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이야기

황혜지 , 우진 , 김해윤 , 송주현 지음

북닻 2020년 02월 1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엄마는 아빠와의 다툼 끝에 서울에서 자취하는 딸의 집으로 찾아온다. 실로 오랜만에 딸은 엄마와 단 둘이 지내게 되는데, 나란히 누워 엄마의 23살 시절 이야기를 들은 23살 딸은 이야기 속 엄마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23년 동안 함께 살아왔고,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해 왔지만 엄마도 엄마 이전에 ‘나’였고 ‘여자’였음을 느끼게 된다.
이 책 《아는 사람 이야기》는 4명의 작가가 제목 그대로 주변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고 읽는다)의 인생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작가가 화자로 등장하는 보통의 에세이와는 달리,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표현하고 있어 더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다.

《아는 사람 이야기》는 가족, 친구, 사회 속의 여러 관계에 있어 서로 특별한 대화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어떠한 사건으로 벌어진 두 학생의 이야기, 무뚝뚝하지만 알고 보니 천생 사랑꾼(?)이었던 아빠의 러브 스토리, 독특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한 사람의 주변사람 이야기 등은 어쩌면 당신 혹은 당신이 아는 사람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는 책이다.

* 독립출판물 화제작을 이제 전자책으로 만나보세요. 북닻은 전자책 브랜드입니다.

목차

황혜지 | 스물넷, 그리고 스물넷
우진 | 이제서야
김해윤 | 어느 저녁 식사
송주현 | 사회 #19687

책 속으로

동네 시장에 갔던 날, 설탕 범벅이 된 꽈배기를 보고서 ‘딱 니 같다야’ 하고 비꼬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다 배배 꼬아서 듣는다고. 왜인지 엄마랑만 있으면 나는 기름에 튀겨진 상태로 딱딱하게 굳어버린 꽈배기가 되어버렸다.
“날도 쌀쌀한디, 옷 따숩게 잘 입지. 멋 부린다고 꼭 밸시런 거만 입고…”
“요새 다 이렇게 입거든? 꽃샘추위라잖아, 금방 다시 따뜻해지겠지.”
- 12p | 스물넷, 스물넷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이야기에 아빠와 나의 모습이 겹쳐져 코끝이 시큰해졌다. 휴대폰에서 몸을 최대한 뒤로 뺀 채 인상을 한껏 쓰고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입력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문자가 오면 전화로 답을 하는 아빠인데 유일하게 딸에게만큼은 오 분이고, 십 분이고 시간을 들여 답장을 해주었다.
처음 나에게서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아빠 표정이 떠올랐다.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듯 눈을 흘기며, 이야기만 듣고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아냐고 트집을 잡았다. 그리고 그날을 계기로 눈에 띄게 나에게 정성을 들이던 아빠였다. 밥 먹을 때 밥에 반찬을 올려주기도 하고, 입김을 호호 불어 항상 손발이 차가운 나를 두툼한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러면서도 매번 ‘아빠만큼 너 사랑해주는 남자 만나기 힘들다.’는 말을 빼먹는 법이 없었다.
- 20p | 스물넷, 스물넷

“아빠는 너 공부 그만했으면 했다. 너무 고생하는 것도 싫고, 사회 나가서 그냥 적당히 벌면서 너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기면서 살길 바랐어.” 그리고는 이어,
“근데 아빠 생각도 정답은 아니니까.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있으면 하는 거야. 이제 결정은 너의 몫이야. 엄마랑 아빠는 너의 결정에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그저 응원하는 거지. 아빠는 우리 딸이 어디 가든 항상 자신감 있고, 당당했으면 좋겠어. 텔레비 보면 나오잖아, 공항에 캐리어 끌고 영어로 통화하면서 가는 그런 커리어우먼들.”
그리고 아빠는 과일 깎는 엄마를 그윽이 쳐다보더니, 손을 뻗어 뺨도 한 번 쓸고, 머리카락도 귀 뒤로 넘겨준다. 나를 통해 젊고 꿈 많던 시기의 엄마를 투영해 보는 걸까. 고생만 시킨 것 같아 아빠의 마음이 영 씁쓸해 보인다. - 98p | 어느 저녁 식사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먼저 다가가 관계와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반면 어떤 이는 상대를 너무 배려하여 혹은 어쩌면 돌아올 반응을 지레짐작하여 일부러 다분히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 108p | 사회 #19687

작가정보

저자(글) 황혜지

황혜지노란색 머리가 인상적인 자그마한 여대생.엄마 이야기를 하자니, 눈물이 먼저 마중하는 아빠 딸.단어 하나도 깊이 헤아리는 사려 깊은 사람.우진자유도, 압박도 곧 그리울 휴학을 앞둔 대학생.말보다는 생각을 우선하는 청년.닫힌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는 용기남.김해윤인파를 뚫고 오늘도 출근하는 직장인.가족에게 낯간지러운 걸 못하는 평범한 딸.결코 포기하지 않는 의지인.송주현바빠도 항상 활기 넘치는 직장인.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예술인.허투루 하는 법 없는 완벽주의자.

저자(글) 우진

저자(글) 김해윤

저자(글) 송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