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

현진건 지음

비전핸드 2022년 02월 22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신라 경덕왕 시절 사월 초파일을 맞이하여 신라의 서울 서라벌은 석가탄신일 준비가 한창이다. 신라 시절의 초파일은 설, 대보름, 한가위보다도 더 큰 명절이다. 이런 분주한 때에 불국사는 조용하였다. 왜냐하면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여여서 온 석공 아사달이 탑을 세우기 시작한지 벌써 삼 년, 하지만 아직도 이번 초파일에도 모두 완공을 못하고, 초파일 행사를 치르지 못하는 불국사의 중들의 불평은 커져만 간다. 왜냐하면 대업을 이루기전에 큰 행사를 삼가라 하시는 주지 스님의 명 때문이다. 그러던 중 먼저 완성된 다보탑을 보러 왕의 행차가 이루어졌다. 왕비와 대관들의 부인과 딸들도 대동하는 행차였다.

이날 구슬아가씨라고 불리는 이손 유종의 딸 주만은 아사달을 우연히 마주하고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사달은 그의 스승인 백제 출신 명공 부석의 딸과 이미 혼인한 몸으로 그는 일편단심 그의 아내 아사녀 뿐이었다.
아사달이 불국사에 있는 중 장인어른인 부석이 돌아가시고 만다, 더군다나 아사녀의 미모를 탐내는 부석의 제자들은 호시탐탐 아사녀를 노리고 급기야 가장 믿고 따르던 맏제자 팽개의 음모까지 드러나자 아사녀는 무작정 남편을 찾아 신라로 떠나는데....

목차

Introduction


작가소개


1∼10
11∼20
21∼30
31∼40
41∼50
51∼60
61∼70
71∼80
81∼90
91∼100
101∼110
111∼120
121∼130
131∼140
141∼150
151∼160
161∼164


Copyright

책 속으로

아사녀는 사자수 푸른 물결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아사달의 이름을 부르짖고 나선 길에 서라벌을 향하였었다.

남편이 있는 동쪽 서울을 멀리 바라보고 첫 발자욱을 내어디딜 때 지금까지의 절망과 번민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감격과 희망에 그의 마음은 뛰었다.

노자 한푼 없는 외로운 여자의 단몸단신으로 천리 안팎 머나먼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하는 근심과 걱정도 그의 불같은 희망을 흐리진 못하였다. 한 걸음 두 걸음 남편 있는 곳이 가까워온다는 것만 어떻게 신통하고 고마운지 몰랐다.

하루 밤 하루 낮을 그는 꼬박이 걸었다. 한 걸음이라도 빨리 걷는 것이 남편 만날 때를 다가주는 것임을 생각하면 좀이 쏠아서도 한만히 쉴 수도 없거니와, 팽개 일파가 자기 뒤를 쫓아오는지도 모른다. 만일 머뭇머뭇 하다가 그들에게 붙잡히는 날이면 또 무슨 욕을 어떻게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서라벌로 어서 가자! 불국사로 어서 가자!

그는 염불이나 외듯 하루에도 몇 백 몇 천 번을 ‘서라벌’ ‘불국사’ 하고 속으로 뇌이고 또 뇌이며 아픈 다리를 채쪽질하였다.

그러나 사흘, 나흘 지나갈수록 젊은 여자의 먼 길 걷기란 죽기보담 더 어려운 줄 절절히 느끼었다.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1938. 7. 20. 부터 1939. 2. 7. 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 작품은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둘러싼 백제 출신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구비전승을 소재로 하여 소설화한 것이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당시의 엄격한 통제에 따라 많은 작가들이 역사 소설을 시도하였으나, 이 작품을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대에 읽어도 어색하지 않는 스토리 라인과 복합적인 인물 구도를 그려내고 있다. 어찌보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구슬아기 ‘주만’은 전형적인 21세기 팬덤문화 속의 아가씨이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신라의 아름다운 탑을 소재로 하여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결합되어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읽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는 구성과 전개를 보이고 있다. 다만 사용된 단어나 표현들이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것들이 많아 이해에 어려움이 가는 부분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풀고자 해당 부분마다 뜻을 풀어 적어 놓아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였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하며, 이 책을 계기로 불국사와 무영탑에 방문하기를 기원 드린다.

작가정보

저자(글) 현진건

지 은 이 · 현 진 건 (玄鎭健), 1900. 8. 9. ~ 1943. 4. 25.대구 출생일본 도쿄[東京] 독일어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上海] 외국어학교에서 수학, 사실주의를 개척하고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로서 평가받고 있다.1920년 [개벽]지에 단편소설 [희생화]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단시대일보, 매일신보 기자로 근무하였고 1935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1년간 복역하였고 신문사를 떠났다.주요작품 -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墮落者), 불, 할머니의 죽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