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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노동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매들린 번팅 지음 | 김승진 옮김
반비

2022년 10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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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5.83MB)
ISBN 9791192107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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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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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조건인 돌봄의 현장과 이론을 정확하게 아우른다. 저자는 사랑과 노동 사이의 오랜 논쟁을 ‘사랑의 노동’으로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정희진(여성학자)

간호사, 의사, 간병인, 사회복지사,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
나를 돌봐온 존재들과 내가 돌보는 존재들의 이야기

돌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해낸 5년간의 취재

돌봄공백, 독박돌봄, 영케어러, 돌봄사각지대…… 지난 몇 년간 돌봄은 각종 문제이자 ‘위기’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동시에 고령화부터 양극화, 공공서비스 붕괴, 젠더 불평등, 환경 파괴, 기후위기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핵심적 방안으로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돌봄의 가치와 보편성을 강조하는 의제와 담론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논의는 불충분하고, 돌봄 수요의 끊임없는 증가 속에서도 만성적인 저평가와 저임금·불안정 노동화, 인력·예산 부족, 돌봄 정책과 일선 현장의 괴리 등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은 모두 돌보고 돌봄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음에도, 우리 각자에게 돌봄이 내가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그 중요성을 인지한다 해도 그저 두렵고 막막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을 짚어야 할 것이다. 돌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사랑의 노동』은 간병인,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연구자, 활동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수많은 돌봄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경험, 상호작용을 담아내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 매들린 번팅은 5년간의 취재를 거쳐 이 책을 써냈다. 종합병원, 호스피스, 시설, 일반의(GP) 진료소, 가정, 시민단체 등 다양한 돌봄 현장을 참관하고 구성원들을 인터뷰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뿐 아니라 관련 통계, 문헌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회적 돌봄에 관한 거시적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조망하고, 돌봄의 역사적 측면까지 훑는다. 가사노동, 치료, 회복, 사랑의 관계를 주제로 한 문학과 예술을 다룸으로써 돌봄의 세세한 결을 풍부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에 더해, 각 장의 끝에서 돌봄과 밀접한 단어를 제시하고 그 어원과 의미를 밝힘으로써 우리가 돌봄을 이해하는 방식을 주조하는 문화적 배경 또한 들여다보고자 한다. 단연 돌봄이 처한 풍경에 관한 깊이 있고 종합적인 기록이라 할 만하다.
추천의 글
독자들에게
서문

1 보이지 않는 심장
돌봄
2 유지의 예술
공감
3 비발디를 들으며: 시민단체에서
친절
4 돌봄이라는 암흑물질: 병원에서
긍휼
5 하루 300건의 의사 결정: 일반의 진료소에서
동정
6 목격자 되기: 간병인의 곁에서
의존
7 뱃사공의 임무: 임종의 침상에서
고통
8 가능한 미래

감사의 글


참고문헌
찾아보기

‘돌봄care’이라는 짤막한 단어의 의미를 우리는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돌봄을 제공하고자 하는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지, 돌봄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무엇인지, 우리는 더 잘 알아야 한다. 돌봄노동의 일부는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고, 형제자매가 서로를 돌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녀가 부모를 돌보기도 한다. 어떤 돌봄은 친구 사이의 우정, 연인 사이의 사랑, 이웃 사이의 유대 관계를 타고 이뤄진다. 한편 수백만 명에게 돌봄은 일자리이기도 하다. 요양원, 진료소, 병동 등의 돌봄 종사자들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업무 속에서 빠르게 신뢰과 공감을 일구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12)

돌봄노동의 방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문화적 가림막이 존재한다. 인간의 후생을 지탱해주는 노동의 가치를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돌봄의 중요성, 돌봄노동의 정도, 돌봄노동에 필요한 복잡하고 섬세한 기술 등 가려져 있는 방대한 돌봄의 직조와 연결망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우리 사회는 돌봄경제에 시간, 돈, 가치를 투자하지 않으며, 돌봄의 관계에 흐르고 있는 시간, 관심, 공감, 존중, 신뢰, 존엄, 호혜, 연대를 인식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양질의 돌봄이 충분한 보상과 좋은 노동조건, 적절한 자금 지원, 효과적인 조직 관리, 문화적인 인정과 같은 더 큰 맥락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지겹도록 신화화되는 것과 달리, 돌봄은 성인이나 천사나 영웅의 일이 아니다. (15~16)

돌봄은 여전히 오프라인 활동이다. 목욕시키기, 식사시키기, 청소하기, 정리 정돈하기, 손 잡아주기, 지켜보기 등 너무나 많은 면에서 물리적으로 대상자의 곁에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 근접성이 돌봄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들러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누가 사는가, 먹을 것을 가져다주거나 말벗이 되어줄 만한 사람이 가까이에 있는가와 같은 점이 결정적일 수 있는 것이다. …… 돌봄은 온전히 개인에게만 맡겨지는 일일 수 없다. 가까이 사는 누구를 누가 아는가, 그들이 어떻게 만나는가, 그들이 어떤 관계를 발달시켜가는가 등이 만드는 연결망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사이 지리적인 이동성이 높아지면서 과거 돌봄의 제공에 필수적이었던 공동체 네트워크가 잠식되어왔다. (19)

1995년에 국제연합은 (어린아이, 환자, 노인에 대한) 전세계 무보수 돌봄노동의 가치가 약 16조 달러라고 추산했는데, 이것도 과소계상된 수치일 것이라며 ‘가내의 비시장 활동’ 규모가 전 세계 총생산의 80퍼센트에 맞먹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더 최근에 영국 통계청은 영국의 무보수 돌봄노동(‘비공식 돌봄노동’으로 불리기도 한다.)의 가치를 595억 파운드[약 94조 원]로 추산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어느 국가든 대개 무보수 돌봄노동이 GDP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43)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증가와 돌봄에 대한 수요 증가, 불충분한 공공 서비스라는 세 요소의 위태롭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조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불어닥친 예산 삭감의 돌풍을 정면으로 맞았다. 긴축 정책에는 돌봄 종사자들의 임금을 내리누르는 것도 포함되었다. 사회적 돌봄부터 아동 돌봄 그리고 간호 영역까지, 대체로 여성인 돌봄노동력이 긴축 정책으로 인한 임금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돌봄은 값싼 일이어야 한다는 문화적 고정관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55)

"저는 사람의 신체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봐야 했어요. 그것을 다루는 것이 제 일이었지요. 어떤 경험은 정말로 심원한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신체적인 쾌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할머니 환자를 안아줄 수 있고 돌봐줄 수 있고 질을 씻겨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환자에게 편안함과 쾌감을 준다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는데, 전혀 성적인 종류가 아니었어요. 누군가가 정말로 몸이 약하고 아프면 대화조차 힘들게 됩니다. 대화 소재가 없어지기도 하고, 그분들이 대화를 잘 따라오거나 하고 싶은 말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신체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옷을 입히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신체적인 일이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됩니다.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접촉하는 것은 매우 강력할 수 있습니다." (90~91)

돌봄은 종종 ‘행위’로 이야기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표현되기도 한다. 완화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언제 물러나 있어야 하고 언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가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잠시 붙들어둔 채로 딱히 결론이나 결과나 확실성에 도달하려 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알아서 진행되게 두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강렬한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종류의 돌봄은 몹시 어려울 수 있다. (102)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괴로움 하나는 장애 아동의 가족이 겪게 되는 프라이버시 상실이었다. 장애 아동을 키우려면 가정에서 벌어지는 가장 사적인 부분까지 복지 시스템의 감독, 관찰, 분석, 판단에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 양육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즉 부모가 아이와 관련된 의사 결정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가 흔들린다. 정부 서비스 담당자의 개인적인 편견이 광범위한 의사 결정에 스며들 수 있다. 부모는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집을 관리하는지, 어떤 양육 방식을 취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먹이는지 등에 대해 담당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여기에 양자 사이의 계급 차이와 문해력 차이까지 더해지면, 이 과정은 매우 모멸적일 수 있고 그 모멸은 영구적으로 흔적을 남길 수 있다. (119~120)

"너무나 복잡하고 깊은 여정이었습니다. 이 여정에서 저는 우리 모두가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존성에는 낙인이 찍힙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바깥에 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고,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속한 것이라는 점을요.” (125)

돌봄은 우리 사회가 개개인의 삶이 갖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사 결정을 집합적으로 내리는 영역이다. 누군가 고용되는 것이 불가능해서 늘 다른 이의 돌봄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는 다른 사람보다 가치가 덜한 것인가? 시장에 참여하는 것, 돈을 벌고 물건을 사는 것이 우리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라면, 명백히 우리는 여기에 반대해야 한다. (149)

존과 샐리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우며 통제되지 않는 신체와 감정을 날마다의 일과로 다룬다. 한 간호사는 자신의 역할 중 하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봄은 질서와 조직화입니다. 복잡성을 제한해야 하고 직원, 환자, 가족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위기 시에 환자와 가족은 종종 통제력을 잃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암묵적인 요청이 있지요. ‘질서를 잡아주세요.’라고요.” (181~182)

환자의 존엄을 보호하는 것은 거리두기와 안심시키기 사이의 미묘한 상호작용이다. 한 간호사는 환자를 씻길 때 환자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다. 다 끝낸 다음에야 환자의 눈을 본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나는 환자를 목욕시키거나 침상에서 움직이게 할 때 간호사들이 일부러 쾌활하게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상적인 일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날씨나 환자가 전에 살던 곳에 대한 이야기는 낯선 사람이 자신의 몸을 씻기는 당황스러운 경험의 와중에 환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간호사의 개입은 간단한 업무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전문적이고 숙련된 기술을 수반하기도 한다. (195)

“나는 정말 많은 고통을 봅니다. 하지만 희망에 대한 절실한 기대도 보지요. 나는 숙련된 일반의로서 내가 거기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우리 자체가 치료’입니다. 그리고 내 역할이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의 삶이 흥미롭다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알아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실뭉치인 것처럼 인간성을 발견할 때까지 실타래를 따라갑니다. 그것이 바로 돌봄입니다.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공감해야 합니다. 그들의 고통을 느껴야 하지만 그것에 의해 고통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까, 그 고통을 그대로 받아서는 안 됩니다.” (239~240)

죽어간다는 것은 신체에 대한 통제를 잃고 의존성과 취약성으로 한층 더 가까이 가는 모멸적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보태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고통스럽다. 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신체의 물질성은 성인으로서 살아온 기간 내내 규율된 사회적 관습에 저항한다. 그리고 우리는 강력하고 잊을 수 없는 죽음의 냄새를 맡는다. 이상화된 신체(젊음, 날씬함, 건장함, 살짝 그을림, 섹슈얼함 등)의 이미지로 가득한 문화는 나이 들어가면서 신체가 쇠약해지고 해체되는 과정에 대한 지식을 우리 사회에서 몰아냈다. (335~336)

간병인들의 무표정을 보는 것은 이 책을 위한 취재를 통틀어 가장 괴로운 순간 중 하나였다. 그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삶의 고통스러운 이면을 직접 대면하는 사람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자원이 박탈되었다. 가장 명백하게는 시간이 부족하고, 금전적인 보상도 적절하지 않다. 게다가 사회가 문화적으로 죽음을 잘 이해하고 있지도 않아서, 그들의 일과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들은 서로에게서만 고립된 게 아니라 경험에 의미와 존엄을 부여하는 더 큰 사회적 맥락에서도 고립되어 있다.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쇠락하는 신체의 순전히 날것 그대로의 현실과 비극이다. (353)

오늘날에는 이러한 증여경제가 사건사고와 비난에만 집착하는 언어, 제도적 구조, 또 정책 문서와 공공 담론에 의해 흐릿해져 파묻혀버렸고,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각자의 마음속에만 조용히 담아두는 것이 되었다. 돌봄의 가치를 다시 주장하고 돌봄에 수반되는 상상력, 용기, 그리고 고된 노동에 마땅한 찬사를 보낼 수 있으려면, 제대로 인식되고 보상되는 증여경제가 필요하다. 돌봄은 (레구, 톨스토이, 로스 같은 예술가들의 예외적인 작품을 제외하면) 결코 언어로 표현되거나 측정될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경험하는 날것의 질료다. (417)

숫자로도 언어로도 다 표현될 수 없는 돌봄 문제를 포착하다

돌봄은 표준화가 불가능하며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것이 긴 기간 돌봄을 연구하고 취재해온 저자의 문제의식이자 통찰이다. 돌봄의 많은 부분이 ‘암묵적 지식’에 기반하며, 돌봄은 “마음과 촉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돌봄을 이야기할 때 따라오는 주요한 어려움도 여기에서 비롯되는데, 저자는 그 한계를 넘어 돌봄의 현실을 전달하기 위해 돌봄 현장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서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순간들을 포착해 독자에게 전한다.
많은 간호사, 간병인, 의료보조사, 환자의 가족 들은 목욕, 식사, 청소, 정리 정돈, 손 잡아주기, 지켜보기 등 돌봄을 이루는 많은 활동은 “물리적으로 대상자의 곁에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돌봄을 테크놀로지에 의존한다고 해도 돌봄은 여전히 “오프라인 활동”인 것이다. 한 간병인은 “신체적인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접촉하는 것은 매우 강력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한 간호사는 돌봄이 감상주의적으로 흐르는 것은 간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돌봄은 “무언가를 행”하는 것, 무엇보다 ‘행동’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 일반의는 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도 “의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진단 도구는 이야기를 듣는 능력”이라 말한다. 의사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표현이나 제스처, 격려를 통해서도 환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환자의 이야기를 종합·정리해서 자신의 의학적 지식과의 연관성을 찾아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우며 통제되지 않는 신체와 감정을 날마다의 일과로 다”뤄야 하는 간호사들은 환자의 존엄을 보호하면서 환자를 씻기기 위해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더 쾌활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이끈다. 이를 저자는 “거리두기와 안심시키기 사이의 미묘한 상호작용”이라고 일컫는다. 숙련된 간호사는 촉감과 목소리가 무엇보다 환자에게 오래 남는다는 것을 체득하며, 중심정맥관삽입술 같은 일견 단순 반복 작업처럼 보이는 업무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작은 징후를 포착”해내는 고도의 판단력을 발휘함으로써 환자 리스크 관리를 이끈다.
이러한 구체적인 경험에서 길어 올린 돌봄에 관한 통찰과 지식은 잘못된 이분법을 가로지른다. 돌봄은 쉽게 ‘머리 대 가슴’, ‘적극성 대 소극성’, ‘숙련 대 미숙련’ 같은 이분법으로 납작하게 인식되곤 한다. 돌봄에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를 적용하거나, 아니면 돌봄을 (종교적) 자기희생의 결과물로만 여기는 극단의 인식, 돌봄을 여성의 일로 놓는 젠더 고정관념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의 오랜 취재와 관찰,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고 나이 든 부모를 돌본 자기 경험을 엮어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돌봄에는 무엇보다 많은 요소가 얽혀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다. 누군가를 돌보려면 전문 지식과 기술뿐 아니라 통찰력, 창조력,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일과 역시 중요하다. “좋은 돌봄은 기술인 만큼이나 예술이며, 요령인 만큼이나 전문적인 역량이다.” 이 책이 돌봄의 섬세한 상호작용을 알아차리고 붙잡아 우리에게 전하는 돌봄의, 양질의 간호·간병·치료·보살핌의 본질이다.

“돌봄은 가장 인간다운 일”
인간성에 대한 이해와 발견과 회복의 여정

이 책은 단순히 돌봄의 가치를 상찬하거나 돌봄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실험하는 데 의의를 두지 않는다. 현재의 사회 시스템 아래에서 돌봄을 수행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드는지, 좋은 돌봄을 받지 못할 때 삶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돌봄‘노동’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착취와 소외와 모멸감을 겪는지, 건강하지 않은 돌봄 관계가 어떤 폭력을 낳을 수 있는지 등도 두루 다루고 있다. 이처럼 균형 잡힌 시각에서 그려진 돌봄 문제는 돌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고 무지에서 한 발짝 벗어나도록 이끌어준다. 나아가, 돌봄이 언제나 우리의 삶에 존재해왔으며 우리 대부분이 돌봄을 통해 신체에 체화되는 지식을 축적해왔음을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모든 돌봄은 취약성, 상호의존성, 고통을 다룬다고 말한다. 돌봄의 관점에서 삶과 사회에 접근할 때 현대 사회에서 종종 무시되어왔던 인간의 조건이 드러나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서 우리는 인간이 자신의 존엄, 자율성, 인간성이 박탈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돌봄 문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본다. 오늘날처럼 돌봄이 서비스 사용자-제공자 시스템에 들어올 때, 부족한 시간과 너무 많은 절차에 쫓겨 돌봄 당사자들이 관계를 맺을 수 없을 때 그런 결과가 야기된다. 반대로 타인을 돌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려 하고 자기 자신의 인간성을 긍정하게 될 때 인간다움에 관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돌봄이 곧 “우리가 우리 자신과 타인의 인간성을 경험하는 날것의 질료”라는 말을 이해할 뿐 아니라 감각적으로도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영국의 저술가. 《가디언(The Guardian)》의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러브 오브 컨트리: 헤브리디스 제도 여행기(Love of Country: A Hebridean Journey)』는 웨인라이트 골든비어 도서상 최종후보와 샐타이어 논픽션 부문 올해의 책 후보에 올랐다. 『땅뙈기: 아버지의 자그마한 영국 땅에 대한 전기(The Plot: A Biography of My Father’s English Acre)』는 포티코상을 수상했으며 온다치상 후보에 올랐다. 그 밖에 『자발적인 노예: 과로 문화는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Willing Slaves: How the Overwork Culture is Ruing Our Lives)』와 소설 『아일랜드 송(Island Song)』 등의 저서가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친절한 파시즘』, 『계몽주의 2.0』, 『그날 밤 체르노빌』, 『앨버트 허시먼』, 『예언이 끝났을 때』, 『기울어진 교육』, 『불복종에 관하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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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사랑의 노동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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