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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 민은영 옮김
엘리

2022년 10월 04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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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38MB)
ISBN 9791191247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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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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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영국 브라이턴과 1999년 피스헤이븐을 넘나들며 톰, 패트릭, 매리언 세 사람의 격정적 사랑과 파경,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이룬 화해를 그렸다(매리언은 톰의 아내, 패트릭은 톰의 동성 연인이다).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파경이 있고 40년 뒤 뇌졸중에 걸린 패트릭을 매리언이 집에 들여 보살피며 그에게 쓴 고백의 편지와 1950년대 당시 패트릭이 기록한 일기가 한 장씩 교차 서술된다.

14주째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수 해리 스타일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에 출연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을 수상한 배우 에마 코린이 주연한 영화 〈마이 폴리스맨〉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는 11월 4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1장
2장
3장
4장
5장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이름만으로 충분한 법이다. 37

풀이 바람에 날리고 파도 소리가 흥분한 숨결인 듯 들리는 이런 가을날 들판 너머 바다를 바라볼 때면, 나도 패트릭 당신처럼 강렬하고 은밀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당신이 그걸 이해해주기를, 그리고 용서할 수 있기를. 42

패트릭 당신에게는 흥미롭지 않을지도 모를 온갖 잡다한 얘기까지 전부 쏟아내고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다. 당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도. 60

사람들은 사랑이 번갯불과 같다고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이 감정은 몸 전체로 퍼지는 따뜻한 물과 같았다. 89

내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소리를 입은 내 이름을 생전 처음 들은 것만 같았다. 179

마이클과 함께할 때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나를 여기서 꺼내줄 수 있는 여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마이클이 죽었을 때 그게 완전히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알았다. 내가 잃은 것을 표현할 말이 사랑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거봐. 결국 그 단어를 썼구나. 250

패트릭, 이 모든 얘기를 털어놓는 건 나와 톰 사이가 어땠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에 고통만이 아니라 다정함도 있었다는 걸 당신이 알도록. 우리 둘 다 실패했지만 우리 둘 다 노력했다는 걸 알도록. 321

지금은 여기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톰이 당신 곁에도 있어주면 좋겠다. 잠시라도 당신의 방에서 우리와 함께 있으면 좋겠다. 여기로 와서 당신을 바라보고-진정으로 바라보고-내 눈에 보이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든 당신은 아직도 톰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그의 침묵이 깨졌으면 좋겠다. 324-325

당신은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요즘 조금 취한 사람 같던 당신의 눈빛이 그때는 부드러웠다. 나는 그걸 연민의 표정이라고 해석하기로 했다. “미안해요.” 내가 말하자 당신은 머리를 살짝 움직였다. 고개를 끄덕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341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 혼자 그곳에서 살아야 했을까? 서른 해가 넘겠지. 그동안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뇌졸중 소식을 전해준 이웃은 당신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만날 때면 건강이 어떤지 자상하게 묻곤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 얘길 들으니 웃음이 나오면서, 내가 찾아낸 패트릭 헤이즐우드가 당신이 틀림없다는 걸 알았다. 344

하지만 나는 계속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아픈 사람이잖아.” 구슬리는 투로. “당신이 옆에 있어줘야지.”
톰이 문가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노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돌아봤다. “저 사람 옆에 내가 필요했던 건 오래전이야, 매리언.” 345

땀이 흐르고 발이 아픈데도 계속 걸어 다니며 나는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의아해했다. 낯선 도시에서 남편과 그 연인의 발자취를 홀로 되짚어가는 60대 초반의 여자, 그게 나였다. 이건 일종의 순례였을까? 아니면 1958년의 유령들을 영원히 쫓아내려는 배설 행위였을까?
결국은 둘 다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기폭제였다. 오래 지연되었고 어쩌면 너무 늦어버렸을지도 몰라도, 그것은 기폭제였다. 그 뒤 곧바로 나는 오랜 세월 하고자 했던 일을 행동에 옮겼다. 당신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다시 데려왔다. 398

“정말이에요, 매리언. 눈을 좀 뜨라고요. 눈을 감고 있기엔 당신은 너무 환한 사람이잖아요. 얼마나 아까워요.” 411-412

그런데도 우리의 터무니없고 맹목적이고 순진하고 용감하고 낭만적인 갈망이 우리를 하나로 묶은 것 같다. 우리 둘 다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텔레비전에서 맨날 나오는 그 말이 뭐였더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린 둘 다 그걸 해내지 못했다. 485

“하지만 영국인들의 머릿속에서 남자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중상해죄나 무장강도나 심각한 사기와 동급이에요.” 459-460

“패트릭에겐 오래전에 당신이 필요했다고 했지. 맞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도 저이에겐 당신이 필요해. 제발, 패트릭에게 이 글을 읽어줘, 톰.” 501

당신을 다시 들여다보지는 않겠다. 톰이 당신에게 읽어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식탁에 올려둘 생각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톰이 당신의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패트릭, 용서해달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는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안다, 지금쯤이면 이미 끝까지 잘 들어주었으리라는 것을. 504

“한 여성과 한 남성이 같은 남자를 사랑했다”

1950년대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턴, 동성 간의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죄가 되었던 시대. 경찰관 톰과 학예사 패트릭은 불가능한 사랑을 감행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드러날 경우 겪게 될 사회적 낙인과 법적 처벌을 두려워한 톰은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꼴을 갖추려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해온 교사 매리언과 결혼한다. 그렇게 매리언과 패트릭은 누구도 온전히 톰을 소유하지 못한 채 그를 ‘공유’하게 된다.
셋은 묘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며 함께 런던으로 오페라 〈카르멘〉을 보러 가기도 하고, 톰과 매리언의 신혼여행 때는 다 같이 와이트섬으로 떠나 빅토리아 여왕의 별장인 오즈번 하우스를 방문하기도 한다. 톰의 동생이자 매리언의 친구인 실비가 “톰은 좀 달라”라고 말했을 때부터 매리언은 그의 성적지향을 조금은 눈치채고 있었으나 톰을 향한 불같은 열망에 애써 부인하고 있었다.
그러다 톰이 패트릭과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업무차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매리언은 그간 억눌러온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상처로만 남은 사랑이라는 감정
저마다의 방식으로 부당했던 시간을 기록한 한 여성의 편지, 한 남성의 일기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마이 폴리스맨』은 매리언의 편지와 패트릭의 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 1, 3, 5장은 1999년, 매리언이 뇌졸중에 걸린 일흔여섯 살의 패트릭을 집에 들여 보살피며 그에게 쓴 사과와 고백의 편지다. 2장은 1950년대에 패트릭이 톰과 연애하며 적은 일기이고 4장은 교도소에 투옥된 후의 일기다. 각자의 기록 속에는 두 사람이 지나온 기쁨과 환희,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길가에서 톰을 보고 첫눈에 반한 순간, 여러 이유를 고안해 그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려 했던 시도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으며 연인으로서 걷고 대화하고 사랑을 나눴던 베네치아 여행. 그 모든 시간이 담긴 2장에서 패트릭은 일기가 타인의 손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해 톰을 ‘나의 순경님my policeman’이라고만 부른다(이것이 톰은 체포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사랑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가장 사적인 글에서마저 패트릭은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매리언 또한 그만의 부당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남편이 실은 다른 이를,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매리언은 톰과 사랑을 나누었고 그로부터 따뜻한 애정을 느낀 순간이 여럿 있었다. 실비네 집에서 톰을 처음 본 때부터 사랑에 빠졌고, 단지 자신만의 감정이라 생각해오지 않았기에 톰과 패트릭의 관계를 분명히 직시한 순간 매리언 또한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격심한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투옥된 패트릭, 오랫동안 사랑해온 이로부터 배신당한 매리언, 사회에 ‘정상 시민’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다 끝내 모든 관계를 망쳐버린 톰. 비극으로 치달은 삼각관계 속에서 세 인물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입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불합리한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온전한 자기로서 존재할 수 없었다.

진실한 자신으로서 서고, 살고, 사랑하려 했던 존재들
40년이 지나 비로소 나눈 쓸쓸한 공감과 화해의 눈길

그렇게 40년이 흐른 1999년, 매리언은 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뇌졸중에 걸린 말년의 패트릭을 집에 들여 직접 돌본다. 식사를 돕고 씻기고 잠자리를 정돈해주고, 지루할 그에게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준다. 그리고 석 달에 걸쳐 자신이 지나온 1950년대의 시간을, 사과와 고백의 편지를 한 줄 한 줄 적는다.
『마이 폴리스맨』은 사랑 자체가, 퀴어라는 존재 자체가 죄가 되었던 시대에 불가능한 사랑을 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같은 사랑에 실패한 한 여성과 한 남성이 수십 년이 흘러 서로를 바라보며 연민하고 화해한 소설이기도 하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고통은 그 시간을 견디는 중인 개별 존재만이 가늠할 수 있지만, 고통과 함께하려면 그 면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기에 타인의 고통 또한 옅게나마 짐작해보는 공감의 영역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의 영역에서 매리언과 패트릭은 같지만 서로 다른, 다르지만 서로 같은 사랑과 고통의 시간을 서로에게 풀어놓는다. 말없이, 서로를 눈에 담으며, 조그만 고갯짓으로.

『마이 폴리스맨』은 해리 스타일스(톰), 에마 코린(매리언), 데이비드 도슨(패트릭)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11월 4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올해 9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인기리에 프리미어 상영을 마쳤으며, 주연 배우 여섯 명(1950년대와 1999년의 톰, 매리언, 패트릭)은 ‘2022년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드(연기 부문)’를 수상했다.

작가정보

Bethan Roberts

영국 애빙던에서 태어났다. 2006년 ‘올리브 쿡 단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에 출간한 첫 장편소설 『The Pools』로 ‘저우드/아번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미술 수집가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소설화한 『The Good Plain Cook』,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의 어머니의 삶을 그린 『Graceland』 등 총 다섯 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했으며, 런던 대학 골드스미스 칼리지와 치체스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현재는 가족과 함께 브라이턴에서 살고 있다.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남자가 된다는 것』 『사랑의 역사』 『어두운 숲』 『여우 8』 『미국식 결혼』 『거지 소녀』 『곰』 『프라이데이 블랙』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 『에논』 『친구 사이』 『존 치버의 편지』 『그의 옛 연인』 『여름의 끝』 『칠드런 액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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