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음악사의 뒷 이야기

전인평 지음

아시아문화 2022년 07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서울대 명예교수 베이스 이인영(1929-2019)이 세상 떠나기 3년 전인 2017년 5월이었다. 전남대 남의천 명예교수와 함께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내용을 메모하며 들었다. 얼마 후 이인영 교수는 전인평에게 논문을 함께 쓰자고 제안하였다. 그냥 보통 나누는 이야기인데, 메모하며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시면서 이런 제안을 하신 것이다.

당시 그는 손가락이 마비되어 워드 작업을 하는데, 매우 불편한 형편이어 도움이 필요한 형편이었다. 논문을 쓰는 동안 매주 한 번씩 만나 이인영의 구술을 정리하여 논문을 완성하였다(이인영·전인평, “한국음악 초기성악가들의 활동과 한국 성악계의 미래를 위한 제언, ？？예술논문집？？ 57집, 대한민국예술원, 2018. 107-154쪽). 구술을 하는 동안 간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이 글은 이 구술을 정리한 것이다. 당시 그는 몸이 불편하여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었는데, 기억력은 총총한 형편이었다. 그래도 구술에 의존한 것이어서 오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노래와 사랑 속에서？？ 등 5권의 저서를 남길 만큼 그의 글은 논리 정연하고 또한 실제 경험에서 얻은 내용이어서 얻은 바가 많았다. 이 구술 내용은 한국 성악계와 초기 성악계 특히 오페라계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하여 이 책에 수록한다. 세상 떠나기 일주일 전 경찰병원에 입원하여 계셨는데, 나를 보자 ”양복 가지고 와. 전선생과 갈비 먹으로 가게.“ 하셨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유고를 발간하였는데, 이 책을 받아보니 맺는말에 ”전인평 교수에게 감사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삶과 죽음이 이처럼 종이 한 장 차이라더니, 지금도 굵은 베이스 음성이 귓가를 맴돈다.

이인영과 논문을 함께 쓰고 난 후 황영금과 연락이 닿았다. 그도 논문을 써야 되는데 원고 정리를 부탁하였다. 황교수는 1931년생으로 이 글을 쓴 2019년 당시 이미 90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이런 저런 문헌을 찾고 기억을 더듬어 완성한 것이 “아름다운 발성을 위한 호흡과 발성”(대한민국예술원, ？？예술논문집？？ 58집, 2019년, 185-224쪽)이다. 이 글 가운데, 황교수 삶을 회고하는 글을 넣었는데, 이 책에 수록한 글은 이 논문의 일부를 수록한 것이다. 청진에서 한탄강을 넘어 역경을 이겨내고 일본 유학을 하고 살아온 그의 글은 매우 감동적이다.

목차

1. 원로 성악가 이인영이 들려준 마지막 이야기/ 10
가. 성악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밀항 그리고 황영금과의 만남 10
나. 레코드 녹음 사례로 받은 부도난 어음 16
다. 노래 값으로 받은 병풍 17
라. 1962년 <잘 살아보세> 공연 19
마. 기차 기적 소리와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 20
바. 오페라 무대의 당나귀 소동(사랑의 묘약) 22
사. 엄청 무거웠던 소프라노 가수 23
아. 국립오페라단 창단 당시의 형편 25
서. 내가 태어난 영도의 종소리 72
어. 서울음대 학생과장 시절 106

2. 소프라노 황영금이 들려주는 드라마같은 인생 이야기/ 108
가. 나의 삶 나의 음악 108
나. 기억나는 연주회 122
<부록>

금수현이 들려 주는 음악 에피소드/ 134
바. 베토벤 - 홍수에 죽을 뻔 149
아. 월광소나타 150
자. 베토벤과 괴테의 만남 151
차. 귀머거리 베토벤의 지휘 153
카. 옷에는 무관심한 베토벤 154
타. 두 줄만의 파가니니 바이올린 곡 155
파.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작곡한 구루버 158
하. 로시니의 부부 싸움 160
러. 쇼팽의 첫 사랑 170
두. 채플린의 카루소 성대 묘사 222

전인평의 실수 이야기 ？ 아시아음악에 홀린 한평생-/ 251

책 속으로

1. 전인평의 실수 이야기
- 아시아 음악에 홀린 나의 한평생-

전인평(全仁平, 중앙대 명예교수)


필자는 한 평생 아시아음악을 연구해 왔다. 처음 중앙대학교에 작곡 교수로 임용 받았는데, 혼자 작곡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학생들에게 작곡을 가르치려니 이론적 바탕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그래서 한국음악사 연구를 해 오던 중 고대로 올라 갈수록 우리 음악 속에 다른 나라 음악이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작음 실개천에 더 많은 개천이 모여 냇물이 되고 냇물이 모여 강이 되듯이, 한국음악의 실개천에 다른 나라 음악이 하나씩 들어와 오늘날의 한국음악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제일 먼저 답사한 곳이 인도였고, 이후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참으로 부지런히 여러 나라를 다녔다. 필자는 ？？아시아음악연구？？라는 책을 쓰면서 머리말에 “아파트와 바꾼 책”이라고 썼다. 지난 30년간 자료 수집하느라 아시아 지역을 답사하느라. 얼추 잡아 아파트 한 채 값을 썼다. 덕택에 ？？동북아시아음악사？？ 등 29권의 책을 썼고 또한 부산물로 Asian Musicology라는 영문 저널을 발생하기도 하였다. 여행하느라 도둑도 맞고 강도도 만나고 여권도 잃어 버리고 병도 나고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순간마다 나를 지켜준 손길이 있었다. 알량한 믿음으로 50여년간 교회를 다녔는데, 하나님이 순간순간을 지켜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하나님이시다.


1.1.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무지랭이 촌놈

필자는 충청북도 영동군 학산면 아암리에서 음력 1944년 12월 22일(1945년 2월 4일) 태어났다. 내가 태어난 당시에는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 출생 직후 호적에 올리지 않고 얼마동안 지켜보다가 등록하는 관행에 따라 1945년 5월 23일생으로 되어 있다. 당시에는 신고 날자가 생일이 되는 그런 때였다.

옛날에는 다 가난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극빈 생활이다. 아침에는 보리밥이나 무우밥을 먹고 점심에는 김치와 고구마를 먹고 저녁에는 죽을 쑤어 먹었다. 그런데도 이런 생활이 가난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중류층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왜냐하면 모두가 이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1.2. 대전사범학교 졸업 그리고 초등학교 총각 선생님

고등학교는 수업료가 저렴하고 졸업 후 바로 초등학교 교사로 취직할 수 있는 대전사범학교로 진학하였다.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취직하였다. 이렇게 필자는 20살도 되기 전에 충남 서산의 원북초등학교 선생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철없던 어린 시절에 선생이 되어 학생을 가르친 것이다. 대전사범학교에서 만난 음악 교사 안일승(安一承) 은사 안일승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1회 졸업생이었다.
선생님은 어찌나 열심히 가르치셨는지,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화성법’을 배왔다. 대학 입시를 위해서 개인지도로 배운 것이 아니고 음악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이다. 물론 기초적인 것이었지만, 어지간히 극성스런 선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의 이야기는 100년 전 이 땅에 서양 음악이 들어온 이후에 벌어진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한 내용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아시아문화, 2019) 그리고 ？？한국음악 작곡가의 작곡기법？？(한국음악평론가협회, 2021)을 참고하기 바란다. 말하자면 이 책은 위 두 책을 쓰면서 부산물로 나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글은 오늘도 외로움과 처절한 싸움을 하는 음악도들에게 쉬면서 읽으라는 책이다. 이 글을 통하여 슬럼프를 이겨내고 용기를 얻기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전인평

서울대 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1970)하고 델리 간다르바 마하 비디알라야에서 수학(1986)한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1999)하였다. 중앙대 국악대 학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중앙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동아음악콩클 심사위원, 중앙음악연구소 소장, 문화재청전문위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아시아 음악학회 회장으로 영문 음악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이다다. 주요 저로서는 {새로운 한국음악사}(2000), [동북아시아 음악사}(2012), [국악관현악법}(2014)가 있다. 대한민국작곡상(1981), KBS 국악대상(1998), 난계음악학대상(2003), 기독교문화대상(2004), 한국 음악상(2015), 서울음악대상(2018)을 수상하였다.？중앙대 교수(학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국립극장 자문위원, UNESCO world cultural heritage(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한국음악평론가협회 회장, 한국국민악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주요저서>？？아시아음악의 아름다움？？(아시아음악학회, 2008 공저), ？？한국음악의 멋 열 가지？？(현대음악, 2010), ？？동북아시아음악사？？(아시아음악학회, 2012), ？국악작곡 길잡이？？(현대음악, 2013), ？？국악관현악법？？(아시아음악학회, 2014), ？？아시아음악 오디세이？？(아시아음악학회, 2015),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아시아음악학회, 2019).？<주요 작품>국악관현악 <고구려 송가>(KBS국악관현악단 위촉, 2000).국악관현악곡 <바이칼 환상곡>(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08)국악관현악곡 <반구대 환상곡>(국립국악관현악단 위촉, 2009).실내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수은 위촉, 2017)실내악 <인간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신악회 위촉, 2018)가곡 <남북을 잇는 아리랑>(한국국민악회 위촉,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