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너

알제논 블랙우드 지음 | 박종호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9년 06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가난뱅이에 친구도 별로 없는 중년의 작가인 주인공이 런던 시내 한가운데 꽤 좋은 하숙방을 아주 싼 가격에 얻는다. 빈곤과 고독이 자신의 친구라고 여기면서, 여기저기 잡스러운 글들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은 그 방을 얻을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지 그 방으로 이사한 후, 그는 글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고, 주변의 소음과 사람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또한 몇 년 동안 증상을 보이지 않던 몽유병이 재발하는 경험을 한다. 그런 증상들이 심각해지면서, 주인공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면서 엿듣고 있다는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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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59 (추정치)

책 속으로

9월 4일 ？ 나는 내 연 수입(12파운드)에 맞는 방을 찾기 위해 런던 전역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마땅한 방을 찾았다. 두 개의 방, 비록 현대적인 편의 시설도 없고, 낡은 붕괴 직전의 건물이었지만, P- 플레이스에서 돌을 던지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지극히 품위 있는 거리에 있었다. 하숙비는 1년에 25파운드. 나는 방을 못 구할 거라고 절망하던 시기에 우연히 그 방을 발견했다. 우연은 단순한 우연일 뿐 자세히 기록할 필요는 없다. 임대 계약은 1년이었지만 기꺼이 사인했다. 가구는 햄프셔의 본가에 오래 놓아두었던 것을 가지고 올 것이며, 방에 잘 맞을 것이다.
***
10월 1일 - 나는 지금 런던 중심가의 내 방 2개짜리 셋방에 살고 있다. 간혹 한두 개의 원고를 게재하고 있는 잡지사에서도 멀지 않다. 건물은 막다른 골목의 안쪽에 있다. 골목에는 돌이 정갈하게 깔려 있고 대학이나 관공서로 보이는 느낌의 안락한 건물 뒤편에 있다. 이곳에는 마구간도 하나 있다. 우리 집은 “챔버스” 라는 나름 위엄 있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실체에 비하면 너무 거창한 이름이다. 그 이름에 담긴 자부심은 금세 떨어져 나가리라. 그 집은 매우 낡은 건물이었다. 내 거실에는 작은 계곡과 언덕들이 있고, 문 꼭대기는 천장으로부터 비스듬히 떨어져 있다. 그 둘은 최근 50년간 사이가 틀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서로를 멀리하고 있었다.
***
10월 2일 - 내 집주인은 늙고 여윈 노파로, 먼지 같은 구릿빛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는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몇 마디 말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 폐의 반은 먼지로 막혀 있을 터였다. 그녀는 가능한 한 내 방을 멀리하였고, 아침을 준비하거나 불을 밝히는 것은 튼튼한 젊은 여자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 말했듯 대화하기 어려운 노파였다. 이쪽에서 명랑하게 말을 걸어도, 지금은 내가 유일한 하숙인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 내가 지내는 방에는 요 몇 년 하숙인이 없었다. 위층에는 거주자가 몇 명 있었는데 모두 이사하고 말았다.
이야기할 때 집주인은 이쪽을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고 조끼 가운데 단추를 채우지 않았다.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인지, 종류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
10월 8일 ？ 내 일주일간의 하숙비가 책정되었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비용이다. 우유와 설탕이 7펜스, 빵이 6펜스, 버터가 8펜스, 마멀레이드가 6펜스, 달걀이 1실링 8펜스, 세탁부에게 2실링 9펜스, 기름이 6펜스, 서비스에 5실링, 총합 12실링 2펜스.
주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옴니뻐스 호의 뭐시기’ 라고 했다. 가끔 주인을 찾아왔다. 내가 보기엔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큰소리를 내고, 아래층의 가구를 뒤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내내 방 안에 앉아 글을 썼다. 잡지의 기사, 오락용 신문에 실을 시, 그리고 3년간 "집필 중"인 한 편의 소설. 이 소설에는 꿈이 있다. 어린이 책 한 권. 이 속에서는 상상력이 자유롭게 작용한다. 또 한 권은 내 인생이 계속되는 한 끝나지 않을 책. 인생이라는 고난 속에서 우리 영혼의 진퇴를 솔직히 기록해 가니까. 덧붙여 안전판 삼아 한 권의 시집을 곁에 두고 있지만, 이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꿈이 없다. 어느 쪽을 봐도 어쨌든, 일이다. 오후에는 건강을 위해 산책에 나서려고 애쓰고 있다. 리젠츠 공원을 지나 켄싱턴 가든, 또는 더 멀리 나아가 햄스테드 히스로.

출판사 서평

<추천평>
"굉장히 공포스러운 단편이다. 소름이 돋는 소설."
- Quickr, Goodreads 독자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소설이다. 적당한 양의 소름 끼침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균형 잡힌 전개를 보여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너무 멍청하고 못된 성격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아마 그가 조금이라도 더 호감 가는 인물형이었다면, 그가 겪는 문제에 공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공포 소설로서 완전한 합격이다."
- Kelsie, Goodreads 독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 전개가 엄청난 반전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문체와 구성, 잘 묘사된 배경과 상황은 이런 기이한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완성한다."
- Dafts, Goodreads 독자

작가정보

저자(글) 알제논 블랙우드

알제논 블랙우드 (Algernon Blackwood, 1869 - 1951)은 영국의 소설가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블랙우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에서 농장을 경영하기도 하고, 호텔을 인수하기도 했으며, 뉴욕에서 신문 기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30대에 영국으로 다시 이주하여,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소설을 집필했다. 이 소설들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어, 모두 10권이 넘는 단편선이 출간되었으며, 나중에는 이 소설들을 기반으로 라디오와 TV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블랙우드는 그 드라마에서 나레이터로 나오기도 했다. 러브크래프트는 블랙우드가 "기이한 상황에 대한 절대적인 장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1907년부터 출간된 소설들 중 일부에서는 '존 사일런스'라는 탐정이 등장하는데, 그는 셜록 홈즈의 추리력과 심령술의 기법을 사용하는 특이한 면모를 보였다. 설교자의 아들이었던 블랙우드는 평생 동안 초자연적 현상과 오컬트, 심령술 등에 심취했으며, 모든 인간에게 심령술적 능력이 내재한다고 믿었다. 죽기 전인 1940년 말에는 BBC의 TV 시리즈에 등장하여 유령 이야기를 직접 읽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번역 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