마다 저울질을 한 반면 대다수는 편집자의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소수는 좀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싶어 했고, 극소수는 이러든지 저러든지 상관하지 않았다. _〈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여행하는 직업〉, 84-85쪽

작가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독자이다. 중개인 없이 직접 독자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작가로서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출판업자는 오로지 원고를 책으로 엮는 작업이 워낙 복잡할 뿐 아니라 비용이 많이 들고, 만들어진 책을 서점이나 도서관에 배본하는 작업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원고, 수많은 날들을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배 속에서 토해낸 원고이지만, 중개인을 만나 물리적인 형체를 부여하고 여기에서 비롯된 수입을 나누어 가지겠다고 동의하지 않으면 사장될 수도 있다니 정말 분한 노릇이다. 물론 모든 작가들은 출판사가 자신의 책을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합리적인 이윤을 챙길 자격이 있다고 머리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책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따라서 출판업자와 작가의 관계는 내 생각처럼 그렇게 편한 관계가 아니다. 출판업자가 정말 위대한 작가를 만났다고 생각할 때, 그의 작품 속에서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때에만 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 _〈작가와 편집자의 삶〉, 170쪽

《좀 웃어봐요》의 교정쇄가 인쇄소에서 배달되었을 때 런던에 있던 진은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교정을 보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 번에 최대 20분씩 아주 천천히 큰 소리로 원고를 읽어주기로 했다. 교정이 시작되자마자 그녀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표정이 딱딱해지는가 하면 눈매가 예리해졌고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1차 교정을 절반 정도 끝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잠깐만, 시작 부분으로 돌아가줘요. 세 줄 아래, ‘그러고 나서’라고 한 부분. ‘그러고 나서’를 빼고 문장을 끊은 다음 새로운 문장으로 시작할게요.” 그녀는 원고를 눈앞에서 보는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이 사소한 사건이야말로 진 리스에 얽힌 미스터리의 실체를 언뜻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너무나 무능력하고 실수와 사고를 연발하는(심지어 파멸에까지 이르는) 사람 속에 강철처럼 단단한 예술가의 면모가 숨어 있었다. _〈따돌리지 못한 재능을 증오한 이방인 _진 리스〉, 227-228쪽

선천적으로 엄청난 매력을 타고난 사람은 그 매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할 수밖에 없지만, 이와 같은 인식은 매력을 위험한 선물로 바꾸어놓는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죗값을 모면하는 능력은 남용당하기 마련이고, 지나치게 남용된 매력은 없느니만 못하다. 몰리 킨은 내가 만난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매력적인 사람에게 늘 따라다니는 위험을 완벽하게 따돌렸다는 점에서도 특출한 인물이었다.
몰리는 자신이 얼마나 흡인력이 강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언젠가 나에게 “젊었을 때는 노래로 저녁 값을 대신했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시피 그녀는 자기 가족보다 흥미진진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얼굴이 예쁜 것도 아니고 옷을 잘 차려입은 것도 아니지만 유머 감각과 매력을 동원해 환심을 샀다. 출신에 비해 너무 똑똑한 데다 어머니에게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당한 데서 비롯된 습관이었다(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녀도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괘씸한 딸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 것은 구원의 역할을 했고,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서 표리부동하거나 교활해지지 않았다. 매력보다 훨씬 강한 판단력과 감수성과 솔직함과 아량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_〈“당신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였을지 생각해줘요.” _몰리 킨〉, 303-304쪽

원고의 여백 위에 써넣은 ‘되살리기’ 표시처럼
읽고 쓰는 우리의 삶도 빛으로 되살아나기를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위대한 문장에 희열을 느껴서라기보다 내 좁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 복잡한 인생에 대한 감각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집어삼킬 듯한 인생의 어둠과, 고맙게도 그 속을 애써 뚫고 나오는 빛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_책 속에서

“이 책은 모든 편집자가 읽어야 할 필독서이지만,
내심 작가와 독자들의 필독서 목록에도 올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_이은혜, 《읽는 직업》 저자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계속 머무르고 싶은 세계와도 같을 것이다.”
_강윤정, 《문학책 만드는 법》 저자

100년이 넘는 생애의 대부분을 읽고 쓰는 일에 바친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되살리기의 예술》의 저자 다이애나 애실은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에 태어나 1990년대 초반까지 50여 년간 편집자로 일한 영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5년부터 편집 경력을 시작한 애실은 1952년 설립된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위대한 작품들의 탄생을 돕는 산파 역할을 했다. 그가 함께 일한 작가들은 필립 로스, 노먼 메일러, 잭 캐루악, 진 리스, 모디카이 리슐러, 몰리 킨, 시몬 드 보부아르, V. S. 나이폴, 존 업다이크, 마거릿 애트우드 등 20세기 세계 문학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 빼곡하다.
75세에 은퇴한 뒤에도 읽고 쓰는 삶을 계속 이어간 다이애나 애실은 죽기 전까지 10여 권의 책을 쓴 작가로서도 명성을 떨쳤다. 그중에서도 편집자라는 직업과 작가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 이 책 《되살리기의 예술》은 그가 ‘반세기’에 달하는 시간 동안 편집자로 일하면서 느낀 기쁨과 애환, 수많은 작품과 작가들에게서 발견한 지혜와 열정을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필치로 흥미진진하게 ‘되살려낸’ 책이다. 영국과 미국의 언론은 이 책에 대해 “작가와 편집자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0세기 문학과 그 창조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모든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책”, “탁월한 지성의 횃불”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위대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키고
인생의 참모습을 비추는 ‘되살리기의 예술’

작가나 편집자는 글을 고칠 때 종종 삭제하려던 내용을 원래대로 되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삭제하라는 표시 위에 ‘되살리라’는 뜻의 교정 부호를 덧쓰는데, 영미권에서는 “stet”을,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生”을 사용한다. 즉 이 책은 편집자가 원고의 여백 위에 ‘되살리기[生]’라고 적어 넣듯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저자의 기억이 시간의 무게에 짓눌려 사라져버리거나 불필요하게 윤색되지 않도록 ‘생의 한켠에 쓴’ 되살리기 표시인 셈이다. 그렇게 온전히 되살아난 시간은 20세기 현대사를 관통했던 한 편집자의 삶뿐 아니라 이제는 자주 호명되지 않는 작가들의 숨겨진 삶까지도 투명하게 비춘다.
실제로 다이애나 애실이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운 기본 원칙은, “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것은 편집자의 목소리가 아니라 작가의 목소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원고에 손을 대더라도 출간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읽혀야” 한다. 이 원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되살리기’라는 미덕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작가의 원고를 고치고 싶은 유혹에 자주 빠지곤 한다. 그러나 섣부른 삭제나 수정은 미묘한 표현 하나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퇴색시키는 잘못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편집자로서 저자가 깨달은 진실은, ‘되살리기’라는 과정이 없다면 위대한 예술 작품의 탄생도, 인생의 참모습도 없다는 것이었다.

50년 경력의 편집자가 온몸으로 읽어낸
책이라는 세계, 그리고 작가라는 존재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다이애나 애실의 50년 편집 인생과 그 속에서 얻어낸 통찰을 다룬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넉넉하지 않은 밑천으로 시작한 출판사에서 함께 아등바등 일한 사람들, 뜻밖의 인연으로 만나 성공을 거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 틈엔가 편집자라는 직업이 개인의 삶과 정신에 미치는 기쁨과 행복, 번뇌와 고통까지도 엿보게 된다. 놀라운 것은 1950년대에 작가와 의견을 나누고 책을 편집하는 과정이 오늘날의 그것과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때는 어떤 책을 출간해도 그 책을 읽어줄 독자들이 ‘충분히’ 많았던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저자는 “출판업계가 불황이 아니었던 적이 있었던가?”라고 자조하는 이들에게 출판업계가 “호황이었던” 시절도 분명 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물론 저자가 50년 가까이 몸담았던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역시 1980년대에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형 출판사(안드레 도이치 출판사는 오늘날로 치면 독립 출판사에 더 가까웠다)들의 등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막대한 선인세를 주겠다는 거대 출판사로 저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간 데다 경제 불황의 여파마저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독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출판 환경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글프기는 해도 아주 슬프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우리 때보다 더 열심히 진지한 작품에 매진하는 출판사들이 많지는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부는 저자가 편집자로 일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눈 작가들의 이야기이자, 편집자만이 쓸 수 있는 “결코 존재하지 않을” 전기(傳記) 격인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깊이 접근하는 편집자는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되는 진실마저 알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숨기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진솔하고 당당한 태도로 글의 행간마다 애정 어린 이해와 관용을 불어넣는다.
1890년 영국 식민지였던 도미니카 연방에서 태어난 작가 진 리스는 1930년대까지 《한밤이여, 안녕》과 같은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그 후 “불행의 터널” 속에서 헤매던 20년 가까이 “행방불명자”로 살았다. 그러다 BBC가 신문에 사람 찾는 광고를 내면서 1960년대에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 리스는 편집자인 다이애나 애실을 만나서 나중에 현대 영미 문학의 고전이자 자신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출간했다. 고통 속에서 보낸 젊은 시절의 기억은 진 리스를 말년까지 괴롭혔지만, 마지막까지도 창작을 향한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진 리스에게 작품을 쓰도록 독려하고 그를 곁에서 보살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나 무능력하고 실수와 사고를 연발하는(심지어 파멸에까지 이르는) 사람 속에 강철처럼 단단한 예술가의 면모가 숨어 있었다.”
뉴욕 출신의 작가 앨프리드 체스터는 젊은 나이에 수전 손택과 견줄 만큼 천재적인 신인 작가로 여겨졌다. 그러나 편집증과 정신 착란, 약물과 알코올 중독, 어렸을 때 덮친 병마가 외모에 남긴 흔적(대머리라 가발을 썼다),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겹겹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 예술가의 광기가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요소라는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앨프리드 체스터의 초기 단편집을 편집한 저자는 그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작품의 원고를 읽고 나서 “그를 사로잡은 광기 때문에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평범하게 변하다니 이렇게 씁쓸한 모순이 어디 있을까.”라고 탄식한다. 그 밖에도 저자는 나중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V. S. 나이폴, 그를 통해서 재발견된 아일랜드의 소설가 몰리 킨과의 일화 등,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 이채로운 경험들,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의 풍경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인류의 30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발효시킨 지혜
페이지마다 되살아나서 빛나는 읽고 쓰는 사람의 생

2부에서 저자가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그려낸 작가들의 모습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때로는 기쁨에 들뜬 아이처럼, 때로는 자기 세계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예측 불가의 존재처럼 다층적으로 그려지는 까닭에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자신의 삶을 되살리고자 쓴 책에서조차 편집자의 미덕을 발휘해 작가들의 삶을 오롯이 되살려놓은 셈이다. 이처럼 작가가 쓴 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되살리기 예술’은 우리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의 ‘나 자신’은 살면서 겪은 수많은 감정과 경험의 총체로서 존재한다. 슬프거나 후회되는 시간이라고 해서 특정 부분만 삭제하거나 수정한다면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술집에서 우연히 들은 한 남자의 말을 소개한다. “인류의 70퍼센트는 미개하고 30퍼센트는 지혜로운데, 이 30퍼센트가 세상을 장악하지는 못하지만 세상이 잘 굴러가도록 [그 지혜로] 대중을 발효시킬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지혜는 단순한 지적 능력이 아니다. 이해하고, 다른 존재와 사물과 사건들 속에서 본질을 찾고, 그 본질을 존중하고, 협동하고, 발견하고, 참아야 할 때 참고, 즐기는 능력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책을 끝맺는다. “내가 누린 행운의 상당 부분이 이 일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편집자로 보낸 시간 위에 ‘생(生)’이라고 끼적이게 된 이유는 그 일이 내 일상에 수많은 발전과 관심과 즐거움과 기쁨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30퍼센트에 속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이애나 애실은 잘 발효된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되살리기의 예술》에 충실히 담아냈고, 이는 읽고 쓰는 삶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혜와 위안을 전해준다. 2019년 1월, 다이애나 애실은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몇 개월 뒤 BBC를 통해서 생전에 녹화해두었던 마지막 말이 공개됐다.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테지요. (...) 말들은 계속되고 생각도 계속됩니다. 여러분이 바이런의 편지를 읽는다면 바이런이 거기에 있는 거예요. 그가 여러분의 방에 함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 책의 한 페이지를 열면 내가 여러분이 있는 그곳에 함께 있을 거예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다이애나 애실의 삶과 지혜가, 그 수많은 작가들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생이 번뜩이며 ‘되살아난다.’

작가정보

Diana Athill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런던 켄싱턴에서 태어나 노퍽주에서 자랐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갈 무렵 2차 세계 대전이 발발, 전시 부역의 일환으로 BBC 외신부에서 일했다. 전쟁이 끝난 후 헝가리 출신의 동갑내기 청년 안드레 도이치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그가 1945년에 설립한 앨런 윈게이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1952년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창립 이사로 참여했고, 1993년 75세에 은퇴할 때까지 50여 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필립 로스, 노먼 메일러, 모디카이 리슐러, 지타 세레니, 잭 캐루악, 진 리스, 시몬 드 보부아르, 몰리 킨, V. S. 나이폴, 존 업다이크, 마거릿 애트우드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편집했으며, 몇 편의 소설을 발표한 소설가이자 뛰어난 논픽션(특히 회고록) 작가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피렌체 일기》, 《어떻게 늙을까》, 《믿게 하다》, 《편지를 대신해》, 《장례식이 끝나고》, 《인생 수업》, 《살아 있어, 살아 있다고!》 등이 있다. 영국 문학계에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다. 2019년 1월, 런던의 한 호스피스에서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과를 졸업했다. 출판사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매들린 밀러의 《키르케》, 《아킬레우스의 노래》, 요 네스뵈의 《멕베스》, 스티븐 킹의 《악몽과 몽상》, 《자정 4분 뒤》, 《미스터 메르세데스》, 마거릿 애트우드의 《그레이스》, 프레드릭 배크만의 《불안한 사람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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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되살리기의 예술
    101세 편집자의 삶에서 배우는, 읽고 쓰는 사람의 기쁨과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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