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고전과 현대 - 문장강화. 9

이태준 지음

그린북아시아 2019년 01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이태준의 문장강화(文章講話)는 1939년 2월부터 10월까지 『문장(文章)』에 연재한 것을 1948년 박문서관(博文書館)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글쓰기 지침서로 8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만한 책이 없을 정도로 글쓰기 바이블로 손꼽히고 있다. 이 책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당시 작가들은 이 책에 자신의 글이 언급되는 걸 최고의 명예로 여길 정도로 권위가 있었다.

목차

[제9강] 문장의 고전과 현대
1. 문장의 고전
2. 문장의 현대
3. 언문일치 문장의 문제

책 속으로

리 산문 문장에서 고전이라고 찾는다면 정음(正音) 이전에는 이두문(吏讀文)으로 전해 오는 가요뿐으로 아무래도 정음 이후의 것인데, 『윤음언해(？音諺解)』 같은 것은 구독(求讀)하기 어렵고, 일반으로 성(盛)히 실용해 온 듯한 내간문(內簡文)들은 본디 후세에 전해질 성질의 것이 희소했고, 『흥부전』, 『춘향전』 등 이야기책과 『한중록(恨中錄)』, 『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 등 전기문(傳記文)뿐인데 이중에도 민담과 이야기책은 모두 낭독과 창(唱)하기 위하여 기록된 것이라 순수한 산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춘향전』같은 것은 아무 데서나 읽어 보아도 4·4조가 잘 나오는 대신, 요즘 말로 '리얼'이란 아주 희박(稀薄)한 문장인 것이다.

춘향이 하릴없이 따라온다. 치마꼬리 휘루쳐 흉당(胸？)에 떡 붙이고, 옥보(玉步) 방신 완보(緩步)할 제 석경산로(石逕山路) 험준하다. 한단시상(邯鄲市上)의 수릉(壽陵)의 걸음으로 백월총중(百越叢中)의 서시(西施)의 걸음으로 백모래밭에 금자라 걸음, 양지곁 마당에 씨암탉 걸음, 대명전(大明殿) 대들보에 명매기 걸음, 백화원림(白花園林) 두루미 걸음, 광풍에 나비 노듯, 물 속에 잉어 노듯, 가만 사뿐 걸어와서 광한루(廣寒樓)에 다다르니…….

이런 문장을 산문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마치 찬송가를 시로 평가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 잘못이다. 이것은 거의 가사(歌詞)들이라 음악의 반면(半面)을 갖출 때에야 비로소 그 가치의 전부가 표현되는 것으로 독립한 문장으로 다룰 바는 애초에 아니다.
아직 내 좁은 눈으로는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의 작(作)인 『한중록』과 작자 미상인 『인현왕후전』같은 것이 조선의 산문 고전일 따름이라 생각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태준

상허(尙虛) 이태준은 1930년대 구인회 활동, <문장> 소설추진위원회 활동, 해방 이후에는 조선문학건설본부를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월북했다. 한국전쟁 때에는 종군기자로 활동했으나 전쟁 후 임화, 김남천 등과 함께 숙청당하고 말았다. 소설 외에 <문장론>, <문장강화>같은 뛰어난 저작물을 남기기도 했다. - 1904년 강원도 철원 출생 / 1921년 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 중퇴하고 1928년까지 일본 죠오치(上智)대학에서 수학 / 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 / 1932년 <불우선생> 발표 / 1933년 김기림, 정지용 등과 함께 <구인회> 결성 / 1934년 소설집 <밤> 발표 / 1935년 <손거부> 발표 / 1936년 <까마귀> 발표 / 1937년 <복덕방> <구원의 여상> 발표 / 1938년 <화관> 발표 / 1941년 <이태준 단편집> 발표 / 1943년 <돌다리>, <왕자호동> 발표 / 1946년 단편 <해방전후> 발표. 조선문학가동맹이 제정한 제1회 해방기념 조선문학상 수상 / 1948년 <농토>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