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빌의 유령

오스카 와일드 지음 | 서은경 옮김

왓북 2021년 12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가족과 함께 영국에 온 미국인 오티스 씨는 유령이 출몰하는 캔터빌 저택을 사들인다. 영국인들은 캔터빌 저택을 돌아다니는 유령을 보고 혼절하거나 도망가기 바빴다. 하지만 오티스 씨 가족은 유령에게 꿈쩍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령을 불쌍히 여기거나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캔터빌 유령은 오티스 가족에게 복수하려 애를 쓰지만, 번번이 헛수고에 그치고 만다. 게다가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이제는 자신이 공포에 떠는 불쌍한 신세가 되고 만다. 우울해하던 유령은 어느 날 불행한 운명을 바꿔줄 누군가를 만나는데….

아일랜드 출신인 오스카 와일드는 1882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문학 강연을 펼치는 동안 보고 들은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캔터빌의 유령>을 완성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인 1887년 출판된 이 책은 작가의 풍자와 유머, 비유가 돋보인다.

캔터빌의 유령은 흔히 알려진 유령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넘어지면 인간처럼 아픔을 느끼고 인간의 짓궂은 장난 때문에 앓아눕기도 한다. 하는 짓도 엉뚱하다. 몇 시간씩 공을 들여 자신이 창조한 유령 인물로 완벽하게 분장하고 나타나야 직성이 풀린다. 진짜 유령과 가짜 유령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순진한 면도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령인 것이다. 그는 생전의 죄를 진정 참회하지 못했으므로 사후에도 나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한다. 비록 사악한 유령이었지만 그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캔터빌의 유령>은 1944년과 1996년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TV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었다. 2021년 영미 합작 TV 시리즈가 제작되어 방송되었으며 스티븐 프라이, 휴 로리, 미란다 하트 등 유명 배우들이 성우로 참여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책 속으로

“그건 엘리노어 드 캔터빌 부인의 피랍니다. 1575년 바로 그 자리에서 남편 사이먼 드 캔터빌 경에게 살해되었죠. 사이먼 경은 그 후로 아홉 해를 더 살았지만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돌연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사이먼 경의 시체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의 죄 많은 영혼은 아직도 이 저택을 떠나지 못하고 있답니다.”

남자의 두 눈은 불타는 석탄처럼 새빨갛고 길게 늘어진 잿빛 머리칼은 서로 엉키고 꼬여 어깨까지 내려왔으며, 옛날식으로 재단된 옷에는 때가 묻어 너덜너덜했고 손목과 발목에는 각각 무거운 수갑과 녹슨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넌 나를 도와줄 수 있다. 사랑이 언제나 너와 함께 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니까 너는 날 위해서 죽음의 집 입구를 열어줄 수 있을 거다.”

“그분은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랑이 삶과 죽음보다 왜 더 강한지 제게 알려줬어요.”

출판사 서평

자신이 저질렀던 악행을 자랑스러워하며 과거에 사로잡혀 사는 캔터빌 유령의 앞에 진취적이고 용감한 미국인 가족이 등장한다. 영국의 보수주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미국의 황금만능주의 사상과 만나 벌어지는 갈등과 해결 과정이 작가의 재치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이 작품은 오래전 19세기 후반에 쓰였지만 지금 읽어도 저자의 문체는 생동감이 있고 이야기 전개 방식은 극적이며 등장인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저자는 미국인 오티스 씨와 영국인 캔터빌 경의 토론 같은 기나긴 대화를 통해 영국과 미국의 각각 불합리한 제도와 사고방식에 관한 자기 생각을 나타낸다. 두 등장인물은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은근히 풍자하고 비판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캔터빌 경은 무엇이든 돈과 연결하려는 미국인의 상업주의를 비판하고, 전통을 무시하는 오티스 씨는 보석으로 품위를 유지하는 영국 귀족의 생활 방식이 미국 공화주의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하지만 오티스 씨는 귀족 제도에 반대했어도, 정작 자신과 가족은 귀족 저택으로 이사를 했고 딸 버지니아를 귀족에게 시집보낸다. 유령은 미국의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을 혐오하지만, 오티스 씨가 선물을 받아들이고 흡족해한다. 버지니아의 도움을 받아 죄를 뉘우치고 참된 구원도 얻는다. 저자는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할 수 없으며, 서로 돕고 보완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하려 한 게 아닐까 싶다.

작가정보

저자(글) 오스카 와일드

아일랜드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겸 평론가이다. 1854년 10월 더블린에서 태어나 1900년 11월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어로 하는 유미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1887년 <캔터빌의 유령 The Canterville Ghost>, 1888년 동화집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 and Other Tales>, 다음 해에는 장편 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을 발표하였다. 그 밖에 동화집 <석류의 집 A House of Pomegranates>, 소설집 <아서 새빌경의 범죄 Lord Arthur Savile's Crime and Other Stories> 등이 있다. 극작가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여 <이상적인 남편 An Ideal Husband>, <진지함의 중요성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살로메 Salome> 등을 발표하였다.

번역 서은경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 캠퍼스에서도 공부했다. 금융회사에서 정보기획, 마케팅, 신사업개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바른번역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원문의 의도를 최대한 살려 정확하고 깔끔하게 번역하는 전문 출판번역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