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쉐이드

안나 킹스포드 지음 | 박종호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9년 04월 05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주인공은 보라빛의 나이트쉐이트 한 다발을 선물 받고, 그 향기에 취해서 시상을 떠올리다가 잠이 든다. 잠이 든 듯 꿈을 꾸는 듯 하는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나이트쉐이드의 정령. 어느 가난한 어머니와 아들이 살던 오두막을 장식하고 있었던 나이트쉐이드는 자신이 목격한 불행한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준 늙은 학자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기적 인간의 욕망과 그에 대비되는 고귀한 품격이 느껴지는 희생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단편 미스터리.

목차

표지
목차
1장
2장
3장
시리즈 및 저자 소개
copyrights
(참고) 종이책 기준 쪽수: 47 (추정치)

책 속으로

얼마 전 누군가가 진홍색 장미와 보라색 나이트쉐이드(Nightshade, 가지과에 속하는 식물의 꽃.- 역자 주)을 한 꽃다발로 묶어 선물했다.
장미와 나이트쉐이드.
뭔가 한 편의 시 같은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장미는 사랑의 상징이며, 나이트쉐이드는 침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꽃병에 물을 따르고 꽃다발을 꽂았다. 밤이 되자, 머릿속이 모호한 운율과 미숙한 시상으로 가득 찬 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누웠다. 그 주제는 역시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꽃다발 향기였다. 하지만 시의 여신도 잠에 따라잡혔고, 부드러운 어둠의 신이 나긋나긋한 주문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하여 정성스럽게 버무린 소네트들도 꿈에 녹아들어 갔다.
아마도 그것은 내 잠의 환상 속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둡고, 음침하고, 장중하고, 음울한 빛이 비치는 깊은 고요 속에 서 있었다. 그 빛은 낮은 단조의 화음을 떠오르게 했다. 오르간 즉흥곡의 마지막 소리, 아무도 없는 대성당의 흐릿한 통로 사이로 대가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연주가 그 종말을 향해가며 우울한 밤공기 속으로 불쑥 나와 별을 향해 떠오르는 듯한 그 소리.
눈앞에 영혼이 떠 있었다. 짙은 보라색의 두꺼운 로브를 입은 정령이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생생하게 불타오르듯 번뜩여서, 나는 그 눈을 마주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상한 공포와 놀라움에 가득 차, 가슴에서 전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정령의 무서운 시선이 내 위에 머물고 있음을 느꼈고, 오르간의 음색처럼 낮고 음침한 목소리가, 더없이 엄숙하게 내 귀를 사로잡았다.
***
지상의 딸이여, 나는 남부의 아트로파 벨라돈나(Atropa Belladonna,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초본 식물로, 잎과 열매는 트로판 알칼로이드 성분을 포함하여 매우 유독하다. - 역자 주), 보라색 나이트쉐이드의 정령이로다. 그 어둠의 잔에 담긴 향은 고통을 뿜어내며, 그 검은 열매는 죽음을 담고 있노라.
그래서 성모 마리아에게 바칠 화환을 만들려 하는 아이들, 그리고 혼례에 쓸 화환을 만들기 위해 숲을 거니는 처녀들은 나의 유독한 열매를 피한다. 그러나 거머리나 약초학자는 내 안에서 육체의 괴로움을 달래줄 훌륭한 샘을 발견하노라.
나는 병든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고,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는 망각을, 비참한 사람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주기 때문이니라. 나는 침울한 색조요, 달콤하지 못한 향기이니, 생명을 진정시키고, 조용하게 하며, 죽여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지상의 아들들은 나를 침묵의 상징으로 내세우노라.
네 이마에 그늘이 드리웠구나. 내 말은 그대에게 낯설고 쓰디쓴 소리로 들리겠지만, 내 말을 들어라. 왜냐하면, 과거 나는 지상에서 살며 묵묵히 고민하며 고군분투하는 사람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지상의 영웅들의 달력에 쓰여 있지 않다. 그 이름은 오직 하늘에만 쓰여 있다!
피에몬테의 어느 큰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때 초라한 오두막이 있었다. 내가 그 오두막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곳에는 가난한 병든 여자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다. 아이는 아홉 살인가 열 살 정도였을 것이다. 이 모자는 매우 가난했고, 어머니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바느질하거나 건조한 약초를 팔아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갔다.

출판사 서평

<추천평>
"영성주의와 진정한 기독교적 정신에 대한 탐구자였던 저자의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신비한 분위기와 고귀한 희생의 모습이 빛난다. 특히 꽃의 입장에서 사건을 기술하는 현대적 서술 기법이 특별하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안나 킹스포드

안나 킹스포드 (Anna Kingsford, 1846 - 1888) 는 영국의 작가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이다.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킹스포드는 글쓰기에 놀라운 재능을 보여, 13살의 나이에 기독교 관련 소설인 "베아트리스"를 출간했다. 21살에 결혼한 후, 그녀는 여성 인권 관련 잡지인 "여성의 잡지 The Lady's Own Paper"를 편집하면서, 기혼 여성의 재산권과 관련된 사회 운동을 주도했다. 또한 영성주의자들과 교류를 계속하면서 기독교 사상이 재해석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 1882년에는 "완벽한 길 혹은 그리스도를 찾는 법 The Perfect Way, or the Finding of Christ" 이라는 종교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서적을 통해서 기존의 고루한 성경 해석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영국 신학 협회를 창립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킹스포드 자신이 초대 회장이 되었다. 이로써 그녀는 여성 영성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번역 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