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재지이 - 명탐정 어중승 외

포송령 지음 | 박종호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9년 10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요재지이 (聊齋志異)는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의 중국 청 시대의 괴기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자 포송령이 민간에 전래되는 설화와 괴기담, 경험담 등을 모아서 만든 소설집으로, 귀신과 여우, 도깨비, 식인귀, 환생, 신선 등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하는 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것부터 골라 읽어도 서로 독립적인 이야기인 단편들은, 미녀 귀신에 빠져서 불륜을 저지르는 선비, 게으름에 젖어 집안을 망하게 했으나 여우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는 귀족, 서로간의 우애가 돈독한 뱀들 등 환상적이고 신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다른 중국 괴기담들과 달리,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설하고, 줄거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나름대로의 전거 등을 밝혔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야기의 다양함과 신비함으로 인해서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었고, 이미 20세기 초에 다양한 서구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기도 했다.
* 1권에 4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위즈덤커넥트판 "요재지이"는 2018년 12월을 시작으로, 매달 1권씩 간행될 예정이다.

목차

표지
목차
명탐정 어중승 <於中丞>
관아의 노비 <？？>
적녀 <績女>
홍모인의 양탄자 <紅毛氈>
창자를 빼내다 <抽腸>
장홍점 <張鴻漸>
태의 <太醫>
소가 날아간 꿈 <牛飛>
여우의 장난 <王子安>
이 남자가 돈을 버는 법 <？姓>
농부 <農婦>
여우가 된 사람 <金陵乙>
곽안 <郭安>
명판관 <折獄>
불륜의 음모 <虎性>
개의 의리 <義犬>
양대홍 <楊大洪>
사아산의 동굴 <？牙山洞>
조선의 신선경 <安期島>
기이한 고을 <沅俗>
운라 공주 <雲蘿公主>
새의 말을 알아듣는 도사 <鳥語>
천궁 <天宮>
교 녀 <喬女>
조개와 게의 동거 <蛤此名寄生>
유부인 <劉夫人>
능현의 여우 <陵縣狐>
왕화랑 <王貨？>
지친 용 <疲龍>
진생 <？生>
포목상 <布商>
팽이쟁 <彭二？>
하선 <何仙>
신녀 <神女>
상군 <湘裙>
삼생 <三生>
장정 <長亭>
석방평 <席方平>
소추 <素秋>
가봉치 <賈奉雉>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240 (추정치)

책 속으로

적녀 <績女>
소흥에 한 늙은 과부가 살았다. 밤에 실을 잣고 있는데 갑자기 한 소녀가 문을 밀고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 힘들지 않으세요?"
노부인이 보니, 소녀는 18, 19세의 나이로 매우 예쁘게 생겼으며 화려한 긴 옷을 입고 있었다. 노부인이 놀라서 물었다.
"무슨 일로 왔는감?"
소녀가 말했다.
"할머니 혼자 지내시는 게 외로운 것 같아서 와서 같이 지내려고 왔어요."
노부인은 그녀가 관리 집안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아가씨라고 의심하고는 계속 추궁했다. 소녀가 말했다.
"할머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할머니의 정결함을 존경해서 찾아왔어요. 우리 둘 다 울적하지 않도록 같이 지내는 게 좋지 않겠어요?"
노부인은 또 그녀가 여우 신선이라고 의심하며 대답하기를 주저했다. 소녀가 실을 잣는 것을 도우며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전 이런 일에 익숙해요. 할머니의 밥을 거저먹지는 않겠어요."
노부인은 그녀가 상냥하고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하며 안심했다.
밤이 깊어지자 소녀가 노부인에게 말했다.
"제가 가져온 이불과 베개가 아직 문밖에 있으니 소변을 보러 나가실 때 대신 갖고 들어와 주세요."
노부인이 문을 나서자 과연 큰 보따리가 있어 들고 돌아왔다. 소녀는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침대 위에 깔았는데, 무슨 비단인지 향긋하고 부드러웠다. 노부인도 자신의 천 이불을 펴고 소녀와 잤다. 소녀가 옷을 다 벗기도 전에 방 안이 짙은 향기로 가득 찼다. 노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미인을 만났는데,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아쉽구나.'
소녀가 베갯머리에서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일흔이 넘었는데 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세요?"
노부인이 말했다.
"그런 생각한 적 없어!"
소녀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남자가 되고 싶어요?"
노부인은 그녀가 여우 신선이라고 여기고 더욱 두려워했다. 그러자 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남자가 되고 싶어 하시면서 왜 속으로 절 무서워하세요?"
노부인은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침대마저 흔들렸다. 소녀가 말했다.
"어휴, 그렇게까지 남자가 되고 싶어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저는 진짜 선인이지만, 할머니는 전혀 해치지 않아요. 단 한 가지, 말조심만 하시면 앞으로 먹고 입을 걱정은 없을 거예요."
노부인은 아침에 일어나 침대 밑에 엎드려 절을 했다. 소녀가 팔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기자, 그 팔은 마치 유지처럼 매끄럽고 따듯하며 향기가 났다. 그녀의 살갗을 건드리니 온몸이 짜릿하여 노부인이 또 허튼 생각을 했다. 소녀가 말했다.
"할머니, 방금 몸을 떨었는데 그 마음은 어디 갔어요? 남자라고 하면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돼요."
노부인이 말했다.
"내가 정말 남자라고 가정하면 오늘 밤 어찌 죽을 각오를 하지 않겠수?"

출판사 서평

<추천평>
"포송령이 작품을 선정한 괴이소설집이며 건륭기에 나왔다. 이 작품에는 사람과 여우의 요괴와 꽃의 요정이 많이 등장하지만 인간과의 교정(交情)으로 그들은 재화(災禍)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에게 힘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독자는 음침감보다는 친근감을 느낀다. 사회적 모순에 민감한 작자가 민중의 기분을 대변했다고 하겠다."
- 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

"당 시대의 전기나 전등신화 계통의 이야기이지만, 민간의 이야기를 그대로 수록하지 않고, 특이한 이야기를 그려내려는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집필하였다. 그 결과, 교묘한 구성과 전거가 있는 용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한 간결하고 세밀한 묘사가 전개되어 있으며, 순서도 정연하다. 거기에는 괴이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교착한 새로운 세계가 아름답게 전개되어, 현실을 그린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인간의 참다움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며, 중국의 괴이문학 중에서 예술적 향기가 가장 높은 걸작으로 되어 있다.
- 두산백과

"기묘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문헌상에 쓰인 용어를 효과적으로 구사한 독자적이고 간결한 표현으로 섬세하게 묘사하였고 순서도 정연하다. 거기에는 괴물 세계와 인간 세계의 교착이 아름답게 전개되고 에로티시즘의 매력도 더해져서 현실을 묘사한 소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인간의 진실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중국 괴이문학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 세계백과사전

작가정보

저자(글) 포송령

포송령 (蒲松齡, 1640~1715) 청나라 초기의 학자로,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글재주를 자랑하였으나, 연달아 과거에 낙방하여 불운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생계를 위해서 가정교사와 임시 관료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지방 명문가에서 고정적인 가정교사 자리를 얻어서 30년을 일했다. 72세가 되어서야 겨우 과거 시험에 합격하였고, 이후 저작 활동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요재지이", "성세인연" (醒世姻緣) 등의 작품을 남겼다.

번역 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