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서 꺼낸 가족 이야기

고미경 , 권영옥 , 오월 , 윤선옥 , 윤예림 지음

1인1책 2019년 11월 27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누구나가 느끼고 갖고 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들이 태어나고 자란 시간을 회상하는 엄마, 발명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 고추잠자리를 따라 멀리 간 여동생을 떠올리게 하는 능소화,아내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남편을 두고 여행하는 이야기, 퇴직금을 몽땅 털어 떠난 가족여행, 신비한 꽃을 피우고 95세 일기를 마친 할머니, 미처 챙기지 못했던 언니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고마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느끼는 부모님의 삶, 부모님의 사랑을 기쁘게 받는 효도, 논과 밭을 하나씩 팔아 자식들 공부시킨 헌신적인 부모님, 가까이 있을 때는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 최고의 유산을 물려주신 아빠에 대한 그리움.

목차

고미경

-보물1호 어근선




권영옥

-꽃의 향기

-불광천 가족 이야기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함께 걷는 산길

-사회복지사 이야기

-아버지는 발명가




오월

-양심줄 하나 움켜잡고

-건국대병원 능소화, 그리고 고추잠자리




윤선옥

-마이스토리 마이스트




윤예림

-부모님에게 내민 해외여행 티켓




윤지현

-95년을 기다린 꽃




이서연

-언닌 꿈이 뭐였어?

-다섯 번째 가족




이소희

-압구정 빈민층

-인도로 가는 출발점 위에서







이여진

-밥 잘 챙겨주는 예쁜 엄마

-그 아버지에 그 딸, 매일 tv 보며 우는 부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나의 배움은 현재진행 중...ing




이종원

-결혼에 대한 단상

-선물




전보미

-나, 그리고 가족




최예리

-아빠에게 받은 최고의 유산-우리 아빠가 최고야!

책 속으로

선물

학교가 끝나고 나는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길 옆에 붙어있던 우리 논은 50미터쯤 되었을까? 아빠는 일꾼들과 논일을 바삐 하셨다. 초등학생이었으니, 하굣길 동네 초입에 있던 우리 논 앞을 지날 때쯤이면 으레 엄마가 일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참을 챙기고 계셨다.
“종원아, 동생 데리고 딸기밭에 가서 비닐하우스 문을 좀 열어 놓고 오겠니?”
주말이면 엄마는 집에서 가장 멀리 있었던 비닐하우스로 심부름을 시켰는데, 나는 그 길이 싫지 않았다.

몇 동이나 되는 딸기 하우스의 문을 차례차례 열고 다니다 보면 어느 동에 열린 딸기가 크고 탐스럽게 익어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먹음직한 딸기를 찜해 놓았다.
“저 놈은 당장 먹어도 엄청 맛있겠는걸. 요 놈은 지난주 보다 두 배는 커졌어. 좋았어, 곧 먹을 수 있겠군.”
매주 한 번씩 체크하니 당연히 가장 맛난 딸기를 먹는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하지만, 가끔 어느 날은 내가 찜해 놓은 딸기가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불그스레 익어가는 싱싱한 딸기를 보며 싱그럽고 기분이 좋아져 군침을 흘렸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나와 동생은 이렇게 주말에만 하우스를 여는 당번이었지만, 언니와 오빠는 학교 가는 날에도 매일 우리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하우스를 열어 놓고 학교로 가야 했으니까.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어느 날이었다. 집 앞 대문 근처가 큰 트럭과 아저씨들로 붐볐다.
“무슨 일일까?”
한걸음에 달려갔다. 새로운 가족이 될 젖소 두 마리가 마당에서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며칠 전부터 아빠가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드셨다. 그게 ‘젖소 우리’였던 것이다.

어린 나이에 신기하기만 했던 젖소. 텔레비전 광고에서만 보던 우유를 짤 수 있는 바로 그 소가 내 눈앞에 있었다. 소는 코도 크고 입도 컸다. 눈썹이 부리부리한데 속눈썹까지 어찌나 긴지, 정말이지 속눈썹 펌을 한 것처럼 예쁘게 올라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만난 그때 그 소의 눈은 정말 아름답고 눈동자에 고인 맑은 빛은 순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만난 젖소는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면 엄마와 아빠로부터 내려오는 심부름이 소 때문에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텔레비전에서 하는 재미난 만화도 보고 놀이터에도 나가는데, 나는 오빠와 함께 젖소 거두기 심부름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저녁도 줘야 하고 이 녀석들이 싸놓은 응가도 치워 줘야 했다. 이 녀석들을 돌봐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그 어린 초딩의 고사리손으로 뭘 했겠는가 하겠지만, 난 어려서부터 또래들 사이에서 항상 키가 크고 덩치도 좋은 학생 중 일, 이번을 다투는 ‘중딩 같은 초딩’이었다.
짧은 머리에 시키는 운동이라면 다 잘했던 키가 일찍부터 훌쩍 자란 초등 여학생이었던 나. 길을 갈 때 간혹 아저씨들은 내가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도 구분하지 못해 남학생들에게 던지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셨다.

얼마 지나 소들은 새끼를 낳았고 정말 우유를 짤 수 있게 되었다. 난 생전 처음 학교급식에서 공급되어 마시던 우유와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 등급의 우유를 맛보았다. 우리 젖소의 우유를 마실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그 동안 밥도 주고 냄새 나는 그 녀석들의 놀이터와 잠자리를 깨끗하게 해 주는 데 일조했으니 말이다.

출판사 서평

은평평생학습관에서 열렸던 1인1책 책쓰기 과정 수강생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묶었다. 애인이자 웬수이며, 편한 친구이자 부담스런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
일기장에 숨겨 두었을 법한 가족의 이야기, 가족에게 직접 건네기 쑥스러웠던 고백들이 적혀 있다.
에세이로, 시로, 칼럼으로...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루하지 않고 바로 내 이웃의 이야기라서 읽기 편안하다.
읽는 동안, 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쓴다면 무엇을 쓰게 될까, 나는 가족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를 생각하며 종이 한 장을 꺼내들고 나의 가족 이야기를 써내려 가면 어떨까?

작가정보

저자(글) 고미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육학과를 졸업.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생협운동과 지역의 급식운동을 하게 되었다.
2011년부터 학교급식실무소위원장을 맡으며 친환경 쌀과 국내산 재료로 만든 김치의 공동구매를 기획했다. 생협에서는 어른들에게,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요리와 안전한 먹거리를 가르치고 있다.
활동이 많아지면서 이론을 다지고자 선문대학원 자연치유학과에 입학하여 공부하고 있다.

저자(글) 권영옥

저자(글) 오월

저자(글) 윤선옥

저자(글) 윤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