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사회

시드니 스키옥 지음 | TR 클럽 옮김

위즈덤커넥트 2018년 10월 2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돌연한 은퇴를 선언하고 보석상이 된, 신비한 여류 SF 작가의 데뷰작.
모든 사람들이 벽에 달린 거대한 스크린인 '스크린 벽'의 드라마에만 몰입되어 사는 사회. 밤이 되면 거리를 텅 비고,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일은 거의 드물어진다. 더 이상 아기를 낳거나, 가족끼리 모이는 일도 없다. 왜냐하면, 드라마 속의 레스터와 앨리스, 키피, 베스만이 진정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모든 중년 남자와 여자는 레스터와 앨리스를 자신들과 동일시하고, 모든 젊은 남자와 여자는 베스와 키피가 되고 싶어 한다. 이 스크린 벽에 중독된 가족을 가진 아만다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류 자체가 사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크린 벽에서 사람들을 떼어낼 방법을 고민한다.
대중 매체가 지배하는 사회, 거리는 황량하고, 사람들 사이의 접촉은 끊긴다. 스크린 속 삶만이 진정한 삶이기에.

목차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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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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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종이책 추정 페이지수: 31

책 속으로

베스 맥도월은 거기에 서 있었다. 스크린 벽에 새겨진 실물 크기로. 그녀는 증오스러운 넓은 어깨의 이미지를 검은색 눈동자로 뚫어지듯 쳐다보았다. 그 소년의 이미지가 키피의 마른 소녀 이미지 위로 허리를 숙이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헐떡이면서 속삭였다.
"키피, 나의 달콤한 연인."
그녀가 거칠게 흑단 나무 레버를 위로 올렸다. 스크린 벽에 그려진 형상, 베스 맥도월과 키피가 일렁이더니 사라졌다. 고정된 장식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천장 쪽으로 물러나더니, 길고 창문 없는 스크린 벽만 있는 방 안을 비췄다.
딱 맞는 어두운 야구 모자를 쓰고 있는 캐트린이 스크린 벽 쪽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지금 끄면 안돼, 엄마. 지금 잘 모르겠어? 남자애가 여자애에게 키스를 할 거라고. 지금 바로 켜요."
아만다가 레버 앞으로 몸을 숙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너한테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아니야." 그녀가 말했다.
"캐트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구나. 하지만 너는 가장 어린 사람이니까.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사람 중 가장 어린 사람이지."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 모두들 나를 키피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 그녀가 검은색 모자를 깊이 눌러섰다. 키피처럼 보이고 싶은 듯 했다. 검지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뺨을 누른 결과 생긴 빨간 반점이 빛났다.
"베스는 키피를 사랑해. 그래서 그녀를 달콤한 연인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나는 너를 키피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그녀가 팔짱을 꼈다.
"네 이름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할 이유가 없어, 캐트린."
"키피라고." 그녀가 다시 키피 같은 자세를 취했다.
"21살이 되는 대로, 나는 이름을 바꿀 거야. 그때까지만 기다리고요."
"아마도 그러겠지, 캐트린. 하지만 나는 절대로 너를 키피라고 부르지 않을 거야."
"제발 멍청한 소리 좀 그만하고, 정신 좀 차려. 그가 그녀에게 다시 키스할 거야." 그녀가 푸른색 눈을 스크린 벽 위로 고정했다.
"다시 켜봐."
"캐트린, 할 말이 있어. 베스 맥도월이 내 어깨 너머로 나를 쳐다보지 않도록 해줘." 그녀가 딸 옆에 앉았다.
"이제 말이야, 캐트린. 너는 19살이야. 그리고 아무런 남자에게나 매력을 느껴서는....."
"나에게는 키피 같은 보조개가 없어." 그녀가 생각에 빠져서 손가락으로 뺨을 매만졌다.
"나는 지금 키피 이야기를 하는 게 아냐." 딸의 손가락이 뺨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도대체 몇 번이나 그렇게 해서는 보조개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말했던가?
"나는 네가 빨리 결혼을 했으면 좋겠어, 캐트린."
***
"수백만 번도 더 이야기했잖아. 안 할 거야. 언제나 엄마는 나만 괴롭혀." 그녀가 흐느꼈다.
"베스는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아. 키피하고도. 그리고 그녀에게는 보조개가 있어. 베스 말로는....."
"베스 맥도월은 진짜 사람이 아니잖아. 그는 그냥 배우잖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진짜같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는 나와 결혼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그냥 잊어버려." 그녀가 스크린 벽을 다시 켜기 위해서 앞으로 움직였다.
갑자기 아만다의 손 안에 재떨이가 하나 생겼다. 무거운 유리 재떨이는 델이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 그녀가 재떨이를 스크린 벽으로 던지자, 그것이 폭발하는 듯한 소음을 내면서 산산조각 났다.
캐트린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엄마가 싫어." 그녀가 미친듯 레버를 만지더니 흑단 나무 단추를 돌렸다.

출판사 서평

<추천평>
"인간의 진화와 임박한 종말이라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난 작품. 나는 그녀의 작품 대부분을 정말로 흥미롭게 즐겼다."
- Dani Zweig, SF 전문 서평가

"음울한 현실의 분위기와 대비되는 화려한 스크린 속 삶. 사람들은 스크린에 비춰지는 모습에 현실을 잊는다. 수십 년 전에 쓰여진 작품 속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는 경험이 섬？하다."
- SciFan 편집부

작가정보

저자(글) 시드니 스키옥

시드니 J. 밴 스키옥(Sydney J. van Scyoc, 1939 - )은 미국의 SF 작가이다. 그녀의 등단 작품이 "스크린 사회 Shatter the Wall" (1962)이다. 그녀는 60년대와 70년대에 걸쳐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으나, 1992년 집필 작업을 중단하고 보석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장편 작품으로 "노르디렌 임무 Assignment Nor'Dyren" 와 "소금꽃 Saltflower" (1971)이 있다.

번역 TR 클럽

2014년, 활동을 시작한 TR 클럽의 구성원은 인문학과 공학 등을 전공한 전문 직업인들로, 모두 5년 이상의 유학 또는 현지 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관심을 가진 도서와 컨텐츠가 국내에서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 IT 벤처기업가, 출판 및 서점 편집자, 대학 교원, 음악 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군을 바탕으로, 본인들의 외국어 능력과 직업적 특기를 기반으로, 모던한 컨텐츠 번역을 추구하고 있다.