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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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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9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09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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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7.25MB)
ISBN 978893745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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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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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에는 여섯 편의 에세이와 여섯 편의 강연록이 실렸는데, 각각의 텍스트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문학’과 ‘글쓰기’다. ‘읽기’에서 출발하여 ‘쓰기’에 이르기까지 토카르추크의 다채로운 문학적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어느 순간 작가의 작업실에 초대되어 한 편의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 방대한 독서 이력과 예술적 취향뿐 아니라 현재 시도 중인 새로운 문학적 실험들과 놀랍도록 독창적인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학적 대안으로 토카르추크는 ‘다정한 서술자’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제안한다. 여기서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그와 감정을 공유하고, 그에게서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다. 가장 겸손한 사랑의 유형인 다정함은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대상을 인격화하여 그 대상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마음껏 표현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사한다.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것은 대상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는 글쓰기의 과정에는 다정함, 즉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무한한 연대와 공감의 정서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카르추크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적절한 서술자를 자기 내면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말하는 목소리, 이야기의 혼이자 본질인 서술자. 21세기 토카르추크가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서술 방식은 ‘사인칭 시점’이다. 여기서 ‘사인칭 시점’이란 문법적인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인칭이면서 동시에 무인칭인 서술자를 말한다. 각 등장인물의 개별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면서 동시에 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야를 가진 서술자, ‘총체적인 이야기꾼’을 뜻한다. 서술자의 유형에서도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삼인칭 관찰자 시점의 서술 형태를 뛰어넘어 목소리와 시점으로만 등장하여 전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파놉티콘 서술자’, 작가로부터 갈라져 나온 다중 인격체인 ‘해리성 서술자’ 등 다양한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낮의 집, 밤의 집』(1998),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2009), 『야쿠프의 서』(2004) 등의 구체적인 창작 비화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을 엮으며 7
오그노즈야 11
낯섦 연습하기 44
동물들의 가면 57
헤르메스의 과업, 즉 번역가들이 날마다 어떻게 세상을 구원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84
소금에 담근 손가락, 즉 내 간략한 독서 이력에 관하여 107
런던의 영화 연금술사 퀘이 형제의 놀라운 도가니 134
다이모니온, 그리고 다양한 집필 동기에 대하여 147
서술자의 심리학 189
문학적 세계의 창조에 작동하는 심리학, 『야쿠프의 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229
문학적 인물들, 두셰이코 케이스 265
메탁시의 영토 303
다정한 서술자 332
옮긴이의 말 366

“우리는 더 이상 ‘비온트(biont, 생리적 개체)’가 아니라 ‘홀로비온트(holobiont)’,13 즉 전 생명체다. 다시 말해 서로 공생하는 다양한 유기체의 결합물인 것이다. 복합성, 다중성, 다양성, 상호 작용, 메타 공생-이러한 키워드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28쪽)

“팬데믹이 초래하는 결과는 실로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내면에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내러티브, 즉 우리 인간이 세상을 통제하고 있으며 창조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깨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35쪽)

“새로운 용어로 가득 찬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 중심부에서는 결코 들어 본 적 없는 기발하고 괴상한 콘텐츠로 그 공간을 채워 보자. 결국 언젠가는 단어나 용어, 관용구나 숙어의 부족 현상이 발생할 테니 말이다.”(43쪽)

“번역은 하나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또는 하나의 문화를 다른 문화로 옮기는 작업일 뿐 아니라 일종의 원예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식물에서 가지를 잘라 내어 다른 식물에 접목한 뒤 새싹을 움트게 하고, 생장 에너지를 모아 본격적인 가지들로 뻗어 나가게 만드는 작업이다.”(95-96쪽)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세계관을 인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실은 여러 가능한 모습 중 하나이며, 이 또한 우리에게 영구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105-106쪽)

“유심히 살펴보면 모든 좋은 책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킨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세상에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들과 질문들, 새로운 발견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와 볼레스와프 프루스 이후 모든 게 그 이전과 조금은 달라졌으니까요.”(186쪽)

“그것은(서술자는) 순수한 목소리 그 자체입니다. (……) 그것은 조건과 상황이 최적의 상태로 조합되는 순간에 깨어나서 자기 힘을 드러내는, 머나먼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비활성 유전자와 같은 휴면 상태의 무언가입니다. (……) 과거의 표지, 기억, 집단 무의식,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오래된 경험의 지층들.(199~200쪽)

”서술자는 이야기의 혼이고, 말하는 목소리이며, 이야기의 숨겨진 태생적 결함인 동시에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나머지 다른 모든 요소를 배열하고 정돈하는 추가적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끝으로 우리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인간에게는 영혼과 육체, 그리고 서술자가 있습니다.“(228쪽)

‘세상이 이 책이 쓰이기를 갈망하고 있다.’라는 생각.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게 들리는지 나도 잘 압니다. (……)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작가는 결국 예술가이고 예술가는 학자들보다 더 강한 기벽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학위증이 아니니까요.”(263쪽)

“때때로 나는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은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들의 상이 서로 조합된, 일종의 별자리 같은 집합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저 이미 존재하는 어떤 패턴에 따라 인물들을 서로 연결 짓고 있을 뿐입니다.”(276쪽)

“모든 생명체의 내면에는 시간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상 행위를 저지르면 이 내면의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무언가를 미완성으로 만들고,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고, 모든 잠재력을
훼손하고, 놀라운 다양성과 무한한 가능성의 고리를 끊어 버리게 됩니다.”(279쪽)

”문학적 인물이란 우리의 꿈이면서 우리의 경험과 상상이 빚어낸 보다 고차원적인 형태의 존재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식하고 있지만 자신의 탄생에 관여한 우리 작가의 존재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더 큰 계층 구조의 일부는 아닐까요? 그 거대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자연에 의해 쓰인 문학이고, 세상이 꿈꾸는 식물적인, 아니 나아가 무기체적인 상상력의 산물일지도 모릅니다.“(299쪽)

”우리가 애당초 떠나온 곳,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여전히 서로를 만나고 있는 곳, 국경도 여권도 언어도 필요 없는 곳, 그곳이 바로 메탁시의 영토입니다.“(331쪽)

”작가의 정신이란 결국 모든 파편과 조각들을 집요하게 끌어모아서 그것들을 이어 붙여 보편적인 전체를 창조하는 일종의 ‘종합적인 사고’를 의미한다고 나는 믿습니다.“(355쪽)

“탐욕, 자연을 존중할 줄 모르는 태도, 이기주의, 상상력 결핍, 끝없는 분쟁, 책임 의식의 부재가 세상을 분열시켰고, 함부로 남용했고, 파괴할 수 있는 상태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365쪽)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입니다.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대상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인간의 경험들, 그들이 겪었던 상황들과 기억들로 대표되는 이 세상의 작은 조각과 파편들에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363쪽)

■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직접 엮은 첫 에세이
우리 시대 ‘다정한’ 이야기꾼이 문학에 보내는 찬가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 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이 세상이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합니다.”

우리 시대 가장 비범하고 괴상하고 특별한 이야기꾼,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첫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올가 토카르추크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저서라는 점, 무엇보다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작가의 에세이집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발표한 에세이와 칼럼, 강연록 중에서 열두 편을 작가가 직접 선별하여 묶었다. 토카르추크 소설들의 리커버판 디자인을 전담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요가 표지 삽화를 맡았다. 꽃과 잎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넝쿨 속에서 조심스레 윤곽을 드러낸 인간의 실루엣, 가운데가 텅 비어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알 수 없는 이 신비한 형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연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며, 인간이 있어야 할 자리가 궁극적으로 자연의 품속임을 일깨워 준다.
『다정한 서술자』에는 여섯 편의 에세이와 여섯 편의 강연록이 실렸는데, 각각의 텍스트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문학’과 ‘글쓰기’다. ‘읽기’에서 출발하여 ‘쓰기’에 이르기까지 토카르추크의 다채로운 문학적 여정을 따라가노라면 어느 순간 작가의 작업실에 초대되어 한 편의 소설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 방대한 독서 이력과 예술적 취향뿐 아니라 현재 시도 중인 새로운 문학적 실험들과 놀랍도록 독창적인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21세기가 요구하는 문학적 대안으로 토카르추크는 ‘다정한 서술자’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제안한다. 여기서 다정함이란 대상을 의인화해서 바라보고, 그와 감정을 공유하고, 그에게서 끊임없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낼 줄 아는 기술이다. 가장 겸손한 사랑의 유형인 다정함은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대상을 인격화하여 그 대상에 목소리를 부여하고, 마음껏 표현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선사한다.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것은 대상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고 존재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작가는 글쓰기의 과정에는 다정함, 즉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무한한 연대와 공감의 정서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카르추크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적절한 서술자를 자기 내면에서 발견하는 일이다. 말하는 목소리, 이야기의 혼이자 본질인 서술자. 21세기 토카르추크가 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서술 방식은 ‘사인칭 시점’이다. 여기서 ‘사인칭 시점’이란 문법적인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인칭이면서 동시에 무인칭인 서술자를 말한다. 각 등장인물의 개별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면서 동시에 전체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야를 가진 서술자, ‘총체적인 이야기꾼’을 뜻한다. 서술자의 유형에서도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삼인칭 관찰자 시점의 서술 형태를 뛰어넘어 목소리와 시점으로만 등장하여 전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파놉티콘 서술자’, 작가로부터 갈라져 나온 다중 인격체인 ‘해리성 서술자’ 등 다양한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낮의 집, 밤의 집』(1998),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2009), 『야쿠프의 서』(2004) 등의 구체적인 창작 비화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 읽기: 독서의 희열, 문학이 가져다주는 기적
쓰기: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인칭 시점’의 서술자

“다정함이라는 이 놀라운 도구, 인간의 가장 정교한 소통 방식 덕분에 우리의
다양한 체험들이 시간을 여행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언젠가 그들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 대해 기록하고
이야기한 것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토카르추크에 따르면 문학의 우주에서 작가는 창작으로, 독자는 끊임없는 독서와 해석으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동등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가 매 순간 책을 펼칠 때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다. 독서를 통해 잠시나마 타자의 삶을 살아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폭넓은 인식을 갖게 되고, 새로운 대안의 세계를 일구는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토카르추크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신인 작가들에게 자신이 본격적으로 펜을 잡기 전 무수히 많은 책을 탐독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한 문학이라는 이름의 현상에서 궁극적인 본질은 ‘읽기’이므로 후배 작가들에게 ‘쓰기’보다 ‘읽기’에 전념하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단언한다. 모든 종 가운데 ‘읽기’ 능력을 획득한 건 오직 인간뿐이니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책을 읽기 위해서”라고!
단선적이고 선형적인 흐름의 스토리텔링을 거부하고 서술 방식에 대한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적 지평을 넓혀 온 토카르추크는 『다정한 서술자』를 통해 새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려면 우선 방법론부터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이퍼텍스트와 인공 지능의 시대, 종이책이 점점 사라져 가는 21세기에도 작가는 문학이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는 급격히 발달했지만 사람들 간의 상호 이해와 연대의 고리는 느슨해져 버린 역설적인 현실 속에서 우리가 버텨 낼 수 있는 것은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인해 우리는 타자의 행동의 동기를 이해하고, 타자에게 공감하고, 나아가 타자와 나를 동일시한다.
작품의 등장인물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작가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는 숙명 혹은 불가항력의 순간이 깃든다. 문학 속 인물들을 무에서 비롯된, 작가의 순수한 창조적 산물로만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토카르추크의 관점에서 소설의 등장인물은 인간과는 다른 실존적 본성을 지닌 존재로서 일종의 ‘보관소’에 해당하는 특별한 차원에 머무는 형이상학적인 대상이다. 그들은 책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미지의 공간(이러한 구역을 토카르추크는 ‘메탁시의 영토’라 명명한다.)에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창조자’보다는 등장인물을 세상에 데려오는 ‘산파’라는 호칭이 더 적합하다. 자신만의 이력과 고유한 성향을 갖춘 완성된 자아의 상태로 ‘어딘가에서’ 이미 존재하는 그 인물들에게 인식의 빛을 비춰서 문학의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일이 작가의 역할이다.

■ 토카르추크 문학의 방향키가 향하는 곳은 ‘모든 생명’
다정한 서술자가 들려주는 연대와 연결의 메시지

“나는 믿습니다. 이야기를 서술할 때, 나는 이 세상이 우리의 눈앞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있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이며, 동시에 우리 인간은 그 세상의 작지만 강력한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정한 서술자』에서 토카르추크는 소설가이자 강연자, 심리학 전공자, 열혈 독자, 에코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 사회 운동가,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 전 세계를 누비던 여행자로서 다채로운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저자는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신은 그저 책 읽기와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고, 세상에 대해 늘 호기심이 많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고. 그런데 그 호기심이 갈수록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바뀌고 있다고. 팬데믹 사태를 필두로 인류가 직면한 각종 위기에 대한 날카로운 현실 진단은 환경 문제와 동물권 수호를 위해 전 지구적 결속을 촉구하는 운동으로 연결되고,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대상을 향해 다정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다짐으로 귀결된다.
토카르추크는 신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이 의미심장한 유대의 끈으로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우면서 주체와 객체, 실재와 허구의 통념을 과감히 벗어던진 발상의 전환을 시도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난 전일적 각성을 촉구한다. 동식물을 포함하여 만물이 조화롭게 연결된 생명 공동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인간은 어쩌면 자연이 쓴 한 편의 문학일 수도 있고, 나아가 세상이 꿈꾸는 상상력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토카르추크 문학의 방향키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 준다.
인간에게는 저마다 영혼과 육체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서술자’가 깃들어 있다. 그것은 마치 파충류의 뇌처럼 진화를 통해서도 대체되지 않는, 우리 안에 있는 아주 오래된 조직 같은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기조 강연록 서두에서 토카르추크는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서술자’를 선물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고 고백한다. 토카르추크에 따르면 서술자란 작가로부터 파생된 존재이지만 어느 순간 작가의 의지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독립적인 인격체다. 토카르추크의 독창적인 상상력은 여기서 나아가 세상 만물을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단일체로 바라본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쪼개거나 분리할 수 없는 한 덩어리의 현실로 인식하는 것이다. 『다정한 서술자』에서 토카르추크는 우리에게 이러한 인식 전환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며 동시에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세상의 중심에 문학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초고속으로 급변하는 오늘날 작가와 독자들이 함께 겪게 될 새로운 변화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담은 이 책은 한편으로 세상을 향한 다정한 마음과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다, 세상을 구원하고 싶다면 우리는 부지런히 읽고 쓰고 옮겨야 한다!

“토카르추크가 권고하는 ‘다정함’을 우리 모두가 실현한다면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옮긴이의 말)

작가정보

Olga Tokarczuk
1962년 1월 29일 폴란드 술레후프에서 태어났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조예가 깊다. 신화와 전설, 외전(外典), 비망록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한 그녀의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고독, 소통의 부재, 불멸을 향한 이율배반적인 욕망 등을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은 토카르추크 작품의 본질적 특징이다. 등단 초부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관심과 호응을 받았으며, 첫 장편 『책의 인물들의 여정(Podr?? ludzi ksi?gi)』(1993)은 폴란드 출판인 협회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E. E.』(1995)와 『태고의 시간들(Prawiek i inne czasy)』(1996) 발표 이후1997년에 사십 대 이전의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인 코시치엘스키 문학상을 수상했다.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짤막한 조각글들을 촘촘히 엮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빚어내는 특유의 스타일은 『낮의 집, 밤의 집(Dom dzienny, dom nocny)』(1998)으로 이어졌다. 이후 여행을 모티브로 한 100여 편의 에피소드들을 기록한 『방랑자들
(Bieguni)』(2007)을 발표해 2008년 폴란드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니케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2018 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하며 전 세계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에 발표한 추리소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Prowad? sw?j pług przez ko?ci umarłych)』는 2017년에 아그니에슈카
홀란드 감독의 영화 「흔적(Pokot)」으로 각색돼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이후 발표한 역사 소설 『야쿱의 서(Ksi?gi Jakubowe)』(2014)로 또 한 번의 니케 상과 스웨덴의 쿨투르후세트 상을 받았다. 2018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한림원은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 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폴란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거리 곳곳에서 문인의 동상과 기념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 오랜 외세의 점령 속에서도 문학을 구심점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 왔고, 그래서 문학을 뜨겁게 사랑하는 나라인 폴란드를 ‘제2의 모국’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2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과 『태고의 시간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비롯하여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과 『충분하다』, 『검은 노래』,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쿠오 바디스』,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 등이 있으며, 『김소월, 윤동주, 서정주 3인 시선집』과
『흡혈귀-김영하 단편선』,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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