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없는 날의 연가

정재영 지음

비전핸드 2022년 06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해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여명과 노을을 보면
감성은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지만

사랑의 실체는
현상에 따라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분은
내 속마음 이미 다 아시고 계실 터.

밤새워도 다 못해 부족한 말을
줄이고 줄여서 올려드린다.

-시인의 말중에서-

목차

시인의 말 - 5

제1부 천지현황天地玄黃
가을무덤에 묻히다 _ 12
가을바람 _ 13
가을음악회 _ 14
가을에 부는 바람 _ 15
가을을 찍다 _ 16
감 _ 17
강둑 _ 18
강줄기 _ 19
거리두기 _ 20
겨울 연가 _ 22
겨울바다의 기도 _ 24
구명복 _ 25
그 몽돌 _ 26
글씨 없는 시비詩碑 _ 27
꽃 앞에서 _ 28
기다리는 마음 _ 29
나의 성城 _ 30
낙엽 붉은 말 _ 32
눈 뜨고 있다 _ 33
다 그리지 못한 지도 _ 34

제2부 우주홍황宇宙洪荒
대나무의 노래 _ 36
돌아가는 항공편 _ 37
도라지꽃 _ 38
동물원 이야기 _ 40
둥지 속 연주 _ 42
들꽃 축제 _ 43
뒷모습 _ 44
등대 _ 46
망각의 세대 _ 47
머리칼 _ 48
모든 말 _ 49
멍들다 _ 50
모정慕情의 강 _ 52
무너진 지붕 _ 54
무늬목 _ 55
묵상 _ 56
물수제비 _ 57
메밀씨 뿌리는 마음 _ 58
바다 가슴 _ 59
멸치볶음 _ 60

제3부 일월영측日月盈？
바다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_ 62
바다를 위한 진혼곡 _ 63
밤바다 _ 64
별 하나 _ 65
별이 된 티끌 _ 66
본질과 유사 _ 68
봄을 기다리는 마음 _ 69
비와 바다 _ 70
빼앗긴 날 _ 71
사랑에게 _ 72
사랑은 어둠에 묻혀야 빛난다 _ 73
사랑의 슬픔과 기쁨 _ 74
사랑해야 하는 이유 _ 76
산맥 _ 78
사탕과 사탄 _ 80
숲의 왕 _ 81
없어도 보이는 곳 _ 82
아름다운 소리 _ 84
여백 _ 85
연두빛 초상화 _ 86

제4부 진숙열장辰宿列張
영원의 소리 _ 88
오월 소묘 _ 89
우수절기 강가에서 _ 90
유혹 _ 91
유폐 _ 92
응답 없는 기도 _ 94
이사 가는 날 _ 95
임 없는 시대의 연가戀歌 _ 96
입추 전후 _ 98
주어 _ 99
죽음과 사랑 _ 100
초행 _ 101
천칭天秤 _ 102
폭풍이 잠시 머물고 있는 자리 _ 104
필연 _ 105
한계효용 _ 106
형이상학적 질문과 형이하학적 답변 _ 108
흑점이듯 _ 109
홍수 _ 110
핸드 벨 _ 112

작품 해설
사랑으로 호명하고 기도로 완성되는 화음의 세계 _ 113
김병호(시인,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책 속으로

대나무의 노래


손 뻗어도 닿지 못한 하늘 건너편
소리치면 들으실까
흔드는 손길

시간은 마디 없어 기다리지 않아
황혼 빛 화살에 갈라져
조각이 된 몸

여태껏 못다 한 말 고이 묶어서
노래로 지어 만든
죽찰竹札 다발들

노을 강 물결에 가득 실어서
고이 띄워 보내는
서역 나룻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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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축제


환한 대낮
들판에 내려온
밤하늘 은하수

얼굴은 숨기고
크고 작은 소리 섞어
올리고 높여 만든 음정

작은 키 높은 키
고이 들고 있는 자기 악보
하늘 울리는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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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폐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갇혔다

승냥이 소리에 바람은 놀라
나무마다 가지들이 손을 올려
숨죽이고 있는 밤

젖빛 달은 수척한 얼굴로
구름 사이 숨겨둔 우리 작은 별을 스쳐 지나가는데
강둑 사이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우리는
헤어진 것 아니라
한 번도 만나질 못했지

소원은 불길 너울로 흐르는
강나루 하얀 배 한 척
당신을 향해 노를 저어 잡아당기나
닻을 건져 올릴 수 없어
꿈적하지 않는 배에 탄 저를
어찌 모른 체 하실까

하늘과 땅 사이 흐르는
좁아지면 다시 넓어지는 강은
양편 강둑에 있는 우리를
격리시켜 유폐하고 있네

출판사 서평

시인에게, 시 쓰는 일은 일종의 종교적 행위와 유사하다. 시를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자기 밖의 세상과 사물을 조응하고, 여기에 다시 자신의 삶을 비추면서 어떤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시를 구도求道의 과정이라고도 한다. 정재영 시인의 열아홉 번째 시집 『임 없는 날의 연가』를 읽으면 이러한 정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그동안의 시작업을 통해 보편적 감성과 향토성을 결합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종교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존재론적 한계성을 뛰어넘는 시편들로 고유한 시적 지평을 넓혀 왔다. 이번 시집 역시, 사랑의 대상이며 절대적 대상인 당신과 나를 통해 합일의 세계에 다다르려는 존재론적 욕망을 시의 행간에 녹여 놓고 있다. 읽다보면 시인만큼 세상의 작은 낌새를 놓치지 않고 성찰하며, 거기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문과 삶의 성찰을 섬세하게 헤아리는 수행자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쓸쓸하고 막막한 삶의 뒤안길 너머로 퇴색되어가는 시간의 음영을 이렇게 간절하게 가슴으로 건져 올려 우리 눈앞에 펼쳐 보일 수 있을까. 그의 시는 어쩜 성찰과 감성으로 엮은 경전과 다르지 않다. 자기 삶에 대한 감사와 경이와 황홀, 그 배면에 도사린 허망과 무상과 연민이 교차하면서 정재영의 시는 세속과 종교의 화음和音이 만들어내는 진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것이 곧 정재영 시인의 소중한 시적 가치일 것이다.

4부로 구성된 시집은 각각 천지현황天地玄璜, 우주홍황宇宙洪荒, 일월영측日月盈？, 진숙열장辰宿列張의 제목으로 각 20편씩 배치되어 있다. 각 부의 소제목은 <천자문千字文>의 글귀를 따온 것으로 시인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정교한 구성이다. <천자문>은 단순히 한자 학습서가 아니라 동양의 인문적 사유와 철학이 집대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특히 인간이 창조해낸 신화와 역사의 세계인 천지창조에 대한 부분에서 시작되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순간이 우주와 생명의 시작과 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정재영 시인에게 이러한 사유는 종교의 세계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작품 해설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정재영

정재영《조선문학》 《현대시》 등단저서시집 『흔적지우기』 『땅에 뜬 달』 『옹이 속의 나무테』 『濃霧』『유리숲을 걷다』 『꿈꾸는 물의 날』 『어두운 밤에야 너의 소리를 듣는다』『벽과 꽃』 『모퉁이 돌면』 『짧은 영원』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 『드론, 섬을 날다』 『소리의 벽』 『마이산』『내가 하고도 모르는 것들』 『언어의 껍질』 『언어의 속살』 『임 없는 날의 연가』 이론서『현대시의 시법과 창작실제』『문학으로 보는 성경』『융합시학』[e-mail]약력치학박사. 문학석사서울대학교(치과대학) 오사카치과대학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신학연구원)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문학예술학과)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장 역임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수상펜문학상현대시시인상기독시문학상조선시문학상중앙대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미당시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