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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세상

2022년 10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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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8437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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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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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해변의 여자아이

2부 희망학교

3부 그 후의 삶

에필로그

자크 프레베르는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있다. 빼앗긴 것만 빼면.’
교사로 살아오는 동안 레나가 하나의 길잡이, 만트라(진리의 말)로 삼아온 말이었다. 아이들이 빼앗긴 걸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엔지니어, 과학자, 의사, 교사, 회계사, 혹은 농업기술자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마침내 아이들이 오랫동안 금지되어온 교육의 영토에 발을 내딛게 될 때 레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이 세상을 이끌게 될 거라고. 그러면 세상은 더 넓고 공정한 세상이 될 거라고. 어쩌면 극도로 순진한 데다 지나친 자만심에 사로잡혀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직업에 대한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스쿨! 스쿨!”
아이는 계속 외쳤다. 아이가 외치는 소리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카스트 제도를 쓸어버리고, 이 사회가 오랜세월 동안 구축해놓은 신분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힘찬 구호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으로 초대하는 약속의 말이자 단지 희망에 그치지 않을 구원의 말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을 때 삶은 그들을겨누었던 적의를 거두고 비로소 확실한 미래를 열어 보일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카스트 제도가 부과한 형벌 같은 삶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다.
_20~21p

그날도 레나는 해변으로 나갔다. 지난밤에도 불면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그런 생활에 제법 익숙해진 상태였다. 얼굴 가득 짙은 피로감이 어려 있었다. 눈이 따끔거리고 눈 주위가 쿡쿡 쑤셨다. 은근한 동통 탓에 식욕이 일지 않았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고, 두통이 심한 데다가 이따금 현기증이 일며 눈앞이 핑핑 돌았다. 레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오늘따라 청명한 하늘에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레나는 이제 곧 청명한 하늘을 바라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레나는 자신이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을까? 첫 새벽의 밀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바닷바람이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정말 몰랐을까? 레나가 바닷물을 향해 몸을 던지는 순간 세찬 파도가 덮쳐오더니 순식간에 넓은 바다로 끌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바닷물에 잠겨 들지 않으려고 몸을 허우적거렸고, 힘껏 발버둥을 치며 헤엄쳐보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몸이 자꾸만 가라앉는 걸 느끼면서 본능적으로 남아있는 힘을 짜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여러 날 고통 속에서 불면의 밤을 지내느라 기력을 모두 상실한 상태라 조금의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의식을 잃기 직전 마지막으로 눈에 잡힌 건 머리 위 하늘에서 자유롭게 펄럭이는 연이었다.
_34~35p

레나는 아이가 불가촉민이라는 이유로 교육받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결심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만큼 의사를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이의 부모에게 딸이 총명하고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했다. 아이에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의 부모 역시 이 마을의 주민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글을 배운 적이 없을 것이다. 레나는 그들에게 문맹이나 무지가 숙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평생 어렵게 살아가는 걸 운명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교육을 받게 되면 스스로 삶을 전복시킬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해주어야 했다. 부모 세대가 제공받지 못한 배움의 기회를 자녀들에게는 반드시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_63~64p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었어도 불가촉민을 천시하는 풍조는 바뀌지 않았다. 불가촉민들은 여전히 ‘파리아’, 즉 ‘불순해서 사회로부터 내쫓긴 사람들’로 취급되고 있었다.
게다가 여자는 남자보다 더욱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당연하다는 듯 이어져 오고 있었다. 달리트이면서 여자로 태어나는 건 최악의 저주였다. 레드 브리게이드의 단장과 단원들은 몸이 닿아서는 안 되는 불가촉민이었고, 누구나 제멋대로 강간해도 상관없는 여자로 취급되는 잔인한 역설의 희생자들이었다. 가장 나이 어린 단원은 불과 여덟 살 때 이웃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나라에서 강간은 국민스포츠나 다름없어요.”
단장의 목소리에 분노가 짙게 배어있었다.
“달리트는 아무리 끔찍한 강간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요.”
피해자가 달리트일 경우 경찰에 고발해봐야 가해자가 기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_78~79p

모든 걸 잃고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보자면 레나는 아이와 비슷한 처지였다. 레나도 아이처럼 견디기 힘든 지옥을 겪었고, 지금도 벗어나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고 있었다. 레나가 인도의 남동부 오지까지 떠나온 건 고통을 견디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이곳에 온 레나는 난파한 배에서 홀로 살아남은 가엾은 요정을 만나게 되었다.
식당 주인 부부의 어려운 형편을 이해했지만 아이의 미래와 맞바꿀 수는 없었다. 홀리는 비록 말을 하지 못해도 단어를 기억하고 쓸 줄 알았다. 언어는 아이가 고향에서 도망쳐오던 길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한 짐이었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기꺼이 짐을 짊어졌다. 아이가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둔 건 유일한 저항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침묵이 자신을 겨누게 되리라는 걸 미처 몰랐을 뿐이다. 아이는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로 침묵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_93~94p

모든 걸 잃고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보자면 레나는 아이와 비슷한 처지였다. 레나도 아이처럼 견디기 힘든 지옥을 겪었고, 지금도 벗어나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고 있었다. 레나가 인도의 남동부 오지까지 떠나온 건 고통을 견디기 위한 안간힘이었다. 이곳에 온 레나는 난파한 배에서 홀로 살아남은 가엾은 요정을 만나게 되었다. 식당 주인 부부의 어려운 형편을 이해했지만 아이의 미래와 맞바꿀 수는 없었다. 홀리는 비록 말을 하지 못해도 단어를 기억하고 쓸 줄 알았다. 언어는 아이가 고향에서 도망쳐오던 길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한 짐이었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기꺼이 짐을 짊어졌다. 아이가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둔 건 유일한 저항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침묵이 자신을 겨누게 되리라는 걸 미처 몰랐을 뿐이다. 아이는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로 침묵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93p~94p

랄리타의 학습 진도는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무엇보다 아이의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갈증이 빠른 성취를 이끌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어찌나 뜨거운지 가끔 레나를 깜짝 놀라게 했고, 이따금 감당하기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랄리타는 요즘 레나가 사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그림으로 대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랄리타는 마을을 그렸고, 왕골 바구니를 이고 가는 여자를 그렸고, 밭에서 쥐를 잡는 남자를 그렸고, 어린아이였던 자신을 그렸다. 밤에 부모 곁에서 인형을 끌어안고 잠든 모습이었다. 엄마와 함께 북부 지방을 떠나 이곳을 향해 멀고 먼 길을 여행하는 그림도 있었다. 랄리타가 그린 그림 속에는 버스 한 대가 있었고, 승객을 짐짝 포개듯 가득 태운 열차의 모습도 있었고, 어딘지 알 수 없는 도시와 거대한 사원도 있었다. 그림 내용으로 보아 랄리타가 엄마와 함께 찾아갔던 사원인 듯했다. 레나의 눈길을 유난히 강하게 잡아끄는 그림이 있었다. 랄리타가 엄마와 함께 마을로 들어서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둘 다 머리를 삭발한 상태였다. 레나는 사원에 가서 신에게 머리카락을 봉헌하는 풍습에 대해 들었던 적이 있었다. 랄리타의 머리카락은 다시 길고 탐스럽게 자라 있었다.
랄리타가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들을 통해 레나는 아이가 지나온 시간, 좌절과 이별로 점철된 삶을 접할 수 있었다. 나중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랄리타는 자신의 소망을 글로 적어 레나에게 보여주었다. 랄리타는 버스 운전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는 북부 지방에서 이곳까지 온 길을 되짚어 자신이 태어난 마을,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_116~117p

레나는 자주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느낌이었다.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앞에서 전혀 급할 게 없다는 듯 태평한 얼굴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공무원들을 쳐다보며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공무원들은 레나가 한참 동안 기다린 끝에 내민 서류를 힐끔 쳐다보고 나서 서명 하나가 빠졌다거나 한 가지 서류를 더 첨부해야 한다고 태평한 얼굴로 지적했다. 서류를 들고 마을 행정 사무소에 갔더니 일을 처리하려면 첸나이 시청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첸나이 시청에 갔더니 어이없게도 마을 행정 사무소로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난 뒤 승인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아파서 결근했다는 이유로 몇 날 며칠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사무용 컴퓨터가 망가져 수리를 마칠 때까지 업무를 중단한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하필이면 필요한 서류를 완벽하게 갖춰 찾아간 날 컴퓨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야 했다. 레나는 교사 시절 가르치던 학생들이 너도나도 몰두하던 ‘탈출 게임’에서처럼 어느 방에 혼자 갇힌 느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들과 달리 레나는 게임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_155~156p

여성 해방의 길로 나아가는 담대하고 용감한 첫발!
-카스트 제도와 낡은 관습을 깨부수기 위한 용기 있는 출발!

《연》은 래티샤 콜롱바니의 세 번째 소설이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해온 래티샤 콜롱바니는 ‘더 자유로울 수 있는 표현수단을 찾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2017년에 첫 작품 《세 갈래 길》을 발표했다. 인도의 스미타, 시칠리아의 줄리아, 캐나다의 사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 비슷한 점이 없을 만큼 상이한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세 사람이 삶을 위협하는 낡은 습관과 불공정한 사회 구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머리카락을 소재로 풀어나간다. 스미타가 평생 타인의 분변을 치우며 살아야 하는 삶을 바꾸기 위해 딸 랄리타와 북부에서 동남부 지방으로 도주해 자른 머리카락이 시칠리아의 가발공장에 전달되고, 캐나다에서 유방암 투병 중인 사라가 그렇게 만들어진 가발을 쓰고 새로운 삶에 뛰어든다. 《세 갈래 길》은 전혀 안면이 없는 세 여성의 삶이 머리카락이라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묶여 서로 연대해가는 모습을 그려내 전 세계 독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2019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여자들의 집》은 20세기 초 구세군 지도자였던 블랑슈 페롱이 차별과 궁핍에 허덕이며 거리로 내몰린 여성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여성 궁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지켜내려는 여성들의 연대와 희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2021년 작 《연》은 앞선 두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로 역시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루고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교사 레나는 새로운 삶의 지표를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이 소설은 레나가 인도 동남부의 작은 마을 마하발리푸람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벵골만에 접한 마하발리푸람 마을은 힌두교 유적지로 유명한 관광 명소이지만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안고 프랑스를 떠나온 레나에게는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레나는 마하발리푸람 마을에 도착한 이후 매일이다시피 바닷가로 나가 하염없이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모래사장을 걷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이다. 인도에서도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레나는 어느 날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죽기 직전 가까스로 구출된다. 레나를 구출해준 사람은 매일 바닷가에 나와 연을 날리는 아이와 도처에 폭력의 위험이 산재해 있는 마을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결성한 여성 자경단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이다.
병원에서 퇴원한 레나는 목숨을 구해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과 연을 날리는 아이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만남을 시도한다. 레드 브리게이드 단장 프리티를 찾아간 레나는 남자들의 폭력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단장의 용기와 신념을 접하고 강한 인상을 받는다.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는 아이는 《세 갈래 길》의 주인공 스미타의 딸 랄리타이다. 랄리타는 동남부의 낯선 곳 마하발리푸람 마을로 왔지만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말을 잃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게 되었다. 랄리타는 현재 엄마의 사촌인 제임스가 운영하는 바닷가 식당에서 매일 일을 하며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레나는 레드 브리게이드 단장 프리티, 북부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 멀리 떠나왔지만 여전히 식당 일에 파묻혀 노예처럼 살아가는 랄리타를 만나본 이후 비로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인도 사회는 신분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카스트 제도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피부색과 성별에 따른 차별, 아동 노동 착취와 조혼으로 노예의 삶을 강요당하는 불가촉민 여성들의 실상은 레나를 깊은 충격에 빠뜨린다.
랄리타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고자 애쓰는 레나는 마하발리푸람 마을의 여자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카스트 제도와 종교의 영향으로 여성에 대해 뿌리 깊은 혐오와 차별이 존재하는 인도 사회에서 불가촉민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몫은 끔찍하다. 이 소설에는 낡은 관습에 따른 신분 차별이 여전한 환경이지만 억압적인 운명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싸워나가는 프리티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이 등장한다. 구조화된 차별, 관습화된 억압, 일상적인 폭력에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프리티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의 모습은 레나에게 삶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수세적이고 순종적인 삶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과 용기를 일깨워준다. 레나는 프리티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이 추구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깊이 공감하면서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신념으로 불타올랐던 초년병 교사 시절의 열정을 되살린다. 레나는 교육만이 차별과 억압, 폭력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있는 마하발리푸람 마을 아이들을 노예의 운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레나는 마하발리푸람 마을에 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한다. 레드 브리게이드의 프리티가 레나를 적극적으로 돕고, 연을 날리는 소녀 랄리타는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배움의 길에 뛰어든다. 그저 작은 학교일뿐이지만 마하발리푸람 마을의 불가촉민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줄 힘찬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인도의 작은 마을에 학교를 세우기 위한 감동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래티샤 콜롱바니는 첫 소설 《세 갈래 길》부터 시작해 여성 이야기를 꾸준히 파고들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들이 여전히 불평등과 차별로 고통받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는 한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투쟁의 과정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기회와 권리를 거부당하는 사회라면 반드시 개혁해야 마땅하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조혼이나 명예살인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되고 일상적으로 자행된다면 비단 여성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차별과 억압이 일상화된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 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여성과 인간을 결코 분리해 사고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연》의 마지막 구절은 ‘그래도 역시 삶은 계속된다.’이다. 인간으로서의 삶을 거부당한 마하발리푸람 마을의 여자아이들은 레나가 세운 학교에서 난생 처음 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을 통해 자신이 찾고 누려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고, 서로 연대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이 소설은 여성의 권리와 삶을 찾기 위한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곳,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비인간적인 폭력이 자라기 때문이다.
인도 불가촉민 여자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극도의 궁핍, 조혼, 성폭력, 결혼지참금 같은 악습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 아이들의 편이 되어 함께 싸우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누구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된다. 나아가 새로운 삶을 위해 싸우는 인도의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은 연대를 이루는 작은 고리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폭력과 차별이 가속화된다. 인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크게 위협받고 있다. 구조적인 억압과 차별 속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원천 봉쇄당한 여성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강력한 연대이다. 교사 출신인 프랑스 여성 레나가 인도의 마하발리푸람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자 하는 것은 연대의 출발점이다. 레나에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카스트 제도가 규정해놓은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레나가 학교 설립을 위해 애쓰는 과정을 담고 있고, 인도 사회가 얼마나 과거의 습관과 부조리한 전통에 갇혀 있는지 새삼 절감하게 해준다. 비록 교실이 하나뿐인 작은 학교이지만 난생 처음 교육의 수혜를 누리게 된 어린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의 연대가 시작된다.
-《연》줄거리 요약

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는 레나는 무려 20년 동안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임 시절의 열정은 점차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말고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레나는 동료 교사인 프랑수아와 친구이자 연인, 실질적인 부부 관계를 이루며 살아왔다. 레나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삶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채워준 사람, 영혼의 합일을 이룬 듯 서로 마음이 잘 통했던 프랑수아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이후 레나는 회복하기 힘든 충격과 절망에 휩싸인다. 레나는 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교사 생활을 지속할 수 없어 사직서를 내고 학교를 떠난다. 매일이다시피 불면과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던 레나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게 되길 바라며 지금껏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인도의 벵골만 근처 마하발리푸람 마을로 향한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 습관도 저절로 바뀔 것이라 기대했지만 인도에서도 끝 모를 번민이 계속된다.
매일이다시피 바닷가에 나가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점점 깊은 절망의 늪 속으로 빠져들던 레나는 어느 날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가까스로 구출된다. 레나가 바다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한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침마다 바닷가에서 연을 날리는 여자아이 랄리타이다. 연을 날리는 아이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무술을 연마하던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에게 달려가 레나의 위기 상황을 알린다. 랄리타는 북부의 고향 마을을 떠나 남부의 마하발리푸람 마을까지 도주해왔지만 여전히 하루 종일 식당에서 일하는 노예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 랄리타에게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식당에서 일을 시키는 제임스는 병이 들어 일찍 세상을 하직한 아이 엄마의 사촌 오빠이다.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인도에서 남성들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자 결성된 자경단이 바로 레드 브리게이드이다. 레드 브리게이드 단장 프리티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을 시키려는 부모의 결정을 단호히 거부하고 집을 나온 이후 자경단에 합류하게 되었다.
레나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즉시 목숨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 랄리타와 레드 브리게이드 단원들을 찾아 나선 레나는 비로소 인도의 불가촉민들이 어떤 환경과 처지에 놓여 있는지 알게 된다. 조혼 강요와 명예살인이 여전히 자행되는 인도 사회에서 불가촉민 출신 여성들이 받아 안아야 하는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교육받을 기회를 차단당한 가운데 어릴 때부터 아동 노동 착취를 당하다가 열 살이 넘으면 조혼을 강요당하고 난생 처음 본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 살아야 하는 불가촉민 여자아이들의 삶은 충격적이다.
레나는 차별을 거부하고 집을 나와 레드 브리게이드에 들어간 프리티와 새로운 삶을 찾아 머나먼 북부에서 인도의 절반을 가로질러 마하발리푸람 마을까지 온 랄리타를 만나는 동안 아이들을 교육 시킬 학교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우울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방황하던 레나는 비로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레나는 불가촉민 여자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레나를 열심히 돕는 레드 브리게이드 단장 프리티, 새로운 삶을 찾아 동남부까지 왔지만 여전히 노예의 삶을 강요당하는 랄리타는 서로 힘을 합쳐 학교 설립을 위한 노력을 펼친다.

작가정보

Laetitia Colombani

작가, 영화감독, 배우.
1998년 단편영화 〈마지막 메시지(Le Dernier Bip)〉를 시작으로 몇 편의 단편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연출했다. 2002년에는 한국에서도 개봉한 오드리 토투 주연의 영화 〈히 러브스 미(A La folie... pas du tout)〉의 감독, 2008년에는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영화 〈스타와 나(Mes stars et moi)〉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감독했다.
2017년, 첫 장편소설 《세 갈래 길》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프랑스에서만 백만 부 이상 판매된 《세 갈래 길》은 한국을 포함해 39개 나라에서 출간되었고, 20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세 번째 소설 《연》은 《세 갈래 길》에 등장하는 인도 소녀 랄리타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생 타인의 분변을 치우며 살아야 하는 불가촉민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엄마 스미타와 함께 인도 북부의 고향 마을을 떠나 남부 해안가 마을로 도망친 아이 랄리타 앞에는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자들의 집》, 《세 갈래 길》, 《상속》, 《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볼티모어의 서》, 《여성과 성스러움》, 《적과 흑》, 《페르소나》, 《시작은 키스》, 《앨라배마송》, 《포르노그라피아》, 《암고양이》, 《열병》,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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