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현의 축제 인터뷰_ 축제가 전하는 메시지

권재현 지음

별 2020년 12월 3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우리는 매번 축제의 시간과 마주하며 산다. 축제는 일탈의 시간을 제공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축제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완전히 몰입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축제는 문화적 행위를 통해 묵묵히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축제적 삶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축제연구자와 축제 감독 그리고 관계자의 고민을 통해 들어본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축제는 매년 약 1,000여개가 펼쳐진다. 축제의 형태와 크기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2,000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축제의 형태가 나라마다 다르고,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 다르다. 또한 축제는 자연환경과 동물을 다루는 생태축제, 인물과 역사를 다루는 인문축제, 전통문화를 다루는 전퉁문화축제, 공연중심의 공연축제, 음악을 매개로한 음악축제, 지역의 특산물을 소재로 만든 특산물축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축제, 엑스포로 불리는 산업박람회 등 명확한 분류가 어려운 축제들이 매일 3~5개 가까이 우리의 삶과 호흡하고 있다.

축제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지표 중에 빼놓지 않는 요소들이 있는데 지역경제활성화 효과이다. 지역에 들어 온 돈의 크기는 관람객 숫자와의 결합을 통해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 언론의 기사거리, 기획자의 성과 지표, 정치인의 치적 등의 이름으로 활용된다.

목차

축제 인문학: 축제적 삶 그리고 한반도 축제를 위하여？8

낮에는 농부, 밤에는 연극인. 그들의 이중생활？16
만종리 밀밭 아트 페스티벌

연천(漣川), 느리지만 꾸준하게 분단의 장벽을 넘는 방법？24
연천DMZ국제음악제

풍년을 기원하는 천년의 전통,
마을 농민들의 양보없는 치열한 한 판 승부？30
광주고싸움놀이축제

공예, 도시에 펼쳐진 몽유도원？36
청주공예비엔날레

독립민주축제가 여는 평화의 시대,
축제를 통해 즐겁게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42
서대문독립민주축제

미끄러지듯 심장 속으로 들어 온 음악의 뿌리 블루스,
가을을 만나 경계를 넘는다？48
서울블루스페스티벌

가장 짧게 하늘에 피는 꽃, 100만 개의 탄성과 그 하모니？54
부산불꽃축제

결과와 과정이 같은 가치를 지니는 곳,
축제 안의 또 다른 축제의 공간？62
평창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

밤마다 꾸는 꿈, 포기하지 않으면 깨닫는다？70
평창동계올림픽 1년 후, 패럴림픽 연출자

책 속으로

축제의 시간을 통과한 사람의 일상이 변화할 수 있다면 축제는 의미 있는 것이다. 100년을 살아가야 하는 이 장수 시대에 우린 어떤 비일상을 친구로 삼을 것인가. 축제의 삶 속에서 일탈과 공동체의 가치, 공유와 변화가 있다. 또한 축제는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막혀있던 한민족의 동맥을 뚫어 같이 뛰놀던 1000년 전의 기억을 통해 대륙을 달리는 꿈을 꾸게 할 것이다. 땅이 연결되어 부강한 자본의 시대에 필요한 건 민족의 정체성의 찾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이 노는 일이 잦으면 웃을 일이 많아지는 법이다.

축제에 자유를 주자. 축제는 나와 공동체를 위한 즐거움에 집중할 때 온전하게 지역의 것이 된다. 큰 축제가 아니라 함께 즐기는 더 즐거운 축제를 만들자.(p15)


작년 여름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만종리엔 돈으로 살 수 없는 흥이 생기고, 사람의 방문이 늘면서 생기가 돌고, 평균 연령 70세 이상의 마을을 젊게 만들고 옆 동네가 부러워하는 마을로 거듭났다. 한국에만 2,000여 개의 축제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축제의 본질은 일상을 벗어난 제3의 공간으로의 짧은 여행,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다. 만종리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 아닐까. 농사일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면 흥에 겨운 연극이 달빛 아래 펼쳐지고 막걸리에 취한 밤공기는 제3의 공간을 열어 준다.

마을 주민과 연극인들이 낮에는 농부로 밤에는 연극인으로 만나는 것이다. 축제의 효과는 사람을 모여들게 하고, 관람자를 즐겁게 만들고, 지역의 문화와 자랑거리를 내어놓고, 지역의 음식들로 정을 나누게 만든다. 거창한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효과의 증대, 관광자원개발이라는 대외적인 말들이 무색해지는 공간이다. 억지로 만들어지는 축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공간에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놀이의 공간이다. 이 세상에 놀이보다 즐거운 시간을 가장 짧게 만드는 마법이 또 있을까. (p23)


얼음판 위에서 100만 명의 강태공이 엉덩이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을 미국의 한 언론은 세계7대 불가사의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1월 150만 명이 다녀간 ‘화천산천어축제’를 이르는 말이다. 남녀노소가 추위와 시간의 흐름을 잊고 오로지 얼음구멍만 뚫어지게 바라보게 하
는 신기한 풍경,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집단 매스게임 같은 모습을 그렇게 부를 만도 하겠다.

집단최면처럼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게 하는 땅의 마법이 있다면 반대로 100만 명의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반사적으로 내지르는 탄성의 마법이 존재한다. 허공에 꽃을 만들어내는 불꽃 축제는 매번 어김없이 이러한 기괴한 광경들을 편집 없이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광
안리 해변에서 매년 가을 펼쳐지는 ‘부산불꽃축제’는 많은 의미를 만들어낸 대한민국 불꽃축제의 산실이다. ‘부산불꽃축제’ 시작의 주역인 주식회사 한화 이장철 프로젝트 매니저를 만났다. (p55)

작가정보

저자(글) 권재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와 문화연구로 문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년 이상 축제 현장에서 기획과 연출을 맡으면서 축제의 문화 행위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였다. 축제는 늘 불가능해 보이는 인식의 경계를 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사람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게 했다. 이러한 귀한 경험은 축제 현장의 기획자와 연출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서울시축제평가위원, 성동구축제위원장, 축제칼럼니스트,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외래교수, 문체부 계획공모형 심의위원, 공주시 문화도시 자문위원, 축제 총감독 및 연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