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의 미학

한국음악을 그림으로 보듯이 설명한 미학론

전인평 지음

아시아음악학회 2019년 12월 20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마치 활동사진을 찍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국악을 설명을 해 보게”
이 말은 지금부터 50여년전 102살에 세상을 떠난 이혜구(李惠求, 1909-2010) 교수님 학부 수업 시간의 과제였다. 선생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국악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설명해 보자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선생님의 이 말씀을 숙제처럼 50여 년간 품고 다녔다. 이 글은 오래전 이혜구 교수님의 숙제에 답하는 보고서이다.
필자는 1980년대에 음악 잡지 ？？음악춘추？？에 국악을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때부터 틈나는 대로 국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써 왔다. 이 후에 더 다듬어 2010년 현대음악에서 발행한 ？？보고 듣는 한국음악의 열 가지？？라는 책이었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갑자기 출판 시장이 종이책 시장에서 전자책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 도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를 더 정돈하고 쉬운 용어를 활용하여 다시 서술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가급적 어려운 국악 이론은 배제하고 교양인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 위하여 전문적인 내용은 가급적 다루지 않았다. 이 책에는 먼저 한국음악을 ‘농담(濃淡; 진하고 엷음)과 여백의 선비음악’ 그리고 ‘죄고 푸는 즉, 긴장과 이완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서민음악’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어서 한국음악의 미를 장려미, 웅혼미, 고결미, 소박미, 유장미, 무작위의 미, 한의 미, 신바람과 흥의 미, 즉흥의 미, 해학미의 10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필자가 제시한 10가지의 음악미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장려미는 선율과 연주 형태에서, 웅혼미는 음색에서 고결미는 음색과 연주 형태에서, 간소미는 선율과 연주 형태에서, 유장미는 선율과 속도에서, 무작위의 미는 연주 방법에서, 한의 멋은 선율에서, 신바람과 흥의 미는 리듬과 속도에서, 즉흥의 미는 복합적인 것이고, 해학미는 노랫말에서 쉽게 드러난다.
우리는 동서양이 만나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격변기에 우리는 세계와 호흡하면서 우리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이 한 나라의 발전이 세계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관됨에 따라 자기 나라만의 고립된 생활을 생각할 수 없는 시대이다. 이제 우리의 국악도 한국인만을 위한 음악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이해되고 수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하나의 귀퉁이 돌이 되고 싶다.

목차

한국음악의 미학
한국음악을 그림으로 보듯이 설명한 미학론


1. 머리말 7
1.1. 아름다움, 미 그리고 멋 10
1.2. 첨단 과학 시대에 살아남기; 온고이지신 13

2. 한민족, 우리는 누구인가? 17
2.1. 우리 민족의 두 갈래; 남방계와 북방계 17
2.2. 우뇌형 음악과 좌뇌형 음악 26
2.3. 한국음악의 역사적 흐름 32

3. 한국음악 미학론의 전개 과정 40

4. 전통음악의 두 가지 특징 46
4.1. 우뇌적인 남방계 서민음악: 뛰어난 즉흥능력 47
4.2. 죄고 푸는 긴장과 이완의 음악; 산조 58
4.3. 농담(濃淡)과 여백의 선비 음악; 정인심(正人心)의 정악 65

5. 한국음악의 10 가지 미학 68
5.1. 장려미: 궁중음악 68
5.1.1. <정읍>의 장려미 70
5.2. 웅혼미; 고구려의 기상-거문고 음악 73
5.3. 고결미: 가야고 대금 <영산회상> 중 염불, 타령, 군악 79
5.4. 소박미: 선비들의 가벼운 여흥; 시조 91
5.4.1.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의 소박미 95
5.4.2. 시김새란 무엇인가? 98
5.5. 유장미; 선비들의 정격 음악; 가곡 100
5.5.1. 여창 가곡 이수대엽 <버들은 실이 되고>의 유장미 103
5.6. 무작위의 미: 마음 내키는 대로 연주하는 음악 106
5.6.1. 박찬범의 풀피리(草笛) 음악 109
5.6.2. 박자 무시하며 연주하는 당피리 독주 <정대업> 111
5.7. 한의 미; 판소리 심청가 중 “심봉사의 절규” 111
5.8. 신바람과 흥; 사물놀이 118
5.9. 즉흥의 미; 풍물 125
5.10. 해학미; 판소리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 132

6. 한국 전통음악의 특징 143
6.1. 교육 방법의 특수성; 구전심수 교육과 자득성 143
6.2. 형식의 특수성 : 열린 구조 146
6.3. 음색의 특수성 : 소음의 음악화 148

7. 마무리 153

책 속으로

1.1. 죄고 푸는 긴장과 이완의 음악; 산조

음악을 듣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또는 ‘아름답지 않다’라는 판정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악기의 음색에 반하기도 하고, 또는 흥겨운 리듬에 끌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노래의 노랫말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다음은 국악계의 태두 이혜구 박사께서 일제시대 경성방송국 재직 때의 이야기를 들려 준 것이다. 평생 동안 산조(散調)를 연주해 온 심상건(1889-1965)에게 그가 산조를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선생께서는 무슨 맛으로 평생 동안 산조만 타십니까?” 이에 선생께서는 잠자코 생각에 감기다가 지극히 짧게 대답하였다.
“그야 죄고 푸는 맛이지요.” 가야고 산조의 죄고 푸는 즉 긴장과 이완에 대한 학술적이 개념 정리는 다음과 같다. 긴장은 선율이 위로 올라가는 것(상향적)이고 이완은 아래로 내려 가는것(하향적)이다. 농현은 여음으로 줄을 눌러서 2도 혹은 3도, 4도로 밀어 올리는 것은 긴장이고, 줄을 눌러서 낸 음을 여음으로 그 음에서 흘러내리듯이 농현하거나 2도 혹은 3도, 4도 등으로 꺽어내리거나 흘러내리는 것을 이완이라고 한다.

심상건은 가야고 산조의 명인으로 이름을 드날렸던 분으로 그 분의 연주를 들었던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분은 가야고 산조의 초기 명인으로 다른 사람과 달리 가야고 산조를 낮게 조율하여 타기 때문에 그 분위기가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술을 창조한다는 것은 어느 분야이건 어렵지 않은 게 없다. 그러나 특히 산조 음악은 기교만으로는 안되고, 세상을 달관하고 관조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고서는 산조의 곰삭은 맛을 낼 수가 없다고 한다. 김죽파의 이복동생 김은희(金銀姬: 1917-, 金玉卿이란 예명으로 당시 金素姬와 소녀 명창으로 쌍벽을 이루었다)에 의하면 “성금연 산조는 갖는 양념 다한 불고기 맛이고 김죽파 산조는 곰삭은 곰국맛이다”라고 비유하였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타는 산조는 기교는 훌륭하더라도 맛이 제대로 울어 나오기가 어려운 법이다. 오히려 살아가는 동안에 단맛 쓴맛을 모두 맛보고 산전수전을 격은 사람이야말로 산조 맛을 제대로 낼 수가 있다고 한다.

한 평생을 가야고 산조와 함께 살아온 이 명인이 가야고 산조의 멋을 선율의 아름다움이나, 성음(聲音)의 다양함을 말하지 않고 ‘죄고 푸는 맛, 즉 긴장(Tension)과 이완(Relaxation)’이라는 말로 표현한 것은 정말 탄성을 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은 음악의 삼 요소를 선율 화성 장단이라는 음악의 정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이것은 음악을 분석적으로 설명하려는 서양의 음악미학과는 반대의 태도로, 음악을 전체적인 힘의 조화로 본 경지인 것이다.

이런 독창적인 음악관을 지닌 대가가 있었기에 오늘날 가야고 산조와 같은 훌륭한 음악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출판사 서평

없음

작가정보

저자(글) 전인평

저자 전인평은 서울대 음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1970)하고 델리 간다르바 마하 비디알라야에서 수학(1986)한 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1999)하였다. 중앙대 국악대 학장, 파리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심사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중앙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동아음악콩클 심사위원, 중앙음악연구소 소장, 문화재청전문위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아시아 음악학회 회장으로 영문 음악학술지 Asian Musicology 발행인이다. 대한민국작곡상(1981), KBS 국악대상(1998), 난계음악학대상(2003), 기독교문화대상(2004) 등을 수상하였다.현재 중점 연구 사항은 한국음악과 아시시아음악의 상호 영향과 교류 관계사이다. 주요저서로는 『동양음악』(1989), 『새로운 한국음악사』(2000), 『아시아음악연구』(2001), 『한국음악의 멋 열 가지)(2010), 『동북아시아음악사』(2012), 『한국 창작음악사』(2017), 『한국음악 선구자들의 삶과 음악』이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거문고 협주곡 <왕산악>(1996), 실내악 <타골의 노래>(1998), 거문고 합주곡 <가야의 노래>(1999), 국악관현악 <고구려 송가>(2000),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