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평 작곡 모음 - 실크로드, 길 위의 음악

전인평 지음

아시아음악학회 2021년 03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책은 저자가 작곡한 관현악곡을 묶은 책이다. 대부분이 필자의 연구 영역인 실크로드와 관계가 있어 <실크로드, 길 위의 음악>이라고 책 제목을 붙였다.

1985년 인도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또한 인도에서 많은 동양음악 학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세계적인 석학들과 연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한 실크로드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의 본질이 무엇이고 음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내가 음악계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가를 명확히 알게 된 것이다.

이후에 나는 인도음악에 심취하였고 또한 실크로드 연구에 매진하였다. 인도에서 만난 여러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아시아 여러 지역의 음악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재미있었다. 사실 국내에서 현장 연구를 하고 한국문헌을 참고하며 연구를 하면 훨씬 편하다. 함께 연주하는 주위 학자들에게 쉽게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가끔 주위 학자들이 “국내에도 연구할 것이 많고 많은데---”라며 위로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제 나는 힘주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잘 알아보려면 남과 비교해야 하듯이, 한국음악을 잘 알기 위해서는 외국음악을 잘 알아야 한다. 한식의 맛을 잘 알기 위해서는 중국음식, 일본 음식, 프랑스 음식 맛을 알아야 한다.” 외국음악을 연구하면서 한국음악을 더 알게 되었고, 외국음악을 들어보면서 우리 음악의 우수성이 귀에 들렸다. 전에는 가슴으로 우리음악을 사랑하였다면 이후에는 가슴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내가 쓴 작품 중에 가장 힘을 기울인 작품이 관현악곡이다. 대부분 서울음대 관현악단, 서울시립관현악단, KBS국악관현악단 등이 위촉한 작품이다. 내가 이렇게 작곡가랍시고 한평생 살 수 있었던 것은 한만영 교수 덕택이다. 이제는 돌아가시고 안 계시니 그리운 마음 가득하다. 참으로 부족한 나에게 연주곡을 위촉해 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 특히 돌아가신 한만영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작품집 발간에 심진섭 작곡가의 노고가 크다. 어지러운 악보를 잘 다듬어 주었다. 이 분의 헌신적이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 작품집이 나오지 못하였을 것이다. 거듭 감사드린다.

목차

실크로드, 길 위의 음악

1. <실크로드의 노래>/ 9
1악장/ 10
2악장/ 29
2. <쿠쉬나메> 페르시아 왕자 처용과 신라 공주의 사랑이야기/ 72
1악장/ 74
2악장/ 87
3. <반구대 환상곡>/ 114
1악장 “새벽”/ 116
2악장 “영혼을 싣고 날아가는 배”/ 132
3악장 “기원”/ 150
4악장 “환희의 춤”/ 160
4. <두레>/ 188
1악장 / 189
2악장 / 204
3악장 / 212
5. <까치와 호랑이>/ 224
6. <사매은곡 思梅隱曲>/ 276

작곡가 전인평의 삶; 년보/ 287

하나님이 이끌어 주신 음악의 길/ 302

1. 아찔한 순간; 6·25 전쟁/ 302
2. 시골 초등학교 총각 선생님/ 303
3. 청계천 6가 평화시장 골목 시절; 난데없는 성가대 지휘/ 305
4. 거문고 명금을 만나다/ 305
5. 1984년 가을, 시련의 사건/ 307
6. 왜 선생님에게 인사를 안 하세요? / 308
7. 칼카타 밤샘 음악회의 쇼크/ 310
8. 인도에서 예수를 전하다/ 311
9. 점심 굶은 한국 사람을 도웁시다! / 312
10. 아시아음악학회(Council for Asian Musicology)의 창립과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2002)/ 313

책 속으로

실크로드, 길 위의 음악

1966년 필자가 서울음대 학생으로 입학해 보니 학교가 청계천 6가에 있었다. 철문 안으로 들어가면 곧 수위실이 나오고 작으마한 연못이 있었다. 학생들은 그 연못 주위에서 연습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음대 3층 연습실이 있었는데, 3층 나의 지도교수인 장사훈 교수에게 거문고를 배우다가 밖을 내다보면 국립의료원 영안실이 보였다.

가끔씩 울부짖는 젊은 여인네가 보이기도 하였고, 혼수 상태의 노모도 보였다. 거기다가 청계천시장 골목에서는 땡 처리를 하는 젊은 장사꾼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음대에 들어와 쇤베르크의 12음기법도 배우고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였다는 Chance operation도 배웠지만 나는 촌스럽게 5음계를 이용하여 선율을 만들고 이 선율에 5음계 송이화음(tone cluster)을 붙인 것이었다. 5음음계로 송이화음을 만들었으니 그리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나왔다.
당시 나는 한양대 교수이시던 박중후 선생님을 작곡 전공 지도 교수로 모시고 있었다. 그 때 박중후 교수에게 작곡을 배운 사람으로는 교향악 지휘자 금난새가 있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한 마디 하셨다.

“동아 콩쿠르 준비를 해 보게.”
“저는 국악과 학생인 데요.”
“？찮아, 작곡만 잘하면 되지. 과가 무슨 문제가 되나, 오히려 국악 전공이면 더 유리할 수도 있지.”
“예선에 푸가를 써야 하는데, 저는 푸가 공부를 시작도 못하였는데―--,”
“지금부터 하면 되지.”

이렇게 해서 3개월 동안 매주 푸가 한 곡씩을 쓰면서 살았다. 그런데 막상 콩쿠르 예선을 위한 공고를 보니 과제곡으로 가곡이 나왔다. 예선 제한 시간이 3시간인데, 모두들 끙끙거리면서 곡을 썼다. 그런데 놀랍게도 3시간 안에 곡을 완성 한 사람은 11명 중 나를 포함하여 세 사람뿐이었다.

하루는 음대 교정에서 서울대 음대의 한만영 교수를 만났다. 대학원생이던 나는 학생이면서 또한 상명사대부중 교사로 근무하였기에 눈코 뜰 틈이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곡 좀 하나 써봐”
“무슨 곡으로 쓸까요?”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관현악곡을 써 보게.”

한만영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고등학교 영어 선생으로 십여 년을 지내다가 국악과 학사 편입을 하여 졸업 후 교수가 된 분이다. 음악대학 국악과에서는 해마다 정기연주회를 한다. 지금은 국악곡이 많고 많지만, 당시 국악계는 전통곡을 제외하고 나면 관현악곡이 별로 없었다, 연주회의 마지막 곡목으로 여러 사람이 나와 멋지게 마무리하는 곡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곡이 없었다.

이렇게 부탁을 받아 처음으로 <운>(韻)을 썼고 다음으로 가야고 협주곡을 썼다. 처음으로 쓰는 관현악곡이니 제대로 음악이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작곡을 하는 사람이 이성천·김용진·이해식·전인평 정도였다. 한만영 교수는 부족한 곡이었지만 짜증을 내지 않고 열심히 잘 다듬어 주었다. 이렇게 하여 자주 서울대 국악연주회에서 위촉을 해 준 덕택에 나로서는 참으로 귀중한 관현악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쥐뿔도 모르면서 곡을 쓰고 있었다.

출판사 서평

없음

작가정보

저자(글) 전인평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고, 인도 뉴델리 음악학교에서 인도음악을 연구하였다. 중앙대 국악대학 학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중앙대 명예교수이다.국립극장 자문위원, 국립국악원 자문위원 역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아시아음악학회 대표,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 한국음악평론가협회 회장이다.주요 작품으로는 거문고 협주곡 <왕산악>, 관현악곡 <쿠쉬나메>, <실크로드의 노래> 등 80여 편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한국음악사？？, ？？아시아음악 오디세이？？, ？？동북아시아음악사？？,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 등 25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