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푸른 물에 산 그리메 깊이 잠심하듯
2019년 01월 17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 파일 정보 pdf (4.26MB)
- ISBN 9791164143078
- 쪽수 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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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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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시인마을에 거주하다 건강 때문에 대전으로 이주해서 살면서 단양의 삶과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쓴 시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이미지변증법이라는 저자의 독창적인 시작법(詩作法)으로 쓴 뛰어난 서정시들이다. 이미지변증법은 형상화하고자 하는 대상과 직결되는 어휘의 사용을 배제한다. 또한 제목으로 쓰인 어휘를 시 본문에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시적이미지 표현을 통해 제목이 제시하는 형상화 대상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본문에는 화가이기도 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사진작가 김종섭의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촛불 - 詩篇 38篇을 위하여>
보셔요
제 눈에 이 뜨거운
눈물을
밤새
이리 눈물 흘리고
또 흐르는 까닭은
비로소
내 한 생애가
죄였음을 고백하노니
이 뜨거운
참회의 눈물
한 방울 남김없이
불사르고 또 불살라버리는
그날까지
나를 낮추고
또 낮추는 까닭도
아!
언젠가 당신이
저를 아신다 함을
제가 믿고 있는
까닭이지요.
<백시(白枾)>
장대 끝에
감 마구 털리던 날이면
유년의 뜰, 그 하늘에는
밤마다
무수한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해거리 하던
할아버지 동갑내기 감나무
접으로 따 주렴으로 걸리면
아무렴 그랬었지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 그리고
나른한 전설로 철들어 가고
칭얼칭얼 보채던 아이들 투정에
단물 오르던 곶감
새삼 감물 들던 하늘을 보게 된다
아! 내 생전은 아직도
도량천수(道場千手)는 팔자에 없는
일이고 보면
이 몸도
저처럼 한번 허물을 벗고
서릿발 견디고 보면
행여
떫은 맛 우려낸 내 살갗에
뽀얀 분이라도 피려나
<너를>
오늘 같은 날은 중앙선
꿈인 듯 생시인 듯
모설 속에 피어나는
간이역 외등 아래서
만나고 싶구나
방금 수묵갈필 풍경화 속을
허리 굽혀
나직한 목로주점을 찾아
낯선 향촌 사람들과
가벼운 목례로 수작(酬酌)을 걸어 놓고
음정(吟情)에 푹 젖은 눈바람도
풍금소리 같아 좋고
문짝 덜컹덜컹 거릴 때마다
잔 비울 때마다
우리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랑을 받았던, 이들을 위하여
높이 건배를 외치며
이젠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을 더 여유 있게
어깨 자주 비벼대며
만나며 살고 싶구나
정말, 어느 날 황당하게도
소백산 정수리에 저 무수한 별들이
한꺼번에 잠으로 확 쏟아져 내릴 때
지등(紙燈) 파랗게 질린 골목길에서
문득 뒤돌아보면
뒷모습 산처럼 우뚝 서
울컥 피를 토할 듯 그리워지는
그런 날을 위하여
이제, 만나며 살자꾸나
우리 이승에 머물 날 얼마인데
남은 날이야 뻔한 것을 …
작가정보
저자(글) 김준환
김준환
경북 선산 출생
호 ‘고강(古?)
시인, 화가, 도예평론가
“전우”지 문예작품 공모에 시 ‘여명’ 당선(1959)
시집 “행려병자” 외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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