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금이 갖고 싶다

임완숙 , 주원규 , 김석 지음

비전핸드 2022년 06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다.
날마다 달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들이 탄생하지만 이 가운데 몇 편의 시가 독자의 눈에 띄고 마음에 자리 잡을까. 사실을 직시하면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시들이 독자의 눈에 띄기도 전에 무명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온 밤을 지새우며 써낸 인고의 작품들이 객관적인 조명을 받기도 전에 일어나는 참상이다.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이런 참상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시인이 주목하는 시인들>을 선정하고 이분들의 작품을 매년 한 권의 앤솔로지에 담아 남기기로 하였다. 이 일은 시의 현장에서 작품에 매진하는 시인들의 열정과 당대적 시정신을 옹호하고, 나아가 한국 시단의 중심에서 ‘독자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는’ 시들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앤솔로지가 한국 현대 시사를 정립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초대시인

박이도 | 010
무엇이 생각되어지고 있습니까? / 우리 모어母語를 살리자
천양희 | 013
다시 올 웃음에게 /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홍신선 | 018
블랙아웃에 관하여 / 가을 항아리
오탁번 | 021
여류시인 / 오누이
문정희 | 026
머리카락 / 시시
노향림 | 030
누가 유성우를 뉘는가 / 찻집 요나
이기철 | 033
너의 옷깃 / 서정시 한 켤레
권달웅 | 038
잡목 숲에 내리는 빗소리 / 아버지의 쌀 한 톨
안경원 | 041
가지치기, 반음 올리기 / 칼, 명쾌
황인숙 | 046
밤의 발자국 / 행복한 노인
박은율 | 049
향기를 짱돌처럼 / 목수국
박형준 | 054
백내장 / 산중턱의 야경


시인이 주목하는 시인들

김월준 | 060
대관령의 밤 / 찾을 길 없을까
주원규 | 063
아지랑이 소묘素描 / 장미원薔微園에서
김 석 | 067
시법·3 / 풍금이 갖고 싶다
윤준경 | 076
나무 아래로 오는 길 / 무풍지대
임문혁 | 081
내 생의 바다 / 무늬
정근옥 | 084
산사 별빛음악회 / 설중매 피던 날
홍우계 | 087
불꽃은 춤으로 나를 홀리고 / 개구리밥
박재화 | 090
마지막 편지 / 비밀번호를 잊다
박영하 | 094
가시 / 어서 오너라 가을아!
오만환 | 098
폭설 / 지게와 작대기
박대순 | 102
사랑초 / 홍매화
박해영 | 105
복동이의 봄날 / 색의 연대기
김봉석 | 108
낙엽에게 / 사랑이 끝났어도
이신정 | 113
이별 이후 / 제주 자연사박물관에서
정재영 | 117
꽃 앞에서 / 기다리는 마음
노 희 | 120
촌부村婦의 노래 / 내 사랑에게
박수진 | 124
꽃의 비밀 / 내 친구 상식常識이
황경식 | 128
점점點點 / 달빛
이행자 | 131
꿈이 디테일하다 / 손대지 않은 돌
정종배 | 135
곡선 / 겨울 우음偶吟·2
남금희 | 138
구름의박물관 / 눈[目]
최상호 | 141
능소화에게 / 좌식 소변에 대한 항거
하순명 | 146
수평선 / 베이든지, 젖든지
김 윤 | 149
민어 부레 / 안좌
김동준 | 154
구름바다 상영관 / 피었다 지는 다홍무늬의 만다라
김미숙 | 159
선녀와사슴 / 사과 한 알
원유존 | 162
노을이 숲을 들여다보다 / 나룻배 국밥집
나금숙 | 167
문방구 옆 구제옷 가게 / 미씽(missing)
김기덕 | 173
리마인드 웨딩 / 겨울 스테이지를 위한 다이어트 프로그램
김태완 | 177
상쾌한 밥 / 춘복여관
홍정희 | 182
없는 번호 / 건망증
문진환 | 185
언덕 위 나무 / 새끼손가락
김명자 | 189
봄밤 / 동백꽃 지던 날
이주비 | 192
미련 떨기 / 자목련
김정석 | 195
에밀리 브론테 / 밥 먹는 일
신인호 | 199
이사 / 침묵 또는 그리움
정혜영 | 202
새에게 뿌리다 / 마스크를 쓴 천사
조성순 | 206
남다른 존재감을 / 진료카드는
서정혜 | 210
불면 / 강가에서
이영혜 | 213
무죄 추정의 원칙 / 엄마는 작아지고
김유림 | 218
돌아오라 소렌토 / 바램
조규수 | 222
엄마의 봄 / 아버지의 6월
황현중 | 226
노부부 / 토끼풀
노수승 | 231
등대 / 서랍
서 현 | 234
호박 속에는 / 바다와 수족관
김순희 | 238
바닥 / 달과 나
박희자 | 241
공터 / 지붕 위 호박
장 춘 | 245
비오는 저녁은 / 소녀상 앞에서
조부경 | 249
꿈꾸는 섬 / 시내산
임정순 | 253
우도 / 잠그다
한성근 | 256
바람의 길 / 돌이켜 보면
황일경 | 261
다시물 / 사랑은 아닌
박일우 | 264
경복궁 / 민들레
전영숙 | 267
꽃그늘 아래 잠든 당신 / 동백꽃이 피려 할 때


초대 수필

임완숙 | 273
밀국수 한 그릇
이규식 | 282
샤토브리앙, 샤토브리앙 스테이크
전경득 | 287
마루 아래에서 오래 잠자던 비밀을 깨우다
홍성표 | 296
가시 달린 꽃 | 272

책 속으로

다시 올 웃음에게
천양희


잘 웃지 못하던 내 웃음이
잘 웃는 네 웃음을 만나
비로소 웃기 시작했다

너의 첫 웃음을 보면서
새벽에 첫닭이 울 듯
꼬끼요- 웃었다

아마도 너는 하루에
사백 번이나 넘게 웃을 것인데
나는 겨우
열 번을 웃기도 힘들다

웃기 전에
나는 사람이 힘든 사람이었고
우두커니 서있는 그림자였다

너는 웃음으로
내 울음을 지불하고
학습 없이 웃음보를 가지게 했다

아무리 성난 일이 있어도
네 웃음을 피할 생각은 없다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네 웃음으로 배워야겠다

웃음에 길을 트면
사방에 웃음 천지

나를 웃게 한 웃음이
저기 앞에 간다

네가 웃는 것으로
이 세상 울음이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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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김명자

감미로운 햇살 등에 업고
상큼 달콤한 향내 뿜어내며
옴짝달싹 못하게 정신 줄 옭아매더니
서산마루에 해넘이 끝나자
한낮에 만개한 철쭉이
온몸을 뒤틀며 향기를 털어낸다

짜릿한 꽃내음
바닥에 뒹굴며 마음 길을 가로막고
소쩍새의 애절한 울음소리
속 좁은 가슴팍을 자꾸만 헤집고 들어온다

오메!
이 한 밤을 어이 다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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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그다
임정순

비가,
온종일 내린다

사람의
발목을 잠그고

풀들의
무릎을 잠그고

새들의
부리를 잠그고

벌레의
울음소리를 잠근다

햇살을 잠그고
달빛을 잠그고
별빛을 잠근다

잎들의 숨소리를 잠그고
외출을 잠근다

출판사 서평

시와함께 시인이 주목하는 시인들 제2집!
풍금이 갖고 싶다!

시인들이 주목하는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시화집으로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이 헛헛하거나 삶의 위로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은 시들이 가득한 시집!
차 한잔 하면서 찬찬히 시를 감상해 보기를 바란다.

시인이 주목하는 시인들 제2집! 풍금이 갖고 싶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완숙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1994년 <시세계> 등단. 시집 『바다에 내리는 비』 『우리의 사랑』 『타키의 너래』, 영역 6인 시집 『여섯 개의 변주』 등, 에세이집 『보리수 그늘 아래 꽃비 내리고』 외.

저자(글) 주원규

197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절두산 시편』『문득 만난 얼굴』『여섯 개의 변주』(6인 영역시집) 외. <응시凝視> 동인.

저자(글) 김석

197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환상예배』외 7권. <시와함께> 운영위원, 퇴계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