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집. 1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 혜린 옮김

리라 2021년 03월 2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일본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선집

목차

01. 라쇼몬
02. 용
03. 코
04. 신선, 어느 고용인 이야기
05. 마죽
06. 신선, 어느 흥행사 이야기
07. 거미줄
08. 개구리
09. 마술
10. 신선, 어느 재판관 이야기
11. 개화한 남편
12. 무도회
13. 묘한 이야기
14. 밀감

책 속으로

라쇼몬

어느 날 해질 무렵의 일이다. 한 하인이 라쇼몬 아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넓은 문 아래에는 이 남자 외에 아무도 없다.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크고 둥근 기둥에 여치가 한 마리 앉아 있을 뿐이다. 라쇼몬이 주작대로에 있는 한, 이 남자 외에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이치메가사나 모미에보시가 두엇은 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남자 외에는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최근 2, 3년간 교토에 지진과 회오리바람, 화재와 기근 같은 재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은 급격히 쇠퇴했다. 옛 기록에 의하면, 불상이나 법기를 부수어 붉은 색이 칠해졌거나 금박과 은박이 붙은 나무를 길가에 쌓아 두고 땔감으로 팔았다고 한다. 시중이 이 지경이니, 라쇼몬을 관리하는 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 결과, 문이 황폐해지자 여우나 너구리가 살았다. 도둑이 살았다. 끝내는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죽은 이를 이 문에 가져와 버리는 풍속까지 생겼다. 그래서 햇빛이 사라지면, 모두가 무서워하며 이 문 근처로는 발길을 옮기지 않게 되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芥川龍之介1892년 3월 1일 - 1927년 7월 24일1982년 도쿄에서 태어난 아쿠타가와는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어머니의 정신적 이상으로 외가에 맡겨져 이모의 손에 자란다. 그러나 어머니의 병은 자신도 언젠가 미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인 아쿠타가와는 도쿄제국대학 영문과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초기에는 설화에서 소재를 얻어 인간의 이기주의를 주로 이야기했는데, 이 시기의 대표작으로 <라쇼몬>, <코>, <마죽> 등이 있다. 중기에는 예술지상주의 소설을 많이 썼고, 대표작으로 <지옥변>, <희작 삼매경> 등이 있다. 후기에는 자신의 자살을 암시하듯 죽음에 관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대표작으로는 <톱니바퀴>, <한 줌 흙>, <점귀부> 등이 있다. 복잡한 가정 사정과 병약한 체질 등으로 심각한 신경쇠약에 빠진 그는 ‘막연한 불안’을 느끼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번역 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