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력의 마을

안나 킹스포드 지음 | 박종호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9년 04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미국 사업자인 주인공은 사업 차 유럽을 여행하는 중 기차 안에서 한 명의 신사를 만난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호기심을 동한 주인공은, 일정을 조정해서 그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의 최종 목적지가 알프스 산 한가운데라는 것을 알아낸 주인공은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가는 이유를 묻는다. 그 신사에게는, 말도 못하고 귀도 들리지 않는 아들이 있었는데, 알프스 산에서 가벼운 등산 도중에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길에서 미끄러져 바로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으므로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쉽게 찾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며칠에 걸친 수색 끝에도 신사는 아들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신사는 도움을 요청하는 아들의 꿈을 계속 꾸게 되고, 다시 한 번 수색을 하기 위해서 알프스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사실 그 신사는 몇 차례 비슷한 수색 작업을 반복했지만, 이번 여정은 뭔가 다른 희망을 가지고 있다. 즉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투시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들에게 수색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 떠난 여정이기 때문이었다.

목차

표지
목차
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46 (추정치)

책 속으로

몇 년 전, 크리스마스의 전날인가 전전날의 일이었다. 나는 업무상의 일로 영국에서 대륙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나는 미국인이고, 어떤 런던의 상사에 소액으로 공동 출자를 했었다. 그 상사는 스위스와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했는데, 나는 그 거래처 중 하나를 감독하기 위해서 - 그 회사가 어딘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 급히 직접 발길을 옮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평소라면 친구들과 런던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겼을 텐데. 그러나 그 여행은 내게 멋진 모험을 안겨줄 예정이었고, 집에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나는 밤에 도버에서 해협을 건너 칼레에 이르렀다. 해협은 황량하고 눈이 내려, 증기선에 승객이 아주 적었다. 승객 중에 어딘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남자가 있어 내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칼레에 도착해 기차로 갈아탄 후, 내가 앉아있던 객실에 그 남자가 들어왔을 때도 전혀 불쾌하게 여기지 않았다.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언뜻 얼굴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는 낯선 남자가 오십 대 정도라고 추측했다. 섬세하고 점잖은 외모에 눈은 어둡고 깊게 파여 있었지만, 지성과 사려가 가득했다. 그 남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천성적으로 공부와 명상에 매진하였으며, 인생에서 아주 슬픈 경험을 한 듯한 느낌이었다.
아미앙 역까지는 다른 두 명의 승객이 더 동석했지만, 그들이 하차해 버리자, 객실 안은 다시 흥미로운 이방인과 나 단둘만 남았다.
“쌀쌀한 밤이네요.” 나는 창문을 올리며 말을 걸었다.
“게다가, 더 추워질 겁니다! 언제나 새벽이 가장 추운 법이니까요.”
“그렇겠군요.”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굴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조심스럽고 절제된 목소리, 마음에 큰 아픔을 품은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이 계절에는 파리가 암울하게 보여요.” 나는 계속 말했다, 그가 이야기를 하길 기대하며.
“작년 겨울은 런던보다 추웠어요.”
“전 파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침식사만 할 겁니다.”
“그렇습니까, 저도 마찬가집니다. 베일까지 가는 길입니다.”
그가 말했다.
“저도 베일까지 가지만, 거기서 더 갑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렸고, 잠자코 있었다. 그가 과묵한 탓에 나는 더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틀림없이 어떤 사연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알고 싶은 기분이 강해져만 갔다. 파리에서 그와 따로 아침식사를 했지만 그가 베일 행 기차를 타는 것을 보고 나는 같은 객실에 뛰어들었다. 기차 여행의 초반에는 두 사람 모두 잠자다가 스위스 국경이 다가오자 말똥말똥 깨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내 여행 동료는 베일에서 하루만 쉴 생각인 것 같았다. 그의 목적지는 더욱 먼 산악지대로, 보통 여행자라면 여름에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연말의 이런 시기에는 지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세인트 오빈 씨는 홀아비였다. 열두 살인 외아들은 중증 티푸스 열을 앓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작년부터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지난 여름 의사의 권유에 따라 세인트 오빈은 아들을 데리고 스위스로 향했다. 알프스의 공기와 환경의 변화, 운동과 여행의 기쁨이 아이가 정상적인 몸 상태를 되찾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하고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출판사 서평

<추천평>
"알프스 산맥 깊은 곳에서 실종된 소년을 찾아나선 아버지와 투시력을 지닌 사람들이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마을. 신비한 모티프들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만들어낸 감동적인 이야기."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안나 킹스포드

안나 킹스포드 (Anna Kingsford, 1846 - 1888) 는 영국의 작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이다.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킹스포드는 글쓰기에 놀라운 재능을 보여, 13살의 나이에 기독교 관련 소설인 "베아트리스"를 출간했다. 21살에 결혼한 후, 그녀는 여성 인권 관련 잡지인 "여성의 잡지 The Lady's Own Paper"를 편집하면서, 기혼 여성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회 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영성주의자들과 교류를 계속하면서 기독교 사상이 재해석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 1882년에는 "완벽한 길 혹은 그리스도를 찾는 법 The Perfect Way, or the Finding of Christ" 이라는 종교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서적을 통해서 기존의 고루한 성경 해석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영국 신학 협회를 창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킹스포드 자신이 초대 회장이 되었다. 이로써 그녀는 여성 영성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번역 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