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해설)

19세기 무명의 러시아 순례자 지음 | 엄성옥(제1부) , 옮김

은성 2021년 07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7월 3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순례자의 길의 해설판, 19세기 러시아의 이름 없는 순례자의 영적 여행기이다. 그는 『필로칼리아』 교부들의 교훈을 토대로 쉬지 않고 ？？예수기도？？를 실천하면서 신화를 이루어가는 영적 순례기이다.

목차

한글 역본 서언
제1부: 순례자의 길(엄성옥 역)
제2부 계속되는 순례(강태용 역)
인물 소개

책 속으로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는 그리스도인이요, 행위로는 죄인이며, 집도 없이 정처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비천한 출생의 방랑자입니다. 세상에서 나의 재산은 마른 빵 몇 조각이 들어 있는 배낭과 앞주머니에 들어 있는 성경책 한 권뿐입니다.
오순절 후 스물 네 번째 되는 주일에, 나는 예배에 참석하여 기도하기 위해 교회에 갔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를 봉독하고 있었는데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씀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람이 먹고 살려면 기도 외에 다른 일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성경을 살펴보았고 직접 내가 들은 말씀 즉 언제 어디서나 손을 들고 기도해야 한다는 말씀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으나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을 설명해 줄 사람을 어디 가서 찾아야 하나? 유명한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교회로 가야겠다. 그곳에 가면 아마 이것을 밝히 해명해 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기도에 관한 훌륭한 설교를 많이 들었지만, 모두가 기도란 무엇이며 얼마나 기도가 필요하며 그 열매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들일 뿐, 어떻게 하면 쉬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못했습니다. 영적인 기도와 끊임없는 기도에 관한 설교를 들었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설교를 들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고 충분히 들었어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대중 설교를 듣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아 대화를 통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는 끊임없는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줄 경험이 많고 노련한 사람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

나는 사부님이 명하신 대로 했습니다. 첫날은 밤늦게까지 해서야 겨우 12,000번을 기도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쉽고 만족스럽게 기도했습니다. 쉬지 않고 기도를 계속 하니 약간 피곤하고 혀는 무감각해지고 턱은 뻐근했습니다. 처음에는 즐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입천장이 아팠고, 매듭을 세는 왼쪽 엄지손가락도 아팠습니다. 왼손 손목 전체, 심지어 팔꿈치까지 통증이 느껴졌지만 불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마치 나를 자극하여 더욱 기도를 자주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닷새 동안 매일 12,000번씩 기도를 했는데, 그것이 습관이 되면서 기쁨과 만족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도가 나를 깨웠습니다. 일상적인 아침기도를 드리려 했지만 혀가 말을 듣지 않아 쉽고 정확하게 기도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는 예수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도를 하자마자 내 마음은 기쁨과 위안으로 가득 찼습니다. 내가 재촉하지 않아도 입술과 혀가 스스로 말하는 듯했습니다. 그 날 종일 다른 모든 것들로부터 단절된 것처럼 느끼면서 아주 만족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초저녁까지 쉽게 12,000번의 기도를 마쳤습니다. 기도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사부님이 정해 주신 기도 횟수를 넘어서지 않았습니다. 나는 매일 아주 쉽고 기쁜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계속 불렀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부님을 찾아가서 모든 것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서방기독교의 존 번연이 쓴 풍유 소설 『천로역정』과 달리 실제로 하나님의 나라 구현을 체험한 러시아의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은 필로칼리아에서 설명하는바 깨끗한 마음을 얻어 신화에 이르는 교부들의 체험을 헬라 철학적인 언어와 개념을 차용해서 설명했던 것을 실제 사실로 증명한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그동안 지루하게 싸워왔던 헤시키즘에 관한 논쟁이 종식되었다.
마치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던 아리우스파와 일생을 싸웠던 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우스가 실제 인물 성 안토니를 만났고, 그의 일생을 기록한 『성 안토니의 생애』를 집필해서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아리우스파와의 논쟁이 끝났던 것과 같다.
신학적인 이론과 개념에는 항상 논쟁이 따른다. 그러나 실제의 증거를 내놓을 때 그 논쟁이 종식된다. 이 증인을 우리는 순교자라고 부른다.
이 시대는 증인, 곧 순교자가 나오지 않는 시대이다. 2~3세기 초에 피를 흘리면서 증인이 된 붉은 순교자들, 4세기에 깨끗한 마음을 얻기 위해 세상을 등지고 사막으로 나아갔던 하얀 순교자들, 14세기에 푸른 망토를 걸치고 고아와 과부와 가난하고 병든자를 돌보았던 푸른 순교자들, 이들에 이어서 21세기를 사는 오늘 우리는 어떤 순교자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성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전인적인 삶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를 증언하는 신화를 이룬 성인을 기다린다. 21세기 대망의 시기를 살고 있다.
한글 역본 서언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19세기 무명의 러시아 순례자

19세기 무명의 러시아 순례자

번역 엄성옥(제1부)

번역

제2부 역자 강태용 신부(1939~2014)한국러시아 정교회 주관사제 사단법인 한ㆍ러 협력연구소 이사장저서 및 역서 | 『동방정교회/ 역사와 신학』, 『정교회 입문』, 『이상적인 아버지』 논문 : 「동방정교회 예배에 관한 연구」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