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미얀마로 갔을까

유혜정 지음

아미가 2020년 08월 1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요즘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는 ‘퇴사’를 말하는 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길을 찾아간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유혜정 작가가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에 이어 새롭게 펴낸 신간 <그녀는 왜 미얀마로 갔을까?>가 더욱 반가운 이유다. 이번 책에는 작가가 미얀마로 떠나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과 함께 의료봉사활동을 하며 그간의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어떤 일을 그만두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면, 어떤 일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이유’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

프롤로그. 퇴사 대신 미얀마 의료봉사를 떠났습니다
1. 저는 앞으로 무슨 마음으로 회사에 다녀야 할지
2. 미얀마 치과 의료봉사단원을 모집합니다
3. 오리엔테이션
4. 공항 가는 길
5. 자스민 공주처럼
6. 치과 의사가 개업하지 않고 학교에 남은 이유
7. 양곤에서 아침을
8. 그는 왜 공항에 다시 갔을까?
9. 당신에게 환한 미소를 주기 위해
10. 소리 내지 않고 눈물 흘린 이유
11. 점심시간
12. 양곤에서 <라라랜드> 미아가 떠오른 이유
13. 꽉 막힌 좁은 골목길에서 잊지 못할 미소
14. 회사에서 어떻게 주인 의식을 가져?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야지.
15. 기구소독의 달인
16. 신임 어시스트 - K부장
17.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18. 진저 라씨의 힘
19. 내 삶의 가장 높은 사원은 무엇일까?
20. 유혜정 선생님에께
21.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면

에필로그. 양곤 그 후 반년

책 속으로

차마 내 입으로 ‘퇴사’라는 단어를 내뱉고 싶지 않았다. 아직 갈 곳을 정해두지 않은 나에게는 위험한 단어였다. 회의실을 벗어나 눈물 콧물이 범벅된 채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혹시나 퉁퉁 부은 얼굴을 동료에게 들킬까 도망치듯 회사를 나섰다.

치열하게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거나, 그날 팀장님과 면담을 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미얀마 양곤까지 봉사활동을 가야 해? 수영장 딸린 편안한 리조트나, 화려한 관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낫지.’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행은 돈과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지만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해외 의료봉사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이 회사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나는 회사나 직무를 선택할 때 어떤 가치관으로 선택했지?’
사실 선택했다기보다, 선택당한 것에 가까웠다. 수많은 원서를 내고 합격한 회사가 지금 이곳이니까. 누군가 ‘혜정님은 왜 그 회사에 다니세요?’라고 물으면 난 뭐라고 대답할까?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교실에서 교수님은 쉬지 않으시고 계속 환자를 받으셨다. 이마와 콧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진료를 보는 교수님께 “좀 쉬다가 환자 받으면 안될까요?”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진료해 주려고 하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코끝이 찡해졌다. 교수님 옆에서 석션 어시스트를 하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에이, 내 회사가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져요? 그냥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세요. 내 인생이니 이 회사에서 맡은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지세요. 핑계 대거나 남 탓하지 말고요.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인생의 주인으로 살게 되는 거예요.”

투덜거리면서도 아직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내가 하는 일도 내 삶의 일부다. 직장 동료, 회사 환경을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떤 마음으로 일할지는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하루하루 매 순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

아마도 K부장님은 쳇바퀴 돌아가듯 단조로운 회사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본인 삶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기 위해 이 먼 곳에 온 것이리라. 늘 부하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고 20년 이상 익숙한 회사 일만 하다가 새로운 마음, 초심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나의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하고 높은 사원은 무엇일까? 나는 매 선택의 순간 무엇을 기준으로 두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더 이상 회사를 떠나느냐 남느냐로 고민하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회사밖에서는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회사에 기대지 않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유혜정

퇴사하고 싶다고 9년째 말하면서 아직 잘 다니는 직장인. 회사에 다니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저서로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가 있다.블로그 blog.naver.com/rlarjfdn인스타그램 @dream_activ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