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평 작곡 모음 - 강가의 내 마음

전인평 지음

아시아음악학회 2021년 03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 책은 필자가 작곡한 성악과 관현악곡을 묶은 악보집이다.
필자는 서울대 음대 국악과 작곡 전공이었다.
1959년 서울음대에 국악과를 창설한 이혜구 교수는 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누누이 말씀하셨다.

“자네들은 기존의 국악인과는 달라야 하네.”
“새로운 국악을 만들어 내야 하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신국악을 만들어야 하네.”
“여러분 들이 바로 신국악예술인이네.”
“졸업생들이 구심점이 없으면 흐트러지니 단체를 만들도록 하게. 여러분들은 앞으로 신국악을 만들어야 하니 ‘신국악예술인회’라고 부르면 좋겠네”

2021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이 18개에 이른다. 대학의 국악과는 20개를 넘고 있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하여 여러 국악연주단에서 연주회를 꾸려 갈 수 있는 것은 여러 작곡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2018년 황병기 교수가 세상을 떠나자 가야금 교수들은 “우리들이 먹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황병기 교수의 가야고 작품 덕분이다”라고 평가하였다. 이제는 국악TV가 생겨 국악방송 라디오와 함께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국악계 발전에 창작국악의 기여는 말할 수 없이 절대적이었다.

1960년대 이후 한국에서 “창작국악”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작품은 부족함이 많다. 사실 부끄러운 작품이다. 필자도 이 과정에 참여한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써 그간의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집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작품집에는 오늘날 창작음악이라는 장르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작곡가들의 여러 실험 과정이 들어 있다. 먼 후일 한국음악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이 자료를 귀중하게 활용할 학자가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작품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목차

성악과 국악관현악 모음

1. 들어라 일본은, 원통하고 한 많은 사연을/ 6
2. 내 이름은 테이신타이 정신대/ 40
3. 백제인에게 쓰는 편지/ 69
4. 내가 사랑한 당신은/ 106
5. 남몰래 가만히/ 125
6. 강가의 내 마음/ 159
7. 느티나무/ 179
8. 신 박연폭포/ 196
9. 귀 기울여 봐요/ 215

작곡가 전인평 년보/ 226

나의 삶, 나의 음악/ 239

책 속으로

시골에서 초등학교 선생으로 지내던 2년은 음악에 대하여 애타게 목말랐던 시기였던가 보다.
여학생들이 “선생님, 잔디밭에 나가서 야외 수업해요?” 이러면 이날은 수업은 하는 척 하고 잡담이나 하고 때운다.
그러면 아쉬운 생각이 나서 수업 끝나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였다. 이러한 목마름이 있었기에 음대 재학 시절 그야말로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당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은 청계천 6가 평화시장 골목에 있었다.

대학을 다니면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친구 따라서 장위동 교회를 갔는데, 가는 첫날 성가대 대원이 되었다. 예배를 보는 인원이 50여명 성가대원이 12명이었다. 작은 교회이기도 하고, 워낙 사람이 귀하다보니 친구가 성가대를 함께 하자고 하였다. 친구가 지휘를 하고 나는 대원으로 성가를 불렀다.

그런데 얼마 지나니 이 친구가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갑자기 성가대 지휘자가 공석이 된 것이다. 그래서 다음 지휘자가 올 때까지 임시로 내가 지휘자가 되었다. 임시로 시작한 지휘를 졸업할 때까지 하였다. 성가대를 지휘하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성가대가 워낙 실력이 없으니 기존 성가곡집에 있는 성가를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지휘하는 성가대 수준에 알맞도록 성가를 새로 편곡하였다.
이 때 신현균 목사의 부흥회가 있었다. 이 부흥회를 통하여 나는 믿는 다는 것이 무엇을 믿는 것인지 그리고 구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4. 거문고 명금을 만나다(1978)

하루는 서울대 장사훈 교수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사실 이렇게 선생님께서 전화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긴장하고 전화를 받았다.

“좋은 거문고가 두 대 나왔는데----, 하나는 내가 구입하려고 하는데----,”
“굉장한 거문고라네. 자네 형편이 되면 구입해 두면 어떠한지----
“형편이 되는지.”

나는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하여 권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도 없이 값이 얼마냐고 묻지도 않고 내가 사겠다고 하였다. 다행이도 비싸기는 하지만 감당할 만한 정도였다. 지금은 잊었지만 당시 고등학교 음악선생이었던 내게 3개월 정도의 월급이었다. 난데없이 큰돈을 내놓으라는 나의 요구에 순순히 돈을 건네준 집 사람에게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무엇하러 거문고 연주가도 아니면서 그리 비싼 악기를 사느냐고 한 마디 묻지도 않고 돈을 선뜻 건네 준 집사람을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장산도에서 무당 음악 현장연구에서 돌아와 나는 이 거문고를 만지면서 장산도 무당음악의 리듬을 거문고에 얹었다. 이렇게 하여 작곡한 것이 <장산도>와 <정읍후사>라는 거문고곡을 만든 것이다.

<정읍후사>는 시인 김양식의 시에서 악상을 빌려 온 것이다. 당시 나는 틈이 나면 고서점을 순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꽤나 정성껏 한지로 제본한 시집이 눈에 보였다. 이것은 페이지마다 판화로 인쇄한 것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이 김양식 시인은 인도문화에 심취한 분이었다. 내가 인도 음악에 빠질 것이라는 운명을 예고라도 하는 듯 인도는 그렇게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출판사 서평

없음

작가정보

저자(글) 전인평

서울대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고, 인도 뉴델리 음악학교에서 인도음악을 연구하였다. 중앙대 국악대학 학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중앙대 명예교수이다.국립극장 자문위원, 국립국악원 자문위원 역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아시아음악학회 대표, 영문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 한국음악평론가협회 회장이다.주요 작품으로는 거문고 협주곡 <왕산악>, 관현악곡 <쿠쉬나메>, <실크로드의 노래> 등 80여 편이 있고, 주요 저서로는 ？？새로운 한국음악사？？, ？？아시아음악 오디세이？？, ？？동북아시아음악사？？,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 등 25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