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를 위하여 선물합시다

강슬기 지음

위즈덤커넥트 2020년 03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크리스마스 즈음, 자기 자신에게 줄 선물과 루돌프를 고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해 주는 판타지 같은 앱. 그 앱에 자살을 앞두고 있다는 소녀의 의뢰가 신청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배정된 루돌프는 자살자를 위해서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그리고 그녀의 결심을 막을 수는 없을지 고민하며 그녀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살아온 시린 삶이 루돌프 앞에 펼쳐진다.
다음날이 더이상 기다려지지 않고 그날이 그날같은, 모든 것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날일까? 그런 날 누군가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선물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기를 바랄까?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선물 (1)
선물 (2)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29 (추정치)

책 속으로

['RUDOLF']
포토샵으로 작업해 입체적으로 보이는 붉은색 원 안에 써진 문구가 반짝거렸다. 화면을 터치하자 이번엔 초록색 바탕화면에 '우는 어른에게도 선물합니다.' 라는 글이 뜬다. 홈 화면은 크리스마스까지의 D-Day를 표시해놓은 캘린더와 하단의 [선물 찾기] 메뉴가 전부다. 그리고 메뉴를 클릭하면 신청서가 뜬다.
[나이]
[직업]
[성별]
[취미]
[관심사]
와 같은 결혼정보 회사에서 작성할 법한 느낌의 질문들이다. 흡사 싸구려 소개팅 어플로 보이는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직접 크리스마스 선물을 신청하는 단기간 이벤트성 어플이다. 더이상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어른들이나 선물을 주고받을 일 없는 솔로들을 타깃층으로 해 몇 년 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16, 학생, 여자, 누워있기, 없음]
완료 버튼을 누르면 산타와 루돌프가 달려가는 작은 gif 화면이 떴다가, '이런 선물들은 어떠신가요?' 하고 목록이 뜬다. 한물 유행 간 드림캐처, 케이크 모양의 양키 캔들, 줄 서서 먹는 모 마카롱 가게의 크리스마스 기프트 세트. 몇 개의 이미지를 보여준 후 다시 친절하게도 선택지가 맘에 드는지를 물어본다.
[이걸로 할래요.] (하나밖에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개인의 취향 따위 고려 안 하고 같은 답변의 사람들이 택한 선물을 보여주는 거지 같은 컴퓨터의 의견이 맘에 들어요.)
[별로예요. 루돌프에게 맡길래요.]
어느 쪽을 고르던 이제 이 애플리케이션의 메인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다리던 화면이 나온다. 다양한 순록들의 사진과 자기소개, 스펙이 담긴 프로필이 목록형으로 표시가 된다.
[빠른 배달해드립니다. 크리스마스 전날도 가능해요.]
[나에게 딱 맞는 선물 찾아드립니다.]
[후기 작성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순록 모양 배지를 드려요.]
사진 옆의 별점과 각종 후기들은 트리 위에 마지막으로 올리는 노란 별장식처럼 프로필이 보다 눈에 띄게 해준다. 경쟁 사회다. 과외 선생과 배달 음식을 고르듯이 자신의 크리스마스를 책임질 선물을 배달할 루돌프마저 고르는 경쟁 사회.
인영은 사뭇 경건해진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그야 진지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받을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앞으로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그 변화란 어디까지나 결과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의 변화이며 자신이 내린 결정이 결코 뒤집어질 일이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스크롤이 내려갈수록 별점 또한 낮아지거나 후기를 써주는 사람의 숫자 또한 0에 가까워진다. 문득 가장 언저리 페이지 중 사진도 등록하지 않은 프로필이 눈에 띈다.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뭐야 이게. 한 줄만으로 느껴지는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존재감 없는 의욕.
호기심에 눌러본 그의 자세한 스펙은 더 참담했다.
심리학이나 아동교육과는 거리가 먼 학과 전공에 경력 무. 후기 또한 없는 인턴직 순록이었다. 이런 사람, 아니 순록에게 맡길 수야 없지.
다른 순록들을 훑어보는 사이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런 순록이 아니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자신의 의뢰 사항을 듣고 무슨 반응을 보일지,
어떤 물건을 가져와줄지 조금은 기대감이 들었다.
신청 완료 화면까지 확인한 그녀는 자리에 누웠다. 못 가져온다면 그의 핑계를 대고... .

출판사 서평

<추천평>
"판타지 세계에서나 존재할 법한 모바일 앱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단편 소설. 각자도생의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삶과 죽음, 삶을 유지해야 할 이유 등에 대한 명철한 사유를 담은 가슴 시린 단편."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강슬기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지만정작 내 주변에는 없는 소수의 사람들.그런 소수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