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낭비한 자의 로맨스 - 닥터 손다이크

오스틴 프리먼 지음 | 박종호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9년 12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과학 수사와 역방향 진행 방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처음으로 소개한 닥터 손다이크의 탐정 소설.
제국을 경영하는 영국군에서 촉망 받는 장교였으나, 도박과 빚, 난잡한 사생활로 인해서 퇴직하고, 정처없이 흘러다니는 신세가 된 남자. 그는 주요한 직업 없이 작은 사기를 치거나 소소한 절도 행위를 저질러 근근이 삶을 유지한다. 그러다가 상류층 사람들이 모이는 파티에 들어가는 초대장을 우연히 얻게 된 그는 가짜 신분을 위조하고 파티장에 들어간다. 사기나 절도 대상을 물색하던 중 그의 눈에 띈 여인. 미국의 부유한 미망인, 채터 부인이다. 그가 제대로 된 삶을 살던 시절 우연히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눈 상대방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녀를 피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를 발견한 채터 부인이 그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그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머문다.

목차

표지
목차
I. 독신녀의 손님
II. 먼지가 가져다준 선물 (munera pulveris)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71 (추정치)

책 속으로

미적거리던 여름의 황혼이 가라앉으며 밤이 밀려올 무렵, 상쾌한 시골길을 따라 홀로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따금 이웃 마을에서 온 무개(無蓋) 마차나 유개 마차, 승용차 등이 그를 추월하곤 했다. 그는 차에 탄 사람들의 축제 복장을 보고 그들의 목적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의 목적지는 큰 집이었는데, 길 바로 바깥 다소 넓은 곳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집을 방문을 둘러싼 상황이 다소 특이했기에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천천히 가게 되었다.
윌로우데일 저택은 오늘밤 일시적으로 과거의 영광이 되살아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 달 동안 비어 있던 문지기의 숙소에 있는 안내판이 조용히 저택의 황량한 상태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밤은 달랐다. 아무것도 없던 그곳의 방과 벽에는 깃발과 휘장을 둘러쳐졌고, 바닥은 광이 나도록 닦이고 카펫도 깔렸다. 그리고 저택에는 음악과 경쾌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고, 수많은 발이 바닥을 울렸다. 오늘 밤, 레인스포드의 독신녀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그 독신녀들 가운데 으뜸가는 사람은 윌로우데일의 주인 미스 할리웰이었다.
성대한 행사였다. 저택은 크고 으리으리했다. 그 저택에는 주머니 사정이 좋은 독신녀들이 잔뜩 몰려있었고, 성공한 손님들이 많이 온 자리였고, 그중에는 제후 B. 채터 부인 같은 사람도 있었다. 부인의 참석은 자리를 더욱 빛냈다. 왜냐하면, 이 아름다운 미국 미망인은 한창 사교계에서 잘 나가는 유명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재산은 비록 탐욕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평범한 영국인의 계산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녀의 다이아몬드는 파티의 여주인들에게는 영광이자, 동시에 공포였다.
이 모든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탄 남자는 주저하는 듯 미적거리며 윌로우데일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길모퉁이를 돌아 저택의 대문이 보이자, 그는 우유부단하게 자전거에서 내리고 멈춰 섰다. 그는 다소 위험한 짓을 하려던 참이었고, 비록 용기가 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는 주저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럼 왜 갔을까? 어떻게 파티 입장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선 성가신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오거스터스 베일리는 어떤 재주로 먹고사는 사람이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표현이자, 동시에 멍청한 표현이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재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평범한 도둑이 되는데 딱히 뛰어난 재주가 필요하기라도 한가? 하지만, 오거스터스 베일리의 재주는 그런 것이었고 그 재주로 먹고살았지만, 그리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지금 당면한 모험은 어느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엿들은 대화와 식탁의 메뉴판 밑에 부주의하게 놓인 초대장 덕분이었다. 오거스터스는 그의 문구류 컬렉션 중에 있던 세실 호텔 편지지를 꺼내 제프리 해링턴 베일리라는 이름으로 그가 받은 적도 없는 초대를 승낙하는 답장을 썼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마음은 자기가 발각될까 말까 하는 의문을 두고 갈팡질팡했다. 그는 손님들이 많다는 점과 안주인이 큰 파티를 주관한 경험이 적으리라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비록 초대장을 보여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각자를 소개하는 난감한 식순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아마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으리라.

출판사 서평

<추천평>
"닥터 손다이크는 21편의 장편소설과 40여개의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의사이자 탐정이다. 의학박사였지만, 범죄 사건에 관여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최초의 범죄 과학자가 되었다. 그의 수사법은 범죄와 관련된 모든 물리적 자료들을 모아 분석하고, 그 이후에 범인과 동기 등에 대한 추론을 진행한다. 역방향 진행 방식의 탐정 소설의 전형으로, 먼저 범죄 상황이 묘사되고, 이후 손다이크가 그 과정을 재구성하는 줄거리이다."
- 위키피디아

"과학 수사 기법이 빛나는 소설. 생생한 묘사를 통해서 독자들이 상황을 상상하고, 손다이크의 행동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 Lafley, Goodreads 독자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탐정 소설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했다. 그의 작품들은 익숙한 구성에 수수께끼가 중심에 놓인 이야기이다. 물론 그 속에는 의학이나 과학적인 소재들이 뒤섞여 있다. 매우 즐거운 독서였고, 앞으로도 더 많은 손다이크 주연의 작품들을 읽고자 한다."
- Ruavere, Goodreads 독자

"셜록 홈즈와 같은 혈통에서 태어난 탐정이지만, 훨씬 더 법정에 친화적인 태도를 가졌다. 어떤 점에서는 건조하고 복잡한 구성이 매력적이다."
- Donia, Goodreads 독자

"과학 수사의 기법과 셜록 홈즈의 세부 사항에 대한 예민함을 모두 갖춘 흥미로운 탐정의 이야기이다."
- Maguel dolseca, Goodreads 독자

작가정보

저자(글) 오스틴 프리먼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Richard Austin Freeman, 1862 - 1943)은 의사 출신의 작가이다. 대학 졸업 후 정식 외과 의사가 된 그는 1887년 결혼을 하고, 서아프리카에서 외과 의사로 일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지만, 큰 돈을 벌지는 못했고, 오히려 과도한 업무로 병에 걸렸고, 7년 근무 끝에 귀국했다. 1891년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집 "아샨티와 자만에서의 여행과 삶 Travels and Life in Ashanti and Jaman"을 발표했다. 평단으로부터는 좋은 평가는 받았으나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영국으로 귀국 후 그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개업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악화된 건강으로 인해서 불규칙적으로만 진료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세계대전에는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사실 그는 의학 지식을 겸비한 탐정 손 다이크 시리즈로 유명한 추리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 "붉은 엄지 자국 The Red Thumb Mark" (1907)에서 처음 등장한 손 다이크는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몇 년 후, 그는 전업 작가가 되었다. 1912년 발표한 "노래하는 뼈 The Singing Bone"은 전도된 탐정 소설의 구조를 처음으로 시도한 작품이다. 즉 소설 첫부분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범죄가 어떻게 벌어졌는지를 자세하게 묘사한 후,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서 탐정이 그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구조이다. 손 다이크 작품 내에는 열대 병리학, 재료공학, 독극물학 등의 다양한 과학 분야의 실제적인 지식이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번역 박종호

번역가. 번역 작품으로는 '요재지이'를 비롯한 여러 편의 고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