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도둑

원희경 지음

위즈덤커넥트 2020년 10월 2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인생을 바꿔 산다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타자성에 대한 성찰이 녹아든 단편 소설.
평범한 직장인인 시완은 과로에 시달리다 탈출구를 찾는 마음으로 사표를 내고 별다른 일 없이 빈둥거리고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병원을 가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깨어난 병원에서 듣게된 것은 자신이 영양실조라는 어이없는 말. 그런데 도중에 정신을 잃은 자신을 누군가 병원까지 데려왔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 한다. 그렇게 가벼운 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시완에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자신의 이름도 시완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젊은 남자가 바로 시완을 병원까지 옮겨준 사람이었다. 그 젊은 남자가 시완에게 특이한 제안을 하나 한다. 인생을 바꿔 살자는 제안을.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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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종이책 추정 페이지수: 35

책 속으로

눈을 뜨자마자 흰색 바탕의 천장이 보였다. 가만히 누운 채로 숨을 들이쉬었다. 어지러운 공기 사이로 병원 냄새가 났다.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다는 생각에 몸에서 힘이 빠졌다.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이러다 과로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달리며 일하던 터에 행복을 찾아 떠나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가슴이 북받쳐 올라 사직서 던지듯이 냈다고는 아무에게도 말 못 했지만 사표는 그 어떤 보고서보다도 일사천리로 수리되었다. 출근을 하지 않는 아침 시간의 여유를 만끽하며 느지막이 밥을 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커피로 때웠다. 설거지가 귀찮다는 이유로 식사를 만들어 먹지 않았고 나가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음식을 사러 나가지도 않았기에 배달 음식만이 유일한 끼니거리였다. 그마저도 일주일이 지나니 질려 버려서 나중에는 아예 먹지 않고 지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행복을 찾아 떠나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행복을 찾는 방법이 불현듯 떠오를 리는 만무했다. 우선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자고 단순히 생각했지만 하고 싶었던 것은 실컷 잠을 자는 것, 그 중에도 늦잠 자고 낮잠 자는 것.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서 그것만 실컷해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는데 세상이 흔들렸다. 지진이라도 난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선반 위에 오래된 책들이 아래로 떨어지거나 그릇들이 떨어져 깨지는 일은 없었다. 꼭 자신의 눈 안에서만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진짜 '동공지진' 문자 그대로였다. 침대 옆의 협탁을 의지해서 겨우 한 발을 내디뎠지만 몸이 크게 휘청여서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지진이 아니라면, 이것은 몸의 문제라는 말인가. 병원에 가야 하나? 그런데 무슨 과에 접수하지? 줄줄이 떠오르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방 안의 물건들을 의지하며 거실로 나왔다. 생수 한 병을 마시자 조금 살 것 같았다. 앉은 채로 허리를 쭉 폈다. 눈앞이 핑그르르 회전했다. 더이상 주변 물건을 짚으며 움직여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빈속에 물이 차자 울렁이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결국, 지갑을 주워들고 택시를 타러 나왔다. 운전을 할까 했지만 도저히 그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어디로 가냐는 기사의 질문에 근처 대학병원의 응급실을 행선지로 대고 뒷좌석에 기댔다. 기사가 흘끔흘끔 자신을 곁눈질 하는 것이 보였다. 괜히 불편한 기분이 되어서 눈을 감았다. 20분쯤 지났을까. 차가 멈추며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뜨고 택시비를 치렀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내렸다. 문제가 있었다면 몸이 바닥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 문제였을 것이다. 천천히 기억을 되짚으며 이번에는 눈을 두어 번 깜빡여봤다. 또 다시 동공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다행이 세상은 흔들리지도 않았고, 두 개로 보이지도 않았다. 울렁거리던 속은 가라앉았고 몸이 개운한 느낌까지 들었다. 멀쩡해지고 나자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는지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성한 37살짜리 남자를 도대체 누가 이 침대 위로 옮겼을까? 아무리 응급실 앞에서 쓰러졌다곤 해도 건물 안까지 옮기는 것은 힘들었을 텐데. 궁금증을 안고 상체를 일으켜 앉자,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출판사 서평

<추천평>
"영혼을 바꿀 수 있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배경으로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단편 소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원희경

원희경95년 4월 생.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며 음악 감상 또한 즐겨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