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화의 이해

통일의 길목을 여는 북한이야기 2

임채욱 지음

온라인인물뉴스 2020년 05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북한은 사상문화에서 주체를 세우기 위해 사람의 머릿속 녹을 벗기는 혁명(사상혁명), 기계들의 녹을 벗기는 혁명(기술혁명), 공장과 마을의 때를 벗기는 혁명(문화혁명)을 수십 년간이나 해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인민군대가 사상정신적 본보기가 되는 사회로 되어버렸으니 언제 바깥을 내다보게 될까가 우려된다.

지금까지 남한에서 북한을 알려는 <북한의 이해>, <북한 사회의 이해>, <북한 정치의 이해>는 있어도 <북한문화의 이해>는 없었다. 이번 북방문제연구소 임채욱 부소장이 펴낸 《북한 문화의 이해》는 이런 의미에서 주목을 요하고 있는데 북한 문화를 다룬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이를 반증하듯 참고문헌을 보면 남쪽 학자들의 연구서보다 북쪽 문헌이 훨씬 많은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본서 《북한 문화의 이해》는 총 여덟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말과 글의 기풍, ▶고전과 백과사전 간행, ▶보도와 출판, ▶문예의 현주소, ▶사회주의 규범과 생활양식, ▶수령 부자의 상호 칭송, ▶상징과 전통성, ▶북한문화와 민족문화가 그것으로 북한의 관념문화, 규범문화, 생활문화를 포함하고 있다.

목차

북한문화의 이해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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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3

첫째 마당 말과 글의 기풍

문풍의 모습 …… 10
문체와 문장표현 …… 23
한자 사용과 정책 …… 36

둘째 마당 고전과 백과사전 간행

조선왕조실록 번역사업 …… 54
고전발굴과 국역 …… 65
백과사전 편찬 …… 76

셋째 마당 보도와 출판

정론기사의 성격과 문체 …… 92
대남 관련 기사의 표현형태 …… 107
출판물 편집？교열 …… 120

넷째 마당 문예의 현주소

주체의 문예관과 주체사실주의 …… 134
종자론의 가치 …… 152
계몽기 가요 평가 …… 164
문예의 주체성과 민족성 …… 180

다섯째 마당 사회주의 규범과 생활양식

집단주의 사상과 생활기풍 …… 198
도덕과 예의범절 …… 212
주민의 학습기풍 …… 226
사회주의적 생활양식 …… 237

여섯째 마당 수령부자의 모습

수령의 만기친람 …… 252
수령의 아들 칭송 …… 264
수령부자의 예술성향 …… 278
장군의 명언 …… 290

일곱째 마당 상징과 정통성

왜 고려인가 …… 308
대동강문화의 허구 …… 319
상징과 상징조작 …… 335

여덟째 마당 북한문화와 민족문화

북한문화의 훈고학적 성격 …… 356
북한의 문화정책과 민족문화 …… 371

부록 참고문헌 …… 391
찾아보기 …… 403

책 속으로

□ 책머리에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했던 일부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자기들 지도자의 사진이 비에 맞고 있으며 너무 낮은 곳에 걸려 있다고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모습에서 남쪽의 많은 사람들은 남북한 문화의 차이를 보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수긍하면서 저자는 문득 조선조 초의 문신 맹사성(孟思誠 1360～1438)의 시조를 떠올렸다. 그는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읊으면서 “이 몸이 한가하옴도(봄), 이 몸이 서늘하옴도(여름), 이 몸이 소일하옴도(가을), 이 몸이 춥지 아니 하옴도(겨울) 역군은(亦君恩)이샷다”라고 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야유를 받을 정도로 맹목적 충성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당시는 왕조시대였고 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제일의적 가치로 되던 시기였다. 맹사성은 나라의 큰일 때마다 그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로 능력 있고 인품이 높았던 신하였기에 이 시조의 내용을 희화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맹사성보다 더한 신민문화(臣民文化)를 보여줬다.
북한 문화를 보면 동어반복과 훈고학(訓？學)의 세계를 보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문화적 수준을 폄하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젊은이의 걸음걸이조차 어떻게 걸어야 하는가를 가르치면서 문화성을 강조하고, 사회주의 사회의 문화인답게 옷 입는 법도 상세히 가르치는 곳이 북한이다. 이것을 못 보면 평생 후회한다는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작품 <아리랑>을 공연하기도 했고, 옥류금 같은 국악기를 만들어 내고 보석화 기법을 개발했으며 독특한 무용표기법을 고안해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비문화적이라고 사투리 사용도 억제하고 조선왕조실록을 단기간에 번역해 내기도 했다. 그리고 북한 전역의 식물은 6,700종이라고 발표하여 식물학 분류 수준도 인정시키고 고또 분지로(小藤 文次郞)라는 일본 지리학자가 부친 한반도의 산맥 이름을 우리 식으로 고치기도 했다. 나아가서 지도자 김정일은 400여 편의 책과 논문을 쓰고 고등중학 시절에 이미 2,0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하므로 주민들도 하루 8시간 학습을 하고 정례화된 강연회 · 독보회 · 자습회에 참가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온 ‘학습의 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온 나라의 예술화’라는 구호 밑에 주민 누구나가 글을 짓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곳이다. 이러한 곳이라 주민의 문화 향수도 높고 이 모두가 긍정적으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수준에서는 남한보다 앞서가는 문화분야도 있을 것이다.
분단 후 남한이 미국 문화의 세례를 받을 때 북한은 “소련을 따라 배우자”를 모토로 삼고 소련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준거로 삼았다. 그러던 북한은 주체성과 민족성을 내세워 남한의 문화 풍토를 비판하면서 문화적 정통성 확보에 남한보다 한 발 먼저 다가갔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과연 그런가?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글을 포함하여 문화 분야의 이러저러한 관심사들을 모은 것으로 『극동문제(극동문제연구소 발행)』에 연재(2001. 4～2003. 9)되었던 것이다. 연재 시기의 차이 때문에 중복과 논리적 일관성 문제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다음 기회에 수정 · 보완을 약속드리면서 감히 상재(上梓)하게 되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임채욱

임채욱(林采郁)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신문대학원 신문학과 졸업.
동양방송 프로듀서.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 정책연구관, 정책연구과장. 안기부 정보학교(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안보학과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전문위원.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북방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겸 부소장. 국가정보대학원·통일교육원·한국외대 등 출강. 한국교육개발원 도덕 교과서 집필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역임.
저서로, 북한문화론(북한연구소, 1978. 공저), 북한체제연구(고려원, 1987. 공저), 서울문화 평양문화(신원문화사, 1989), 북한학개론(문우사, 1990. 공저), 북한의 상징(공보처, 1995), 통일문화와 북한문화의 가치성(문화방송 통일문제연구소, 1998),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조선일보사, 2001), 북한 상징문화의 세계(화산문화, 2002), 북한주민의 일상생활과 대중문화(오름, 2003.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